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날 서로 부둥켜안고서도-이후에 서로 좀 어색해했을듯ㅋㅋ-둘의 이어지는 생활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음. 제랄은 나츠와 그레이의 반응이 자꾸 신경쓰이기도 했고 엘자는 돌아오지 않는 기억에 알게 모르게 초조해했을듯.
불안정한 일상을 깨트리고 만 건은 새벽녘에 있었던 사건이었음. 둘은 제랄의 집에서 다른 방에서 각자 생활하던 중이었는데 제랄이 자다 문득 섬뜩함이 끼쳐서 눈을 떠보니 엘자가 칼을 들고 제랄을 찌르려 하고 있는거. 제랄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피하고 엘자를 부르려다가, 엘자의 눈이 혼탁해져있는 것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을듯.
혼탁해진 눈동자. 낙원의 탑에서 엘자를 구하지 못하고, 제랄이 절벽에서 떨어졌던 그때 보았던. 순간 트라우마같은 게 올라와서 제랄이 허덕이기도 했을 것 같지만 무사히 엘자를 제압하고, 엘자에게 마법을 건 누군가의 존재를 깨달았을듯. 그제서야 제랄이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는 것을 깨달음. 엘자가 세뇌당하고 조종당했던 건 확실했는데, 정작 그 엘자를 조종하던 배후까지는 아직 생각을 못 했던거. 엘자가 기억을 잃었던 원인도 컸겠지만...
하여간 제랄은 급하게 추적 마법을 사용했지만 상대까진 닿지 못했을 것 같음. 쓰러진 엘자를 추스르며 겨우 밤을 보냈을 뿐임. 제랄이 저주나 세뇌를 푸는 마법에도 정말… 공을 들여서 연구했지만 이상하게 이 저주는 단번에 완벽하게 푸는 걸 못했을듯 애초에 지금 저주가 남아있던 것도 처음 발견했고. 그 대상을 향해 이만 갈면서 그나마 저주의 정도를 차차 약하게 조정하는 식에서 그쳣을듯.
다음 날 엘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에 제랄은 조금 안도했을듯. 다시 엘자를 손대지 못하도록 여러... 아무튼 다양한 마법을 걸어놨으니 한동안은 안심이었을 것 같기도 했고. 제랄이 차린 아침을 함께 하고, 폴류시카 씨에게 검진받으러 갔을듯. 엘자의 회복력은 원작에서도 그랬듯 ㅋㅋ 워낙 좋아서 폴류시카가 놀랐을 것 같기도 함.
개인적으로 폴류시카 씨가 의안...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원작에선 엘자가 울 정도로 기뻐했는데 여기서는 제랄이 더 기뻐했을듯. 왜냐면 엘자는,, 깨어난 직후부터밖에 기억이 없으니까 눈이 한쪽 안 보이는 것의 불편함이나,, 처음 눈을 잃었을 때의 기억도 없어서 감흥이 적었을 것 같음. 제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엘자가 의안이 생긴 곳을 더듬으며 거울을 봤을듯.
- ……마법이란 참 대단하군….
- 감사합니다, 폴류시카 씨. 정말, 엘자의 눈이 다시 고쳐질 것이라곤….
- 시끄럽다. 한동안은 더 문제가 없는지 잘 지켜보고, 용건이 없다면, ……잠깐.
폴류시카가 놀란 표정으로 엘자를 바라봤음. 왜냐면 엘자가 한쪽 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 폴류시카의 놀란 표정을 본 엘자가 그제서야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손등으로 눈물 닦았을듯.... 제랄이 옆에서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스럽게 눈가를 다시 닦아줌.
- 괜찮아?
- ……괜찮아. 그리고 괜찮습니다, 폴류시카 씨.
- …술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텐데.
급하게 서적을 다시 뒤적이는 폴류시카를 만류한 건 엘자였음. 괜찮습니다. 기억을 되찾지 못한 저로서는 막연히 짐작할 뿐이지만….
- …아마도 평생 흘릴 눈물의 절반은, 이미 흘려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 갑자기 이거 원작 대사 뭐였지 하고 찾아보다가 별안간 눈물 질질 흘리는 여성 됨.
폴류시카와 제랄은 조금 아연한 표정을 지었겠지만,, 제랄이 곧 애써 웃으면서 물러났을듯.
그리고 그 날은 카페라는 곳에 가서 '딸기 케이크'라는 것도 함께 시식하며 오붓한 시간을 나름 보냈던 때였음. 엘자는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지만 두 눈으로 선명히 보이는 세상에 답지 않게 주변을 흘끔흘끔거렸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제랄이 남몰래 웃기도 했을듯.
딸기 케이크는 엘자의 입에 딱 맞았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달콤함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거릴 정도로.
- 혹시 기억을 잃기 전의 나도 케이크를 좋아했나?
무심코 그런 질문을 건넨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아무래도 기억이 없다 보니까. 제랄이 잠시 굳었다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음.
- 아마 너는… 케이크를 못 먹어보지 않았을까? 너는 계속 낙원의 탑에 머물렀던 것 같으니까.
제랄이 모를 과거를 물은 것을 깨달은 엘자가 조금 뒤에 그런가. 하고 답하며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듯. 기억나지 않는 기억을 되짚으려 노력하듯이.
- …낙원의 탑에 갇혔던 '친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랄의 머릿속으로 밀리아나와 쇼, 월리가 떠올랐음. 사실 낙원의 탑이 파괴된 직후에는 엘자에게 신경쓰느라 그들과 제대로 해후하지는 못했었음. 끽해야 엘자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우는 밀리아나와 쇼를 달래주고, 그들에게 시몬의 죽음을 전해주고, 괴로워하는 밀리아나에게 이걸 말해야하나, 싶었지만, 엘자가 세뇌당하고 있었던 것도 말해주었음. …밀리아나는 엘자가 세뇌당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진 못한 것 같았음. 그렇게 따랐던 언니가 자길 하루아침에 배신해서 노예처럼 부려먹고, 잔인하게 사람들을 부렸으니 제랄로서도 어쩔 수 없었음. 시간만이 해결해주리라 믿고 그들의 새로운 미래를 나름 응원해주고 헤어졌건만.
침착하게 말을 정리하며 답함.
-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낙원의 탑이 무너진 뒤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어.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시간은 걸릴 거야.
제랄이 눈치보다가 물어봄. 그런데 그건 어디서 들은 거야?
- …청발의 여자와 금발의 여자에게.
- …쥬비아와 루시를 말하는 거 맞지?
다시 생각이 길드와 길드원-나츠와 그레이-에게 미치자 제랄의 표정이 묘하게 가라앉았음. 그것을 바라보던 엘자가 찰나 웃곤 물었음.
- 그들에게도 신경을 써주지 그래. 저번에 보니… 서운하던 점이 많던 모양인데.
제랄은 조금 뜨끔! 했지만 티내지 않으려 함.
- ……그건, 조금 개인적인 사정이랄까.
본인도 떳떳하지 못한 건 아는 모양임 ㅋㅋ ㅠㅠ.
- 보아하니 네 스스로도 알고 있는 모양이야.
- …너는 가끔 너무 정곡을 찌르곤 해, 엘자.
- 네 동료들이지 않나. 네가 제일 힘든 시절, 너를 뒷받침해준.
- ……나츠와 그레이에게 심한 짓을 했단 건 알고 있어.
- 그런가.
- 그래도 당장은 따로 우선하고싶은 게 있으니까. ……그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지려고.
이만 일어날까? 엘자는 다시 한 번 더 제랄이 길드와 자신을 저울질 할 때, 그 무게가 자신에게 기울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음. 하지만 돌아가자며 내민 손을 무시할 수는 없었음. 상처는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지만 다 나은 게 아니었으니까. 아직 유예 기간에 머물러 있었으니까. 이도저도 아닌 자리에서 방관하는 죄를, 합리화할 수 있었으니까.
지지부진하게 며칠이 흘러가고, 나츠와 그레이는 제랄에게 종종 시비를 털었지만 제랄은 거의 길드에 아예 방문을 안 하게 돼서 의미가 없었을듯. 지금 상황에선 제랄보다 엘자가 더 말이 통한다곤 하지만 나츠나 그레이가 이런 상황에서 엘자를 찾아갈 일도 없었을 것 같고 ㅋㅋ…
몸이 나아가던 때에 제랄이 떠났던 윌리와 쇼, 밀리아나의 행방을 찾았을듯 그래서 엘자랑 짐을 꾸려서 피오레 마을을 떠났을 것 같음. 갑자기 급전개. 왜냐면 여기 마을에선 더.. 뭐가 없을 것 같아서 니르바나 편으로 ㄱㄱ 해야겠음().
개인적으론 제랄이랑 엘자랑 떠나는 길에 묵을 곳 없어서 모닥불 피우고 취침하거나 아님 여관 갔는데 방 하나만 남아있는 클리셰 겪어야 한다고 생각함. 여관 주인의 음험한 미소를 보고 제랄은 당황해서 순간 얼굴 새빨개지는데 엘자는 …? 하면서 방 열쇠 받고… 방까지 가면서 제랄이 괜히 엘자 안 보면서 헛기침하고 괜히 다른 곳 보고 ㅋㅋㅋ
방에 들어가서도 찐한 분홍빛… 막… 그런 행위를 부추기는 인테리어를 보고서는 엘자도 잠시 새빨개져야함 둘이 개그콤비 돼서 서로 당황하고… 제랄은 yes 적힌 배게 치우려 가다가 넘어져야함ㅋㅋ… 둘이 무릎 꿇고 등돌려 앉아서 제랄이 내 내 내가 소파에서 잘게 엘자 너는 침대에서 자. 이러면 엘자도 오, 오우. 하고 답해야함.
둘이 새벽대화 했으면 좋겠다 제랄 소파에 눕고 엘자 침대에 눕는데 이상하게 둘 다 잠이 제대로 안 왔겠지… 엘자가 먼저 말 꺼내야 함.
- …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아?
- …뭐가, 엘자?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옛 동료들이… 나에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심지어 그 동료 중 하나가 자신의 악행-의도하지 않았던-에 휘말려 죽기까지 했으니. 그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옆으로 돌아누워 창문을 바라보던 엘자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음.
제랄은 잠시 침묵하다 말을 꺼내들음.
- 시몬이 죽었다는 것에 우선 놀라겠지. 네가 조종당했던 사실은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동안의 증오를 돌릴 곳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쇼와 월리, 밀리아나는 ‘자유’를 얻은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제랄이 나무 천장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음.
- ……그렇다면, 네가 내 경우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지?
제랄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음. 깨어난 뒤의 ‘엘자’ 치고는 다소 약한 소리처럼 여겨져서 제랄은 숨소리마냥 웃음을 흘렸음. 내가 네 경우였다면, 나는….
- ……나는, 글쎄. 아예 도망쳐버렸을지 모르겠어.
- 네가?
- 네가,라니. 엘자. 나는 네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걸.
제랄의 작은 웃음소리는 자조가 섞여있지 않았을듯. 정말… 단순한 진실을 전달하는 그 정도로.
- 너는 내가 본 어떤 여자보다도 강해….
나같은 사람보다, 훨씬 더.
그 말에 술렁이는 가슴을 추스르는 데엔 시간이 걸렸음. 하지만 제랄, 우리는 조금 닮은 모양이야. 엘자가 속으로 혼자 생각했음. 괜히 마주할 날이 다가오니 두려움이 앞서.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소중했던 사람의 노골적인 증오와 비난을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상상하라면, 지레 겁부터 먹기 마련이니까.
상념에 잠긴 채 엘자가 눈을 감았음. 곧 제랄도 잠에 빠져들었음.
그러나 며칠이 지난 아침. 엘자와 제랄이 마주하게 된 건 옛 동료들이 아니라,
바로 육마장군이었음.
- …호오, ‘그’ 제랄 페르난데스 아니신가.
제로(이떈 제로 아니었나? 아무튼)가 눈썹을 까딱이며 웃었음. 제랄이 눈을 가늘게 뜨며 엘자 앞을 가로막아 선 채 경계를 세웠음.
* * *
육마장군과 제랄, 그리고 엘자는 기묘한 대치 상황에 빠져들었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았음. 뭐였지 원작 제랄이 예전에 제로한테 뭐,,, 막 배웠다며. 관련해서 저주나 세뇌 마법에 관련한 지식은 제로가 더 빠삭하다고 하자. 제로가 제랄을 바라보다 뒤의 엘자를 흘끔 바라보면서
-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제법 성가신 마법에 걸렸군 그래.
하고 말해왔기 때문임… 제랄은 얼굴을 찌푸리고 엘자 또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어 눈이 가늘게 뜨였지만… 그 가운데 제로가 말해옴.
- ‘그건’ 일반적인 마법으로 풀지 못하는 류의 세뇌다. 아크가 엮인 술식은 나로서도 처음 보는군….
먼가… 울티어가 시간의 아크 쓸 줄 아니까 그런거랑 접목시켜서 울티어(시전자)만이 풀 수 있는 마법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제랄…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가지 않지.
- 그걸 왜 내게 말해주지?
- 네 실력은 잘 알고 있다, 제랄 페르난데스. 네, 소문이 자자한 선행들도 그렇고 말야.
- 목적을 밝혀.
- 동맹을 맺자.
- 무엇이든간 나는 협력하지 않겠어. 어둠의 길드가 제안할 게 거기서 거기니까.
- 그렇다면 왜 처음 본 순간 우리를 공격하지 않았지? 성십대마도에 들 뻔 했던 마도사가… 우리 여섯 명을 상대하는 데 벅차지는 못할 것 같은데.
눈치도 빠르긴, 제랄이 속으로 제로에 대한 경계심을 살짝 더 높였음. 원작에서 제랄이 탈옥한 육마장군을 그랑샤리오 ㅋㅋ로 한번에 바른 적이 있었던 것처럼… 여기 제랄도 이기려고 한다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망설인 이유는 제로가 말한… 엘자의 마법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였고, 일단 엘자를 지키면서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서. 하지만 그때.
- ……제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제랄이 놀란 눈으로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봄.
그곳에는 나츠와 그레이가 앞장서 자신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음. 뒤로도 동맹을 맺은 페어리 테일-캣 쉘터-블루 페가수스-라미아 스케일의 마도사들이 보였음. 그리고 그 순간 섬짓한 기운이 제랄의 등 뒤를 덮었음. 뱀이 속삭였음. 다 들려.
- 네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에서 한눈을 판 소리가.
- …!
코브라와 레이서가 단숨에 치고 나와 양동 작전으로 제랄의 눈을 가리고, 엘자를 붙잡아 결박했음. 같은 길드원이 만들어낸 한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온 것. 제랄이 뒤늦게 코브라와 큐베리오스를 공격했지만, 또 엘자가 레이서에게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무장한 검들이 낙원의 탑과 함께 바다로 가라앉은 지금 무의식적인 그 행동은 수포로 돌아갔음. 레이서가 엘자를 빠르게 기절시키고, 본인들의 쪽으로 데려갔을듯.
제랄에게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음.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심장이 콱 조여들다 갑자기 가쁘게 뛰고, 손끝이 저려오고, 눈 앞이 핑핑 도는 기분에. 양 손에서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피고 자세를 낮게 낮추려던 때에.
- 천체 마,
- 네 녀석들!
먼저 육마장군에게로 튀어나간 건 나츠였을듯. 나츠를 필두로 다른 마도사들이 육마장군을 공격하고, 그러나 열세에 몰리고. 급기야 웬디까지 납치당하고. 제랄의 마법은 아무래도 광범위한… 계열에 속하다보니 엘자가 인질로 잡힌 지금 동료들이 각기 싸우는 현장에서 어쩌지를 못했을듯. 오히려 분노로 젖어든 눈동자는 아수라장에서 고요하게 제로를 응시했음.
제로는 그저 웃으며 웬디와 엘자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물러났을듯. 불화의 불씨를 위한 씨앗을 툭 던지면서.
- 그럼, ‘제안’은 한 번 잘 생각해보지 그래. 제랄 페르난데스.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난장판이 된 숲 속과, 다친 동료들, 납치된 여자아이와, 엘자. 점차 소강되는 분위기에 다른 마도사들의 시선이 제랄에게 꽂혀들어간 것은 마땅한 수순이었음. 루시는 나츠가 또 저번처럼 불같이 뛰쳐나갈까봐 혼자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다만 차분히 제로가 떠난 곳을 바라보던 제랄의 곁까지 다가갔음. 나츠가 주먹을 꽉 쥐다가, 물어보았음.
- 네가 왜 여기 있냐, 제랄.
고요하게 분노하던 제랄은 느릿하게 답함.
- 엘자의 부탁을 들어주려다 저들을 만났어. …지금 막, 납치당해버렸지만 말이야.
제랄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보던 나츠가 그러냐. 무심한 양 툭 내던졌음. 그리고서는.
- 같이 납치된 꼬맹이 마도사 말인데. 우리가 이번에 맡은 협력 임무의 마도사야.
- 응.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 말이지.
- 웬디라고 하는데, 나랑 같은 멸룡 마도사래.
- 신기하네. 지금까지는 너랑 가질, 아니면 렉서스밖에 없지 않았나?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오히려 다른 마도사 애들이 더 그 기이함에 침음하는 사이 오로지 제랄과 나츠만이 태연했음.
나츠가 길게 눈을 감았음.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뜨며 말했음.
- 아직도 난 네 말 이해 못해. 인정도 못하고.
- ……그래?
- 언젠간 네 스스로 잘못 말했다고 빌게 만들어줄 거야.
-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거지.
둘의 기묘한 대화를 바라보던 중 그레이가 한숨을 푹 쉬면서 걸어나옴. 상처투성이지만 제법 진중한 표정으로 제랄을 바라봄.
- 요컨대 우리의 목적과 네 목적이 일치한다는 소리다. 제랄.
그제서야 제랄이 다른 마도사들을 더 찬찬히 둘러봄. 라미아 스케일, 그리고 블루 페가수스.
- 너희의 본래 목적은?
- 오라시온 세이스의 소탕.
- 겸사겸사 꼬마 아가씨도 구하고?
- 그렇지.
- …좋네.
제랄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살짝 숙임. 좋아. 다시금 중얼거리다, 고개를 들어올리며 나츠와 그레이를 바라봄. 그리고 다른 마도사들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음.
- 페어리테일의 마도사, 제랄 페르난데스야. 다짜고짜 합류하게 되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마도사들이 다친 부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 …간단한 치료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일단 재정비를 한 뒤 다시 계획을 짜볼까?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음.
3개 길드의 연합, 그 중에 제랄 페르난데스의 합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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