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FEAR&MARPASHI/눈결 뱀 꼬리 그릴 때 (헝거 게임 AU)12

10. 후기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1. 12. 6.
9. 해 뜰 새벽 사이 “……안녕? 12구역이지?” “갑자기 무슨 짓이야?” “떨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얘, 거기서 뭐 해?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뭘, 여기서 하면 안 돼?” “날 알아?” “사람들이 다 네 얘기만 하던데.” “그건 사람들이 얘기하는 나잖아.” “그렇다고 내가 너한테 개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해?” “그래? ……난 네가 궁금한데.” “넌 왜 날 Twelve라 불러?” “……응?” “그러는 네 이름은 Two야? 아니면 2구역?” “아니지, Twelve. 설마하니 내가 네 이름을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럼?” “이름을 부르면 정이 들잖아. ……넌 그것도 몰라?” “넌, 이 밤 중에 여자애가 혼자서 남자애 방에 찾아온 이유도 모르지?” “너. 앞으로 창은 쓰지 마.” “별로였어?” “……눈.. 2021. 12. 6.
8. 선귀旋歸 자국 선귀旋歸 자국 그럼에도 해가 떠올랐다. 아이작은 동굴 속에서 홀로 눈을 떴다. 새벽까지만 해도 품에 있던 이스피어가 사라졌다. 이스피어가 품을 떠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이작의 몸의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시야가 두 갈래로 나뉘다 합쳐지질 않나,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늘어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마자 절로 고통에 찬 소리가 터졌다. 고개를 돌렸다. 다친 팔의 상태가 제일 심각했다. 동굴 안을 유일하게 밝혔던 불꽃은 거의 꺼져가는 상태였다. 잿가루에 파묻힌 붉은 빛이, 아이작은 공연히 그것이 이스피어의 생명을 나타내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꺼져가고 있다. 그렇게 생겨난 불안감은 아무리 그가 고개를 젓고 숨을 들이켜도 지워지지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 어둠 안.. 2021. 12. 6.
7. 달 지는 밤 CHAPTER 3 함께 죽자, 아니, 살자. 달 지는 밤 이스피어가 돌아왔을 때 아이작은 이미 반쯤 정신을 잃어가던 중이었다. 그렇지, 화살이 어깨를 꿰뚫어버렸으니 비단 독이 아니더라도 상처 자체만으로 평범한 사람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고통을 버틴 게 용할 정도였다. 꺼져가던 불을 살린 이스피어는 천조각으로 아이작의 땀을 닦아주고, 그의 입술 위로 물을 흘려주었다. 이스피어는 답지 않게 아이작을 정성스레 보살폈다. 어지러움 속 아이작이 눈을 떠 이스피어를 바라볼 때면, 그 눈을 마주한 이스피어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어떤 상념을 떨쳐내야 했다. 무심코 시선을 피한 이스피어는 괜스레 쭈뼛대다 말했다. “일어났어? ……뭐. 그러니까 말이야. 나 물고기도 잡아 오고, 장작도 가져오고, 흔적.. 2021. 12. 6.
6. 반전하는 판 반전하는 판 헝거 게임이 시작한 지 6일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 얼추 상처를 치료한 이스피어는 둔해진 근육을 일깨우기 위해 당장 동굴을 떠나진 않더라도 아이작과 함께 식량을 구하려 근처로 움직였다. 이동하는 동안 시답잖은 대화가 오갔다. “그러고 보니, 물고기를 잡아 왔었지? 난 강 본 적 없는데.” “강이 아니라 호수야. 그리고 그건 단순히 네가 못 본 거겠지.” “이게 진짜.” 세콰이어 숲과 전나무 숲의 경계에 자리한 작은 연못은 꽤 두껍게 얼어있었다. 창대로 표면을 콕콕 찌른 이스피어가 아이작을 흘끔 바라보았다. “저번엔 어떻게 잡았어?” “얕은 곳이 있어. 얼음을 깨서 맨손으로 잡았고.” “맨손으로? 미친 거 아니야?” 혹여나 손가락이 이미 얼어 붙어있는 것 아니냐며 이스피어가 아이작 쪽으로 몸을.. 2021. 12. 6.
5. 사명 보류 사명 보류 깜빡 잠들었던 정신을 다시 깨우니 어느새 이스피어는 푹신한 옷가지들-혹은 배낭 조각?-위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어둑한 천장, 아니. ……동굴이었다. 이스피어가 눈을 깜빡였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덫을 놓으려다 되려 덫에 걸렸고, 도망치던 와중 아이작과 만나 이렇게 되었지. 아이작의 은신처는 세콰이어 숲 안의 동굴이었다. 이런 곳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스피어가 삐걱대는 몸을 애써 일으켰다. 그러고 보면 잠결에 “여기 얌전히 있어. 장작 좀 가져올 테니까.”라고 말하는 아이작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했다. 그게 꿈이 아니었나 보다. 조용히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카락을 한 차례 쓸어 넘기던 이스피어는 아래로 시선을 주었다. 잠기운에 둔해져 있던 통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 202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