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게넷 호수는 오늘도 평온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우중충한 흐린 하늘 아래가 시립니다.
날씨가 자연과 신의 뜻이라면… 이리도 매서운 하늘은 살생을 목전에 둔 당신을 비난하는 걸까요.
꼭 그리 느껴져 마차 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도련님>은 눈을 꼭 감은 채 여기까지 오는 내내 침묵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원래도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마차 밖을 바라보다, 살며시 앞으로 몸을 기울여 목소리를 내어 물었다.)
도련님. …멀미라도 하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어릴 적부터 몸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낸 도련님이었으니 당신도 신경쓸 것이 한 두개가 아니네요.
그의 새하얀 낯빛이 오늘따라 유독 창백해보입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질문에 눈을 뜨지도 않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됐다. ... ... 내게 신경쓰지 마. (그게 가능할리가 없겠지만.)
이스피어 틸다:(유독 창백해보이는 당신의 얼굴을 살피다가, 괜히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도련님도 참, 시종 된 입장에서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괜히 아무도 없는 마차 안을 눈으로 살피더니….
덜컹, 하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옆, 그 비좁은 사이로 그 몸을 꾸깃꾸깃 넣어 앉았다.) 표정이 좋지 않아요. (평소에도 그랬지만.)
아이작 딜라이트:하...... (당신이 틈을 비집고 옆자리에 기어이 엉덩이를 붙이자, 늘 그렇듯 피곤해 죽겠는데 왜이렇게 귀찮게 하냐. 하는 목소리가 내포된 깊은 한숨을 뱉었다. 어차피 당신이라면 별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시종 된 입장에서 그런 게 신경쓰인다면 주인 눈치를 좀 보지그래? (그러면서도 저리 꺼지란 소리는 안 했다.)
이스피어 틸다:(눈을 꿈뻑이며 당신을 바라보다, 이번엔 슬쩍 고개를 기울여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순식간에 당신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시종 주제에. 감히!) 주인님이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셔서 제가 여기로 온 거잖아요. (왜? 더 기분 잡치게 만들려고? 이젠 슬그머니 당신의 팔에 팔짱까지 꼈다.) 기껏의 외출이잖아요. 저택 밖을 실로 간만에 나온 건데…. 왜 그러세요?
아이작 딜라이트:(묵직한 무게감이 얹어진다. 그걸 느끼고 나서야 시선을 들어 당신을 내려다보는데. 이제는 보든지 말든지 팔짱까지 끼는구나. 황당하단 시선을 던지다 제게 기대있는 당신의 머리를 스으윽 손으로 밀어 바로 세워준다.)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네가 아니라 줄리하고 간다고 했어. ... 기껏의 외출인데 너처럼 시끄러운 녀석이랑 갔다간 내가 쉴 수 있을리가 없잖아. (늘 그렇듯 예민한 심기를 드러낸다.)
이스피어 틸다:(스으윽, 밀리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 (당신을 흘끔 바라보다가, 그러나 늘 그렇듯 뾰족한 말들이 튀어나오니. 몸만 바로 세웠을 뿐 팔짱은 풀어내지 않으셨겠다. 그러니 또다시 표정을 확 바꿔 이번엔 아양 떠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기껏 밀어낸 몸을 다시금 당신에게 따끈하게 붙이는 것이었다.) ……. (그럼에도 '시끄러운 녀석'이라 한 말에 삐치기라도 했는지 그러는 사이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오리마냥 댓발 튀어나온 입술만이 여전했다.)
아이작 딜라이트:(다시 무게가 얹어진다. 반짝거리는 눈망울까지 더해서. 다만 그 눈을 마주보는 시선엔 무미건조함만 가득해선.) 뭘 봐. (하고서 아예 당신의 얼굴에 손을 뻗어 눈을 감겨주는 시늉까지 하는 것이다.) 입 안 집어넣어? (반 협박성 멘트가 붙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예 매정히 떨쳐내지는 않았다.)
잠시 후, 어두침침하던 하늘 사이로 기어코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면 서행하던 마차가 멈춥니다.
"도련님, 이 앞으로 물이 불어 다리를 건너기 힘들다고 합니다만.., 비가 그칠 때까지 여관에 묵고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겨울이 오기 전 한가한 달에 별장으로 떠나는 휴가이니, 바쁠 것 하나 없습니다.
마차는 우회해 작은 목재 여관 앞에 멈추어 섭니다.
웃돈을 얹어 가장 좋은 방 두 개를 구한 후 당신과 도련님은 각자의 방에서 쉬기로 합니다.
당신은 출발 전 큰 주인님이 손에 친히 쥐여주었던 편지를 다시금 펼쳐봅니다.
고풍스러운 금빛 편지지에는 장미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별장 뒤로는 상처처럼 붉게 진 단풍나무 숲이 있고, 그 숲속에는 너르고 아름다운 게넷 호수가 존재합니다.
그러니 편지 속 호수는 게넷 호수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큰 주인님께서 아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
아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우선은... .
여기서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요, 이스피어?
우리 도련님께서 병약한 몸을 이끌고 쓸쓸히 지내시고 계실테니, 아량을 베풀어
놀아주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꾸깃, 종이를 손 안에서 쥐어 망가뜨린다. …큰 주인님의 저의를 모르겠다. 대체 왜 이것을 내게, 아니. 아무리 도련님께서 저택에서 다소 겉도는 분위기가 있었다곤 하지만. 세상 어느 부모께서 자식을 호수로 밀어넣으라 손수 편지를 쓴단 말인가. 도련님 앞에서 곱게 펴두었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하나, 둘, 속으로 초를 세어나가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향하는 곳은 도련님의 방.)
(똑, 똑. 노크를 한다.)
도-련-님! (어느새 평소처럼 돌아온 얼굴로, 그 조잘대는 음성으로.) 이스피어예요. 들여보내주세요.
당신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한참이나 조용하다가.
동화 속 마녀의 집처럼 낡은 쇳소리를 내며 문이 반뼘만큼 열립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뭐야. (자그마하게 열린 틈으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참 험악하다.) 가서 쉬랬더니 여긴 왜 와.
이스피어 틸다:(아무리 병약한 도련님이라 해도 자신보단 훌쩍 큰 키에 살짝 흠칫하기야 했지만. 이내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두 손을 착 모아 잡았다.) 시종의 일이 무엇이겠어요. (그리고 한쪽 눈을 찡긋.) 당연히 주인님을 보.필.하는 것이잖아요.
아이작 딜라이트:(하지만 그런 당신의 노력에도.) 필요없어. (쿵. 문을 닫아버린다.)
(모아 잡은 두 손이 풀렸다.)
…….
(다시 똑, 똑, 똑, 똑!)
도련니임.
…….
이스피어 틸다:(
똑똑똑똑!) 도련님! 제가 안을 깨끗하게 청소해드릴게요! 아니면 목욕 시중이라도? 배는 고프시지 않으신가요─?!!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노력 끝에 결국.) 좀 조용히 해!!! (문을 벌컥! 열고 나와 소리질렀다... .) 좀.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 그 잘난 친화력으로 친구라도 사귀던가. 네 눈에는 나밖에 안 보이냐? (뭔가 미묘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이스피어 틸다:(기어코 튀어나온 당신의 모습에 멀뚱히 눈을 꿈뻑였다. 그런데. 어라? …
어딘가 말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 뺨에 손을 얹은 채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다가, 옆을 보다가, 당신을 돌아보았다.) 그야 여긴 도련님밖에 없으니까…. 도련님밖에 안 보이죠…? (잠시 말이 없다가, 열린 문 틈으로 살며시 한쪽 발을 끼워넣었다.) 간만에 다른 시종들도 큰 주인님도 안 계시는 곳이잖아요. 같이 놀아요. 네? (급기야 본심이 튀어나왔다.)
아이작 딜라이트:(이런저런 고민과 고뇌를 해보고 다시 그 얼굴을 보아도...? 여전히 불만 가득한 평소의 얼굴인데. 잘못 들었나 싶을 발언이기는 했다. 흥. 하고 콧방귀를 한 번 뀌고선.) 역시 너같은 건방진 하녀 말고 다른 애를 데려왔어야했는데. (훤히 들리게 중얼거린다. 슥 끼워넣은 당신의 발을 밖으로 꾹꾹 밀어본다.) ... ... 뭐하고 놀건데. 들어는주지.
이스피어 틸다:(건방진 하녀. 그런 발언이야 가볍게 흘려듣는 게 바로 이스피어였다. 아무리 꾹꾹 밀어보아도 얼씨구, 이젠 손까지 문틀 안으로 넣어가며 꾸물꾸물, 뒤도 안 돌아보고 오로지 앞으로 전진! 이스피어의 몸이 당신의 방 안으로 느리지만 착실히 진입하고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때요? 공기 놀이라던가, 함께 이곳 여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고. 그것도 아니면, (살그머니 웃었다.)
저택에서 지냈을 때처럼…. 도련님께서 잠드시는 걸 도와드려도 좋고요.
아이작 딜라이트:(이. 이게 무슨... ... 마치 몸이 반쯤 액체로 된 생명체를 보듯 시선에 황당함을 넘어 경이로움이 비치고 있었다.) 너처럼 무서워하긴 커녕 재밌다고 손뼉치는 애랑 무슨 무서운 얘길해? 네가 공포 자첸데. (지금처럼... ... 기어이 비집고 들어오는 당신을 이제는 그냥 방치하고 있다.) ... ... ... 하. 이상한 방향으로 성실한 척 하긴. (또 예민한 성정을 팍팍 드러내지만 결국엔 두손 두발 다 들었다는듯 문을 붙잡고 있던 몸을 떨어트려 당신의 침입을 허했다.) 네가 들어온다고 한거야.
이스피어 틸다:(이미 몸 반절이 들어가고 있던 때였는데, 당신이 문을 다 열어줬다! 머리카락이 반쯤 헝클어진 채 활짝 웃었다. 얏호! 신나게 당신 방 안에 들어와 문을 잠그고 방 내부를 살펴보았다. 내 방과 별로 달라보이진 않네.) 저도 사람인지라 겁은 많답니다, 도련님? 제 팔을 보세요! (척.) 이렇게 가녀리고 어여쁜 여자아이가 세상에서 무서워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슬픈 척 눈꼬리를 떨어뜨리다가.) …그런데 도련님! 아직도 불편하게 옷을 다 차려입고 계시다니요. 탈복을 도와드릴게요. (여즉 겉옷을 입고 있는 당신에게로 서슴치 않고 다가갔다.)
아이작 딜라이트:내가 본 여자 팔중에서 제일 튼튼한데. (못된 소리.) 이, 이게 어디서. (그러나 당신이 탈복!을 위해 다가올 땐 퍼드득대며 놀라 손을 치웠다.) 내가 무슨 일곱살 짜리 꼬맹인줄 알아? 옷도 못 벗게? (저택에선 혼자 안 벗으면서...)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 끄고 가서 그거나 가져와. (절대 허하지 않겠다는 듯 팔짱까지 끼고 단추를 꼬옥 감춘다. 그거라면... 평소 당신이 켜두던 향초따윌 말하는 것 같다.)
이스피어 틸다:……! (황당해져서 입을 떡 벌렸다.) 저택에서는 일곱살 남자애처럼 이것저것 다 수발 드셨으면서! (진실의 입! 들어오자마자 바로 내쫓기게 생겼다! 뿌리쳐진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쥐는 모습이 아주 명배우 저리가라였다.) 안 시키실 거면 저는 그럼 왜 데려오신 건데요? (아이작은 이스피어를 데려온 적이 없다…. 이스피어가 왔지.)
아이작 딜라이트:그건 저택이고! (뭐가 다르지? 일단 본인 의견으로는 다른가보다.) ... ... 내가 언제 널 데려왔냐고, 그러니까~! (결국! 못 참고 당신의 볼을 쭈우우우우욱 잡아당긴다.)
이스피어 틸다:아─야야야야야─────!!!!!! (눈물이 찔끔 터져나왔다!)
도, 도려니임! 아하! 아하여!!! (바둥바둥바둥바둥!!!)
─아흐다니까─!!! (급기야 당신을 찰싹!)
아이작 딜라이트:(헉. 얻어맞자 놀란듯 힘이 조금 약해졌... ...) ... 이게 주인한테 대들어~~?!?!? (아니다! 더 강해졌다!!!! 쭈와아아아아아아압!!!!!)
(결국 한참이나 잡아당기고 나서야 놓아준다.) 건방지게 구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거야. (합리화.)
이스피어 틸다:(으 아 아 아 아 ~!!! 아무리 바둥바둥거려도 형벌-?-은 더욱 거세어질 뿐이었다….)
흑흑…. (결국엔 뺨을 부여잡은 채 제자리에 주저앉아 우는 척을 하는데….) 가녀린 여자아이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다니…. 도련님의 취미는 너무 고약해요…. (뭐???)
아이작 딜라이트:... ... 누가 오해할법한 말좀 하지마. 여자애가 못하는 말이 없어. (고리타분한 소릴 중얼거리더니 당신을 거의 내쫓듯이 내보내고서.) 준비물이나 가져와! (뻥~!)
이스피어 틸다:아야~! (흑흑…. 내쫓겼다…. 늘어난 볼을 붙잡고 자신의 방으로 가 향초를 챙기기까진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내 표독스러운 복수의 눈빛을 띄고 돌아온 이스피어.)
(당신은 무얼 하고 있었지?!)
아이작 딜라이트:(혼자 갈아입을 수 있다는 말을 지키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새 거추장스러운 베스트나 크라바트를 벗은 채 잠옷 대용의 셔츠로 막 갈아입던 참이었다. 정확히는 단추를 잠굴 차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당신 탓에 허둥지둥 몸을 돌렸다.) 이젠 노크도 생략하냐?!? (한 번 더 꼬집어줄까. 생각하는 얼굴이다.)
이스피어 틸다:……어머머머. (순간 표독스럽던 얼굴로부터 독기가 싹 빠져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몸을 돌리진 않았다. 땡그랗게 눈을 뜨고 급하게 문을 닫아 잠글 뿐. 여전히 꼬집힌 볼은 살짝 늘어나 있었다.) 까먹! 까먹었어요, 도련님! 제발 꼬집기 벌만은 참아주세욧~!!! (손바닥을 싹싹 비는 시늉을 했다!)
아이작 딜라이트:까먹을 게 따로 있. ... ... ... 하아. 됐어. (이쪽도 얼굴이 좀 달아오르긴 했지만, 그냥 그런대로 넘어가기로 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혼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단 것 쯤은 서로 잘 아니까. ... 아니, 아이작만 잘 알았나? 아무튼.) 오늘 조금이라도 잠 설치면 다 네탓인 줄 알아. (이건 좀 억지 아닌가 싶지만서도. 슥 침대에 몸을 기대 눕는다. 그제야 낯색이 조금 나아졌다.)
이스피어 틸다:(…큼. 흠흠. 당신에게 다가가는동안 괜히 헛기침을 몇 차례 했던 것 같다. 침대에 몸을 눕히는 당신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가, 한쪽 눈만 살며시 뜨더니. 익숙하게 향초를 배치하고 서랍에 있던 성냥을
칙, 불을 붙인다.) 도련님은 원래 잠을 곧잘 설치셨잖아요. 그런데 이걸 다 제 탓으로 돌리시면 저는 너무너무 슬프답니다? (그리고 커튼을 슥 치기까지 하면 은은한 어둠이 방 안으로 깔린다.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그림자에 잠겨드는 당신을….)
……도련님, 정말 어디 아프시거나 하신 건 아니시죠? (가까이 다가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레 당신의 손을 쥐어본다.)
아이작 딜라이트:네가 나를 이렇게 피곤하게 하는데 편안하게 잠을 잘래도 편하게 잘 수 있겠어? 하다못해 노크도 까먹는 하녀인데. (또 볼을 꼬집기라도 할듯 당신을 빤히 쳐다봤지만, 얼마 안가 그냥 눈을 감아버린다. 피곤한건지. 아니면 다시...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 건지. 앓은 세월이 긴 탓에 그는 고통에 대한 면역이 높았다. 그러니 겉으론 괜찮아보이는데 속은 아니라 돌연 쓰러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애초에 '괜찮다.', '신경꺼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도 문제를 악화시키겠지만.) ... 이제와서 걱정이 돼? (라며 슬그머니 눈을 떠 당신을 본다. 핀잔같이 말하면서도 손을 빼지 않는 걸 보면 내심 걱정스런 태도가 싫지 않은 것 같았다.)
이스피어 틸다:(한쪽 볼에 바람을 넣어 부풀렸다. 누가 봐도 불만이 있어보이는 태도.) …그렇지만 제가 온 게 도련님껜 더 좋으셨을 걸요? 저는 도련님 곁에 제-일 오래 머물러있던 하녀잖아요. (물론 '또래'에 한정했을 때였지만. 조잘조잘 떠들다가도 침묵이 찾아오는 경우는 많았다. 특히 당신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에. 살며시 떠지는 눈꺼풀 아래 잠긴 달을 응시하며, 괜히 붙잡은 손을 제 뺨에 가져다댔다.) 제 작은 주인님은 항상 거짓말을 하고 다니시니 말이에요. (
그 아이를 호수에 밀어버리렴. 큰 주인님의 목소리로서 제게 들려오는 문장. 아, 세상은 왜 이리 가혹하여서 제게 이런 선택지만을 들이미는지. 왜 하필 당신일까. 왜 하필 죽은 남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당신이어야만 할까. 상념이 길어지는 탓에 떠올랐던 웃음이 차츰차츰 희미해졌다. 눈꼬리가 살며시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절망으로.)
아이작 딜라이트:네가 잘릴뻔한 것까지 합치면 가장 많이 취직한 하녀기도 하지. (이죽거리긴. 비아냥대듯한 말투로 말을 늘어놓는다. ... 뭐야. 왜 조용해? 평소처럼 곧장 신경질적이고 토라진 목소리가 들려야하는데. 잠잠한 반응이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불의 그림자 사이로 부쩍 어두워진 당신의 얼굴이 보였다. 어쩐지 그걸 보자 대뜸 불쾌한 기분이 솟구쳤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묻고선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는 손을 뻗어 축 처진 고개를 들어올려 자신을 바로 보게 했다.) 표정이 왜그래. 진짜 걱정이라도 해? (틱틱대듯한 말투가 본능적으로 튀어나왔지만, 뒤이어 수습하듯 덧붙인다.) 사람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기분 나쁘게 심각한 척 하지말고 평소처럼 바보같이 굴란 말이야. (웃으라고. 입꼬리를 꾹 눌러 표정을 만든다.)
이스피어 틸다:(상념에 점점 더욱 깊게 침몰해갈 때, 돌연 몸을 일으킨 당신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손길. 크게 뜨인 눈이 바보처럼 당신을 향했다. 그림자에 잠겨가던 중, 그늘을 떨치고 일어난 자신의 작은 주인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떨어져도 다시 붙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하녀라는 말씀이시지요? (─입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괜히 시선을 옆으로 굴렸다가, 당신을 본다.) 그럼 걱정되지요! 도련님은, 속에 생각하시는 걸 잘 꺼내지 않으시니까…. (그리고 손을 뻗었다. 기껏 몸을 일으켜세운 당신의 상체를 짚어 뒤로 밀고, 동시에 자신은 바닥에서 일어섰다. 상하가 역전된다.)
(일렁이는 불의 그림자, 시체처럼 누운 당신의 가슴을 짚고 선 자신. …그럼에도 아직 존재하는 숨소리나 심장 소리를 듣기라도 할 것처럼 천천히 몸을 숙였다. 가까워진다. 더, 더, 더….)
그러니까 제겐 사실만을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정말 목전에서야 멈춘 이스피어가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당신의 가슴결을 간지럽혔다. 손 아래 맥동하는 당신의 심장은 얼마나 크게 소리내고 있었을까. 얼마나 죽은 이처럼 침묵하고 있었을까.)
아시겠지요? (뱀처럼 눈꼬리가 접혔다.)
당신이 점점 다가가자 그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드러납니다. 얼굴도 구겨지네요. 역시 불쾌했던 걸까요?
아이작 딜라이트:건방지게 굴지 말랬지!!!!!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아니, 걱정을 해줘도 난리네요!
문득 당신은 편지의 내용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큰 주인님의 성격상 이 일을 해내지 않으면 호수에 빠지는 건 도련님이 아닌 당신이 되겠지요.
사실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 애초에 선택지 따윈 없었던 겁니다.
가주께선 어째서 도련님을 호수에 밀길 명하신 걸까요?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두 사람은 다시 마차에 몸을 싣습니다.
이슬 맺힌 눅진한 땅을 끄는 바퀴 소리, 찰방거리는 물웅덩이, 어제의 비는 심술이었다는 듯 맑게 갠 하늘.
모든 게 완벽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이스피어 틸다:
심리학
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눈살을 찌푸렸다.)
도련님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이스피어 틸다:(들고 있는 짐을 한 차례 고쳐 들고, 눈치를 살피며 웃었다.) 와, 도련님. 저기 좀 보세요. 저 멀리
게넷 호수가 보여요!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시선이 조용히 잇따랐다.)
당신의 외침에도 도련님은 듣는둥 마는둥 하며 묘한 침묵을 지킵니다.
원래도 과묵한 편이긴 했으나... 좀 심하긴 하네요.
덜컹대는 마차는 곧 예스러운 저택 앞에 멈추어 섭니다.
하얀 목조 건물 위로 녹색 이끼나 덩굴이 자라있지만, 그마저도 의도된 배치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게넷 별장입니다.
층수는 하나지만, 방들이 하나같이 넓어 단둘이 지내기엔 적적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큰 주인님 말씀대로 도련님의 휴식을 위해 별장에는 아무도 없고, 가까운 마을에 저나 시종들이 머무르고 있습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바로 전서구를 날려주십시오.”
싹싹한 마부마저 떠나면 별장에 남은 건 당신과 도련님. 둘뿐입니다.
이스피어 틸다:(넓은 별장을 지켜보며 양손에 읏차, 짐을 들고 먼젓번 걸음을 옮겨갔다.) 굉장히 넓네요! 도련님도 이곳에 오시는 건 처음이신가요? (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며 걷다가, 당신이 뒤따라오지 않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려 당신을 봤다.)
아이작 딜라이트:... ... ... 어릴 때 몇 번.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기엔 지나칠 정도로 침울한 목소리였다. 별장에는 당장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별장 정원으로 걸어간다.) 난 정원에서 쉬고 있을테니까 넌 알아서 쉬어.
그렇게 말하고 도련님은 홀연히 사라져버립니다. ... ... 당신과 짐가방을 두고!
(…휑~)
…아잇, 정말! (괜히 짐가방을 발로 콩 찼다!)
몇 번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해가 지기 전까진 자유시간입니다.
짐을 나르다보면, 사용인으로서 살펴봐야할 곳이 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며칠간
도련님이 지낼 방
과 당신의 방이 될
사용인 방
,
식당과 부엌
, 마지막으로 도련님이 향한
정원
입니다.
이스피어 틸다:(유독 침울하게 느껴지던 음성이 떠오르니, 정원은 제일 마지막에 향하는 게 좋겠다. 몸이 정말 안 좋으신 걸까? 기껏 그래도 저택을 나와 밖으로 왔는데…. 한숨을 폭 쉬고,
도련님이 지낼 방으로 끙끙, 짐을 들고 향해본다.)
검소하게 꾸며진 방에는 주인의 취향을 담은 가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이 방은 가문 주인들이 어릴 적 한 번씩 머물고 가는 공간입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방은 큰 주인님의 방이었고, 수십 년 후에는 도련님의 자식이 이 방을 쓰고 있겠죠.
현재가 먼 과거가 될 때쯤, 당신은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이스피어 틸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도련님의 짐에서 문득 낯선 물건을 발견합니다.
안에 든 건 없지만, 애초에 도련님이 이걸 챙겨온 이유가 짐작되지 않습니다.
평소 사냥을 즐기는 것 같진 않았는데 말이죠.
이스피어 틸다:(이상한 표정으로 지켜보다, 화살통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고 가볍게 짐을 풀어 정리해둔다. 그리고 커튼을 닫아두고, 미리 준비한 향초까지 두고. 아까 입구 근처에서 꺾어온 꽃 몇 송이도 옆에 장식하면 완벽!)
(콧노래를 부르며 혹시라도 먼지가 쌓인 곳은 없는지 꼼꼼히 검사하고, 이곳저곳을 가볍게 청소한다. 현재가 먼 과거가 될 때쯤의 얘기는…. 당장엔, 생각하지 않는다.)
(더 둘러볼 곳은 없겠지?)
물론, 주인들이 방문하지 않는 동안에도 관리하고 있었겠지만. 당신의 손길에 방이 한층 더 깨끗해진 것 같습니다.
이스피어 틸다:(그렇다면 방을 나서, 이번엔 자신이 머무를
사용인 방으로 향해보자.)
그리고 사용인의 방으로 향하던 중... 문득,
큰 주인님의 방
이 눈에 보이네요.
본가 저택에서도 큰 주인님의 방은 아주 소수의 사용인들만 드나들던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습니다.
물론, 가문의 얼굴 되는 몸이시니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사용인의 손길이 필요한 건 당연합니다만...
이스피어 틸다:(순간 발걸음이 멈추었다.
본능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러니까, 큰 주인님의 방이라 하면….)
(…어쩌면 도련님을 호수에 밀어버리라 하신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꿀꺽, 마른 침을 삼킨다. 입 안이 바싹 마르고 괜히 손끝이 움찔거리는 기분. 그러나 눈빛은 숨길 수 없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
(저항할 수 없이 발걸음은 큰 주인님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곳은 도련님과 저 뿐밖에 없잖아요. 그런 변명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스피어 틸다:(조용히. 또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방문의 문고리를... ... .
이잇!!!
에~라이! (놓았다!)
열쇠로 단단히 잠군 모양이네요. 퉷! 다음을 기약합시다.
이스피어 틸다:내가 진짜 드러워서…. (무어라 무어라 혼자 중얼거리며, 퉷! 다시
사용인 방으로 쿵쿵 걸어가기 시작했다.)
넓은 사용인 방에는 침대가 여럿 놓여 있습니다.
긴 세월 사용하지 않은
촛대
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누가 챙겨온 것인지 모를 낡은
책더미
가 한구석에 모여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먼지 쌓인 촛대를 찡그린 얼굴로 톡 건드려본다.)
이스피어 틸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녹슨 건 물론이거니와 촛대 아래에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습니다.
손으로 문지르면 그 검은 그을음이 가루가 되어 아래로 뚝뚝 떨어집니다.
뭐랄까... ... 곰팡이라고 확정짓기엔 애매하네요.
이스피어 틸다:(찝찝한 표정으로 멀찍이 떨어진다. 좋은 저택이면 사용인 방도 좋아야지! 정말이지…. 중얼거리며, 이번엔 책더미를 살펴본다.)
이스피어 틸다: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랑 얘기를 담은 유치한 로맨스 소설이 대부분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래로 누렇게 바랜 종잇조각 세 개가 뚝 떨어집니다.
젠장, 스콜! 큰 주인님 방 열쇠를 잃어버렸어. 저택에 소식이 닿지 않게, 열쇠공을 불러줄 수 있을까?
에린스 네 멍청함이 독이 될 날이 올 줄 알았다니까. 부엌 밀가루 포대를 치우면 벽에 작은 구멍이 있을 거야. 그 구멍 속 유리병이 있고, 유리병에 열쇠들이 있으니 그걸 먼저 사용하도록 해.
고마워, 스콜. 그보다 너 혼자 도련님을 모실 수 있겠어?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니시니…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전서구 날려, 친구.
이스피어 틸다:~. (입꼬리가 w 모양처럼 꾸물꾸물 변했다.)
오호라~.
후후….
여기서 언급된 '도련님'은 당신의 '도련님'이 맞을까요? ... 만약 다른 도련님이라면... 가족 성격 한 번 유별납니다.
이스피어 틸다:흠~. (고개를 끄덕이고 원래 있던 자리에 종잇조각을 돌려놓는다.)
우리 도련님의 까탈스러움은 유전인 걸지도…. (중얼거리며, 식당과 부엌으로 향한다.)
별장에 머무르는 동안 당신이 하루에 세 번은 족히 드나들 공간입니다.
다녀간 고용인들이 재료 손질과 청소는 모두 끝내둔 상태입니다.
이스피어 틸다:흠. (허리에 손을 착 짚은 채 안을 둘러본다. 청소는 잘 되어있고, 재료도 다 손질되어 있으니. 꾸물꾸물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곤.)
(곧장 밀가루 포대를 치워 안에 구멍이 있는지 살펴본다.)
쪽지 내용대로 밀가루 포대를 들면 작은 구멍이 보이고, 그 구멍 속에는 유리병이 들어있습니다.
으악!!!
척 봐도 수십 개가 넘어 보여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맙소사.
무게는 얼마나 묵직한지... 아니, 이걸 어떻게 유리병에 넣을 생각을 한 거예요?!
…하아, 됐어. 이걸 또 언제 찾아봐. (한참을 노려보다가, 결국엔 밀가루 포대 뒤에 다시 숨겨놓았다. 오늘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내일부터 차근차근 하나 둘 맞춰보아야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이제 마지막, 도련님이 계실 정원으로 향한다. 무얼 하고 계시려나.)
간간히 관리되긴 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는지 낡은 분수에는 이끼가 조금 끼어있고, 연못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낙엽이 떠다닙니다.
무성히 자란 나무와 꽃들이 짙은 풀내음을 남깁니다.
어느 책에서 본 비밀의 정원이 실존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도련님
은 정원에 놓인 하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저벅, 저벅, 걸어가며 주변을 휘 둘러본다. 묘하게 빛 바랜듯한 광경들. 적막하고, 저녁 어둠이 지기 시작하면 묘하게 스산한 순간들이 있을 것만 같다. 그런 시선 끝에 걸린 건 마치….)
(시체처럼 눈을 감고 누워있는 당신.)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 했다.)
─도련님!
도련님, …주무세요?! (탓탓 치마를 부여잡고 뛰어오듯 걸어와,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당신의 간절한 외침에도 도련님의 굳게 닫힌 눈은 열릴 생각이 없어보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자꾸 빨리 뛰던 그 때.
아이작 딜라이트:시끄러... ... (중얼거리며 또 지나치게 가까워진 거리를 벌리듯 당신의 얼굴을 꾸욱 밀어낸다.) 잘 자고 있는 사람을 왜 깨우고 난리야?
…….
아잇! (벌떡 일어서서 당신의 손을 피했다!) 이게 다 도련님이 너무 조용하게 잠드신 탓이잖아요! (그게…. 잘못인가?)
슬슬 날이 추워지고 있어요. 이제 돌아가요오.
(그리고는 슬쩍, 손을 뻗어 당신의 손등 위로 손을 덮어본다. 차갑나?)
아이작 딜라이트:유난 좀 떨지마... . (평소보다 배는 피곤해보이는 낯. 좀 더 자고 싶은지 눈을 한참이나 뜨지 않다가 느릿느릿 눈을 뜬다. 그의 체온은 살짝 서늘하다. 그렇지만 그저 찬바람을 오래 쐰 느낌일 뿐, 심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그의 손에
거즈같은 것이...)
배고파. ... 저녁 준비는 됐어? (별다를 것 없는 질문인데 이상하게 화제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스피어 틸다:안 그래도 저희 둘밖에 없는데, 감기라도 걸리셨다가는…. (평소처럼 조잘거리다가, 어라? 거즈같은 게 손끝에 걸리자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다른 손은 살며시 당신의 소매를 걷어보려 하는 데까지 이른다.) 잠깐만요, 도련님.
혹시 어디 다치셨어요?
아이작 딜라이트:감기 걸려봤자지. (답하다 당신의 손길이 아주 대담해지자 이것봐라? 하며 손을 저지한다.) 이게 아주 틈만나면... ... ... . 너 지금 저녁 준비 안해서 시간 끄는거지. (딱콩!) 빨리 가서 준비 안 해? (다시금 손을 거둔다. 다만, 분명... .
피가 밴 것 같았는데.)
이스피어 틸다:아니, 그게 아니라요, (말하지만,) 아야! (…맞았다! 끙끙, 맞은 이마를 두 손으로 부여잡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물론 준비를 안 한 건 맞지만…! (말하다 괜히 심통이 나서 당신을 노려봤다.)
…몰라, 도련님 미워요! (벌떡 몸을 세워선 뒤돌아 쿵쿵 자리를 벗어난다.)
…….
드시고 싶으신 메뉴 있으세요?! (저 멀찍이서.)
아이작 딜라이트:(몇 번을 겪어도 황당한 애다. 생각하며 늘 그렇듯 성의없는 투로 툭 던지듯 답한다.) 감자스프. (하여튼 꼭 보양은 커녕 배도 제대로 안 찰 것 같은 메뉴를 댄다.)
이스피어 틸다:감자스프에, 파스타는 뭐가 좋으세요! (에피타이저……. 메뉴 쯤으로 생각한 모양.)
아이작 딜라이트:... ... ... 감자스프. (왜 뭘... 정하라고 하지? 이해 못하는 낯.)
이스피어 틸다:……. (우뚝 멈춰섰다.) 감자…. 파스타요?
아이작 딜라이트:.........감자......... 스프. (스프.)
이스피어 틸다:(점점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 되어가는 이스피어.)
……일단? 알겠어요! (슉 사라진다.)
눈부신 노을이 하얀 게넷 저택을 붉게 물들입니다.
저택 너머의 숲에선 이름 모를 새들이 째르륵 울어댑니다.
부엌에는 채소와 빵, 곧바로 먹을 수 있는 치즈나 말린 고기 등 식자재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우선은 도련님이 먹을
감자스프와, 아니, 설마 스프만 먹고 끝나겠어? 그렇게 먹으면 성장기의 몸이 버티지 못한다구욧! 하는 심정으로 따끈하게 빵을 뎁히고, 치즈와 말린 고기도 좀좀따리 챙겨 한가득 상을 차렸다. 기분껏 평소에는 손도 못 대는 와인도 하나 뽕~ 따서 도련님의 자리에 따라두었다.)
(이제 도련님만 오면 완. 벽. !)
하나 물어볼까요?
저는….
<어떤> 미소녀죠?
바로 저는,
요리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훗!!!!!!
오호호홋!!!!!!
당신은 완벽한 미소녀였기에 요리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도련님을 향한 사랑을 듬뿍 담아 만들었어요 ♥)
이스피어 틸다:(치즈 뿐만일까? 당근도 야채도 다 하트 모양이다.)
오늘의 주인공..................... 등장~~~~~~!
후훗... 역시 당신의 플레이팅에 감동한걸까요? 코쓱이군요.
이스피어 틸다:(코쓱…. 당신이 앉을 자리의 의자를 빼고 뒤에서 기다린다.) 도련님? 앉으세요.
쓸데없는짓........ 하지 말랬지!!!!!!!!! (볼 쭈와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
(하지만 이번엔 정말 억울했다! 눈물을 글썽글썽 매달고 가련한 포즈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치만! 재료가 있어서 만든 것을! 스프만 먹으면 배고프잖아요! 도련님은 여기서 더 커지셔야 하는데!!!
아이작 딜라이트:이미 충분히 컸어... ... . (병약한 몸임에도 건장한 제 또래나, 사용인들보다 한뼘은 큰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거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네가 힘들게 하지만 않아도 좀 더 클 수 있을 것 같다. (틈만 나면 잔소리.)
이스피어 틸다:(훌쩍…. 뺨을 부여잡고 의자를 뺀 채 당신이 앉길 기다렸다. 너무해.) 그렇지만, 도련님은 아직 어리시잖아요. 남자들은 어른이 되고서도 쑥쑥 큰다 하였는걸요?
아이작 딜라이트:... ... 누가 그래? 다른 견습 집사놈들이 그러나? (자존심을 세우려고 별 짓을 다하는군. 이라고 생각하며 여유롭게 칼질을 시작했다. ... 이건 또 뭐야. 중얼거리면서 하트... 를 반으로... 죽... 죽 찢으면서 먹는다.)
이스피어 틸다:제임스 집사님도 그랬고, 토마스 집사님도 그러셨어요. 그러니까 도련님은 더 크셔야 한단 말이에요. (둘 다 이스피어보다 4~5살은 많은 견습 집사였다. 옆에 서서 당신이 하트를 죽…. 죽…. 찢는 모습에 표정이 점점 심통이 났다.) …제 사랑이 담긴 음식이니까 더 소중히 드셔달라구요! (결국 왁!)
아이작 딜라이트:아~. (둘 다 그보다 두 뼘은 작았다. 이스피어와 비슷... 혹은 살짝 컸던가. 그러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대충 이해했다는 듯 더 묻지 않았다. 비웃음이 잔뜩 걸린 얼굴을 보건데,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속은 뻔했지만...)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면 씹어야되는 건 똑같은데 무슨 상관이야. ... 그리고 음식을 어떻게 소중히 먹어? 와. 너무 고맙다. 이러고 한 입씩 먹으라고? (또 투닥투닥...)
이스피어 틸다:(그런 당신을 뒤에서 한-참 노려보다가, 괜히 티가 나지 않게 의자를 주먹으로 사알짝 때렸다!) 못된 얼굴. 그리고 못된 입, 주인님! …이러다 나중에 오시게 될 아가씨가 하얗게 질려서 도망가면 어떻게 하시려구요. (한숨을 폭 쉬었다.)
아이작 딜라이트:언제부터 내 결혼사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핀잔에도 신경도 안 쓰고 계속 먹는다. 의자가 흔들리는걸 눈치채지 못한건지 돌아보지도 않는데 그게 마치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았다...) 귀족들 결혼이야 거기서 거긴데 그쪽도 나만큼이나 문제 많은 양반일테니 도망가주면 땡큐 아닌가. (무신경하게 중얼거리고선.) 뭐. 혼담이 오가기라도 하면 다행이겠네. (감정없이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게. 그의 예민한 성정을 버틸 아가씨도 없을테지만 무엇보다. ...파티 내내 자리를 지켜본 적도 없는 소문의
병든 닭이란 별명의 도련님에게 누가 귀한 달을 보내고 싶어할까. 엄한 가문에 돈만 노리고 제 아들을 넘길만큼 그의 아버지 또한 자존심을 꺾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의 삶에서 결혼은 없을 것이다. 너무나 쉬운 계산이었다.)
이스피어 틸다:(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자신보다 어릴 것이 분명한 요 작은-사실은 큰-도련님은 왜 이렇게 염세적인 생각으로 가득가득 차서…. 그게 좀, 많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모시는 주인이신데.) …당연하잖아요! 저는 도련님을 모시는 시종인걸요! (괜히 볼에 바람을 넣어 부풀렸다.) 그래도 기껏 오시는 분껜 친절하게 대해드리란 말이에요. 혹시 또 몰라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살금살금 맺혔다.) 도련님이 그 아가씨께 홀-딱 반해버리실지. (이런 과장된 행동들이 습관처럼 굳어진 게 언제였더라. 아마 당신을 마주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 자꾸만 가라앉는 당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고 싶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을 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작 딜라이트:그쪽이 나한테 반할 일이 없는데 무슨 상관이야. (성의없이 답하며 음식을 우물거렸다.) 뭐. 차라리 잘 됐지. 귀찮은 일도 없을테고. (귀찮다니. 집안 어른들이 들었다면 아주 큰코다쳤을 발언이었다.) 큰일난 건 내가 아니라 오히려 너 아냐? 주인이 결혼 안 하면 그 시종도 결혼 못 해. 알지? (그런 법이 생겼었나? 언제부터? 묘한 웃음기가 당신을 놀리려는건지, 아니면 진심인건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스피어 틸다:(그 말엔 조금 울컥했다.) 반할 일이 없긴 왜 없어요! 저희 도련님은 말투와 태도가 좀 많이 얄밉긴 하지만 얼굴도 잘생기셨고, 키도 더 크실 거고, 그리고 또 어, 또 뭐가 있지…. (곧 입을 다물어버렸다. 끙끙대며 고민하던 끝에 이스피어가 깜짝 놀란 건 이어진 말에서였다. 묘한 말, 묘한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스피어의 입술이 서서히 벌어지더니….) …
그런 법이 어디있어요!!! (왁!)
아이작 딜라이트:끝이야? (아주 턱까지 괴고서 더 말해보라는듯 들고 있던 포크 끝을 까딱거렸다. 이것 또한, 집안 어른이 보았더라면 한 소리 들을만한 행동이었다.) 여기 있지. 어디있어? 어딜 주인도 못 간 결혼을 홀랑 떠나려고. 그리고 넌 상관없잖아. 어차피 결혼할만한 사람도 없을텐데. (비뚜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거, 비웃는거지?!)
이스피어 틸다:또, (입술을 달싹였다. 집중하는 시선 탓에 당신의 얼굴이 아주 뚫릴 지경이었다. 미묘하게 얼굴이 가까워진 것 같기도.) 키도 크시고…. (아까 했잖아?) 저희 도련님이 성격만 이러지 인물은 참 잘나신데…. (갑자기 한탄? 비웃는 얼굴에 입술이 뾰족 튀어나오긴 했지만 말이다.) 주인님의 결혼 사정과 시종의 결혼 사정은 별개 아니에요?! 거기다 도련님이 모르셔서 그렇지, 저는 이래봬도 마을에서 인기 많은 아가씨였답니다? (찰랑-.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아이작 딜라이트:(불쑥 얼굴이 가까워지면 뭐. 뭐야. 중얼거리며 목을 살며시 뒤로 뺐다.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긴 했지만... . 뭔가 뺨이 좀 붉... ... 어 지려는 것 같았는데 한숨 소리 듣고 다시 눈썹이 불만스럽게 휘었다.) 오. 그래? (성의없는 투로 답한다. 탁. 탁. 포크 끝으로 음식을 뒤적거린다. 그 만큼이나 곱게 자란 도련님이라면 일곱살도 안 할 만한 식사예절이었다.) 그래서. 점찍어둔 사람이라도 있다, 이거야?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예절이요! (그리고 그런 행위를 지적하는 것도 이스피어의 역할이었다. 또 무엇에 심통이 나셔서 이러실까. 물론, 집안은 워낙 답답하니 아무도 없는 이런 때에 '조금쯤'은 풀어지셔도 좋을 일이긴 하시다만…. 다시금 한숨을 폭 쉬며 이번엔 당신의 의자에 팔을 살며시 기대며 무게를 앞으로 실었다.) 아-니-요. 기왕이면 어디, 멍청한 귀족 남자 하나 잡아서 떵떵거리며 먹고살고 싶은데 말이죠. (의자 등받이 위로 뺨을 기댔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내려 당신의 어깨를 찔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늙은 남자는 싫어요. 잘생겼으면 좋겠어. 그런 남자 어디 없을까요?
아이작 딜라이트:뭐 어때. 여긴 너랑 나 말곤 없는데. (이거 좀... 문제 될 수 있는 발언 아닌가? 다만 발화자 본인은 자각이 없는 것 같다. ... 그리고 아마 청자인 당신도 자각하지 못하겠지. 계속해서 음식이나 뒤적거리며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가. 정적을 깬다.) 그럼. ... ... ...
나나 한 번 꼬셔보던가.
이스피어 틸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아까도 제 사랑-이 담긴 음식을 죽죽 찢으시질 않으시나…. (말하다가, 깨지는 정적. 순간 휘둥그레 뜨인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라? 설마 이건,)
도련님을요?
(또다시 정적, 그리고.)
─알겠다. (눈이 가늘어졌다. 허리를 바로 세워 일어서며.)
이걸 빌미로 저를 저택에서 내쫓으시려는 거죠! (그리고는 당신에게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저번에 차를 엎은 일은 죄송하다고 계속 사과드렸잖아요~. 기타 등등.)
아이작 딜라이트:(덜컹. 당신이 일어나는 소리에 그의 몸이 움찔댔던 것 같다. 얼핏 목덜미가 붉었던 것 같은데, 열이라도 있나? 그리고 당신이 쏟아내는 말에 그만.) 뭐? (평소보다 배는 험악하게 인상을 팍! 구겨버린다.) 너는 진짜. (뭔가 잔소리같은 걸 쏟아내려다 이만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됐어. 말을 말아야지.
입맛이 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도련님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더 드시지 않으시구요!
이런. 역시나, 접시에는 음식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네요. 특히나 육류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작 딜라이트:그런 쓸데없는 짓할 시간 있으면 따라와. (복도에 놓여져 있던 오일램프를 쥐고 당신을 돌아본다.) 게넷 호수에나 가볼 참이니까.
이스피어 틸다:이러다가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같은 말을 하지만, 하아. 당신의 뜻을 자신이 어디 꺾어본 적이 있었던가. 입술을 삐죽이다 결국 발소리를 쿵쿵 내며 당신에게 향했다.) …
호수로요? (잠시 멈칫거렸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그 아이를 밀어버리렴. 기분 나쁜 문장이 떠오른 탓에.)
…꼭 거길 가셔야 해요? 이제 곧 날도 어두워지는데….
아이작 딜라이트:싫어? 그럼 그냥 나 혼자 가고. (어어? 그렇게 말하더니 아예 코너를 돌아 눈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갔다가 물에 빠져서 못 돌아오면 알아서 해~.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농따위를 던지고서.)
이스피어 틸다:(옷자락을 몇 차례 부여잡다 놓기를 반복하다가. 끝내.)
─도련니이이임~!!! (눈물을 찔끔! 매달고 쫑쫑 뒤따라갔다.)
당신과 도련님은 부엉이가 울어대는 까만 밤, 단둘이 숲속을 걷습니다.
램프 빛에만 의지해 걸을 수 있는 친절한 숲이 아닌지라,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투닥거리며 십 분 정도 느릿하게 걸으면, 아름다운 게넷 호수에 도착합니다.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호수는 시야에 겨우 다 들어올 정도로 너르고, 고요합니다.
다시금 큰 주인님께서 주신 쪽지 내용이 아른거립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달빛이 좋네. 여기서 쉬었다 가자.
저 아이를 달빛 일렁이는 호수에 밀어버리렴... .
태평한 소리를 중얼대는 도련님은 오일 램프를 두고 잔디 위에 풀썩 앉습니다.
이스피어 틸다:네, 네?! (아름다운 광경에도 다소 초조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당신의 말에 어깨를
움찔 떨었다. 하지만 두 손을 모아잡은 채 깜짝 놀란 것이 무색하게도 당신은 그냥 잔디 위에 풀썩 앉은 상태였고. …괜히 무안해진 이스피어는 그런 당신을 어둠 안에서 몰래 노려보다, 치맛자락을 정리하며 옆에 풀썩 따라앉았다.)
추우시진 않으시구요?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을 흘끔 보고서.) 추우면. 벗어줄 건 있어? (아무래도. 없다.)
이스피어 틸다:……. (하지만 이쪽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
(치마를 살짝 들어보였다.) 이거?요.
아이작 딜라이트:및, (혀 씹었다.)
미쳤어?!?!!?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아이작 딜라이트:이게 진짜, 나를, 주. 주인을 뭘로 보고. (눈에 띄게 당황한 투다.) 발랑까져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선... ... ... 쭈와아아아아아아악!!!!!!!!) 날 얼마나 물로보는 거야...!!!! (당긴다!!!!!)
이스피어 틸다:아니, 제가 무슨 발랑까졌닥, (말하다가, 쭈와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악!!!!!!) 뭐가! 뭐가 문젠,데요! 저는 그냥 도련님을 걱정하는 마흠에서허…!!! (버둥버둥바둥바둥거렸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레 당신을 밀쳐내려 하고, 벗어나려 하다 뒤로 풀썩 누워버리고 만다.)
아이작 딜라이트:―엇, (그리고 이쪽도. 찰나의 순간에 중심을 잃고... . 당신을 덮치듯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얼굴이 가깝다. 지나치게? 다만 이 '도련님'께선 이 상황이 적잖이 당혹스러우신지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안 비키세요? 그렇게 묻고싶어 질 만큼.)
이스피어 틸다:아야, 아, 아파, 아파아아, (눈물을 달고 쫑알대며 뺨을 부여잡은 채 좌우로 바둥거리려 몸을 굴리려 했는데, 어라? 발버둥치던 몸이 뭔가에 막혔다. 시선을 움직여보면, 그러니까.
자신의 위를 덮친 당신의 몸이….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생각이 멈췄다.)
(쏟아지는 달빛을 등지고 있는 당신의 당혹스러운 얼굴, 가까워진 눈. 닿는 숨결. 조금만 고개를 움직이다간 닿을 것만 같아서…. 빳빳하게 굳은 채 더듬거리며 입술을 열었다.) 저, (갑자기 시원하던 공기가 훅 더워진 것만 같았다.) 도…. 련님?
아이작 딜라이트:아. (당신이 평소의 호칭으로 부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단 것처럼 그의 몸이 요란스럽게 제자리를 찾았다. 거의 엉덩방아라도 찧을듯이 급했다.) 미. 미안. (다른 누구도 아닌 그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얼마나 당황했는지는 뻔했다.) 아얏, (그 때, 그가 소릴 내며 바닥을 짚던 손을 급히 든다. 얼핏...
울긋불긋한 게 보였던 것 같은데.)
이스피어 틸다:(순간
이상했던 기분이 스쳤던 것 같은데, 뭐였지? 꼬집힌 것 말고 열이 오를 게 뭐가 있단 말이냐. 하지만 그 상념에 길게 잠겨있을 순 없었다. 급하게 일어난 당신에게서 들려온 소리가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으니까.) 도, 도련님! (생각을 거칠 새 없이 벌떡 일어나 당신의 손바닥을 살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당신의 손을 피고 살갗을 더듬는다.) 베이셨어요? 어디 봐요!
역시. 피가 났나봐요. 손바닥을 들자마자 붉은... ... 어라? 왜,
이미 거즈가 붙어있는거죠?
아이작 딜라이트:(잡혔던 손을 빼내고선.)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 안 써도 돼.
이스피어 틸다:(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니. 이번엔 다시 당신의 손-다치지 않은 쪽-을 덥썩 붙잡았다.) 언제 다치셨어요? …혼자 치료하신 거예요?
아이작 딜라이트:... ... ... 좀 된 거야. 거의 다 나았어. 너랑은 관계 없는 거야. (좀 됐다고? 언제부터? 상처를 들킨 뒤부터 그는 눈에 띄게 시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 ... 춥다. 이만 들어가자. (지금도. 또.)
이스피어 틸다:(서서히 얼굴이 찌푸려졌다. 다만 분노로 인한 것이기보단….
슬픔? 천천히 손에서 힘이 풀어졌지만 그렇다고 붙잡은 손을 놓은 건 아니었다. 당신의 손가락 몇 개를 쥔 채 입술을 달싹이다가.) 숨기시는 거…. 계시죠. 저한테. (정작 자신도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음에도.)
아이작 딜라이트:... ... 세상에 비밀없는 사람이 어디있어. (은근히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았다.) 너랑 관계있는 거 아니라니까. 진짜야. (그의 어조에 드물게 힘이 들어간다. 마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자 하는 자의 목소리처럼.)
이스피어 틸다:(눈꼬리가 밑으로, 또 밑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사춘기라 해도 그렇지, 제가 얼마나 성심성의껏 도련님을 보살펴왔는데요! (잠깐. 갑자기 얘기가 왜 이런 곳으로 가?) 도련님이 이러실수록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다니까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아이작 딜라이트:... ... ... 아니. (진지해지려고 하면 꼭 이런식이라니까. 그러나 그의 표정엔 어딘가
안도도 함께 섞여있는 것 같았다.) 네가 날 오래보면 얼마나 오래 봤다고 난리야? (이마에 살짝. 딱콩. 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저가 할 말은 아니지만.) ... 됐고. 들어가자. 진짜로 날이 쌀쌀해졌어. 계속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
이스피어 틸다:(…서운했던 건 진짜였지만, 어차피 말씀하실 생각도 없어보이니 말이다.
안도 스치는 얼굴을 보면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이마를 문지르다 잡고 있는 당신의 손을 살짝 이끌었다.) 저보단 제 어린 주인님을 걱정해야겠죠. 추우시면 정말, (살며시 장난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제 치마폭으로 따뜻~하게 감싸드릴까요?
아이작 딜라이트:... ... ... 혼나볼래, 아주? 아까 덜 혼났지? (지옥의 집게손을 든다! 묘하게, 그리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이스피어 틸다:(가늘게 뜬 눈으로 바라보다가,
에잇! 그런 당신을 다짜고짜 치마폭을 들어서…!)
(그냥 허리만 끌어안아줬다. 하지만 따끈하죠?)
세상에, 몸이 너무 차가우세요, 도련님! (너스레.)
아이작 딜라이트:?!?! 이거 놔! (바동!)
이스피어 틸다:아무리 도련님이 저보다 키가 크시더라도, 저한테 아직 힘으로는 안됏…! (풀렸다.) ……흠흠.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왔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이 어디였지요?
(딱콩~)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 밤은 서늘합니다.
찬 바람을 너무 오래 쐬었을까요. 몸이 더 얼어붙기 전에 별장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도련님께선 호수를 떠나기 전, 빛무리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무는 수분을 지키기 위해 잎을 떨군다고 해. 그 때문에 낙엽이 지지.”
“생존을 위해서는 전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도련님은 곧바로 별장을 향해 몸을 돌렸으니까요.
그 의미심장한 말은 꿈자리마저 사납게 만들었고... .
다음 날, 당신은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쨍한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고개를 들면 창밖은 해가 반쯤 고개를 뜬 이른 아침, 나뭇잎이 너울너울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 방문을 열지 못했으니, [정원]에서 창을 살필 수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이게 무슨…! (눈이 뜨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주인님의 방으로 달려가려다가, 아차. 그러려면 주방에서 열쇠를 챙겨야 하는구나.
정원으로 향해 창문을 살펴본다. 침입자라도 있는 건가? 도련님께 먼저 가봤어야 했을까?)
정원을 빙 둘러 걸으면 큰 주인님의 방에 난 창이 보입니다.
아니, 이젠 창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박살 난 유리 조각이 정원 아래 한가득 깔려있습니다.
박살 난 유리 사이, 큰 주인님 방의 어떠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스피어 틸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큰 주인님의 방은… 바닥, 벽, 천장. 모든 곳이
피 칠갑
이 되어 엉망입니다.
토기가 올라오는 검붉은 흔적, 방 한가운데에는 정체 모를 까만 덩어리가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혐오스러운 광경에 본능적으로 주춤거리던 그 때.
이스피어 틸다:…누구…!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도련님은 평소와 다름없는 낯으로 창을 살피더니 눈을 가려줍니다.
이스피어 틸다:(뒤늦게,) ─도련님, 보시면…! (당신의 눈을 가리려다가.)
……?
아이작 딜라이트:... ... 이 저택에 산짐승이 자주 들이닥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사실이었나봐. ... ... 사냥꾼과 방을 치울 하인들을 부를 테니 신경쓰지 마.
이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도 연약한 도련님은 태연히 반응합니다.
그는 정원에서 당신을 데리고 나와 잠시 달래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낼 것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산짐승 하나가 날뛰었다고 방 전체가 붉게 물들 수가 있나요?
이스피어 틸다:(더듬더듬, 제 눈을 가린 당신의 손을 매만졌다.) 사, 산짐승이요? 하지만 저곳은….
어긋나고, 틀리고, 상식과 현실 사이 틈이 생기고….
-별장의 괘종시계가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상념을 깹니다.
큰 주인님의 방은 오후에 도착할 다른 하인이 치운다고 하였으니, 우선은 도련님의 일과를 챙깁시다.
이스피어 틸다:(…무슨 정신으로 아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산짐승이 왜 창문을 깨트리면서까지 들어가는 건데요? 도련님은 왜 그걸 보고도 놀라지 않으세요? 이런저런 혼잡한 생각을 하면서도 탁탁탁탁 칼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채소 꼬투리를 암냠냠 먹는 것도 잊지 않았고.)
(아침이니까, 가볍게 계란과 베이컨을 굽고 빵을 따끈하게 뎁혔다. 전날 남은 감자 수프도 새롭게 끓여 김이 솟아오른다.)
조미료통을 꺼내던 그 순간, 그 사이에 숨겨져 있던 [종이 뭉치]가 튀어나옵니다.
이스피어 틸다:…어라? (눈을 깜빡이다 종이 뭉치를 펼쳐 살펴본다.)
스튜, 블랙푸딩, 하기스, 타르트… 종이를 넘기다 보면 유독 자유분방한 필체의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다만 알아보기가 어려워 모국어임에도 해석하듯 글을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모국어)
기준치: |
55/27/11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큰 주인님 방의 열쇠에는 네잎클로버가 새겨져 있단다. 멍청하게 하나씩 맞추지 말고 외우렴.]
일단, 아침준비가 끝났으니 도련님을 불러볼까요?
(그래, 일단은. 조금 탄 계란후라이를 홀라당 먹고 도련님을 찾으러 주방을 나선다.)
(어디에 계시려나?)
아마 도련님은 방에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정원에 있을지도요.
이스피어 틸다:(그럼 우선은 도련님의 방으로 향해보자. 걸음이 조금 급하다. 수프가 식으면 안되니까!)
아이작 딜라이트:뭐야? (보자마자 한다는 말 꼬락서니하곤...)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하지만 저런 말투에는 익숙하니까. 살며시 열린 문 안쪽으로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 제 사랑을 듬뿍 담은 아침이 다 되었답니다. 그런데 큰 주인님의 방은 다 치워졌대요?
아이작 딜라이트:여기까지 오는데에 시간이 좀 걸리니까. ... 그래도 한시간 뒤 쯤엔 도착할거야. 왜? (아침식사에 대한 당신의 설명은... ... ... . 가볍게 무시했다.)
이스피어 틸다:그냥요. 궁금해서…. (눈을 옆으로 데구르르 굴리다가, 이번엔 팔 한쪽까지 스으윽 밀어넣었다.) 아무튼, 아침 드세요! 많이 배고프시죠?
아이작 딜라이트:... 뭐어... ... . (대답이 이상하다.)
도련님은 몇 입 채 먹지 않고 식기를 내려둡니다.
별장으로 출발할 때부터 느낀 바인데, 작은 주인님께선 평소보다 몸 상태가 더 나빠 보입니다.
그는 음식을 대부분 남기곤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 아직 여독이 덜 풀렸나 봐. 오늘 하루는 방에서 책 읽으면서 쉴거니까. 종을 울릴 때마다 간간히 와.
이스피어 틸다:(저 남긴 음식은 다 자신의 것이 될 텐데 원래라면 먹보 이스피어에겐 좋아해야할 일이었는데. 괜히 서러운 마음만 가득하다.) 네에, 도련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기운 없이 당신을 보낸다.)
그렇게 도련님은 자리를 벗어나고. 당신은 다시 자유시간을 찾습니다.
일단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큰 주인님의 방인데...
이스피어 틸다:……에잇, 진짜! (혼자 소리치며 도련님이 앉아있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아 와구와구, 남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있는데 왜 안 드시는 거냐구! 괜히 서러워서 배가 통통해질 때까지 먹다가.)
(어느 정도 음식을 먹어치우면 남은 그릇들을 노려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열쇠를 찾으러 간다. 클로버 모양이 그려져있다 했지.)
(그걸 찾아서 큰 주인님의 방으로 향해보자.)
이걸 사용하면 큰 주인님 방의 문을 열 수 있다고 했죠.
열쇠가 알맞게 들어가고, 곧
끼익
, 오래된 목재 문이 열립니다.
아침에 맡았던 비릿한 혈 향이 코를 찌릅니다.
창틈 사이로 보았던 끔찍한 광경은 그대로 입니다.
덕지덕지 피가 엉겨붙은 천장, 벽지, 바닥... .
도련님은 산짐승의 짓이라고 했지만, 당신은 서너 초도 지나지 않아 알아차립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시선을 옮기면... [검붉은 덩어리]가, 피가 스며든 고풍스러운 마호가니 탁자 위로 [깃펜]과 [종이 더미]가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벽지 사방으로 붙여진 [초상화]는 이전 가주의 얼굴들이나 피로 훼손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듭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코를 틀어막은 채 역겨운 내부를 둘러보았다. 윽, 토할 것 같아….)
(먼저는 검붉은 덩어리를 눈으로 살펴본다. 피…. 핏덩이인가?)
아마 당신의 허리께 높이의 작은 산짐승'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스피어 틸다:(주변을 둘러보다 굴러다니던 펜같은 걸로 쿡쿡, 찔러본다. 어떤…. 어떤 짐승에 가깝지?)
죽은지 얼마 안 되어 그런 건지, 아직도 딱딱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동물이었는지 알아보긴 어렵지만,
화살촉에 꿰뚫린 상처
가 보입니다.
…….
(문득 도련님이 가져오신 화살통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다음으로는 깃펜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코를 막은 채.)
이 깃펜은 당신의 한 달 치 삯보다 값비싸 보이는 고상한 깃펜입니다.
이스피어 틸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가 군데군데 묻어 알아차리기 힘들었으나, 펜촉에 자그마하게 이름이 새겨져 있군요.
이스피어 틸다:…주인님의 이름이, 왜…? (아니 잠깐. 잠깐만. 그렇다면.)
헉!
…….
(사삭. 삭. 사사사사사삭!!! 급하게 제 치맛단으로 깃펜에 묻은 피를 닦았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한숨을 폭 쉬며 깃펜을 손에 소중히 쥔 채, 이번엔 종이더미를 살펴본다.)
어린아이가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듯한 낙서들이 한가득한 종이 더미입니다.
바랜 종이를 하나씩 넘겨보면 오른쪽 아래 끝에 ‘실패’란 글씨가 드문드문 적혀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그런 뒤 이번엔 초상화로 시선을 돌렸다. 저건 아무리 봐도
누군가가 저렇게 만들어놓은 것 같은데….)
역대 가주들의 초상화가 한쪽 벽면 가득 걸려 있습니다.
아름답고 기품있는 액자와 유화 그림은 피로 훼손되어 원형을 알아보기 힘듭니다.
이스피어 틸다: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윽, 징그러워…. (눈 질끈!)
낯선 얼굴들이 많습니다. 당신의 작은 주인님도 이 벽지에 얼굴이 걸리겠지요.
체감상 긴 시간 동안 방을 살폈습니다. 도련님은 여전히 독서 중인 걸까요? 이어…
이스피어 틸다:…헉, (숨을 들이키며 깃펜을 꽉 쥐고 어깨를 움츠렸다.)
(뭐지? 누가 여기에…. 아, 방을 치울 시종들인가?)
네, 네! (조용히 문쪽으로 걸어가 문고리에 손을 올린다.)
걸음걸이와 명랑한 목소리는 당신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줄리:어머, 이스피어! 이 무시무시한 곳에서 뭘 하고 있던 거야? 다른 하인이 청소하겠단 얘기를 분명 전달해 줬을 텐데!
줄리네요. 당신과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하인으로, 별장 가까운 곳에 지내고 있다고 했죠.
이스피어 틸다:(조용히 깃펜을 등 뒤로 숨기고,) 줄리!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얘기는 들었는데 잠시 무슨 일인지 살펴보려 했지. 혹여나 들짐승이 남아있다면 도련님께 위해가 될 거 아니야? (으쓱.)
너 혼자 치우러 온 거야?
최근들어 도련님께서 종종 찾았던 하녀. ...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도 원래는 줄리의 역할이었죠. 당신이 그와
거래
를 하기 전까진요.
줄리:이 짐승을 옮기느라 몇 분이 더 오긴 할텐데, 내가 먼저 도착했어. 도련님께서 어제 편지를 전해주셨거든. (
어제?) 오자마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천천히 왔을텐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스피어 틸다:(고개가 기울어졌다.)
어제? …어제 무슨 편지를 보내셨는데? 헉! (깜짝 놀랐다!) 설마 내 음식이 마음에 안 드셨던 건가? …하지만 내 요리는 맛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지?)
줄리:글쎄에... 왜 부르신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이쪽도 골똘히 생각하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 곧.) 아. 혹시 ... ...
내가 마음에 드신 거 아닐까? (명랑하게도 경거망동한 소릴 늘어놓는다.) 최근에 도련님께서 날 자주 호출하셨거든. (후후. 웃음소릴 내며 고개를 살짝 처들었다.) 귀족 도련님들이 하녀 하나 끼고 노는 것 정도야 흔한 일이니까. (도덕적인 결함도 조금.)
이스피어 틸다:(순간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진 채 줄리를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 거람? …말이 안 되지 않나.
이런 애에게, 도련님이? 싸늘하게 가슴 속이 식어가는 것만 같아, 이스피어가 부러 눈을 접어 웃었다.) 도련님이? 그래?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조금, 많이.) 믿기지가 않네. (어? 지금 뭐라고? 당신이 그리 되묻기 전에 자연스레 말을 덧붙였다.) 그나저나 줄리, 저 초상화 보여? (몸을 돌려 줄리에게 초상화를 보여준다.) 어떤 분이 그려져 있었을까? 큰 주인님이신 걸까?
줄리:뭐야아, 너 질투하니?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유독 거슬린다. 아마 농담이겠지만.) 으음~. (당신의 질문에 초상화를 빤히 바라보다가.) 어라? (소릴 내더니 고개를 갸우뚱.) 우리가 배운 가주 분들 수보다 초상화 개수가 좀... 많지 않아? 유년기 시절까지 다 거신 건가?
아무튼. 오늘 일은 너무 신경쓰지 마. 이 별장은 원래 작은 주인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기괴한 일들이 일어난다더라. 산짐승 사체가 발견되거나, 하인들이 실종되거나. 그런 거. (으으. 소름끼쳐. 말하며 제 팔뚝을 감싸 안았다.)
참! 혹시, 에린스 님이랑 아는 사이였어? (갑작스럽게 새로운 이름을 꺼낸다.)
이스피어 틸다:(입꼬리가 떨어져 일자를 그렸다. 때마침 줄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때였다지만.) 질투는 무슨. (입꼬리만을 살며시 끌어 올리며 중얼거렸다가.) 그런가?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다시 고개를 돌려 초상화를 한참 보다가.) 그래? 저택 근처에 이렇게 짐승들이 많거나 한 줄 알았으면 오지 말 걸 그랬나봐. …아니, 애초에 이렇게 위험한 데에 작은 주인님들을 보내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한숨 폭.)
…'에린스' 님이 누구신데?
줄리:우리 저택에서 아주 오래 일하시고, 지금은 남부 성에 홀로 지내시는 분이라던데... ... 암튼, 너한테 꼭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어. (라며 주머니에 있던 작은 쪽지를 건넨다.)
이스피어 틸다:나…. 에게 말이야? (묘한 표정으로 줄리가 건네진 작은 쪽지를 받았다.)
(에린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억을 더듬다보면, 당신은 별장에 오기 전의 짤막한 설명 속에서 그의 이름을 찾습니다.
아마 큰 주인님과 함께 이곳에 왔던 하인이 아니었을까요?
이스피어 틸다:…아무튼 전해줘서 고마워, 줄리. 청소 열심히 해! 나도 이만 할 일을 하러 가볼게. (쪽지를 쥐고 인사를 남기며 큰 주인님의 방을 빠져나온다.)
(도련님이 계시는 방으로 향하며 쪽지를 펴 내용을 살펴보자.)
당신은 줄리를 두고 도련님이 계신 방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줄리는
에린스 님께서 편지를 확인한 후 반드시 불에 태우라
고 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건네고, 일을 시작합니다.
정갈하게 포장된 평지 봉투 속, 짤막하게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아주 급히 휘갈겨 쓴 티가 납니다.
꺼림칙한 구토감이 몸집을 키우고, 형태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차오릅니다.
어서 도련님을 처리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져 속이 메스껍습니다.
이스피어 틸다:─꺅! (소리치며, 급하게
쪽지를 구겨 손 안에 쥐며 당신을 돌아보았다. 깃펜도 함께 쥐어진 채.)
아이작 딜라이트:왜 여기서 넋놓고 있어? 종 소리 못 들었어? (딸랑딸랑. 시종을 부르기 위한 작은 종을 아예 직접 가지고 나와 당신의 앞에 흔든다.)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그. 그, 그게. (땀이 삐질 흐르는 기분이었다. 어떡하지? 에린스 님께서 쪽지를 불에 태우라 하였는데. 눈치를 보다 급하게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처, 청소를 좀 하고 오느라요…. (종소리에 삐질삐질 눈을 옆으로 굴렸다.)
아이작 딜라이트:... 뒤에는 또 뭘 숨기고. (또 잔소리 폭격을 해대나 싶던 그때.) 아.
줄리는 왔어? (직접 편지까지 써서 불러냈다는 말이 진짜인지, 이름을 부르는 어조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이스피어 틸다:……. (쪽지로 인해 잊고 있던 사건이 다시금 떠오르고, 그에 딸린 미묘한 감정도 풍선처럼 두둥실 하늘로 올라갔다.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줄리의 이름이…. 왜 이렇게 싫게 들렸을까? 순간 뾰족한 마음들이 가득 넘쳐나 저도 모르게 당신을 날카롭게 보다가, 땅으로 시선을 콕 박았다.) ……네. 왔어요. 도련님께서….
…도련님께서 어제 부르셨다면서요? (자신도 모르게 건방진 말을 하고 말았다.)
아이작 딜라이트:그랬지. (다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는 왜인지 참. 편안해보였다. 얄미울 만큼이나.) 지금 아래층에 있나? (위치를 확인하는 투가, 마치 당장이라도 내려가 얼굴을 보러 가겠다는 양 아주 적극적이었다.)
이스피어 틸다:(순간 제자리에 서있는 당신이 바로 줄리에게로 향하는 것만 같아서,
덥썩. 무엄하게도 당신의 팔을 붙잡고 말았다. 그 행동에 스스로 놀라 어깨를 움찔거렸음에도, 또 손을 놓진 않았다. 우물쭈물거리다 입을 열어 말하길.) 크, 큰 주인님의 방에 먼저 갔어요. 그런데, 저, 도련님. (묘하게 말투가 초조했다.)
절 부르셨지요? 다시 도련님의 방으로 갈까요? 지금….
아이작 딜라이트:어? (덥썩 붙잡은 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층에 있을 '그'의 위치를 가늠하듯한 시선이 순식간에 당신에게 꽂힌다.) ... ... 그래. (어떤 말을 삼키고.) ... ... 좀 피곤해서. 자고싶은데 잠이 잘 안와. 네가 해주는 그거, 지금 해주면 안 돼? (향초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도련님의 낯은 전날보다 더 창백해보입니다.
식은 찻잔처럼 딱딱하게 굳은 살결이 당신을 불안하게 합니다.
이스피어 틸다:(날이 갈수록 창백해지고, 하얗게 질리는 것만 같은 피부에 괜히 손에 힘을 주다 말았다. 불안과 질투, 초조함, 그런 것들이 쥐의 꼬리처럼 얽혀 이리 가지도 저리 가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엉켜 무거워지고만 있었다.) 좋아요. 당장 가죠! 제 솜씨를 보여드리겠어요! (부러 씩씩하게 말하며 당신을 방으로 이끌었다. 우선은.)
아이작 딜라이트:... ... (당신의 손길에 질질 끌려가는 건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다만.) 이스피어. (차마 입밖에 내지 않았던 무언가를 읽기라도 한 걸까.) 무슨 일 있어? (걱정스러움보다도 당혹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이스피어 틸다:(순간, 걸음이 멈추었다. 다만 뒤에 있을 당신을 돌아보진 않았다.) 무슨 일이라뇨, 주인님. (얼버무리려는 듯 한 음성은 태연하기 짝이 없었지만.) 별 일이야 있었겠어요? 고작해야….
줄리를 만난 게 다인걸요.
아이작 딜라이트: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당신이 만약 뒤를 돌아보았다면 한껏 구겨진 그의 미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기어이 그가 발을 멈추고, 당신을 돌려세울듯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네가 이상하게 굴고 있잖아. 내 말이 틀려?
이스피어 틸다:그러니까 제가 언제-, (말하던 때, 순간 어깨를 붙잡은 손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당신이 돌려세우려 힘을 주면 저도 힘으로 저항하겠단 양 어깨가 한가득 굳었지만. …곧이어 천천히 몸을 돌려 당신을 돌아보았다. 어딘가 슬퍼보이고, 불안해보이는 얼굴. 곧 힘주어 다문 입술이 열리고, 나온 음성이란.) 도련님. (다른 한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양 손 함께 조심스레 쥐었다. 망설이다 내뱉길.) ─
도련님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세요?
아이작 딜라이트:... ... ... 뭐? (뜬금없는 화제였다. 방금 전에 내가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는데. 그게 왜 내 이상형 얘기로 마무리되는거지? 황당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을 숨길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헛소리 하는 거 보니 진짜 아무일도 아닌가보네. 그렇게 넘기고 싶었는데, 또 그 울기라도 할 것 같은 얼굴을 보고 있자면 차마 말할 수가 없어 결국 입만 달싹거릴 뿐이었다.) 지금 그 얘기 하다 왔다는 거야? (그가 추측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뿐이었다.)
이스피어 틸다:(입술을 잘근 깨물다 반 걸음 더 다가갔다. 눈썹 안쪽이 시소처럼 아래로 기울어갔다.) 그런 얘길 하진 않았지만, 빨리요! (불쑥 얼굴을 가까이 했다.) 도련님의 시종 된 자로서 말하는 건데,
우선 경박스럽고 바보같은 여자는 안 돼요! (다짜고짜 외쳤다!) 말이 많은 여자도, 자기 혼자 이런 것 저런 것에 들떠하는 사람도 안 되고, 또…! (이쪽은 나름 줄리에 대해 조잘거리고 있었지만, 당신이 듣기엔…. 어라? 본인을 스스로 험담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었겠다.)
아이작 딜라이트:어, 음. (갑자기 말하라고 해봤자 생각나는 게 있을리가 없지만.) 귀. 귀엽고. 좀... 장난... 도 칠 줄 알고... 약간 뒤끝있어서 틱틱거리는데도 금방 풀어지고... ... ... 웃... ... 기 전에 눈을 크게 한 번 뜨는 습관이 있는... ... (잠깐. 이거 너무 자세한 거 아냐?) 아니. 갑자기 이런 걸 왜 묻냐고!!! (결국 당신의 손을 확 뿌리치고선 먼저 방으로 걸어나갔다.) 하여간 진짜. 여유를 주니까 아주 심심하다고 쓸데없는 얘기나 나누고 와선. (땀이라도 나는지 자꾸만 목덜미를 손으로 훑는다.)
이스피어 틸다:귀엽고, 장난도 치고? 아니, 뒤끝 있는 여자는 왜…. (어느새 쓰지도 않던 수첩을 꺼내들어 당신의 얘기를 하나하나 적어가는데, 어? 잠깐. …
너무 자세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때쯤 뿌리쳐진 손에 눈을 휘둥그레 뜨다가, 당신을 빠르게 쫓아가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도련님. 도련님!!! (혹시 벌써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 잠깐. …설마 이게
줄리면 어떡하지?!)
당신이 쫓아오든지, 말든지. 도련님은 그냥 제 갈길을 갑니다.
헐레벌떡 그를 쫓아 방으로 들어가면, 어느새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침대에 눕는 것 만큼은 참 빠른게 좀 웃기네요.
아이작 딜라이트: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준비나 해... ... . 어제 쓰던 거는 거기 있어. (눈을 감은 채 협탁 쪽을 턱짓한다.)
이스피어 틸다:(이미 누워버린 당신을 한껏 노려보다가, 턱짓의 방향을 쫓아 향초를 찾는다. 에휴. 들으란 듯 크게 한숨을 쉬며 칙, 불을 붙인다. 상큼한 꽃이며 과일의 향이 느릿느릿 방 안을 채우기 시작한다. 일렁이는 불길을 바라보다가.) 도련님. (이번엔 꽤 진중한 목소리였다.)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그러고서도 한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제가….
저택의 일을 그만두면, 도련님은 꽤 외로워지시겠죠? (그걸 어떻게 단언하는데? 그리 물어도 할 말은 없었겠다만….)
아이작 딜라이트:(향이 느껴지자 깊이 숨을 들이쉬다가, 천천히 내쉰다. 이정도 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됐단듯. 그러나 당신의 말에 평온히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더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따라 왜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질문만 해대는지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손이 당신의 손을 덥썩 붙잡고 있었다.) ... ... 너. 관두려고? (안도와 불안. 좌절.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들이 이리저리 뒤섞인 눈동자.)
이스피어 틸다:(어느덧 침대 끄트머리에 살짝 걸터앉은 채 눈 감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둠 가운데 떠오른 은색 눈동자를 마주하니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붙잡힌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 당신을 본다. 상반하는 양극단의 감정이 혼잡하게 당신의 눈에 들어차니, 살며시 시선을 피하게 된다. 딴청이라도 피우듯 말했다.) 아니, 뭐. 그냥요. 그냥 좀, (답지 않게 더듬으며 말하는 얼굴에 난처한 웃음이 떠올라있었다.) 저도 이제 결혼을 준비하기도 해야 할 나이고, 음, 다른 마을로 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급조한 변명은 설득력이 영 떨어졌다.)
아이작 딜라이트:... ... ... ... ... . (그의 침묵이 유독 길었다. 넋이 빠진 눈빛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당신의 얼굴에서 천천히 내려가 어깨. 손. 그리고 그 위를 덮은 자신의 손으로 옮겨갔다. 그의 손에 잠시 힘이 들어갔을까.) ... ... ... 그래. (텅 빈듯한 음성이 샌다. 의외로, 그는 왜 그딴 소릴 하느냐며 화내지 않았다. 대신 입가엔 웃음이 걸렸고.) ... ... ...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애물단지 옆에 있는 것보단 다른 곳이 낫지. 네 커리어에도. ... ... 미래에도. ... 날 모셨다고 하면 또 얼마나 잘 대우해주겠어. (그러니 나한테 고마운줄 알아. 그런 말을 농담따위로 던졌지만, 평소보다 배는 힘이 없어보였다.) ... ... 에릴에게 추천장에 신경 좀 써주라고 말해둘게. (하녀장에게 친히 부탁까지 해놓겠다는 선의를 보였다.)
... ... ...
피곤한데, 좀 나가줄래?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섬짓하게 굳은 음성이 시간을 거칠 새 없이 튀어나왔다.) 그런 얘기가 아닌 걸 알잖아요! 저는 단지, (명백한 축객령에도 불구하고 되려 당신 쪽으로 더 몸을 돌리기까지 이르렀다. 욱하는 심정으로 결국엔,) 저는 그저 큰 주인님께서…! (헉. 다급히 맞잡았던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경악에 찬 표정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지고, 끝내 절망 섞인 얼굴로 변모한다.)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네?
아이작 딜라이트:듣기 싫어!!! (
큰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외친다. 하물며 '아버지가 나가라고 한 거야?'라며 자신이 모르고 있는 미지의 명령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주겠단 맹세조차 없었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사용인과 주인의 관계였으니 그럴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 ... 나가. 농담하는 거 아니야. 피곤해. 같은 얘기 반복하게 하지마.
이스피어 틸다:(겪어본 적 없는 당신의 고함. 그것에 다시금 손을 잡으려 내뻗었던 손이, …하나, 둘, 거두어졌다. 이내 치맛자락을 꾹 쥐어잡다가 불쑥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뚝. 이불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 …몸도 안 좋으신 분이 소리까지 지르면 어떡해요! (애써 가빠지는 숨을 잡아 억누르며 붉게 물든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등을 휙 돌려 나갔다. 도련님 미워. 도련님 바보!
내가 얼마나 당신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따위의 생각이 자꾸만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문을 닫기 직전 나온 말은 한마디 뿐이었다.)
…그래도 줄리만큼은 도련님의 짝으로 안돼요! (쾅!!!)
이건 '대화'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합니다.
닫힌 문이 마치 그의 마음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도련님은 잠들어있고, 1층엔 줄리가 있습니다.
뭐. 줄리와 간단한 얘기나 나누며 느긋하게 저녁준비를 시작해도 되겠지만...
너무나도 당연히 1번으로 생각해야할, 당신의 생존 말입니다.
에린스의 편지, 곳곳의 핏자국, 호수, 호수, 아름다운 게넷 호수...
애초에 그만두는 것으로 이 일에서 발을 뺄 수 있었다면 에린스가 당신에게 그런 편지를 보내지도 않았을테니까요.
해는 여전히 높이 떠 있어 저녁 식사 시간까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방에서 빠져나온 뒤에야 씨근덕거리던 숨이 왈칵 터져나와, 발소리를 숨기지 않고 걸어가며 몇 번이나 얼굴을 닦아냈는지 모르겠다. 향하는 곳은 1층도, 그렇다 해서 자신의 방도 아니다.)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게넷 호수. 무작정 그곳으로 발을 딛는다.)
간간이 울어대는 산새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어집니다.
울긋불긋하게 물든 길은 썩 좋지 않은 광경을 떠올리게 하지만요.
에린스는 가장 큰 침엽수 아래에 무언가가 있다고 적어두었지요.
산짐승이라기에는,
당신의 보폭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점점 더 가까이.
이스피어 틸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윽!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뒤를 돌면 단풍나무 사이 인영이 언뜻 보입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꺅! (소리쳤다.)
좁은 숲길이 아닌 탁 트인 호수로 가면 상황이 좀 더 나아질까요?
단풍나무 사이를 급히 가로지르자 풍경이 휙휙 바뀝니다.
나뭇가지에 걸린 것인지, 소매가 북 찢어지는 소리가 선명합니다.
이 별장과 숲은 사유지라 누구도 올 수 없을 텐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활짝 열린 길이 보이고, 커다란 침엽수가 눈에 들어올 때쯤…
이스피어 틸다:
운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화살이
당신의 볼
을 스쳐 눈앞의 나무에 처박힙니다
이스피어 틸다:─!!! (아파! 하지만 그것보다도 우선,)
(…무서워,)
한 걸음, 아니 반걸음만 더 왼쪽에 섰더라면, 지금쯤 당신의 머리는...
이스피어 틸다:(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갑자기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나는 거야!)
(이런 때 부르는 건 한 사람 뿐이다.)
─도련니이이임!!! (살려주세요!!!)
동화 속에서 멋진 왕자가 공주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와 악당을 무찔러주듯...
이스피어 틸다:(눈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뺨이 욱신거려. 아프다. 뜨거워.)
(뒤에는 누가 있지?)
분명 곤히 잠들었을 도련님이 활을 붙잡고 서있습니다.
도련님?
그는 놀란 듯 당신에게 다가와 상태를 살핍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괜, 아니. 미안. 나는.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 ... ...
산짐승인줄 알고. (과연 그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이스피어 틸다:(다가오는 몸짓에 헉! 몸을 크게 움츠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직도 사냥당할 때의 공포가 가득한데….) 거짓말! (눈을 감은 채 외쳤다.) 분명 주무시러 가셨잖아요, 그런데 왜 이곳에….
아이작 딜라이트:그게. (또. 말을 절었다. 그리곤.) ... 일단, 저택으로 빨리 돌아가자. 치료부터 해야겠어. 일어날 수 있어?
그를 향한 신뢰, 믿음, 동정.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 섬찟한 소리와 함께 단풍나무에 꽂히던 화살.
이스피어 틸다:(한쪽 눈을 떠 당신을
휙 노려보았다. 새빨개진 표정은 분명 좋은 감정으로 차 있지 않았다.)
─도련님은 바보~!!! (원망이나 증오심보다는…. 그래.
미움과 배신감 수준이긴 했지만. 주먹을 쥔 채 이리저리 손을 마구마구 휘둘렀다!) 어쩐지 화살통을 가지고 왔을 때부터 이상했어, 나한테 화를 내신 것도! 원래 우리 도련님은 이렇게 쫌생이가 아니었는데…. (급기야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걸까? 손을 잡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스스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죽음에서 비롯한 공포라는 게 본디 그렇지.) 저희 도련님 돌려줘요….
아이작 딜라이트:... ... 무슨 소릴 하는거람. 자. 일어나. 빨리. (제법 거친 손길로 당신의 볼을 닦아준다. 당신이 손을 잡지 않자, 그가 직접 당신의 손을 잡아채 당겼다.)
이스피어 틸다:누가 봐도 산짐승을 사냥하려던 게 아니잖아요…. (훌쩍훌쩍 울며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자러 간다 해놓고, 그럼 또 왜 나왔어요. 거짓말. 도련님 원래 이렇게 거짓말을 많이 하셨어요? (입. 입!)
아이작 딜라이트:맞다니까, 글쎄. (당신이 어떻게 캐묻던간에 그는 진실을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이게 정말로 진실이거나. 판단은 당신의 몫이었다.) 그. (다만 이렇게 당혹스런 얼굴을 보니 어쩌면 진실까진 그리 멀지 않을수도 있었다.)
줄리가... (당신이 심히 거슬릴 이름을 꺼내지만 않았더라면.) 창밖으로 큰 짐승을 본 것 같다고 해서. 지금 사용인들도 없는데 또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잖아.
이스피어 틸다:아악!!! 그놈의 줄리, 줄리!!! (발로 땅을 쿵 짚으며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마도 상상 속에선 '그놈의 줄리'를 붙잡아 마구 때려버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스피어는 충격적인 발언을 입에 담고 만다.) ─도련님께서 아무리 줄리를 좋아하신다 하셔도 그렇죠! (응?) 도련님은 '도련님'인데 이렇게 어두운 숲으로 위험하게! 혼자! 나오시면 어떡하시냐구요! (속이 답답해서 마구 터져버릴 것 같았다!)
……. (그리고 불현듯 입을 다문 이스피어. 당신을 밉게, 또 밉게 노려보다가.)
돌아가요!!! (당신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작 딜라이트:어? (그 어느 때보다도 당황한 목소리였다. 지금, 뭐? 내가 뭘 들은거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 멍하니 당신을 바라본다.) 아니. (당신이 손을 잡아채고 나서야 얼음처럼 굳어있던 몸이 풀린다. 다만, 여전히 당혹감은 사라지질 않았다.) 그. (어디서부터 짚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줄리를 좋아한다... ... 고 했어? (하필 말을 더듬어도 이딴식으로 끊어서 더듬을 게 뭐람. 어째 늘 혼내는 사람은 자신이었는데 오늘 하루만큼은 당신에게 온종일 혼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아까의 그 무거운 분위기는 사라져버렸지만.) 그리고 숲에 혼자 들어온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애초에 왜 그런데에 있던거야?
이스피어 틸다:(숲길을 해치며 걸어가다, 당신을 또다시 휙 돌아보았다.) 그럼 도련님이 줄리를 좋아하죠, 안 좋아하세요?! (말하다보니 또 열이 받았다.) 그러니까 저 대신 줄리를 데려오려 했던 거고, 제가 눈-치-없-게 따라오니까 줄리가 하도 보고싶어서 부르신 거잖아요! 도련님은 줄리를 좋아하니까! (입술을 꾹 깨물었다. 물론 이어진 말엔 자신도 할 말이 없어 잠시 어버버거리며 눈을 피했지만.) …그, 그런 게 뭐 중요하겠어요? 그냥 잠깐 뭐. 사람이 산책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거지…. (갑자기 기세가 확 줄어들었다.)
아이작 딜라이트:(뭐. 그래. 맞지. 원래는 줄리가 오려고 했던 것도 맞고. 오늘 일로 굳이굳이 다시 줄리를 저택으로 부른 것도 맞긴했다. 알았어. 알았는데... ... .) 근, 데. 그게. 지금 네가 화가 나고 소리치는 이유야? (결론이 또 이상하지 않나? 고개를 갸웃댄다.) ... ... 너 여기서 뭐 수상한 짓 하고 그런 거 아니지? (이쪽은 기세를 찾았는지 눈을 피하는 당신의 고개를 따라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숲은 함부로 돌아다니지마. 여긴 가끔
진짜 산짐승이 나타나기도 하고. ... 호수는 생각보다 깊으니까.
이스피어 틸다:…그것 뿐이겠어요? (갑자기 또 열이 받았다.) 도련님이 저를 죽이려고까지 했잖아요! 여기 봐요, 봐! 여자 뺨에! 상처!!! (보란듯 목소리를 높여 화살에 스친 뺨을 당신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잠이 안 와서 그랬어요! 됐어요! 제 밤산책 얘긴 여기서 그만! (그리고 계속 꼬투리를 잡힐 것 같았는지 급하게 말을 마무리하려 들었다.)
아이작 딜라이트:내가 언제 죽, (아니. 아니지. 꾹 눌러 삼킨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다시 기세가 꺾였다. 이번에는 져줄 모양이다. 미안하긴 한가보지? 그는 숲길을 빠져나가다 말고 제 손을 붙잡은 당신의 손을 역으로 붙잡아 당겼다.) 어디 봐봐. (제동이 걸리듯 움직이는 몸에 서로의 거리는 제법 가까웠다.) 많이 아파? (상처를 살피려는 의도인지 그의 손끝이 살며시 당신의 턱을 붙잡았다.)
이스피어 틸다:(어느덧 숲길을 거의 빠져나올 즈음, 어어, 당겨지는 손길에 어깨가 당신의 몸에 턱 부딪혔다.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와중 손끝이 턱을 붙잡자,
찌릿한 고통에 손끝이 오므라들었다.) ─아, 아파! 아파요! (붙잡힌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아프다니깐요, 주인님…! (동동동동.)
아이작 딜라이트:가만히 좀 있어. 잘 안 보이잖아. (툴툴대듯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턱을 붙잡는 손아귀엔 전보다 힘이 빠진 채였다.) 내가 빌빌대는 놈인 걸 감사히 여겨. 그렇지 않았으면 이 저택에 항상 약을 구비해두진 않을테니까. (저만 할 수 있는 농담을 늘어놓고선,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저택 안으로 향했다.) 애초에 그런데는 왜 가선... . (한숨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이스피어 틸다:(어느덧 겨우 멈춘 눈물이 다시금 찔끔 새어나왔던 것 같기도 했다. 당신이 얼굴에서 손을 뗐을 땐 다시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였다. 엄살은!) 도련님만 안 오셨어도 저는 멀쩡히 호수를 보고 돌아왔을 거거든요? (풀리지 않은 억울함만 겹겹이 쌓여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도련님이 자주 쓰시는 약은 외상용이 아니잖아요. 진통이나 안정제 위주면서…. (하지만 아까의 충격이 아직 죄 사라지진 않은 모양인지, 자꾸만 떠들어대며 오한 따위를 떨쳐내는데 바빴다.)
아이작 딜라이트:(그리고 그의 발걸음이 익숙하게 향한 곳은 거실도, 부엌도 아닌 자신의 방이었다. 무신경하게 당신을 제 침대에 앉히곤 그가 덮고 있었던 것 같은 커다란 담요를 당신의 어깨에 둘러준다. 그리고 자신은 제 방 찬장이나 서랍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역시 챙김받기만 하지, 챙겨준적은 별로 없는 티가 났다.) 약이 뭐 별거야? 여기에 들이대면 이 약. 저기에 들이대면 저 약이지. (그의 주치의가 들었다면 서운하다며 왱알거렸을 발언이었다. 곧 손바닥 반만도 못 할 것 같은 작은 연고를 가져와서는 당신의 옆에 앉고.) 그러니까 그 호수를 갑자기 왜 보고싶어 하냐고. 길이라도 잃었으면 어쨌으려고. (뭐. 그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상황을 겪긴 했지만. 그는 마치 '그 일'이 없던 일인 것처럼 굴었다.)
이스피어 틸다:(저택으로 돌아오고서도, 심지어는 당신의 방에 들어오고서도. 이스피어의 한 손은 당신의 옷자락을 동앗줄마냥 꽉 쥐고 있었다. 심지어는 서랍을 뒤적일 때 그런 당신의 옆까지 졸졸 따라왔다가, 다시 침대에 앉았으니 말 다했다. 한겨울에 내던져진 사람처럼 담요를 꽉 여미고 있는 사람이 정말 '무슨 일'이라도 겪은 사람 같았다. 뭐, 겪은 게 맞긴 했지만 당신은 그걸 없던 일처럼 굴고 있었으니까.) 그런 논리가 맞았다면 지금쯤 도련님은 밖에서 훨훨 뛰어놀고 계셨겠죠! 옆 집 도련님처럼 사냥 대회에서 1등도 하시고, 사교 파티에도 더 잘 나가고…. (그러나 이어진 말에는 입술을 꾹 다물기만 했다. 겨우 내뱉은 변명이라곤.) 바, …밤 산책이라도 가고 싶었던 거죠. 그곳이 예쁘긴 하니까….
아이작 딜라이트:(귀찮게 왜이래. 같은 소리를 한 번 늘어놓긴 했지만 당신의 손을 억지로 떼어놓지는 않는다. 그게 그에게 있어선 최소한의 예의라도 된 걸까. 이어지는 이야기에 건방지다고, 지금 자길 놀리는 거냐며 한 마디 할 법도 했지만... . 그의 입은 여전히 꾹 다물린 채였다. 그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기야 했다. 당신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 즈음엔 그의 삶도 제법. 생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분노도, 슬픔도 결국엔 삶과 귀결되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은.) ... ... 나한테 부탁이라도 하지 그랬어. 언제부터 내 눈치를 봤다고. (슬쩍 고개를 옆으로 치우고선, 상처 난 곳에 연고를 조심스럽게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다음엔 거기 들어가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어째서인지 이게 꼭 경고같았다.)
이스피어 틸다:(그래, 당신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더 활기가 넘치고 생으로 빛나고 있었던…. 그때의 당신이. 자신의 도련님이. 하지만 지금은,) ─아, 아야! 아야!!! (주먹을 꽉 쥔 채 두 다리를 바둥거리며 엄살을 피기 시작했다. 알싸한 고통에 상념이 고개를 물렸다. 질끈 감았던 두 눈 중 하나를 조심히 떠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이스피어는 곧이어,)
…도련님이 아까 저한테 나가라고 하셨잖아요!!! (당신이 제게 그래도 미안해하는 것 같으니, 대번 억울한 표정으로 제 감정을 와락 드러내기 시작했다. 당신이 뻗을 자리를 보여주니 다리를 냅다 뻗은 것이다.) 저도 다~. 사정이 있는데! 하나도 안 들으시고! 저도, (순간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저도 저택에서 나가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근데 가주님이…! (입술을 깨물었다. 뒤늦게 당신의 눈치를 살피는 시선이 잇따랐다.)
아이작 딜라이트:그건. (그럴만했으니까.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내진 않았다. ... 그랬다간 너무해요! 소리지르며 뛰쳐나갈 모습이 훤해서... ... . 하. 한숨과 함께 말을 삼킨다.)
뭐? (다만 순식간에 바닥을 찍어버리듯 하강해버린 기분은 어떻게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이번따라 유독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깊었다. 혹여나 당신이 눈을 피하기라도 할 거라 생각했는지, 그의 손이 당신의 턱을 붙잡아 끝내 제 쪽을 향해 고정시켰다.) 아버지가 뭐. ... ... 너한테 나가라고 했어? (어째선지 목소리에선
그럴리가 없는데...?라고 말하는듯한 의문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이스피어 틸다:(
뭐? 밑바닥을 내리찍는 음성에 어깨가 작게 움찔거렸다. 괜스레 시선을 피하려던 행동은 당신의 손길에 저지당했고, 꼼짝없이 난처한 시선을 당신에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신에게 어찌 말할까. '가주님께서 도련님을 호수에 밀어버리라 했는데, 제가 그걸 안 하고 있으니 돌아가면 저는 아주 큰 일을 당할 거예요!' …당신이 믿어줄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신이 얼마나 슬퍼할까. 그런 걱정으로.) 그, 그런 말씀은 안 하셨지만! (우물쭈물거렸다. 슬쩍 고개를 뒤로 빼며.) 제가 큰 주인님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모, 못해서. 돌아가면 내쫓기거나…. (아니면. 으윽!)
아이작 딜라이트:... ... ... 무슨 걱정이야. 어차피 너는 아버지 소속이 아니라 내 소속인데. (납득한걸까? 턱을 쥐고 있던 그의 손에서 천천히 힘이 풀리더니, 곧 당신을 해방시켜주었다. 뭐. 냉정히 따지자면 그가 큰 주인을 상대로 '믿을만한 뒷배' 역할을 해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버지는 결국 내 건강을 가장 우선시 하는 분이야. ... ... 그걸 위해 네가 이 저택에 필요하다고 하면 되잖아. 그정도 어필은 하라고. (연고를 다 바르자 부쩍 피곤해지기라도 했는지 옆에 협탁에 연고를 두고선 풀썩 침대 위에 누웠다. 다만,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할 때 흔히 흘리곤 하는 가족간의 애정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무미건조하고. 어쩐지 좀 지친 것 같고.
질려버렸다는 듯한... .)
이스피어 틸다:……도련님은 바보! 바보예요! 저는 이렇게 도련님을 걱정하고 도련님을 위하고 있는데…! (풀썩 침대에 눕는 당신을 밉게 째려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천천히, 그렇게 들쑥날쑥하던 감정들은 가라앉기 시작했고…. 지켜보다가,
감히, 그런 당신을 따라 풀썩. 당신의 옆에 가만 몸을 눕힌 채 당신을 바라보았다.) 큰 주인님께서…. 도련님의 건강을 우선시 하는 거. …맞아요? ('그 아이를 호수에서 밀어버리렴.' 그 문장이 그리도 선명했는데.)
아이작 딜라이트:(정말 자기라도 할 생각인지 그는 눈을 감은 채 제 머리 뒤에 팔을 끼워넣었다. 당신이 뭐라 말하든간 관심없는 양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다가 곧.) 왜. 아버지께서 이제
포기하고 싶으시대? (농담일까? 아니면 자조섞인, 끝내 진실을 눈치챈 목소리인걸까. 다만 이 단순한 문장이 당신의 불안감을 키울 것이라는 것 만큼은 확실했다.) ... ...뭐. 어머니와 조금 덜 닮았더라면 진즉에 포기하셨을지도 모르지. (지독한 애처가였다는 큰 주인. 그의 아버지. 독감이 불러 일으킨 결핵만 아니었더라면 그는 조금 덜 극단적인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건 이미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 ... 근데 어딜 은근슬쩍 눕고 앉았어? 안 내려가? (뒤늦게서야 제 옆에 누운 당신에게 핀잔하듯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그 발언은 막 누운 이스피어를 반쯤 일으켜세우는 데 아주 효과적인 문장이었다. 경악과 충격으로 얼룩진 표정은 여느 때와 같았으나, 글쎄. 수많은 일이 지나갔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그 아래
상처 받은 것만 같은 모습이 눌려있었단 점이었다. 눈꼬리가 아프게 떨어졌다. 애써 억누르곤.) …절 큰 주인님으로부터 지켜주고 싶으시다면, (그런데 언제 그런 말을 했는데?) 그런 얘긴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슬쩍 옆으로 눕는데,) 네? 저요? (꿈뻑. 순진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꾸물꾸물. 그런 당신의 팔을 슬쩍 끌어안았다.) 저 무서운데…. 아프기도 하고…. 자다가 악몽이라도 꾸면 어떡해요….
아이작 딜라이트:나는 눈도, 귀도 없는 줄 알아? 이정도면 제법 정성 좀 들였잖아.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여전히 웃음기가 있었고, 파리해진 낯과 비교되게 밝은 표정이라... . 상대방이 무슨 표정으로,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참 어렵게 만드는 태도였다. 그리고 그걸 아는지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꾼다.) 그거야 내 알 바가 아니지. (아. 그래. 이렇게 싸가지 없는 대꾸를 해야 '도련님' 답지 않은가.) 얼씨구. 아주 춥다고 한 이불 덮고 자겠다고 하겠네, 이거. (제 팔을 꼭 감싸 안는 손길에 황당하단듯 비웃음같기도 한 웃음을 뱉어내곤.) 안 가?
이스피어 틸다:(그래,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말이었다. 처음 만난 이후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말의 빈도는 늘어났고, 그때마다 이스피어는….) …….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들을 것 같지 않기도 했고. 자신의 말이 전달될 거란 기대도 저버렸던 탓이다.
그 대신 자신이 계속 옆에 붙어 있어주면 되지! 그런 생각만 남았었지만. 이젠.)
……. (괜히 또 당신을 노려보는 이스피어가 아무런 답도 않고 더 몸을 꾸물꾸물 움직였다. 점점 당신에게 가까워지더니. 어어. 얼씨구? 급기야 팔을 넘어 고목나무에 매달린 매미처럼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아서. 몸을 밀착….)
아이작 딜라이트:... ... ... ... ... (그 지경이 되자 좀 황당해지기 시작했다. 얼씨구. 하는 특유의 말버릇도 없이.) ... ... 뭐하냐. (순도 100%의 황당함만 남은 목소리였다.)
이스피어 틸다:……. (꿈뻑. 아무런 답도 없었다. 그저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
아이작 딜라이트:............... 뭐하냐고.
이스피어 틸다:(화난 눈썹을 그리고 있다가, 갑자기 요망하게 웃으며.) 이러면 따뜻해요. (모르셨어요? 라고 물어보듯.)
아이작 딜라이트:............. 그렇겠지. (계속 황당하기만...) 떨어져. (암튼 떨어져. 떼어내려고 밀어내기 시작했다! 끙...!)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하지만 그럴수록 매미, 이스피어는 칡넝쿨처럼 당신에게 깊게 얽매이기 시작했다.) 제가 지금까진 봐드렸지만 말이죠.
제가 도련님보다 힘 세요. (허거걱!!!)
아이작 딜라이트:(대 충 격.................) ................................ 저. 저리 가라고. 가라고, 이 건방진...!!!! (쭈우우우욱!! 밀어내려고 한다!)
이스피어 틸다:(그리고 이쪽은 고개만 살짝 밀려날 뿐이지, 오히려 더 더 더 당신에게 얽혀갔다.) 흥! (그러면서 점점 밀착되어가고 치맛자락은 말려 올라가고….)
아이작 딜라이트:(그리고 그 망측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만 도련님은...) ... ... ... 가, ... 가라고~!!!!!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시뻘개지고 있다.)
이스피어 틸다:…이씨! (그리고 당신이 곧 토마토처럼 펑 터져버릴 듯 하자! 화를 내며-왜?-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도련님! 같이 좀 자주면 어디가 덧나요?! 제가! (제 가슴 위로 손을 팍 얹었다.) 무섭다고 하잖아요! (이게 무서워하는 사람 태도야?!)
아이작 딜라이트:... ... ..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 지 모르겠다. 점점 막막해지기만 했고. 그 암담한 상황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건 은근슬쩍 말려올라가있던 치마를 내려주는 것 뿐... ... .) 야, 얌전히라도 있어야할 거 아냐, 그럼. (괜히 다른 핑계를 슬쩍 붙인다.)
이스피어 틸다:(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당신의 대처에. …이번엔 이쪽의 얼굴이 순간 확 달아오르고 말았다.) 어, 어머…. (
(확*. 두 다리를 조신하게 모으며 치맛자락을 꽉 잡아 밑으로 눌렀다. 두 눈 똥그랗게 뜨고 붉어진 채 아무 말도 없으니, 산 채로 죽었나? 싶은 의심이 들 법도 했지만.) ……. (다행히 죽진 않았던 모양이다. 새빨개진 채 다시 폭, 상체를 눕히곤 당신의 한쪽 팔을 끌어안았다. 침묵 가운데 눈만 도르륵도르륵 굴리다 조심히 내뱉는 말이.) 그럼…. 저 얌전히 있으면 재워주시는 거죠? (그렇다고 기회를 놓치진 않았다.)
아이작 딜라이트:(얘를 대체 어쩌면 좋을지. 그런걸 생각하는게 뻔한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이 현실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기라도 한 사람처럼 스윽 반대쪽으로 돌아누워버린다.) ... ... 그러던가. (애매한 긍정만큼 그에게 있어 확실한 답은 없었다. 명백한 예스였다. 하여튼간 귀찮게하긴... ... . 특유의 틱틱대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스피어 틸다:(제게서 등을 돌려 눕는 당신을 바라보다, 꾸물꾸물, 또 멈추지 않고 움직여 그런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주 다정한 연인처럼. 아주 단란한 가족처럼. 하지만 무서웠던 건 사실이라구요. 그러니까 온기가 필요하다. 떨림을 억누를 체온이.) 도련님, (또.) 도련님은 저택을 떠나고싶다 생각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또 이상한 질문을.)
아이작 딜라이트:(아오. 이게 또. 한소리 하려다가도 맞잡아 단단히 허리를 붙잡은 팔이 떨리는 게 느껴져 차마 떨쳐낼수가 없었다. ... 됐어. 불편해봤자 너만 불편한거니까. 내일 허리가 불편할테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너 그만 둘 때 나도 같이 나가라고? (가벼운 대답. 진지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이스피어 틸다:(아무런 저항이 없자 당신의 등에 이마를 콩 박았다.) 도련님은 절 지켜주시겠다 하셨지만…. 큰 주인님껜 솔직히 못 이기시잖아요. (지나간 줄 알았던 화제가 다시 튀어나왔다.)
아이작 딜라이트:(아야. 아프지 않았을텐데도 괜히 또 한 소리.)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잖아. (여기서 써도 되는 말인가? 좀 부적절한 것 같긴하지만. 당신에게 어떻게든 신뢰를 주고싶어하는 것 같긴했다.) 하지만 내가 집을 나가버리겠다는 말이 좀 협박할만한 거리가 될 것 같긴 하네. (가벼운 긴장감까지 잠기운에 흩어지기 시작하면, 그제야 편안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어딘가 나른하고 가벼운 투. 지금이라면 뭘 물어도 다 대답해줄 것만 같은 그런 목소리.)
이스피어 틸다:(그런 얘기를 하나 둘 듣다보면…. 긴장에 차 있던 팔도 나른하게 늘어지는 것만 같았다. 모든 걱정이 다 풀려서 노곤노곤 녹아내리는 기분. 이스피어도 서서히 잠기운에 물들어가고 있었나보다.) 그러면…. 저랑 약속해주시는 거예요. (당신이 무어라도 들어줄 것 같은 지금에서야. 비겁하게 '약속'을 꺼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줄리보다 절 우선 지켜주시겠다구요. (…그놈의 줄리!)
아이작 딜라이트:........... ..........
아이작 딜라이트:..................................
............................
아이작 딜라이트:............쿨.......
이스피어 틸다:(침묵 끝에. 참다참다가.)
아아악!
도~련~님~~~!!!!!!
선잠이 든 후 당신은 몽롱한 기운에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창밖은 이른 아침입니다. 폐부를 채우는 아침 공기는 상쾌하고 시립니다.
당신의 옆자리에 있어야 할 도련님은 어느새 사라졌네요. 어디로 간 걸까요?
일단, 청소도 해야하고, 아침 식사 준비도 해야합니다. 어서 일어나요, 이스피어!
이스피어 틸다:윽, 으윽. (소릴 내며 느릿느릿 일어난다. 아. 제대로 못 잤어. 침은 안 흘렸나? 도련님은 아침부터 어딜 가신 거람…!)
(일단 고양이 세수를 하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밖으로 나서본다!)
어제부터 도련님이 입맛이 없어 보였으니 오늘은 먹기 쉬운 수프라도 끓여볼까요.
그나저나... 어제 쓴 소금이 마지막이었는지 여분의 봉지가 보이지 않네요.
이스피어 틸다:아, 허리가 결렸나…. (통통 두드리며 식자재 창고로 향해본다.)
도련님의 침대는 분명 당신의 것보다 몇 배는 비쌀텐데. 역시 사람은 익숙한 곳에서 자는 게 최고인가봐요.
주방에서 이어진 지하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좁은 창고가 보입니다. 창 하나 없어 어둡고 습한 공간입니다.
차곡차곡 쌓인 상자에는 잉크로 식자재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소금은 탑처럼 쌓인 상자의 가장 꼭대기에 있습니다. 배려 없는 배치군요.
이스피어 틸다:(싸구려가 더 몸에 맞나봐. 슬프다.)
(상자 제일 위에 있는 소금을 한참 노려봤다. 한참. 또 한참.)
(발판으로 쓸만한 상자는 없나?)
여기에서 일한 직원은 다 크기라도 했답니까?! 왜 발판이 없는거죠?!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파칭)
저기 구석! 작은 의자가 꼴아박혀있는게 보이네요.
이스피어 틸다:(작은 의자를 가져다가, 어우, 먼지. 손을 탈탈 턴다.)
음?
어라? 의자를 옮기려던 순간, 당신의 앞에 편지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편지? 이런 곳에 편지지라니요. 대체 뭘까요?
이스피어 틸다:이게 왜 여기…. (몸을 숙여 편지를 줍는다.)
나, 작은 주인님께서 무얼 준비하는지 봐버렸어.
단둘이 이곳에 남자고 할 때부터 이상하단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호수 근처 가장 큰 침엽수 아래에
독
을 숨겨뒀어
이 편지를 읽게 되는 불쌍한 하인에게. 독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이스피어 틸다:(순간
섬짓한 기운이 등골을 훑었다. 작은 주인님께서 무얼 준비하는지? 단둘이 남자고 얘기했다고? 어서 도망치라고? 이게 무슨 얘기야? 끼친 오한에 어깨를 떨며 한 차례 쓸어내렸다. 이상한 괴담이라도 본 것처럼 기분이 나빴다.)
(별장 지도를 살펴본다.)
지도에는 사용인 방 아래에
지하실
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와 함께, 지하실이 숨겨진
별장 뒷문
과 이어져있다는 정보가 함께 적혀있습니다.
이스피어, 어쩌면 다시 생각해봐야할수도 있어요.
이스피어 틸다:(지하실, 별장 뒷문. 꼼꼼히 내용을 살펴보고 편지는, 쏙 접어 제 품 안에 숨겨두었다.)
그는 정말 무고하고, 그저 연약하며 가녀린 소년일 뿐이며.
이스피어 틸다:(기계적으로 의자를 밟고 올라가 소금 상자를 꺼내들고 요리를 준비하기까지 무슨 생각으로 그리 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죽었나? 독을 숨겨놨다고.
독으로 주인님을 죽이라고? 하지만. 하지만 그건 조금 이상하다.)
(큰 주인님은 내게 도련님을 호수에 밀쳐 빠트리라 얘기하셨는데?)
(빙글빙글 꼬이는 상황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나. 밤 중에 활을 들고 계셨던 나의 작은 도련님. 자꾸만 뭔갈 숨기려 들고 제 눈을 가리려 들었던 수많은 행동들.)
(의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해 질 녘 그림자처럼.)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숲속 까마귀가 울어댑니다.
이전의 작은 주인님, 그러니까 지금의 큰 주인님과 함께 별장에 남았던 하인은 죽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으으으! (소름이 돋았다.)
잠깐. 그렇다면 큰 주인님께서 당신에게 사주한 일은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극이라면 필시 주인공은 당신일 겁니다.
종류는 인형극이나 촌극, 어딘가 잘 짜인 판 위 온몸이 사건에 얽혀든 건 가련한, 당신.
……깜짝이야! (괜히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며 성을 한 번 내고, 후우. 숨을 가라앉히고 부름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당장은 마주하기 껄끄럽지만…. 어쩔 수 없겠지.)
그가 SP판 위로 바늘을 올리가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어쩐지 전보다 수척해보이는 도련님이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아이작 딜라이트:춤 연습을 좀 하다 가야할 것 같아. ... ... 저택으로 돌아가면 바빠질테니까. (이 말이 왜이리 의미심장한지.) 춤 춰본 적 있어?
이스피어 틸다:……도련님? (빼꼼 열린 문 안으로 반쯤 몸을 넣은 채 멀뚱 당신을 봤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이.)
─춤…이요…? (여전히 문 밖에 몸을 반쯤 내놓은 채.)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평소보단 조금 굳은 몸짓으로.) 저택으로 돌아가면 바빠지실 일이 있으세요?
아이작 딜라이트:바빠질 수밖에 없지. 아버진 나를 데리고 온갖 파티에 다니실거고, 선을 보라고 권하실거고. ... 뭐. 그거 말고도 할 일은 많으니까. (대체 무엇을 그리 한단 말인가?) 춤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온화한 목소리다.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는 것처럼.)
이스피어 틸다:(
선. …그 말에 순간 뭔가가. 아니. 착각인가. 이어지는 온화한 목소리에는 그나마 올라왔던 의심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일출을 일몰로 착각한 사람처럼.) …저, 춤은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다리를 흘끔 바라본다. 어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련님의 발이 밟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아이작 딜라이트:괜찮아. (평소와 다르다. 이건. 확실히. 지나칠 정도로 자애로운 태도가 아니던가. 평소였다면 좀 더. 날카롭게 굴었을 것이다.
네 한심한 춤에 맞춰주지 못할 만큼 내가 한심한 사내는 아니거든. 같은. 완고한듯 하지만 부드러운 평소의 말투로. 하지만 지금은 꼭... ... .) 안 출거야? (내민 손끝이 떨린다. 고통스러운 걸까?)
이스피어 틸다:(당황스러웠다. 평소의 당신과는 너무 다른 말투는 당신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평상시 느끼던 고통이 다 떨어져나가기라도 한 걸까. 그래서 예민함이 눈 녹듯 사라지고 이렇게 달라져버린 걸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오늘따라, 뭔가. 뭔가 많이 이상…. 하시네요…? (그러나 떨리는 손끝을 봤을 땐 마주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잡아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이작 딜라이트:... 고민하고 있던 게 전부 해결됐거든. (뭘 말하는거지? 오늘따라 과하게 의뭉스럽게 굴었다. 점점 불안감을 키우듯한 태도. 다만 그럼에도 그는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에 붙여진 거즈 때문에 감촉이 까슬했다.) 이상해?
이스피어 틸다:(…뭐지? 고민이라니? 순간 밤에 꾸었던
악몽의 내용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당신과 줄리가 무언가의 대화를 나누던 소리가 들려왔었지. 고민이 해결되었다고? 악몽과 현실이 이어진다. 설마…. 당신과 줄리가? 상념에 빠져있던 이스피어를 일깨우는 건 거즈의 감촉이었다. 어깨를 움찔 떨며, 당신을 봤다.) 전부…요? (마주한 것도 잠시, 눈을 굴렸다. 어색하게 손가락을 움찔댔다.) 아니, 도련님은 원래 더 까칠하시고, 저를 면박주시고, 못살게 구셨으니까. 조금 도련님이 아닌 것 같달까…. (하지만 입은 솔직했다.) 지금은 좀, (흘끔.) 어색…. 한 것 같기도요. (이렇게 당신을 긁으면 '평소'처럼 답해주시려나.)
아이작 딜라이트:하하. (하지만 당신의 바람과 달리 그가 낸 소리라고 하기에 더없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 들려왔다. 웃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되게 환히.) ... ... 언제는 다정한 사람이 더 좋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말을 했던가? 다만 춤을 리드하는 그의 몸이 이상했다. 아무리 앓아왔다한들 십년간은 꾸준히 교육받은 몸이었으니 적어도 당신이 느끼기에 감탄스러울 정도는 되어야 했다. 다만 그의 스텝은 우스꽝스러울정도로 맞지 않았고, 창에 비친 모습은 마치 엉킨 줄인형같았다. 경쾌한 노래에 어울리지 않는.)
이스피어 틸다: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그때, 아이작이 축음기 박스를 활짝 열어젖힙니다.
이스피어 틸다:…네? (깜짝 놀라 당신에게 반쯤 붙은 상태였다.) 잠깐, 도련님. 방금 뭔가….
이스피어 틸다:뭔가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바로 옆에 선 그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축음기에서 빠져나오는 노랫소리에 귀가 아픕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난 잘 모르겠는데. ... ... 춤 춰야지, 뭐해. (그런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그의 낯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모든 게 해결됐다'라는 말과는 반대로.)
이스피어 틸다:(이상하지. 오히려 대낮의, 화려한 노래 안에서 다정히 춤을 추고 있는 이 상황에서야. …
이스피어는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뭐가 달라진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련,님? 소리가 너무 크지 않, 어어! (그리고 이상할정도로 맞지 않는 스텝에 급기야 몸이 휘청이기까지 했다.)
균형을 잃은 몸뚱이 두 개가 바닥을 구릅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불안불안 하다 했더니, 결국 사달을 만들고야 마네요.
아야야... 몸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려던 바로 그 때.
이스피어 틸다:아, 아야…. (손바닥에 만져지는 무언가. 이게 뭐지? 한쪽 눈을 살며시 떠 손을 바라본다.)
방금 당신이 넘어지면서 쓰러진듯한 찻잔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식은 차라서 데이진 않았지만...
이스피어 틸다:─아! (엉덩이를 부여잡고 있을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당신을 살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찻잔에 띄워졌을 거라고 생각되는 꽃잎이
썩어문들어져 있습니다.
…….
어라?
시야가 닿지 않더라도 본능에 가까운 자각입니다.
(검푸른 액체. 핏빛. 그리로 굳은 손을 움직여 손가락을 뻗어본다.)
(이게, 뭐지?)
그 순간 형형하게 빛나는 은색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칩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2
(당신의 빛나는 눈을 보고 화들짝 놀라 뻗으려던 손을 다른 손으로 거둬 잡았다. 딸꾹질이 한 차례.)
뭐,
뭘요…?
오래된 별장 나무 바닥이 쿵, 쿵 진동합니다.
뻣뻣하게 굳은 몸은 영문도 모르고 휘적입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도련님을 피해 복도를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살인의 목적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존, 추론도 결국 생자의 것.
언뜻 보이는 창문과 창밖의 정문은 모두 굳게 잠겨있습니다. 그렇다면 출구는…
지도에서 본 사용인 방 아래 [지하실]이 떠오릅니다.
이스피어 틸다:(─지하실! 그곳으로 연결된, 별장의 뒷문!)
(급하게 달려 사용인 방으로 향했다. 뒤를 돌아보지도 못했다. 본능적인 두려움이 그리 만들었다.)
하지만, 사용인 방에 도착하고 나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이 방에서 지냈지만,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이나 계단 따위를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꺄아악!
정신없이 방을 둘러보지만, 지하실로 이어진 길은 쉬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스피어 틸다:(허둥지둥 침대 이불을 걷어내고, 옷장을 열어보고, 난리를 쳤다!)
방에 있어?
관찰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스피어 틸다:─어, 없어요!!! (왁 소리를 쳤다.)
이스피어 틸다:(저것인가?! 허둥지둥 책더미를 손으로 흩어가며 바닥을 드러내게 했다.)
책더미를 파헤치자 사각형 홈과 손잡이가 보입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 도련님의 느릿한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이스피어 틸다:(끄응, 차! 손잡이를 들어올려본다.)
근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밧줄로 된 손잡이를 끌면 지하로 이어지는 문이 쉽게 열립니다.
지하는 컴컴하고 곰팡내가 진동하는 불길한 장소입니다.
천장을 내려치는 발걸음이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저 먼 곳에서 흰빛이 쏟아집니다. [뒷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분명합니다.
그곳으로 뛰어갈수록 막힌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스피어 틸다:(헉, 헉, 기분나쁜 텁텁한 냄새는 뒤로 하고, 무작정 뒷문으로 달려나간다. 계속. 계속.)
그리고 그 빛을 따라 핏자국, 새빨간 핏자국이 보입니다.
동그란 원을 그리며 떨어진 혈액은 밖을 향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군가가 도망쳤던 길을 완벽히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말마저 같아서는 안 되지요. 다급히 [뒷문]을 여는 순간,
도망가지마.
열기 탓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도련님이 속삭입니다.
이스피어 틸다:(
누군가 도망쳤던 길을 완벽히 답습하고 있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거의 울듯 외쳤다.) ─제가 도망치지 않으면 도련님께서 절 죽이실 거잖아요! (그리고,)
(뒷문을 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낡은 뒷문이 끼이익. 비명과도 같은 소리와 함께 열립니다.
도망가지 않을 이유 따윈 없습니다. 살고 싶다면 다시 달려요, 이스피어!
간간이 울어대는 산새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듣기 좋은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어집니다.
산짐승이라기에는, 당신의 보폭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점점 더 가까이.
이스피어 틸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인기척이 가까워집니다. 뒤를 돌면 단풍나무 사이 인영이 언뜻 보입니다.
이스피어 틸다: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그의 사냥감입니다. 단풍나무 사이를 급히 가로지르자 풍경이 휙휙 바뀝니다.
이스피어 틸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수풀을 헤치고 달리는 소리가 당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나 겁이 나는 일이었나요?
나뭇가지에 걸린 것인지, 소매가 북 찢어지는 소리가 선명합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활짝 열린 길이 보이고, 커다란 침엽수가 눈에 들어올 때쯤...
낙엽 사이를 한바탕 어지럽히고 커다란 침엽수 앞까지 구르고야 맙니다.
경이감이 들 정도로 우뚝 솟아있는 침엽수...
이스피어 틸다:(허억, 헉. 어느새 눈물로 얼룩진 표정으로 한참 숨을 내쉬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불렀다.) …
줄리?
매일 곱게 단장해 올리는 머리는 어지럽게 헝크러져있고, 뭘 집어먹은 건지 입 주위가 벌겋습니다. 아니. 저건. 설마.
피
인가요?
줄리:이. 이. 이스. 이스피, (성대가 상하기라도 한듯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당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험히 찢겨진 옷을 보아하니 숲에서 한참이나 헤맨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존재를 자각한 후에는.)
―나 좀 살려줘!!!
도, 도련님이. 도련님이. 날 죽이려고 해. 내가. 그 차가. (정신없이 말하는 통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색색대는 거친 숨소리때문에도.)
이스피어 틸다:(입 주의를 새빨갛게 물들인 피. 험하게 찢겨진 옷. 한참 고생한 게 분명한 몰골. 그것에 순간 멍하게 입술을 달싹였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도련님이 널 죽이려고 한다고? (엎어진 몸을 일으킬 생각도 못 하고.) 왜? 도련님은, 널. …널….
(좋아했잖아?)
당최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아들을 수 없어 설명을 요구하려던 그 때.
줄리:꺄아아악!!! (다시금 새된 비명을 지르며 당신을 방패삼듯 뒤에 몸을 숨겼다.)
이스피어 틸다:─, (활과. 화살. 그것에 순간 굳었다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아이작 딜라이트:(헉, 헉. 숨을 고른다. 눈밑이 금방 퀭해졌다.) ... ... 이스피어. 내 말 좀, 들어봐. (어떻게든 입꼬리를 올리려하는 통에 자꾸만 기괴한 표정을 보였다.) ... ...
오해가 있어. 응?
이스피어 틸다:(사용인에게 도망치라던 편지. 핏자국. '사냥당하고 있던' 줄리. 덜덜 떨며 간신히 한쪽 눈을 떠 당신을 바라보았다.
오해? 무슨 오해가?) …저, 절 죽이려는 거잖아요! 주, 줄리도…. 하, 하, 함께…? (하지만 왜지. 도련님, 당신은 줄리를 좋아하던 것 아니었어요?)
아이작 딜라이트:이건... ... . (말을 고르려다 실패하고.)
어쩔수 없는 의식이야. 너와 나, 모두를 위한 거라고. (무해하다는 양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당신에게 걸어간다. 그럴수록 줄리의 비명소리는 커졌다. 무고를 증명하고자 하면서도 끝내 손에서 놓지 않는 활과 화살. 그것이 그의 문장에 거짓이 있으리란 확신을 자꾸만 주었을 것이다.)
우리. ... ... 우리 가문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저주를 받아 단명할 운명을 타고났어. 그리고 호수라는 의식을 통해, 그 저주를 하인들에게 대대로 옮겨왔었지. 난 그렇게까지 해서 살고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어. 하지만.
네가.
―네가 나보고 살라고 했잖아.
줄리만이 아니라 네가 이 곳에 오게 된 건 결국 내 불찰이지만, (다급하게 자꾸만 변명을 붙인다.) 그래도. 이것만 끝나면 나는. (한 걸음. 가까이 간다.) 자유로워질 수 있어. 너랑 같이.
이스피어 틸다:(
어쩔 수 없는 의식이라고?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 두 손을 들고 걸어오면서도 놓지 않는 활과 화살.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속에서부터 울렁이는 기분 나쁜 감정들로 욕지기를 뱉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설명에서 오는 '저주'.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태어난
단명의 운명.)
……. (눈물 젖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처음 묻는 것은, 그러니까 그것이었다.)
저…. 안 죽이실 거예요? (자유니 뭐니, 단명이니 저주이니 의식이니 뭐니 해도. 먼저 우선하는 것은 하나였다. '자신의 생존'.)
너는 안 죽을 거야.
아이작 딜라이트:... ... 네가 일어나기 전에 모두 해결하려고 했어. 근데
식자재 창고인지 뭔지에서 무슨 글을 읽고 왔다면서. (옅은 한숨을 뱉는다.)
이스피어 틸다:(
나는 죽지 않아. 그 말이 확정되고 나자 굳어있던 것 같은 머리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단명할 운명을 타고 난 딜라이트 가문은, 호수라는 의식을 통해 하인들에게 그 저주를 옮겨왔는데. …처음부터 줄리를 불렀던 당신과 그 자리를 꾸역꾸역 꿰차고 들어온 자신. 그리고, 어떻게든 줄리를 불러낸 당신의 행동을 생각한다.)
(서서히 머리를 감쌌던 팔을 떨어뜨리며 두 눈을 온전히 떠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는,)
(나만큼은 어떻게 죽이지 않으려고.)
…큰 주인님이 여기에 오기 전에 제게 쪽지를 주셨어요. '그 아이를 호수에서 밀어버리렴.' …이건. 그렇다면. 이 내용은….
도련님이 아니라…. (입을 다물었다.)
아이작 딜라이트:... ... (원래 편지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착하지, 이스피어.
... ...
줄리를 이쪽으로 줄래? (더없이 다정한 투로 말한다.)
이스피어 틸다:(
줄리를 이쪽으로 줄래? 그러나 그 물음이 들린 순간. …이스피어는 순간 무엇을 생각했는지, 허리를 바로 세우며 제 뒤에 숨은 줄리를 끌어안았다. 마치 당신에게서 보호라도 하듯. 그러나.)
─이, 이 의식이 끝이 난다면! (내뱉는 말은 당신의 상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을 테다. 여즉 떨림과 긴장, 초조함이 남아있는 음성임에도 불구하고 물기 어린 눈으로 밑을 노려보다, 당신을 슬그머니 올려본다. 묘하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도.)
그럼…. 도련님은 다시 건강해지는 거, 건가요…? (묻는단 말이.)
아이작 딜라이트:(혹여나 당신이 줄리를 보호하고, 둘이 손을 붙잡아 달아나려고 한다면 그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는 당신에게만큼은 끔찍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만, 어차피 네가 나의 진창과 밑바닥을 보았더라면.
함께 그 시작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그래. (더없이 빛난 미래를 논하듯 그의 눈이 빛났다. 헬쓱한 낯, 고통으로 떨리는 손끝, 이마 끝에 맺혀 흐르는 식은땀. 초조할 게 분명한데도 그의 눈빛은 당신에게 고정되어있을 뿐이었다. 마치. 당신은 절대 자신을 배신할리 없다는 확신이라도 가진듯.)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아프고, 평범하게 낫겠지. 평생.
이스피어 틸다:(…처음 당신을 만났던 때가 기억에 스쳤다. 그러니까, 반쯤 죽은 사람처럼 그 어렸던 당신이 누워서 한다는 말이.
'어차피 금방 갈 거 다 알아. 대충 있다 사라져.' 였었나. 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때와는 달리 더없이 빛나는 눈빛으로, 더없이 고통에 저민 숨을 내뱉으면서도 말하고 있었다.
미래를. 그것이 문득 더할 나위 없이 벅차올라서 가슴이 울렁거렸다. 숨이 떨렸다.) 그럼, (목이 메이는 양 목소리가 떨렸다.)
저…. 돌아가면 큰 주인님으로부터 지켜주신다는 것도 여전하죠? 애초에 저에게 온 명령도 아니긴 해, 했지만….
아이작 딜라이트:당연하지. (한걸음. 조금씩 다가간다. 경계는 하되 자신을 피할리 없는 여리디 여린 고양이를 대하듯.) 앞으로 그 누구도 널 함부로 대할 수 없을거야.
이스피어 틸다:-그럼! (다가오는 모습에 털을 세우는 짐승마냥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어지는 말은.) 도련님이, 나중에, (살며시 눈꼬리가 떨어졌다.)
…….
결,혼…. 하게 되실 때에도,
…….
절 데려가주겠다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밑바닥엔 덜덜 떠는 줄리를 놔두고서.)
…약속해주세요.
간절한 목소리가 당신의 치마를 붙잡으며 자신을 봐달라듯 끌어당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예요. 지금 더 중요한 건.
이스피어 틸다:(그러나 당신을 바라본다. 시선에 하나, 흔들림 없이.)
아이작 딜라이트:―무슨 신분으로 데려갈 지는 내 마음이지?
당신을 향해, 더 없이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이스피어 틸다:…무슨 말씀인진 모르겠지만
데려가 주겠다고 약속하신 거예요, 그럼! (끝까지 씩씩하게 외치고. 완전히 일어섰다. 그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붙잡는 손길이며 음성을 모르는 척 한 채.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그렇게.)
전….
언제까지나 도련님이 책임져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제멋대로의 약속을 종결시키며.)
살이 찢어지는 비현실적인 소리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몸짓.
숨통을 끊지 않고, 그저 중상만 입은 사냥감이 무어라 입을 벙긋거립니다.
피 냄새를 맡은 걸까요? 까마귀가 날아와 우리의 주변은 맴돕니다.
하지만요, 같은 짐승이라 한들 다 같은 게 아니잖아요.
이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펼쳐질 일들의 서막일테니까요.
아이작 딜라이트:
짐승의 몸뚱이는 호수로 가라앉습니다.
오늘 저녁에 나올 디저트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레몬 파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