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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연성/페어리테일

[제랄엘자/모브엘자] 소개팅 썰 4

by 여우비야 2023. 4. 1.

 
 
 
 라티오 데누마.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던 어린 소년은 그의 나이 7살, 마을에 들이닥친 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다.
 아이 사냥.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불타던 마을 속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 넘어진 자신을 애써 일으켜 손을 붙잡고 힘껏 달리던 누이까지. 누나, 부모님은 어디 갔어?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셨을 텐데.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어?
 라티오는 절벽 밑으로 굴러떨어진 채 정신을 차렸다. 팔 한 쪽에 감각이 없었다. 누이가 잡아주었던 팔인데. 누이는 어딜 갔지. 자긴 어쩌다 이곳에서 눈을 떴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던 소년을 구해준 것은 뒤늦게 아이 사냥의 소식을 접하고 마을을 도우러 온 한 길드였고, 소년은 구제되었다. 불탄 마을에서 부모님과 할머니의 유해를 수습했다. 소년은 길드에 입단하고 소년은 누이의 행방을 찾고, 찾고, 찾았다. '낙원의 탑'에 다다르기까진 어언 5년이 걸렸다.
 
 "……."
 
 낙원의 탑과 더불어, 누이의 마지막 소식을 들었다. 폭풍이 크게 일던 날 간수들의 배에 밀항하다 들켜 배에서 뛰어내렸는데 겨우 목숨을 건진 자라고 했다. 네 누이가 라치아 데누마라면, 그 애는,
 그 애는 고된 노동과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병마에 그만….
 그 날로부터 라티오 데누마는 죽은 가족들에 발 묶인 삶을 살아갔다. 과거에 얽매여 분노와 고통을 통제하지 못해 끝내 복수심으로 타오르는 남자가 되었다.
 내가 잃게 만들었으니 너희도 다 잃어봐야 맞는 거지. 그렇지. 손에 피를 묻혀가기 시작하던 그를, 라티오를 품어주었던 길드 마스터는 가만 두고 보지 못했다.
 
 "멈춰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라티오."
 "보셨잖아요, 그 날, 마스터! 어떻게 잿가루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한 가족들을 두고, 제가, 뻔뻔히 빛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겠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건 사람의 마음을 망가뜨린다. 아직 돌아올 수 있다, 라티오. 네 가족들이 정녕 네가 망가지길 원한다는 뜻이냐?"
 "마스터. 제가…. 제 스스로 망가질 각오도 없이 다른 것들을 망가뜨리려 했겠습니까…?"
 
 "어차피 죽은 자들은 말이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말이라도 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니 라티오도, 이것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복수 행위에 불과한 것임을 알았다. 길드를 나온 그는 새롭게 팔수스 길드를 차려 길드장이 되었다. 정보를 모으고, 그의 삶을 망친 주범을 응징했다. 그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황폐해졌고, 그의 결심은 날이 갈수록 흔들렸다.
 멈추고 싶다. 그렇다면 자신은 뭘 위해 살아야 하지? 뻔뻔하게 자기가, 다시 빛의 길로 돌아가고 싶다 얘기한다면.
 하지만 이미 그는 어둠에 잠겨 일어날 수조차 없는데….
 
 그러던 중, 그에게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마스터, 드디어 그 남자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이미 지난 과거에 묶인 자들이 모인 곳이다. 현재와 미래를 그대로 누리며 살아갈 수 없는 자들이 서로 모여, 더 망가지지라도 않게 처절히 서로를 붙드는 길드.
 바야흐로 탑의 주인, 제랄 페르난데스의 정보가 길드장인 라티오 데누마에게 전해졌을 때.
 라티오는 자신이 아예 망가지기 직전, 지금, 마지막으로 그 남자를 징벌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죽은 자들의 원념은 산 자들만이 풀어낼 수 있으니.
 그의 마음이 다 죽어버리기 전에.
 
 
 * * *
 
 
 엘자 스칼렛이 물었다.
 
 "그게 네가 내게 접근한 이유인가?"
 
 그가, 어둠을 택한 것을 아예 후회하기 전에. 라티오는 얼굴을 찌푸리며 웃었다.
 
 "팬이었다는 말은 진짜예요."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빛은 빛으로 보인다. 아, 확실히 제랄 페르난데스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다. 같은 어둠에 몸 담고 있는 라티오가 가까이서 본 엘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올곧아 구부러지지 않는, 어떤 순간에서도 꿋꿋하게 빛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 그러기에 라티오 데누마 또한 짧은 시간동안 이 여자를 사랑하고 말았지만,
 그는 그의 마음이 다 죽어버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저희… 고작 두 번째 데이트잖아요."
 
 눈앞의 이 여자를 더 사랑하게 되기 전에… 그가 스스로 진 책무를 다해야 했다. 라티오는 땅바닥을 향하고 있던 눈을 들어 엘자를 바라보았다.
 진짜 복수는 상대에게 그가 겪었던 심정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하룻밤 사이에 죄 잃어버리는 것. 헤매고 헤매다 겨우 손끝에 닿은 것이 흙먼지에 뒤섞인 뼛가루인 것. 유품조차 얻지 못하고 남은 것 없이, 마음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아무리 손으로 다시 담아보려 해도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삶.
제 손 위로 겨눠진 칼날에 라티오는 차게 웃었다.
 
 "일반인들이 휘말려. 그만해라."
 
 탑의 주인이 유일하게 사랑하고 만 여자. 아무리 그 자신이 부정하려 해도 라티오는 알았다,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빛을!
 남자의 손 위로 떠오른 마법진은 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라티오 데누마는 제랄에게서 이 빛을 빼앗으러 왔다. 엘자 스칼렛에게 구태여 접근한 이유. 낙원의 탑의 주인이 기어이 사랑하고 만 여자이니, 남은 것 없는 그의 생에 유일하게 남은 것을 앗아야지만.
 그와 같은 밑바닥으로 다시 떨어지지 않겠나.
 
 "괜찮아요, 죄 없는 자들까지 휘말리게 둘 일은 없어요."
 "목적을 말해."
 
 손 위의 마법진이 불길한 마력을 품으며 돌아가고, 남자를 중심으로 짙은 어둠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칼날 끝부터 시작해 라티오의 마법이 엘자의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핏줄처럼 불거지는 검은 마력이 팔을 덮는 것에도 칼을 든 엘자의 팔은 흔들리지 않았다.
 광풍이 그들을 중심으로 돌았다. 꽃잎이 휘날리다 못해 찢길 듯 매서운 바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풀잎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무 가지가 부러지지 않았다. 오로지 라티오 데누마와 엘자 스칼렛만이 바람에 휘말리고, 스쳐서,
 어느덧 검은 구체 안에 서로만이 있었다.
 마법의 시전을 마친 라티오는 마치 후회라도 하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당신을 죽일 겁니다."
 "이유는?"
 "제랄 페르난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없이 고요한 공간. 엘자는 천천히 겨눈 칼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저는 힘 없던 자들의 복수를 대신하려 길드를 세웠어요. 그 말이 그런 뜻이었나. 입 안이 썼다.
 
 "낙원의 탑인가."
 "아주 수많은 사람이 그곳에 끌려갔으니까요."
 
 라티오가 실소했다. 오히려,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데. 그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고개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죄는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일진대.
 
 "네 복수를 짓밟지는 않아. 그러나… 복수의 대상을 잘못 선택하는 것은 관둬. 라티오."
 "이해가 안 가네요, 엘자 씨. 방관은 죄가 아니던가요?"
 
 공기가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었다. 엘자도 직감으로 알았다. 이곳은 라티오 데누마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간. 어떻게 변모하고 이용될지 알 수 없다. 바짝 선 기감이 주변을 살피고 있는 것 알았는지, 라티오가 작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긴장 풀어요. 그냥 이곳은 만들어졌을 뿐이에요."
 
 허공으로 라티오가 손을 뻗었다.
 
 "팬이었다는 말은 진짜예요."
 
 무언가를 쥐고, 끌어낸다. 그것을 본 엘자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도 검을 쓰는 마도사거든요."
 
 피를 먹는다던, 저주받은 검. 사용자의 정신에도 해악을 끼쳐 과거 관련한 큰 사건이 일어난 뒤 평의회에서 사용을 금지시켜, 이젠 찾아볼 수 없는 마검이라 들었는데.
 
 "─방관도 죄다. 그러나, 네 복수의 대상이 잘못된 것도 맞다."
 "…다시 검 드세요, 엘자 씨. 당신을 죽일 거라고… 제 목적도 밝혔잖아요."
 "나는 제랄과 함께 낙원의 탑에 있었다. 그곳에서 난 자유를 얻기 위해 검을 들었고, 실패하여, 피오레로 오게 되었지."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 거예요?"
 "……난 제랄에게 복수하기 위해 힘을 키웠다. 몇 년이고 그때, 낙원의 탑에 갇혀있던 때를 떠올리며 살아갔지."
 
 미래는 사치이고 과거에 묶여 현재를 살았다. 어떻게 살아도 난 자유롭지 못했어.
 마검을 쥔 라티오의 앞에서, 검을 아래로 내려뜨린 엘자는 묵묵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꾹, 그의 눈이 감겼다 뜨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제랄에게 복수하기만을 위해 살았지, 그동안 낙원의 탑에서 방치되고 있던 사람들은 구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
 "방관은 죄라지. 맞다, 난 그때 고통받는 이들을 구하지 못했어. 구하지 않았다. 힘이 없다. 그런 변명거리 하나만을 가지고."
 
 그제야 엘자가 검을 치켜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긴장했다. 시선이 맞닿는다.
 
 "우선 네가 징벌해야 할 자가 네 앞에 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지?"
 "긴 말은 필요없어. 네 책무를 수행해라."
 
 와라.
 근육이 폭발하듯 움직였다.
 검과 검이 맞붙었다.
 
 
 
 


* 한동안 일 폭탄이라,, 분량 짧음 어쩔 수 x 다음 주도 짧을 수 있어요
* 입체적인 캐릭터를 지향합니다... 원래 다들 후회할 짓 꿋꿋이 하면서도 중간중간 이미 후회하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