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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117

[에반메이] 사슴 숲의 꽃은 5월에도 지지 않는다 上 그러니까 에반 가르시아가 옛적에 소멸되었다 일컬어지던 고대 정령의 실마리를 찾아내게 된 것은, 정말이지 우연에 불과한 일이었다. 그는 사슴 숲 근처에 적당한 집을 짓고 사는 정령사였다. 과거에는 마법사가 두려움의 눈초리를 받으며 뭐, 박해도 받고 핍박도 받으며 인가와 떨어진 숲 속에서 살았다지만, 그는 그런 사정과 매우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우선 그는 왕실이 공인한 '협력 마법사'에 속해 신분과 신뢰를 인정받은 자였고, 입만 꾹 다물고 손해보는 상황을 묵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어떤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댄 자는 마법 학회에서도 추방받고, 결국 화형대 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지만…… 그는 적당한 지식욕과 적당한 실력을, 거기에 적당한 담력을 지닌 마법사였다. 문제는 그 '적당한' 수준의 지식욕.. 2022. 3. 17.
[이샤크] 5년의 공백 언제부턴가 오지 않게 된 해리엇 비바체의 편지 직전에는 여러 불행을 암시하는 문장이 적혀있었고, 그렇게 공백기를 지나 보내면서도 이샤크는, 그러나 잘 지냈다. 아침이면 동네 주변을 뛰며 잠든 몸을 깨웠고, 개도 산책시켜주고, 경기 준비를 하고, 가끔은 다이애건 앨리로 나가 쇼핑도 하는-그런 일상을 지냈다. 그럼에도 길가에 이따금 피어있는 주홍색 꽃을 보면 속절없이 생각은 그 공백으로 흘러가, 이샤크 스페치오는 당신의 자취를 더듬었다. 넌 지금 어디 있지. 살아는 있나. 무슨 상황에 처했나…. 시대는 점점 잔혹해져 같은 존재를 나눠 가르며 급을 매기고, 핍박하기에 이른다. 이샤크는 역행하는 사회의 실태가 예언자 일보 첫 장에 올라올 적마다 어머니의 묘를 찾았다. 목덜미가 미친 듯이 간지러워 눈을 질끈 감았.. 2022. 3. 4.
[리리아] 레몬향 도피 타인에게 쫓기며 누군가 손을 붙잡아 저와 함께 달아나는 상상을 했다. 해묵은 과거가 뒤집어지는 순간은 그만큼 극적이나 꿈결 같아 현실감을 자못 떨어뜨렸다. 칼같이 잘린 단발머리 사이로 레몬향의 궤적이 스치는 것만 같았다. 삶이 엉망진창으로 무너지는 때에도 저를 끌어올려주려고 힘을 내는 사람이 있구나,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있구나. 때때로 미래를 기약한다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질 적이 있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하다못해 '호그스미드에 함께 가자'는-하잘 것 없는 이야기더라도 그런 약속들을 곱씹노라면 현재에 닥친 어려움이 크기를 줄였다. "제가 나쁜 걸까요?" 그렇게 떠도는 소문과 관련하여 뭇 사람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답은 제각각이었다. "난 그냥. ... 네가 잘 헤쳐나가길 바랐을 뿐이야... 2022. 2. 9.
[리리아] 과분하지 않아요, 멀어지지 말아주세요, 전 선배가 좋은걸요……. * * * "리리아 터너, 누굴 닮아서 대체 이렇게 덜렁거리니!" 아침부터 고함 소리가 들려올 적이면 어깨를 움츠리며 숨을 죽였다. 몇 번을 고쳐 붙인 밴드가 반쯤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딱지 붙은 상처는 오늘 바로, 새로운 상처에 뒤덮일지 몰랐다. 언제부턴가 그는 학교에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 없었으므로 그에게는 형제가 있다가도 없었다. 외동이다가도 동생이 생겼다. 일단 진실을 말하자면, 그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세 살 터울의 동생은 리리아와 달리 깨끗한 무릎과 영특한 머리를 가졌다. 그 애는 참 사랑스러운 미소를 그릴 줄 알아 부모님 모두가 그 앨 좋아했다. 학교에서도 인기 만점! 동급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다 남동생을 좋아해. 그러나.. 2022. 2. 8.
[리리아] 소문 "그게 대체 인형과 뭐와 다를까... 웃으라면 웃고, 입맛에 맞는 대로 굴라면 구는 그 시한부 인생이요." "내가 자주 말하잖니. 넌 분명히 자격이 있다고." "이곳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보험은 우리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겠죠. 물론 순수한 이들은 이해하기 힘드려나." "역시 별 거 아닌 상처엔 그냥 밴드 붙이는 게 마음 편하지 않아? 그것까지 신경쓰기엔…… 세상엔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너무 염려스럽다면... 이렇게 작은 꽃을 그려보렴. 리리아." "서, 선배. ……소문 들으셨어요?" "아. ... 그거? 들었지. 그게 왜?" "오늘 내가 여러분과 다루어 볼 강연 주제는.... 마법 사회의 머글 멸시, 그리고 그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 * * '공평한 교육'이라는 모토를 앞장세운 .. 2022. 2. 5.
잿빛연민 - 칸 "나랑 내기 하나 할까?" · 외관 · · 픽토그램 · 눈썹을 덮는 잿빛 머리카락과 채도 높은 보라색 눈동자, 여유롭게 올라간 입꼬리나 살며시 휘어진 눈꼬리는 언제나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곤 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 긴 롱코트를 걸치고 검은 바지와 함께 검은 구두를 신었다. 등 뒤로는 그의 어깨부터 발목까지 닿을 길이의 회색 악마 날개가 접혀있다. 네모난 모양의 보라색 귀걸이를 양쪽 귀에 하나씩 차고 있다. · 이름 · 칸 (Kan) ㅤ · 나이 · 927 ㅤ ㅤ · 성별 · 남성 ㅤ ㅤ · 신장 / 체중 · 186 / 건장함 ㅤ ㅤ · 종족 · 악마 ㅤ · 상징 · 잿더미의 악마 그는 더는 발화하지 않을, 이미 생명이나 감정이 죄 타버리고 남은 밑바닥에서 태어났다. ㅤ ㅤ · 성격 · 속.. 2021.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