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아 레크탈리아:(눈썹을 한 차례 까딱였을까. 아마도 언제 그걸 보았냐는 의미렷다. ……예전이었다면 멋대로 제 노트를 훔쳐본 당신에게 당장 사납게 눈을 떴을 것에 틀림 없었지만. 지금은 이런 소극적인 반응에서 그칠 뿐이었다.) 수족관은 내일. (언제 들어도, 무미건조한 음성이다.) 오늘은… 다른 곳. 그곳도 이상해. (부가 설명이 없다시피 틱틱 할 말만 전하는 것은 당신이 알아서 잘 해석하리란 믿음이 있어서… 였을까? 단지 소통이 능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아까, 수업 시간에 심심해서 잠깐 봤어. 미안해. (물론 멜로타야 당신이 이제 이 정도로는 크게 화를 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편히 말한 것이겠지만. 묻지 않은 말에 대해 간결한 답과 담백한 사과를 먼저 내어주고 가방을 고쳐들었다. 고개가 살며시 옆으로 기울다가...) 다른 곳, 어디? (그렇듯 짧게 되묻는다. 구태여 말 늘이는 데에 취미 가지지 않은 탓이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사과에 대한 답은 구태여 건네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이고는 먼저 몸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작은 가게. …뭔가 이상해. (사실 이상하다 느끼는 것은 비단 그런 특정된 장소만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말을 뱀처럼 삼켜내고 묵묵히 걸었다.) 좀 걸어야 해.
멜로타 카프릴리스:(찬찬히 끄덕이고 뒤를 따랐다. 가만히 있으려던 입술이 또 다시 떨어져 질문 하나를 툭, 건넨다.) 어떻게 이상한지는 아직 모르겠고?
라미아 레크탈리아:……일렁인다던데. 건물이나, 간판이나, 혹은 그 주변이. (마치 아지랑이처럼.)
멜로타 카프릴리스:... (어쩐지, 알 것 같은 설명이다. 그거. 학교도 그러던데. 무심코 튀어나오려는 문장을 붙잡아 혀 아래에 묶어두었다. 일단 그, '작은 가게'부터 확인한 후에 말을 꺼내보자.)
1-2. 하굣길
라미아가 앞서 걸어가고, 그 뒤를 따라가는 당신의 모습은 이젠 익숙해진 광경일지 모르겠습니다.
이전보다는 몇 걸음 가까워진 거리를 두고, 골목길을 굽이굽이 움직여 걸어갑니다.
작은 가게라더니, 상당히 외진 곳에 있는 모양이죠.
하지만 이 무더운 여름날, 천만다행으로 날씨는 좋았습니다. 산들바람이 햇살 아레 뽀얗게 드러난 이마를 쓰다듬고 지나갑니다.
이따금 전신주며 길가에 핀 꽃들 옆을 스쳐지나가며, 먼 곳으로 시선을 두면 풍경은 초록으로 빛나 눈이 시렸습니다.
새파란 하늘 위로 비행기 구름이 한 줄 하얗게 그어집니다.
뭉게구름이 꽃처럼 피어오르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라미아가 걸음을 멈춰 서면.
푸릇한 꽃과 풀의 향기가 은은하게 두 사람의 주변을 가만 맴돌았습니다.
시야가 닿는 가장자리까지 가득 펼쳐진 것 같은 해바라기의 평원입니다.
대체 언제 골목을 나온 것이죠?
그 곁으로 드리운 가냘픈 나뭇가지에는, 찬란한 황금빛 꽃들 사이 드문드문 섞인 꽃잎이 새빨간 빛을 툭 떨궜습니다.
자연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살짝 멍한 눈이 주위를 훑었다. 그러다 시선을 잡아끄는 꽃잎을 무심코 바라보며 생각하기를, 저게 무슨 꽃이었더라...)
자연
기준치:
60/30/12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여름 더위에 정신이 흐릿해진 까닭일까요, 분명 알던 꽃이었는데 머릿 속에 무언가 낀 것처럼 정신이 순간 아뜩해지고 맙니다.
그야, 당신에게 있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멜로타, 이성 판정이 필요하다면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멜로타 카프릴리스:... ...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고? ... 기존에 알았던 것을 망각했다고. 이에 대해서는 흥미를 느낄 새도 없이 대단한 거슬림이 찾아든다. 계약 위반이 아닌가, 인큐베이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치 1 감소.
다른 사진을 억지로 오려 붙인 것처럼 새빨간 꽃잎이 생경하게 시야 안에서 겉돕니다.
다만 이 꽃이 이 계절에 피어나는 꽃이 아닌 것은 확실했습니다.
당신이 정신이 팔린 틈을 타 멀어진 거리 앞, 라미아가 당신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뭐 해? 안 오고.
멜로타 카프릴리스:…… (앞선 문제에 관해서는 후에 인큐베이터와 대화할 일이 있을 테다. 서느렇게 벼려진 감정을 갈무리하고 발을 떼었다.) … 갈게. 가고 있어. (벌어진 거리가 금세 좁아든다.)
끈적하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팔다리를 감싸고는 축 늘어졌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기껏 말랐던 땀이 또다시 목덜미를 적시는 감각은, 불쾌감을 배로 얹어주었고요.
어쨌거나 목적지는 저 눈 앞에 보이고야 맙니다.
아지랑이 한가운데 일렁거리고 있는 작은 구멍가게가 기이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3. 구멍가게
이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자그마한 구멍가게입니다.
삐뚜름하니 달린 초라한 간판은 빛바래고 지워져 아지랑이 한가운데 위치한 것이 아니었더래도 무어라 쓰여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고요.
그 아래의 유리문은 손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게 잘 닦여 있었습니다.
뭐,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라도 소중한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겠습니다만…….
문을 열면 자그마한 풍경이 흔들리며 맑게 울렸습니다.
눈앞이 아른거리는 더위에 한 줄기 푸른빛처럼 청량한 소리입니다.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 덕분인지, 가게 안쪽은 바깥보다는 조금 시원합니다.
자질구레한 간식거리들이 진열대 위에 적당히 놓여 있고, 저쪽의 가판대에는 잡지며 신문이 몇 권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는 아이스크림이 든 냉장고도 보이네요.
멜로타 카프릴리스:… 이런 가게는 어떻게 알고 있어? (가게 내부를 둘러보다 가판대로 가 잡지를 뒤적여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학생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뭐, 걔넨 이상한 점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만. (그러니, 이 기현상은 우리같은 마법소녀들의 눈에만 인식되는 듯 하단 이야기였다.)
자료조사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자료조사
기준치:
90/45/18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잡지를 뒤적이다 보면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닫습니다.
서로 다른 제목을 달고 있는 신문도, 각자 다른 표지를 뽐내는 잡지도.
모두 마지막 발간 날짜가 올해 ■월입니다.
학교가 개학한 이후의 소식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네요.
멜로타, SANC 0/1D2
멜로타 카프릴리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심하게 보고 넘겼다.)
이성치 감소 없음.
멜로타 카프릴리스:이 '일렁임'에 대해서 말인데. … 사실 아까 학교에서 봤거든. 내가. (지나가듯 말하며 냉장고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로 안에 든 것을 살펴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어디에서? (진열대에 놓여진 맥주 모양 사탕이며 아카시아 향이 나는 풍선껌, 입에 물면 혀가 파래지는 사탕까지. 자질구레한 간식거리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겨우 구색이나마 맞추려 가져다 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이스크림은 꽤 여러 종류가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진열대가 별 볼 일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온 라미아가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네요.
멜로타 카프릴리스:교실. 청소하러 가기 전 수업 시간. 네가 그만 졸고 깨라고 했을 때. (냉장고 문을 열어 아이스크림을 뒤적여봅니다. 생귤탱귤. 있나?)
라미아 레크탈리아:……내 주변에서, 나는 느껴본 적 없어. (옆에서 쿠앤크를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라미아처럼 당신 또한 어렵지 않게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찾아낼 수 있었…….
이런,
생귤탱귤이 아니라, '생글탱글'이군요. 짝퉁 아이스크림밖에 없어요!
멜로타 카프릴리스:…… (다소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생글탱글'을 꺼내 들었다. 계산은 어디서 하지? 가게 내부를 다시 돌아봅니다.) 네 수족관 티켓도 그러던데. 눈에 제대로 들어오질 않고, 꼭… 뭉그러지는 것처럼.
가게에 들어왔을 때부터 가게 주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거, 마음대로 먹어도 되는 걸까요?
라미아 레크탈리아:……내게는 안 그랬지만, 여하튼. 이 일렁임이 마녀의 소행인 건 거의 확실하지 않아? (당신이 가게 주인의 모습을 쫓든 말든, 라미아는 느릿하게 포장지를 까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었다. 이곳이 평범한 공간은 아니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맞겠지만.)
멜로타 카프릴리스:(나중에 주인이 나오면 계산하지 뭐. 그가 인간일 때의 이야기지만. 포장을 뜯어 '생글탱글'을 베어문다. 생귤탱귤이 아닌 '생글탱글'을.) 아무래도 그렇겠지.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도 아닌 듯하니까. (더 둘러볼 곳은 없나? 이곳은… 그렇게 작은 공간인가?)
포장을 벗겨 생귤탱귤이 아닌 '생글탱글'을 한 입 베어물면…
……끔찍한 맛과 향이 입 안에 훅 퍼집니다!
대체 왜 아이스크림을 베어물었는데 비릿한 철 향이 감도는 거죠?
언뜻 인공적인 것은 불쾌하게 입천자아에 들러붙어 목구멍을 조르는 듯하고, 냉기는 입천장을 뚫을 듯 싸늘합니다.
정체 모를 지독한 허기가 뱃속을 쥐어짜는데도, 딱 그만큼 강렬한 혐오감이 숨을 틀어막고 있었습니다.
멜로타, SANC 0/1D3
멜로타 카프릴리스:…… (아이스크림을 베어물기가 무섭게 역한 맛이 찾아든다. 표정 변화가 드문 얼굴이 와그작 구겨지고, 차마 다물지 못한 입 안은 싸늘한 냉기가 채운다. 아직 들고 있던 포장지에 즉시 뱉어낸 멜로타가 아이스크림을 휴지통에 처박았다. 작은 기침이 터져나온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치 1 감소.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리고 상황을 모르는 라미아는 당신의 드문 표정 변화를 묵묵히 바라볼 따름이었다.) ……상한 거였어? 내 건 괜찮은데. (눈을 한 차례 꿈뻑이고선, 베어물지 않은 아이스크림의 옆 면을 내밀며 말하기를.) ……원한다면, 입가심이라도 해. (제 딴에서는 낯선 배려였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상한 수준이 아니라… 네 건 괜찮아? (평소였다면 사양했을 배려였으나 아직 입안에 남은 맛이 너무나 끔찍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고마워, 한 마디 하고서 당신이 내민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다.)
입가로 내민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 아이스크림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과 더불어 시원한 냉기가 입안을 맴돕니다.
평범한 아이스크림입니다.
이건 평범하기만 한데…… 아까 느낀 그 끔찍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햇살에 방치되어 녹아내린 얼음처럼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는 것 외엔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 + 5
어쨌거나 남은 아이스크림을 몇 입 안으로 다 삼켜낸 라미아는 쓰레기통에 따라 막대를 버립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도난방지용 거울을 가르키는데요.
……마법소녀인 당신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마녀의 결계입니다.
아직은 완전히 부화하지 않은 듯 합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멜로타?
멜로타 카프릴리스:(완전히 깨어나기까지 얼마나 남았을지 가늠할 수 있나?)
상태를 보면, 부화까진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래 가봤자 반나절 정도일까요.
멜로타 카프릴리스:(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리프시드를 얻을 겸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마법소녀가 둘에 장소도 외딴곳이니 큰 피해는 없을 테고.) 네 소울젬 상태는 어때?
라미아 레크탈리아:……. (말 없이 손등을 보여준다. 마냥 맑진 않았지만 아직까진 양호한 상태의 보랏빛 소울 젬이 보인다. 그리고선 당신에게 눈짓을 하는데, 아마 당신의 상태를 묻는 듯 싶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팔을 들어 제 손목에 매인 팔찌를 보였다. 맑은 연둣빛이어야 할 소울젬은 당신의 것보다 살짝 더 탁해진 채였다. 아직 위험하다 생각하기엔 이르겠으나…) 부화할 즈음에 들어가자. 내일은 수족관에도 가봐야 한다며. 조심해서 나쁠 것 없으니까.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래. (눈썹을 한 차례 까딱이다 별 말 없이 수긍했다. 무감한 듯 굴지만 시선은 이미 당신의 손목을 살핀 뒤였다. 홑팔짱을 끼다, 가게 안의 한쪽 벽면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여름 방학이 머잖았네. 알겠지만. (그리고 꺼내든 새로운 주제란, 이것이었다. 여름방학.)
멜로타 카프릴리스:(툭, 근처에 가방을 내려두고 당신의 곁으로 가 앉았다. 읽을 책이라도 가져올 것을 그랬나. 생각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주제가 던져지고. 마녀의 부화까지 대화나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대꾸하기를,) 응, 며칠 안 남았으니까. … 뭘 하며 보낼 생각이야?
라미아 레크탈리아:(뭘 하며 보낼 생각이야? 글쎄, 라미아에게 미래를 묻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 질문인지를 모르는 당신이 아니었을 텐데. 라미아는 길게 눈을 감았다 뜨며 허울뿐인 문장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전이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넘겼을 것을.) ……그냥. 지금처럼. (그마저도 볼품 없는 대답이었겠다만, 이 주제를 꺼내든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으므로. 멈추지 않고 혓바닥이 움직였다.) 그보다는, 너. (순간 시선이 마주쳤을까.) 다시 전학은 안 가고.
멜로타 카프릴리스:(멜로타는 당신에게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읽었다. 읽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신은 기대하게 만들곤 했으므로. 내일과 모레, 일주일과 한 달 뒤. 일 년을 지나 수년을 넘긴 후의 당신을.)
(하여 일반적인 대꾸를 했으나 우리의 대화는 일반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무시가 아니었다는 점은 명백한 발전이겠지. 다소의 생경함을 느끼며 고개를 젖혔다. 닿아오는 벽이 서늘하여 잔재하던 더위를 한걸음 밖으로 물렸다.) … 지금처럼, 마녀를 잡으면서? (작은 가게, 작은 창을 넘어 들어온 햇살에 녹색 눈동자 위로 금빛 광채가 점점이 떠올랐다. 멜로타는 그 이질적인 눈에 당신을 담는다. 많은 것을 아는 자가 으레 그렇듯 깊은 속내에 무엇이 담겼는지 짐작되지 않고, 엿보이는 것은 오로지 담담한 오만뿐인 시선이다.)
전학 갔으면 해? 이대로도 괜찮지 않나.
라미아 레크탈리아:(불확실의 연속이었던 삶, 심난甚難하여 하루 살이에 전전긍긍하던 순간들을 짓밟고 그가 이곳에 존재했다. 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비단 당신의 눈에만 광휘를 둘렀겠나, 하잘 것 없는 먼지마저도 허공을 부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금빛 망토를 둘러 입는데. 그때마다 라미아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뭐, 그렇겠지. (상념을 잃기 위해 깜빡, 시야가 한순간 차단되면 모든 것이 되돌아간 듯 머릿속은 깨끗하기만 했다.) ……처음에, 먼저 돌아갈 것이라는 예정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왜. (온갖 것에 깎였음에도 그러했기에 더욱 윤택한 빛을 보이는 눈동자는 아슬하게 창의 그림자 안에 위치했다.) 아직도 내가 불안해 보이나.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림자 속에서도 당신은 빛난다. 제게 그렇게 보였다. 이 지난한 삶에 활력이 되어줄 유일한 존재. 그래서 내 손에 쥐고 싶은.) 그랬지. (짤막하게 수긍하고서 그 입은 길게 다물렸다. 당신 담아두기를 관두고 다시 앞으로 향했다 감기는 눈. 희고 말간 낯은 정적 속에 미동 없이 창백한 조각처럼 굳어진다. 언뜻 피곤함이 묻어나는 듯했으나 길게 바라볼 틈도 없이 대꾸가 이어졌다.) 처음 만났을 적보다는 덜해. 그런데 이제 내가… 좋아서. (이곳에서의 삶이, 생활이. 이곳 자체가. 혹은 당신이. 주어가 탈락된 문장 사이로 느른한 숨소리가 섞여들었다.) 그러는 너는, 아직도 내가 불편하고 싫은가. 묻는 걸 보면.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리고 당신의 그 속내를 라미아가 알았었나? 인지하고 있었나? 모른 척 하고 있었나?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기로 피눈물로 다짐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당신이 지금 앉은 곳과 라미아가 앉은 곳의 거리를 따졌을 때 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라미아는, 그래. 당신을 용납하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였는지는 털어놓은 적 없으니 알 길 없었으나 확실한 건, 자의로든 타의로든 당신의 그 속내가 조금이라도 드러났을 때. 라미아는 …… 할 것이라는 것. 라미아는 주어 없는 문장에 길게 눈을 감고 뒷머리를 더 벽에 기댔다. 언뜻 고개가 위로 치켜올라간 것마냥 보였을지 모르겠다. 그래? 사실 너라면 어느 곳에 있든, 빨리 조기 졸업이나 하고 이른 대학생이 되는 게 적성에 맞을 것 같은데. 따위의 같잖은 농담은 적히자마자 지우개로 지워지는 신세였다. 공책이 너저분해졌다.) 딱히. 그저. ……내 말을 기억하고 있나 싶어서. (당신이라면 손쉽게 기억해낼 수 있겠지.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이 도시는 네가 가져." 하다못해 그런 말을 꺼냈을 때의 장소나 시간, 점멸하던 마녀의 조각까지도.)
멜로타 카프릴리스:(나는 이제 당신에게 이만큼 용납 받는 사람이다. 보통은 가슴 한켠이 뿌듯하게 차오르는 감각을 영혼 충만해진다 말하겠으나 내 영혼은 녹색 장신구가 되어 손목에 잘그락거리고 있으니 무어라 표현하면 좋았을까. 설명할 길 없는 감각을 대신하여 입매가 아주 희미하게 휘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누구라도, 심지어 그 자신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옅은 미소가 제법 긴 시간 떠돌다 찬찬히 사라졌다.) 기억해. 그때의 네 목소리와 눈빛, 표정이 어땠는지까지 세세하게. (분명 나쁘지 않다 여겼으나 이제는 바라지 않게 된 가정. 비 오기 전의 눅눅한 밤공기가 지금, 한낮의 우리 사이로 훅 끼치는 듯하다. 멜로타는 명백한 언짢음을 인지했다. 잘 듣던 음악이 불협화음과 함께 뚝 끊겨버린 양.) 나는 잊지 않는 사람이니까. … 그런데 그 이야기는 갑자기 왜. 이제 견디기 힘들어서 그러나. (적당히 자존심 건드릴 수 있을만한 말을 바늘처럼 다듬어 쿡 찔러 넣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세차게 내달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추락하고 싶었던 모든 낮이 저물어감에 의당 떠오른 밤은 비 오기 전의 눅눅함을 품고 있어 특별히 추락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을 들게끔 했다. 고로 라미아는 코끝 스치는 비 온 뒤 풀꽃냄새로부터 내일을 살아갈 생각을 막연하게 품을 수 있게 되었으나. 글쎄. 이어지는 말은 그 기분 좋던 잡념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류의 것이었던지라.) ……진실로 그리 생각하는 것도 아니면서. 관두지 그래. (불편함이 섞인 숨. 감았던 눈꺼풀을 자그맣게 들어올리면 가늘어진 시선이 잠시간 당신을 응시하다, 닫힌다. 한참 침묵만이 감돌았다.) 소설 같지 않나. 우리의 삶. 그래서 그래. ……무릇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위기와 절정이 찾아오는 법인지라. (평상시 구사하는 언어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뭉뚱그린 단어들이 바닥을 기어다녔다. 음울함보단 담백한 심상만이 가득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흥, 못마땅한 마음을 빚어낸 소리가 허공을 떠돌다 먼지에 닿아 바스러진다. 신기루와 같은 일렁임 가운데 세워진 구멍가게는 여름을 찬양하는 매미 울음마저 닿지 않는 곳에 자리하여, 계절 특유의 청량함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이 낡아빠진 고요함이 전부인지라. 결국 당신 들으라는 소리였다. 끊어질 듯 길게 이어지는 한숨까지도. 그러다 입을 한번 비죽이고는 말았다. 그래, 관두자. 의미 없는 말씨름 따위.) 소설 비슷한 것이 맞아. 우리의 삶. (흐린 시선이 창밖과 하늘을 넘어 저 멀리 어드메를 더듬었다. 가만히 무릎을 세우고 그 위로 팔을 포개어 겹치면서 멜로타는 지나치게 어렴풋하고 불투명한 벽을 읽어낸다. 모두가 저마다를 주인공으로 하여 쓰인 이야기 속에 살아간다. 그 무수한 장서들 사이에서 너는, 네 글은. 독자의 흥미를 얼마나 잡아끌었나. 적잖게 끌어들인 것은 확실한데.)
독자를 위해 네 이야기에 위기와 절정이 끝없이 욱여 넣어질 것 같아? 무자비한 저자에 의해 네 결말이 죽음의 형태로 이르게 찾아올까 싶어서? (멜로타는 인생을 소설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데에 작지 않은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팔에 턱을 괴었다 당신에게로 돌리는 면에는 그림자처럼 떨어지지 않고 감돌던 무료함이 살며시 가셔있었다. 한없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도 과하도록 자신에 차서는 말한다.) 내 이야기는 이미 예전에 글렀어. 위기도 없고 절정도 없는 글은 재미가 없고, 클라이맥스가 없는 극은 감동을 주지 못하며, 조화롭지 않은 음악은 시시할 뿐인데. 내 인생이 딱 그래. (지루하고 지난한 내 인생.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그런 내가 네 곁에 붙어있으면 상쇄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해. (그러니까 죽음에 관한 사고는 끊어내고 일단 살아보자고. 나랑.)
라미아 레크탈리아:(못마땅한 소리는 흘려넘기기로 했다.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써서야 마음이 남아나질 않을 테니. 당신이 흐린 시선을 저 멀리에 두면 라미아 또한 감았던 눈을 뜬다. 그러나 시선은 창 안쪽, 햇살이 창살 안으로만 비쳐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구멍가게 안을 더듬을 뿐이다. 타인의 말은 원체 귀 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당신이라면 이제는 달랐지. 자그마한 동조라도 존재하니 라미아의 상상력은 날개를 달아 땅을 박찬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는 날 때부터 시작된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죽음부터 시작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나. 죽음, 그러니까 또다른 탄생 말이다. 적확的確히 따지자면 보류된 죽음이지 않을까.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게 되어, 평생을 마녀를 처리하는 데 삶을 써야 하는 시작인 것이다. 잠깐, 뭔가 떠오를 듯 한데. ……착각일까?)
상쇄와 관련된 말은 아니지. 내 이야기에 위기와 절정이 끝없이 욱여 넣어질지, 말지는 몰라도, (일순간 두통이 어둠처럼 스며드는 듯 하여 라미아는 기껏 뜬 눈을 감았다. 일정한 박자로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흉곽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대저 짧은 것이 봄이고, 유한한 것이 생명일진대……. 안온 속에 잠겨있을 수록 마지막이 빨리 올 것 같은 기분이 든 적은 없나. (반평생 무료함에 잠겨 살았던 당신에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그저 당신이 전학온 뒤로, 당신과 어느 끈이 얽히게 된 뒤로. 소실되었던 평안함을 경각이나마 느낄 수 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멜로타 카프릴리스:아니야? 어째서? (각자의 이야기가 하나로 엮이면 조정하여 조화를 찾는 게 당연한데. 이 이상 나랑 엮이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 되는대로 생각하며 당신의 말을 들은 멜로타가 짧은 상념에 잠긴다. 안온함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자초하여 굴곡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낸 후로 멜로타는 그 평안한 단어를 몸소 느낄 일이 사라졌다. 다만 지금의 자신과 다를 바 없다 여긴다. 높게 솟은 바위도, 천 길 낭떠러지도 존재하지 않은 평탄한 길. 그 길 위에 선 자에게 마지막이란 그저 까마득한지라. 부정한다.) 전혀. 오히려 끝나지 않을 듯할 뿐이야. 언젠가 매듭지어지리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득하게 멀어 와닿지 않는… 표현하자면, 지긋지긋하다는 말이 어울리겠어. (강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마를 날을 걱정하지 않고, 숲이 울창한 것을 보며 불길에 타오를 날을 걱정하지 않듯이, 멜로타의 삶이 그러했다. 말하며 습관처럼 결계를 한 번 살피고서 소울젬을 꺼내 들었나.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여 장난을 시작하는 손길에 조심성이라곤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 심상 그대로 반영한 듯이.)
그러면 너는, 네게 위기나 절정 대신에 안온이 찾아들면 마지막이 코앞으로 다가선 듯한 감각을 느껴? (갑자기 과거에 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너는, 지금 얼마가 되었든 편안함을 느끼고 있나?)
라미아 레크탈리아:(이야기가 엮인다면, 더더욱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되지 않나. 등장인물이 단 하나 등장하는 소설의 끝보다 등장인물 여럿이 얽히고설킨 소설의 끝이 더 여운이 남는 법이고, 더욱 깊이감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우리의 마지막이 같은 죽음이라면 두 명일 때 겪게 될 상실감이 더욱 크지 않겠나. 라미아는 단 한 순간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당신은 오히려 그 마지막이 막연하다 할 뿐이지만. 자조어린 숨이 느릿하게 입술 바깥으로 퍼져나갔다. 따져보면, 그래. 한 명은 소원으로 그 모든 앎을 깨우친 사람이었고, 한 명은 그 소원으로 겨우 밑바닥에서 탈출한 사람이었다. 동시에 치열한 삶을 살아왔고, 동시에 지긋지긋함을 느끼지만… 많은 부분이 다를 수밖에.)
(다리를 움직여 무릎을 땅에 대고, 낮은 자세로써 라미아는 일어섰다. 뱀이 배를 땅에 대고 머리를 치켜들듯이.) ……마지막이 제일 가까이 다가온 듯 하지. (하얀 손가락이 손등을 짚었다. 아니, 더듬었다. 소울 젬이 마냥 영롱하진 않은 색으로 빛났다. 변신하기 위함이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다림의 끝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마녀의 결계로부터 나는, 알이 깨지듯한 소리와 함께 출렁이기 시작하는 공간은 이는 파도를 닮았습니다.
휘이이-, 불길한 공기가 술렁였습니다.
조금씩 침식되어가는 가게의 안은 누가 보아도 마녀의 둥지요, 마법소녀를 안식으로 이끌기 위한 길목이었죠.
…….
오르골이나 악보, 음표와 물병, 과일로 가득한 어지러운 길목이 눈 앞으로 펼쳐집니다.
걸리버라도 된 기분을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멜로타와 라미아에 비해 사물들은 커다래져 있었으니까요.
우리는 굽은 길을 헤매고, 헤매고, 헤맸습니다.
길에 보이는 빵 조각들을 따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걸어가다보면, 비로소 마녀의 등장입니다.
골동품의 마녀, LARELA
그 성질은 바램.
눈이 마주쳤습니다.
기괴한 낭독 소리가 멈추고, 마녀의 손에 들려있던 커다란 악보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흡사 무명 화가의 아류작마냥 악보며 음표며 갈라짐으로 도배된 마녀는 머리로 추정되는 석류를 기울이며 알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AHAHAHAHA!
웃음 소리가 들리면, 바닥에 떨어진 알로부터 자그마한 사역마들이 탄생해 당신들에게 달려들었고요.
그러나 어느덧 당신들의 등 뒤에선 긴 망토자락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부드러우나 강철보다 단단한 현이 당신의 손끝에서부터 마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무수한 식칼들이 가시를 곤두세우듯 라미아의 손짓에 움직였습니다.
마법소녀 멜로타, 마법소녀 라미아. 전투를 시작합니다.
관련 기능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라미아 레크탈리아:……실수. 하지마. (말은 짧았다.)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너야말로 조심해. (어깨를 으쓱하고서 몸을 띄웠다. 오선지와 같은 모양새로 뻗어나간 덩굴을 타고 저 높이 올라 석궁을 겨눈다.)
사격(석궁)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라미아의 식칼이 마녀의 옆 면으로 박혀들어가고, 당신의 석궁으로부터 날카로운 화살이 쏘아지는 것은 거의 동시였습니다.
라미아, 3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멜로타, 2의 데미지를 입힙니다.
주춤하던 마녀는, 그러나 찢어지는 웃음소리를 마구 터트립니다.
마녀의 소리로부터 형상된 음표가 당신들을 덮쳐옵니다!
골동품의 마녀:
녹슨 소리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피해:
0
하지만 아직 몸을 푸는 중인 걸까요? 형상화된 소리는 당신들의 곁을 지나갈 뿐, 상해를 입히지 못합니다.
라미아, 멜로타. 공격 턴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귀 아파. (눈살을 찌푸렸다.)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빨리 끝내자. 못 들어주겠어. (불편하게 찡그린 얼굴을 하고 새로운 석궁을 소환하여 쏘아냈다.)
사격(석궁)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뱀처럼 나선을 그리며 날아간 식칼은 마녀의 팔뚝을 관통했지만, 멜로타가 석궁을 쏘려는 그때. 하필이면 눈 앞을 가린 사역마 때문에 조준이 엇나가버리고 맙니다.
라미아, 3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여러모로 달려드는 사역마들을 피하느라, 마녀의 공격을 피하느라 숨이 벅차기까지 합니다.
그러던 그때. 마녀가 날카로운 웃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치켜듭니다.
하늘로부터 무수한 시곗바늘이 창처럼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로 낙하하기 시작합니다!
골동품의 마녀:
망가진 바늘
기준치:
90/45/18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피해:
0
우리는 날쌔게 몸을 움직여 피합니다.
이 바늘, 커다랗기만 하지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요.
그리고 다시, 공격 턴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말 없이 벽에 박아두었던 식칼 위를 발로 박차고 뛰어오르고, 마녀의 몸통 부분으로 일제히 식칼을 움직였다.)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멜로타 카프릴리스:(길게 자라난 덩굴이 마녀의 몸을 속박하고, 떨어지는 시곗바늘을 피하느라 흐트러진 몸을 추슬러 커다란 발리스타를 소환한다. 화살을 대신하여 창이 매섭게 쏘아져 나갔다.)
사격(석궁)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골동품의 마녀: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마녀는 과일들을 던져 라미아의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멜로타의 공격만큼은 막아낼 수 없었습니다.
길게 자라난 덩굴이 마녀의 몸을 속박합니다. 커다란 발리스타가 창을 쏘아내, 마녀의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을 크게 손상시킵니다.
멜로타, 3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AHAHAHA!
그럼에도 마녀는 끝없이 웃음을 터트리는군요.
뒤로, 바로 마녀의 공격이 날아들었습니다. 다름 아닌 과일 형상의 사역마들로부터 말이죠!
골동품의 마녀:
과일 대파티
기준치:
80/40/16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0
라미아, 멜로타. 회피 판정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눈썹 까딱.) 딱히 위협적이게 보이지는 않지만.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렇지만... 불쾌해.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라미아의 말대로 사역마들의 공격은 썩 날카롭지 못했지만, 공격을 맞을 때…… 과육이 튀길 것 같아서요. 모쪼록 피하고 싶었습니다.
라미아와 멜로타, 마녀를 향해 공격해주세요.
라미아 레크탈리아: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빨리, 좀. ……죽어라. (중얼거렸다.)
멜로타 카프릴리스:부화하기 전에 잡을걸 그랬나.
사격(석궁)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골동품의 마녀: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려 하던 마녀는, 먼젓번 멜로타가 손상시킨 머리 때문일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공격에 뒤로 넘어가고 맙니다.
라미아, 2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멜로타, 3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끅끅, 끄윽,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던 마녀는,
곧,
……소멸하고 맙니다.
…….
사역마와 함께, 과일이며 음표며 온갖 골동품들과 함께 공간이 스러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우리는 구멍가게도 마녀의 결계 안도 아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길목 한가운데 서 있군요.
그리프 시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오후의 공기가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발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림자도 훨씬 길어졌고요.
매미 소리 잦아들고, 술렁거림도 잠겨 드는 골목길 담벼락에는 주홍빛 능소화 덩굴이 탐스럽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다시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돌아온 라미아가 탁한 숨을 뱉습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기껏 기다렸는데 소득이 없네.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래도 다치지는 않았으니,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하고 싶지만서도.
라미아가 손등을 들어 보입니다.
아까보다 색이 탁해진 소울 젬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의 것도 마찬가지겠죠.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리고…… 느껴져? (무엇이?)
멜로타 카프릴리스:뭐가?
라미아 레크탈리아:아지랑이. 지금은 해 질 녘인데도.
멜로타 카프릴리스:(가만히 눈을 굴려 아지랑이를 바라보았다.) ... 응. 방금 잡은 걸로는 해결이 안 됐네.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렇다면, 아무래도. (잠시 뜸을 들였다.) 더 있는 것 같지. (마녀가.)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렇겠지. …내일 수족관에 가보면 해결이 될까. (아지랑이. 어쩐지 심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라미아 레크탈리아:아마 그렇지 않을까? 이렇게 단기간에… 마녀가 두 개체였던 적은 처음이지만. (말을 마치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붉음 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상한 눈이 깜빡, 찰나 빛이 감겼다.) ……아무튼.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네 집은 저쪽… 아니던가. (눈길이 큰 길로 향하는 작은 길을 스쳤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처음이지만, 잡으면 그만이야.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는 가방을 챙겨 든다. 무성의하게 먼지를 털어내다 당신의 시선 향한 쪽을 확인하고 작게 끄덕였다.) 너는 어느 쪽으로 가?
라미아 레크탈리아:(잦아드는 매미 소리, 잠겨드는 술렁거림. 그 속에 라미아의 어떤 감정도 뒤섞여 있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입매가 한순간 꿈틀거렸던 것 같기도 했다. 아지랑이 너머 헛 것처럼 보였겠으나.) …반대쪽. (무성의한 말을 뱉으며 앞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일 봐. (이어지는 말은 그리 무성의하지만은 않았으리라.)
멜로타 카프릴리스:(돌아선 등을 응시하던 눈이 짧게 휘었다.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을 흘리며 재차 고개 끄덕인다. 보이지 않겠지만.) 응, 내일 봐.
갈림길 위에 선 우리는 등 돌려 헤어지지만,
등 맞대고 싸우던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신뢰를 가지게 만듭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면, 아직 하늘까지 일렁임이 미치지는 않은 모양이었죠.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습니다.
2. 7월 30일, 여름방학 D-2
2-1. 교실
깜빡, 깜빡.
눈을 떠 보니 교실 안입니다.
곧 수업이 시작할 것 같은 시간이네요.
그런데,
지능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대체 언제 학교에 온 거죠?
당신은 어렵지 않게 자신의 기억이 뚝뚝 끊어진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엉성하게 얼기설기 이어붙인 필름을 돌려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분명 라미아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눈을 깜빡이니 바로… 이곳입니다.
장면들이 영 이어지지 않습니다.
??? + 5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든, 오늘도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학교생활의 시작입니다.
창틀 안에서 네모나게 조각난 하늘 위로 몸집 큰 뭉게구름이 느긋하게 흘러갑니다.
옆자리가 비어 있는 걸 보니 라미아는 아직 등교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러다 지각할 텐데 말이에요. 아침 조례를 시작하기 전, 학생이 거의 들어찬 교실은 고요합니다.
……잠깐.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지 않나요?
멜로타 카프릴리스:… (미간이 깊게 좁아든다.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의 전환 따위 조금도 유쾌하지 않을 뿐더러, 묘한 거슬림이 명백하게 존재했으므로. 주위를 짧게 둘러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
부자연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교실 안에 움직이는 존재라고는 당신 뿐입니다.
일시 정지된 동영상 화면처럼, 박제된 밀랍 인형처럼. 태엽을 감아줄 손을 기다리는 오르골 위의 먼지 쌓인 장식품처럼.
누군가는 얌전히 제 자리에 앉아 교과서를 꺼내고, 누군가는 금방이라도 수다를 떨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고, 누군가는 막 책상에서 내려오려는 것처럼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그런 동급생들의 모습이 한순간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흩어집니다.
허공을 떠도는 단어들이 들을 이 없이 녹아 버립니다.
SANC 1/1D3
멜로타 카프릴리스:
SAN Roll
기준치:
68/34/13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rolling 1d3
(
1
)
=
1
이성치 1 감소
그리고 녹아내리는 그 찰나,
마녀의 키스가 스쳐지나가듯, 눈 앞에.
……멜로타. 혹시 자세히 보았나요?
관찰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마녀는 각자 고유 문양이 있는 것을 당신은 알았습니다.
마녀에게 홀린 사람들이나, 그 특정 장소에 마녀의 문양. 즉, 마녀의 키스가 찍히는 것도 알았고요.
금방 본 문양은 원과… 자세히는 살펴보지 못했지만, 수직으로 그려진 세 선분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 마녀가 아지랑이를 만든 마녀일까요?
이처럼 강력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마녀는 아직,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도시 전체에 퍼져있을 아지랑이, 그리고 같은 반 학우마저 일렁임 너머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습니다.
그러던 그때. 당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이 있었습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
라미아는, 모든 학생이 증발해버린 교실 안을 당신과 마찬가지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오늘의 일과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 (고요한 교실을 훑으며 말을 건넸다.)
라미아 레크탈리아:난,
♩♬♪♩♩♬♪♬~
아침 조례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교실 안은 다시 학생들로 가득 찹니다. 조금은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한 평소의 모습 그대로, 돌아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입니다.
??? + 10
당신은 이 현상을 두고, 마치 '멈춰있던 태엽을 돌아가게 만든'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수업. 들을 거야?
멜로타 카프릴리스:결석할래. (자리에서 일어섰다. 교사가 들어오기 전에 학교를 나설 생각이다.) 너는?
라미아 레크탈리아:……넌 수족관 티켓. 없잖아. (그러니 가려면 같이 가야지.) 결석 체크돼도 상관 없어?
멜로타 카프릴리스:딱히. 출결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성적이라서. ……너, 개근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나?
멜로타 카프릴리스:(초점 방해하는 일렁임을 또렷하게 보려 애쓰며 흘리듯 대꾸했다.) 늘 하던 일을 하겠지. 마녀를 잡고, 레슨을 받고. … 이번 방학엔 작곡을 배워볼까 싶어. (잠시 말을 끊었다가, 잇는다.) 그건 왜?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러나 이곳에 마녀는 없는 성 싶었지. 시선을 떼어내고 걸음을 옮겼다.) 넌… 가족이 있지 않았나? 보통 여행을 간다길래. 바다나, 뭐. 아무튼 좋은 여행지들로 말야.
실없는 대화가 오가는데, 어쩐지 멜로타는 '바다'라는 단어를 듣고 이상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수평선이 일그러지더니, 파도가 범람해 한 줌 남은 땅까지 갉아먹습니다.
폐 속까지 들어차는 물에 비명마저 덧없이 익사하고, 모든 이들이 물에 잠겼기에 유언마저 남길 수 없는 세계.
붉다 못해 검게 물든 하늘을 가로질러 ■■이 하나, 둘 떨어지며 수면 위로 끔찍한 충격파를 뿌립니다.
열이 절절 끓습니다.
불가능함과 기적과 온갖 단어를 곱씹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어째서 이런 이미지들이 이토록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요.
이토록 끔찍하지 않았더라면 까딱, 진짜라고 믿어버릴 정도로……
??? + 5
라미아 레크탈리아:……이봐.
괜찮나.
멜로타 카프릴리스:……아, (잠시간 아득하게 멀어졌던 의식이 곧바로 이곳, 현실로 끌려온다. 방금 그건 내게만 보인 건가? 불편한 기색으로 눈살을 찌푸린 멜로타가 생각을 떨쳐내고 멎었던 걸음 옮기기 시작하며…) 괜찮아. 여행에 대해 물었던가. 나는… 딱히. 계약한 후로는 여행을 다니지 않아. (친밀했던 관계가 차차 소원해졌기 때문에. 다만 그런 사적인 이야기를 내어둘 성정이 아니었던 멜로타는 적당한 이유를 가져다 댄다.) 간다면 바다보다 산이 좋은데, 여기선 너무 멀잖아.
라미아 레크탈리아:(하지만 '여행'이라는 단어를 라미아가 먼저 내놓은 것 치고는, 그래. 이 얼마나 마법소녀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가. 자조가 튀어나올 것 같아 하얀 손은 입술을 더듬듯 꾹 누르다가 천천히 힘을 풀었다. …그렇다면 라미아는, 또 별 것 아닌 대답을 내놓을 뿐이었다.) 산으로 가면 더 더울걸. …바다는 그나마 시원할 텐데. (심해 전시관의 안으로 들어선다.)
[심해 전시관]
심해 전시관은 긴 터널처럼 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수조의 아래를 터널을 통과해 지나가는 구조네요.
열대어 전시관보다 확연히 어둡습니다만, 걸어가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 넓지 않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라미아의 얼굴도, 당신의 손도 모두 아스라한 푸른빛으로 물듭니다.
이따금 이름 모를 거대한 물고기들이 두 사람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느릿하게 헤엄쳐 갑니다. 일렁임이 그림자처럼 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물고기가 점점이 빛을 뿌리는 모습은 밤하늘 같기도 합니다.
정말로 깊은 바닷속에 단둘이 가라앉아 버린 것처럼 사방이 고요합니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꼭 이 세상에 멜로타와 라미아, 단둘이 남겨진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 그림자는커녕 목소리도 하나 들을 수 없습니다.
아, 저기 한 명이…. 막 특별 전시관 쪽으로 들어서는 듯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러나 안심하는 것도 잠시, 눈 앞에서 낯선 이의 뒷모습이 파삭, 희미한 소리를 내며 산산이 조각나 흩어집니다.
빈자리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깨끗합니다.
SANC 0/1D2
멜로타 카프릴리스: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이성치 감소 없음.
하지만 이곳이 마녀의 결계 안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지금 특별히 이상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저것이 진짜 사람이었든 아니었든간, 당신이 신경쓸 필요는 없는 생명이 아니던가요.
다만 이상한 점은, 라미아가…….
……머리를 붙잡은 채 웅크려있다는 점입니다.
머잖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지만요.
새하얗게 질린 낯이 언뜻 시선 안에 들어왔습니다. 찌푸려진 표정을 보고 당신은 무언가를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괜찮아?
열대어 수족관에서 당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라미아도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단 것을요.
라미아 레크탈리아:……어. (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안 괜찮아 보이는데. 미심쩍은 눈으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심리학
기준치:
20/10/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글쎄요. 라미아는 그저 어떤 것이 불쾌해보이기만 합니다.
좁아든 미간만 보아도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나빠보이는걸요.
어쨌거나 이곳에도 마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둘은 특별 전시관으로 향합니다.
[특별 전시관]
그리고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가 있다던 전시관입니다.
다만 이곳은 호화스러운 수식어와는 달리, 벽 한 면이 온통 푸르스름한 빛을 뿌리는 수조로 이루어졌을 뿐인 단순한 공간입니다.
사람은 여전히 라미아와 멜로타 단 둘 뿐이었고요.
조용한 공간에 두 사람의 발자국이 울리고, 이따금 물이 일렁이는 소리만이 어렴풋이 들려옵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수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나오는 말은,)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그 말에 당신은 수조를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시야 가득 들어오는 것은……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라미아입니다.
SANC 1/1D3
멜로타 카프릴리스:……이게, (뭐야? 맺음말이 속으로 먹혀들었다. 눈을 재차 깜빡인다.)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1 감소.
관찰력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분명 수조에 비친 상인데, '라미아'는 머리칼 한 올 젖지 않은 모습입니다.
당신이 '본 적 없는' 것들이 라미아의 몸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물 속에 있는 것 같지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라미아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
환영인가요?
이 수조는 대체 어디의 상을 비춰내고 있는 거죠?
라미아는 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으며,
……멜로타. 그 전에 당신은 곁에 있는 라미아가 정말 진짜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
멜로타. 당신은요?
일렁임이, 정녕 당신들을 집어삼키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나요?
??? + 10
멜로타 카프릴리스:(몇 번인가 입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무심코 손을 뻗어 당신을 건드렸다.)
그러나 당신은 머릿속을 쉴 새 없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의문들에 미처 답을 내리기도 전에, 무심코 라미아를 건드리기도 전에.
발 밑이 무너짐에 따라, 추락합니다.
수족관에 붕괴하기라도 하는 걸까요?
아니면, 세상 그 자체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세상인지 수족관인지 마녀의 결계인지 무언지가 조각나 흩어지고, 갈라진 틈새로 우리는 떨어집니다.
고개를 돌려 라미아를 바라보면,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표정입니다.
혼란 속에 어떤 단서도 없이 버려진 것은 라미아나 당신이나 같은 처지인 모양입니다.
물빛이, 까마득하게 멀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
마녀의 앞으로.
동화의 마녀:AHAHAHAHA!!
동화의 마녀, NA■■I
그 성질은 ■창조
당신들은 다짜고짜 쏟아지는 이야기에 함몰됩니다.
동화의 마녀:
서곡의 시작
기준치:
80/40/16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0
라미아, 멜로타. 회피하세요.
라미아 레크탈리아:(그제서야 숨을 내뱉었다.) ……당황스럽네. (정말이지, 그 말밖에는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 라미아 레크탈리아, 이따 나랑 얘기 좀 해. (갑작스럽지만 태평하게 놀라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빠르게 변신하여 몸을 피한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러나 변신하는 순간, 멜로타는 마지막 틈에 발목을 붙잡혀 땅에 내쳐집니다.
바닥을 한 바퀴 나뒹굴지만, 그래요. 고통도 부상도 아직까진 없습니다.
둘 다, 공격해주세요.
라미아 레크탈리아:……무슨 얘기를? (이해할 수 없단 양 미간을 다시금 좁히지만, 숙련된 움직임으로 소환된 칼날들은 마녀를 향해 일제히 움직였다.)
마법(식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싸우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미간을 좁히고 몸을 추슬러 손에 익은 석궁을 허공에서 뽑아냈다. 덩굴로 제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고, 조준하여, 쏘아낸다.)
사격(석궁)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이번의 마녀는 수준이 달라요! 당신들의 공격을 너무나 가뿐히 피해버리는 저, 페이지와 이빨과 전등 빛의 결합체를 보라고요.
멈출 세 없이, 마녀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동화의 마녀:
밤과 낮의 공존
기준치:
90/45/18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0
온 조명빛이 깜빡, 깜빡이며 시선이 어지러워집니다.
그 사이로 날아드는 날카로운 전깃줄은 당신들의 몸을 속박하려 뱀처럼 휘어집니다.
둘 다, 회피 판정.
라미아 레크탈리아:……만만찮은데, 이거. (표정이 썩 좋지는 못했다.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멜로타 카프릴리스:(시작이 좋지 않다. 표정이 미미하게 굳어진 채로 몸을 뒤로 물린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그렇게 둘은 전깃줄에 휘감겨 공중에 떠오릅니다.
어찌나 두꺼운지, 힘으로는 꼼짝도 않아요.
근력, 혹은 마법 판정을 위해 이 위기를 해쳐나갈래요?
하지만 그 전에, 지체된 틈을 타 마녀의 공격이 날아듭니다!
동화의 마녀:
기준치:
90/45/18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3
전깃줄을 타고 강렬한 전기가 타고 흐릅니다!
둘 다, HP가 3 감소합니다.
온 몸을 관통하는 고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통증이 반감되었는데도 이정도로 아프다니…….
물론, 당신에게는 충격으로 인해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더욱 난감한 일이었겠습니다.
줄, 줄을 끊어야 해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둘 다?
라미아 레크탈리아:……허억! (뒤늦게 숨을 토해내며 몸을 둥글게 굽히려 해도 줄 때문에 움직임이 방해된다. 으, 으으! 신경질 가득한 소리를 내지르며 주먹 쥔 팔을 몇 번이고 움직여보다가.) ……짜증나게, 진짜! (소리를 내지르며 칼을 움직였다. 무리 지은 물고기처럼 움직이는 식칼이 자신과 당신의 손발을 묶은 줄을 파삭, 자르려…….)
마법(식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열대어처럼 움직이는 식칼들은 라미아와 멜로타를 구속한 줄을 끊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바닥에 탁 엎어지듯 떨어진 뒤에도 아직 충격은 다 가시지 않았죠.
라미아, 멜로타,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동화의 마녀:=≤∴≒≪±∽∩!
천일야화
기준치:
90/45/18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멈추지 않는 활자들이, 당신들을 덮치고야 말 테니까요.
이번에는 잘 피해야만 해요, 알겠죠?
회피 판정입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잃어버린 평정 되찾기란 쉽지 않다. 부들거리며 제멋대로 경련하는 근육 또한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를 악물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옆으로 굴렀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라미아 레크탈리아:(가쁘게 숨을 몰아쉴 새도 없이 굳은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데. 아, 이거. 근육이 다 타버린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머리는 띵했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따끔거리고 저렸으며, 팔다리는 돌덩이 같았다. 날아드는 공격의 궤적이 이토록 선연했는데.) ……. (하지만 뭐, 어쩌겠나. 그래도 움직여야지. 죽지 않으려면. 몸을 옆으로 굴린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다행히 둘은 동시에 몸을 옆으로 굴려 공격을 피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녀는 빙글빙글 거꾸로 매달린 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네요.
까딱하단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단 공포심이 차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멜로타, 당신에게 지능 판정을 시키지는 않겠어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잖아요.
어쨌거나, 저 마녀가 다시 우리에게 공격을 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저 마녀를 추락시키자고요.
공격합시다.
라미아 레크탈리아:(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마치 지휘자처럼.) ……내가 주변의 사역마인지 뭔지를 걷어낸다. 너는 그 안을 공략해!
마법(식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멜로타 카프릴리스:(대꾸는 필요 없었을 테다. 대신 당신의 지휘에 따라 오선지처럼 뻗어나간 덩굴을 타고 내달린다. 마녀의 신경을 돌리려 몇 발의 위협사격을 한 후에 긴 활대를 소환하여 검처럼 내리그었다.)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빙글빙글 도는 마녀는,
동화의 마녀:
회피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들의 공격을 반쯤 피해냅니다!
라미아, 마녀에게 2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멜로타, 마녀에게 1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마녀는 다시 당신들에게 밤의 장막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동화의 마녀:
밤의 아리아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둘 다, 회피 해주세요.
라미아 레크탈리아:(언제나 죽음은 곁에 있었으나, 이토록 선명한 적도 오래간만이었다. 눈을 질끈 감으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진 공포였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이미 보석의 형태를 가지고 여기, 옷깃에 매달려있는 신세이지 않았나. 인간이지 않은 나는 염치불구하고 더 살아가련다. 땅을 박차고 자리를 벗어나 벽에 박아둔 식칼 등을 밟고 공격을 피해 달려나갔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멜로타 카프릴리스:(슬슬 감이 돌아오나? 내 마지막은 이렇게 어이없고 허망할 수 없다. 호흡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며 침착하게 몸을 위로 띄워 크게 물러난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크게 물러나는 멜로타는,
그리고 순간 마녀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맙니다.
멜로타, 지능 판정입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짧게 비틀거리다 바로 선 찰나, 눈이 마주친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활을 쥔 팔에 힘이 들어가고, 이가 악물리고… 현실감 없이 멍한 머리를 깨우려 필사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시간. 그 길지 않은 시간.)
지능
기준치:
90/45/18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길지 않은 시간.
눈이 마주친 당신은 무언가를 '깨닫고' 맙니다.
동화의 마녀:⌒∇∝≒⊂∀∑
그러니까 그것은…… 막대한 절망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무릎이 절로 꿇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입니다.
당신은 깨닫습니다.
라미아와 어떤 짓을 하든, 당신이 이 마녀에게 이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비단 지금이 아니라 만전의 준비를 하고 난 뒤더라도 이 마녀에게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 기분.
언젠가 느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콰득,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당신의 어깨 한 쪽이 꿰뚫립니다.
눈 앞이 아뜩해집니다.
붉은 피가 튑니다.
고통은 없습니다. 그럼요, 한참 통각을 낮춰놨잖아요.
마녀의 눈동자가 줄곧 당신 앞에 있었습니다.
멜로타,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멜로타 카프릴리스:(빠른 두뇌란 이럴 때 불편하다.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승산을 계산하고, 그 식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마무리될 즈음이면 전투 의지를 뚝 꺾어 아예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니까. 팔을 타고 뚝, 뚝… 선명하게 붉은 피가 흐르는 감각. 크지 않은 고통과의 괴리. 남은 평생 마주할 일 없으리라 생각한… 절망?)
(라미아 레크탈리아, 물러나야 해. 이길 수 없어. 그렇게 말해야겠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대로 죽나? 말도 안 되게? 이토록 허무하게? 가장 영리한 마법 소녀와 가장 강한 마법 소녀가 함께인데도. 그리고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언제… 어디서 느껴봤더라, 이 감정. 시선이 천천히 올라가 다시 마녀를 바라본다. 착각일 리 없다. 아까부터 알듯말듯한 그림자가 나를 놀리는데,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아 화가 났다. 눈가로 열이 오른다. 온갖 지식이 쓸 데 없다. 무력하다.)
라미아. 네 눈에는 승산이 보이나.
피가 빠져나가면서 더욱 희게 질리는 당신의 손끝이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감정, 대체 언제 느껴본 거죠?
멜로타, HP가 5 차감됩니다.
라미아의 마법은 당신에게로 더욱, 더욱 접근하려는 마녀의 움직임을 막는 데 온 힘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의 눈에는 벅차보이는 것이 빤히 보였죠.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리고 라미아는 대체 당신이 무엇을 느꼈는지 알아차릴 새가 없었다. 다만 확실히 튀는 붉은 것에 저도 모르게 사색이 되어 당신에게로 달려와, 허리를 낚아채듯 안아들어 힘껏 내달릴 따름이었다. 지금 그의 표정이 어떠했지? 당신도, 그도 모를 테였다.) 그런 것을 계산하려면 좀 여유가 있을 때 해! (숨이 벅찼다. 단순히 육체의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승산을 따지기 전에, 일단은 살아야지 않나. 되든 안되는 몸부림 치는 것이 그나마 우리의 목숨 줄을 더 길게 만들어줄 텐데. (그리고 이것은 당신에게 명확한 답이 되지 않았으리라.)
쏟아지는 ■■처럼 곁을 파괴하며 떨어지는 사역마들, 멈추지 않는 마녀의, 우리의 이야기와 공격들.
상황은 더욱 낭떠러지로 내몰리듯 했습니다.
마녀가 끝없이 우리를 몰아붙입니다.
동화의 마녀:
4대 비극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피해:
8
다행히 이번의 공격은 우리의 곁을 피해갔지만, 공격이 떨어진 곳에서 피어나는 어두컴컴한 무언가를 보면 마치 무언가가 '개화'할 것만 같았습니다.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른 마녀는 거꾸로 매달려 빙글빙글 돌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멜로타, 공격할까요?
아니면 도망칠까요?
도망칠 곳이, 있을까요?
멜로타 카프릴리스: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닌 걸 어떡해. 머리가 명령한다. 이 이상의 발버둥은 무의미하다고. 아득하고 망연하여 의지가 바로 서질 않았다. 간단히 포기하고 싶지 않음에도 그랬다. 모든 결심이 삽시간에 문드러져 금방이라도 스스로를 놓아버릴 듯하다.) 몸부림으로나마 생을 연장하고 싶어? 진심으로? (당장 멜로타를 데리고 달리는 당신 듣기에 화가 날 수도 있을 말을 내뱉으며, 착잡한 얼굴을 했다. 출혈을 따라 어지럽게 멀어졌다 돌아오는 정신을 느끼고 있자면 그 어수선한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다.)
(그러나 흔들림은 길지 않다. 깊은 구렁텅이에서 한없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하여 멜로타는 끝나지 않은 전투에서 스스로에게 패배를 선고할 때 그랬듯이 빠른 속도로 감정을 추슬렀다. 마녀를 한 번 바라본 후에 다시금 이를 악문다. 마법으로 출혈을 멎게 하기가 무섭게 당신에게서 벗어나 제 다리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너무 빠른 판단인 것 같지만 다른 방법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지금 내게 보이는 선택지가 둘뿐이야. 발악하듯이 덤비거나,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결계의 균열을 찾을 때까지 도망치거나. 어떻게 생각해?
라미아 레크탈리아:뭐? (한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을까. 몸부림? 네가 정녕 그런 단어를 사용한 게 맞나. 헛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라, 아니, 헛웃음이 불씨처럼 튀었다. 어디로 튄지는 몰라도 분명 손등에는 아릿함이 남아 입술을 짓씹게 하는데. ……이런 것에 신경쓰기에는 상황이 맞지 않지. 그러니 이 전투가 끝나면 나는 그때에서야 온전하게 네게 실망할 것이다.)
(어느새 스스로의 힘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당신이 쏟아내는 말에 마녀를 흘끔 바라보았을까. 공격 하나하나가 강대했고 이쪽의 공격은 제대로 맞지도 않아. 지금 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자답게 쏟아지는 이야기를 피하기조차 벅차다. 그래.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마녀들은 많았어. 그리고, 난 여기 살아있지. (중얼거림인지 한탄일지 모를 음성은 금방 휘발되었다. 기름처럼. 따라서 라미아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다.) 내가 발악하듯 덤비며 시선을 끌지. 넌 다치기도 다쳤으니까. ……균열을 찾아. (그리고 대답은 필요 없었다. 바로 몸을 돌려 라미아가 마녀에게로 뛰쳐나가기 시작했으니까.)
이성이 내린 무서우리만큼 정확한 직감은 당신에게 도망칠 길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대로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살아나갈 길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왜 지금도 달리고 있는 거죠?
왜 라미아는 마녀에게로 달려가고 있는 거죠?
우리는 왜,
이토록이나 발버둥치나요.
이럴 때가 아니죠, 멜로타. 당신은 이 결계에 난 균열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나마 그것이 생존확률을 제일 높여주는 탈출구니까요!
관찰이든 행운이든 마법이든, 원하는대로 굴려봐요.
곧 마녀의 공격이 닥칠 테니까요!
라미아 레크탈리아:(당신을 믿는 걸까, 나는?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맡은 역할을 수행할 뿐.)
마법(식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화의 마녀:
회피
기준치:
50/25/1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라미아의 공격이 빙글빙글 도는 마녀를 한순간 짧게 추락시킵니다.
라미아, 마녀에게 3의 대미지를 입힙니다.
그리고 마녀는 라미아와, 당신에게까지 미치는 넓은 범위의 공격을 가합니다. 사역마를 닮은 검은 창들이 우수수 쏟아져내립니다.
동화의 마녀:AHAHAHAHA!
장대비
기준치:
50/25/10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라미아 레크탈리아:(가까스로 몸을 굴려 피해냈다.) 거기, 괜찮지! ……출구는 아직이야?! (쉴 새 없이 몸을 놀렸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서로 향하는 방향이 빠르게 반전된다. 뒤에 남은 라미아를 확인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달렸다. 동시에 사방으로 덩굴을 뻗어 균열을 탐색한다.)
근접전(마법)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뻗어져나가는 덩굴이 결계 곳곳을 더듬습니다.
어디지?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텐데 말이에요.
멜로타, 행운 판정을 진행합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마녀가 무언가를 눈치챈걸까요?
동화의 마녀:≒∇∑∀⊂ㄷ!
마녀의 손짓 한 번에 당신의 덩굴들은 우수수 잘라지고 맙니다.
그 뿐 아니라, 다시 당신들에게 검은 비를 쏟아내기까지 합니다.
동화의 마녀:
검은 비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6
아.
멜로타의 머리 쪽으로 당장 떨어지는 비가 보입니다.
저건 맞으면 안 된다는 직감이 서릿발처럼 어깨 위로 내렸습니다.
잘 살아남아야 해요. 회피 판정입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하,
멜로타 카프릴리스:(패배의 직감이란 이토록 빗나가는 일 없이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굴렸다.)
회피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슬아슬하게 당신의 등허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검은 비.
그러나 동시에 또다른 비는 라미아의 종아리를 꿰뚫고야 말았죠.
나지막한 비명을 지르며 라미아가 바닥을 한 바퀴 구르지만,
알잖아요.
멜로타, 당신에게 우리의 탈출이 달려있습니다.
다시, 마법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한숨을 삼키고 재차 덩굴을 뻗어낸다. 대신 이번에는 그에 오롯하게 의존하지 않고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멜로타, 바로 행운 판정입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주변을 살피려 해도, 사방을 둘러싼 사역마들 탓에 제대로 뭔가가 보일 리가요!
라미아 레크탈리아:……뭔가 도움이 더 필요하나?! (절뚝이는 궤적 아래로 짙은 자국이 남았다. 숨이 턱끝만치 차올랐다.)
(사역마들을 치우려 손을 크게 움직였다.)
마법(식칼)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라미아의 도움도 그 많은 사역마들을 다 치우기에는 무리였습니다.
멜로타, 다시 한 번 행운 판정을 해봅시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순간,
저기입니다!
균열이 난 결계 한 틈이 보입니다.
저 곳으로 가 균열을 더 크게 만든다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멜로타 카프릴리스:(균열을 발견한 눈에 한순간 빛이 든다. 석궁을 소환하여 틈을 향해 연사했다.)
자유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마법(석궁)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흡사 총소리와 비슷할 정도로 화살이 틀어박히는 소리는 컸습니다.
텅, 텅, 텅!
곧 쩌적,거리며 균열은 더 더 커지더니……
마침내 균열은 사람 몸집만한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출구를 찾았어! (크게 외치며 균열 근처에서 몸을 틀었다. 다리 꿰뚫리던 모습이 떠올랐나? 그저 기다리는 대신 뻗어낸 덩굴이 라미아의 몸을 한순간에 끌어온다. 밖으로 향합니다.)
라미아가 무어라 반응하기 전에 당신은 덩굴로 라미아를 끌어 몸을 움직입니다.
동화의 마녀:∂∏⇔∧⊂∈∝!!!
마녀가 무어라 말한대도 우리는 이곳을 탈출할 것입니다.
당장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동화의 마녀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나가서 다시 생각해본다 하더라도…….
아무리 가망이 없더라도, 지금 일어난 기적처럼 당신은 라미아와 함께,
학교로,
…….
그때.
마녀가 활을 꺼내들었습니다.
우리에게로 화살이 날아듭니다.
둘 다,
행운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라미아 레크탈리아:(자신을 끌어당기는 덩굴에 저항할 새 없이 이끌려가지만, 지금만큼은. 이 눈을 깜빡이는 순간만큼은. 시간이 무척이나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운
기준치:
50/25/10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그 화살은,
라미아의 가슴을 관통합니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발이 결계 너머를 내딛는 것과 동시의 일이었습니다.
무언가 반응할 새도 없이 라미아가, 마녀가, 결계가, 이 세계가 까마득하게 멀어졌습니다.
3. 7월 31일, 여름방학 D-1
3-1. 교실?
온몸을 휘감던 부유와도 비슷한 추락의 감각이 서서히 흐릿해져 갑니다.
깜빡, 깜빡.
시야를 닦아내면, 이곳은…… 라미아와 한 학기 동안 시간을 보낸 교실이었습니다.
창문 바깥으로는 새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평소라면 수업 시간이 분명 한창일 시간일 테고요.
그렇지만 교실 안은 조용합니다…… 무척이나요.
반쯤 열린 창문에서 바람이 흘러들어,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커튼이 나부낍니다.
멜로타, 창문이나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네?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요?
그건…… 잠시 생각하지 않기로 해봐요, 우리.
어차피 진실이 머지 않았으니까요.
멜로타 카프릴리스:(시간이 갈수록 피로와 스트레스가 중첩된다. 사고는 둔탁하게 돌아가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모든 의욕을 제거당한 사람처럼 한참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니까,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살펴보기까지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든 간에 창틀 너머를 내다보면, 물감이 쏟아진 것처럼 눈 닿는 곳마다 눈부시도록 새파란 색깔입니다.
구름조차 없는 하늘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오로지 이 교실만이 동그마니 남은 것처럼 온통 하늘, 하늘, 하늘 뿐입니다.
벽돌로 쌓인 학교 건물도, 동갑내기 학생들이 뛰놀고 있을 운동장도, 지평선조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그제서야 의아함을 느끼고 주위를 다시 돌아보았다. 표정이 떨떠름하게 굳어진다. 문을 살펴봅니다.)
문은 싸구려 물빛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 문입니다.
관찰력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을 살펴보다 시선을 들면, 당신은 문 위에서 초록빛으로 깜빡이는 비상구 표시를 발견합니다.
본래 저런 건 없었는데 말이에요.
멜로타. ……문을 열어보나요?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냥,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여 저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상상이나 의미없이 이어가다가, 느리고 느린 속도로 천천히 문을 열어보았다.)
미닫이문은 부드럽게 열렸습니다.
하지만, 문 너머로 펼쳐지는 것은……
익숙하게 쭉 뻗은 풍경 대신, 온통 새까만 암흑 뿐이었습니다.
어디로 통하는 걸까요?
대신 저 끝에서 희미한 빛이 비쳐오는 것도 같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동그라니 떠오른 등대의 불빛 같습니다.
멜로타. 당신은 교실을 벗어나나요?
멜로타 카프릴리스:(여기나 저기나,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기는 매한가지였다. 빛을 등대삼아 곧게 걸어나갑니다.)
당신은 빛을 향해 나아갑니다.
3-2. ???
희미한 빛은 저 멀리서 유아등처럼 아물거립니다.
그 약한 빛을 길잡이 삼아 발밑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얼마나 걸었을까, 보일 듯 말 듯 흐리던 빛이 마침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집니다.
그때, 또다시 갑작스러운 부유감이 온 감각을 잠식합니다.
…눈을 떠 보면, 이곳은…… 어딘지 모를 어둑한 공간입니다.
작지만 낮게 윙윙대는 기계음이 귀를 자극합니다.
주변을 둘러싼 어떤 결계가 보입니다.
어쩐지 몸이 무거웠습니다.
꼭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아뇨, 그것만으로는 이 감각을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꼭 다른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쓴 듯한, 몸과 정신이 맞물리지 않는 감각입니다.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이상할 정도로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고작해야 손마디를 꿈틀거리는 수준일 뿐,
당신은 몸을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구속된 것을 깨닫습니다.
관찰력이나, 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몸도, 정신도 무겁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한없이 버거웠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다 시선을 돌려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85/42/17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결계 너머로 시선을 돌려보면, 집중해보면 당신은 '어떤 것들'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요, 그것은,
무수한 붉은 눈.
인큐베이터들의 눈입니다.
SANC 1/4
멜로타 카프릴리스: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4 감소.
이곳은 어디죠?
왜 인큐베이터들이 당신을 관찰하듯 바라보고 있으며,
당신을 둘러싼 이 알같은 결계는 무엇이며……
멜로타, 저들의 목소리가 들립니까?
"……서, 이해……."
"이런 일은…… 원인이……."
"……보여?"
"소울 젬의 색이……."
멜로타, 어떻게 할까요.
저들의 주의를 끌어볼까요? 하지만,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무얼,
그때. ……인큐베이터 하나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인큐베이터:단도직입적으로 물어야겠는걸.
너는 누구지?
네?
이게 당최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멜로타 카프릴리스:……사람을, 이따위로 묶어두고.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 인큐베이터. (불쾌하게 노려보았다.)
……사람을 이따위로 묶어두고, 무슨 헛소릴 하는 거야.
그렇게 내뱉는 음성이.
분명 당신의 성대에서 나왔을 것이 분명한 음성이.
낯설지만 익숙하다고 말하면, 어떻게 반응할 건가요. 멜로타?
그 음성은 분명한 라미아의 목소리였습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목소리를 내어본다.) … 아.
당신이 몇 번이고 들었던 음성이 몇 차례고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신은 라미아의 몸을 빌려 깨어난 겁니다.
인큐베이터:(이해할 수 없단 양 고개를 기울였다.) 우리는, 그러니까 실험이 필요했던 거지. 너는 딱 좋은 재료였거든.
사실…… 네가 깨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지만 말야!
멜로타 카프릴리스:(실험? 재료?) 알아듣게 설명해.
인큐베이터: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할 게 있어. (앞 발로 결계의 위를 꾸욱 누르지만, 결계나 당신에게 주어지는 구속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물어볼까.
너는 라미아 레크탈리아가 아니야. 너는 누구지?
멜로타 카프릴리스:나는, (멜로타 카프릴리스야. 라미아 레크탈리아가 아니라. … 그러나 이 목소리.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마냥 괴리가 느껴지는 몸. 나는 누구인가? 떨어진 입술이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한 채 몇번이고 닫혔다. 확신 없는 음성이 문장을 맺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 이건 내 몸이 아니야…….(그리고 자존심에 새겨지는 손상을 느낀다. 불확실한 본인에게 역한 거부감과 경멸을 느낀다. 노려보는 눈에 힘이 들어가고, 이어서 물었다.)
너야말로 대답해, 인큐베이터. 여기가 어딘지. 실험이니 재료니 하는 말이 무슨 의민지. 내가 왜 라미아 레크탈리아의 몸을 입고 있는지.
인큐베이터:그래? 그것 참 신기한걸…. (하지만 당신의 떨리는 음성을 듣고서도, 인큐베이터의 낯짝이나 음성은 변함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안 그래도 너의 마지막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의아하던 차였거든.
멜로타 카프릴리스. 너는 라미아 레크탈리아의 세계 속에 있었던 거야. 참 신기하지 않니?
멜로타 카프릴리스:(마지막이라니, 죽은 건 라미아 레크탈리아인데.) 알아듣게 설명하라고 했어. (빌어먹게도 나의 '앎'은 인큐베이터의 의미 모를 문장에까지 도달하지 못해서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불친절하게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려 머리가 빠르게 돌아 어지럽다.)
인큐베이터:……기억이 온전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하긴, '이건' 우리도 처음 발견한 케이스야. 기록해놔야겠어! (꼬리를 살랑거리며 몸을 돌려, 결계 옆을 느릿하게 빙빙 걷기 시작했다.)
자, 그럼… 어디서부터 말할까? 그렇지. 발푸르기스의 밤은 기억하니?
멜로타 카프릴리스:(이를 악물고 팔다리에 힘을 주었다. 구속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옥죄고 있는 결박은 단단하기만 했다. 분에 못 이겨 빠르게 뛰려는 심장이 느껴진다. 그 감각 또한 괜히 낯설기만 했다.) 발푸르기스의 밤은 왜 나와? (되묻는 음성이 아주, 느릿하게, 실마리를 찾아간다.)
인큐베이터:(그리고 그 모든 몸부림을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역시, 언제나 그랬듯.)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너와 만난 뒤로 많은 안정을 찾았어. 너 또한, 그로 인해 많은 득을 본 것을 알았겠지. 네 능력은 때때로 우리의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발푸르기스의 밤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너희 둘은 팀을 이루어 마녀를 상대했어. 이야, 설마하니 그 전투가 며칠동안 이어질 줄은 몰랐지. 우리는 너희가 필패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당신의 머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꼬리를 한 번 살랑거렸다.)
그럼에도 끝은 찾아왔어. 숙련된 마법 소녀 다섯 명이 힘을 합쳐도 상대하기 벅찬 발푸르기스의 밤을 몇 날 며칠동안 막아낸 것도 기적이었거든. 주변의 모든 것은 무너지고, 무너져서 황폐해졌고.
멜로타 카프릴리스.
네가 먼저 쓰러졌어. 마법소녀의 끝은 알고 있잖니?
멜로타 카프릴리스:(쉽게 수긍하지 않으려는 듯이 눈매가 가늘어진다. 원체 날카로운 인상이 고집스레 굳어졌다. 그러나, 입을 꾹 다문다고 해서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이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었고, 매섭게 벼려진 눈동자에는 이내 혼란이 깃들어……. 허물어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탁해질 대로 탁해져 푸른 녹음이 거의 가려졌던 소울젬. 그 짙고 깊은 절망에 좀먹히며 검어져가던 시야. 맑아야 할 근간의 본질이 바뀌어가며 느껴지던 끔찍한 고통…….)
(그러나 나는 지금 눈을 뜨고, 말을 하며, 숨을 쉰다.)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내가 이 몸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 애는 어떻게 된 거야.)
인큐베이터:……멜로타 카프릴리스. 너는… 꾸준히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곤 했어. 아니지, 그걸 방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사전에 있던 모든 가능성을 틀어막은 행위를 말야.
너는 라미아 레크탈리아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딱 하나 있었어. 그리고 너는, 그게 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거야.
멜로타 카프릴리스:(마녀화. 그러나 그걸 알려주지 않은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모두가 모른 채로 싸우다 죽는다. 나 역시 계약의 대가로 모든 우주를 통틀어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 앎의 권리를 받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 이제는 짜증까지 느끼고 있음을 가감없이 보이며 톡 쏘아붙이니,)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라미아 레크탈리아가 새삼 그 사실에 절망하고 순리를 뒤엎기라도 했어? (퍽이나.)
인큐베이터:…….
그래.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그 사실에 절망했어.
멜로타 카프릴리스:……뭐?
인큐베이터:하지만 어차피 마녀를 막지 못했고, 지구는 곧 멸망할 예정이었지. 그래서 마녀로 부화하기 직전의 이 '육신'을 이곳에 가둬둔 거야. 마녀로 변하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연구되지는 않았거든. 그 재료로서 말이야.
자, 궁금한 점은 다 해소되었니? 멜로타 카프릴리스.
멜로타 카프릴리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하다. 숨을 길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저 그것만 반복했다.)
(이 말 같지도 않은 꼴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이해했다. 잠시 감탄한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에 대하여. 멜로타 카프릴리스의 예상과 예측을 깨부수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간. 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진리의 접근권자는 본인이 헤아린 모든 진리가 반전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으나 라미아 레크탈리아에 있어서는 예외였다. 이 재미없는 세상, 유일한 삶의 이유와 목적으로 자리매김해가던 예측불허의 존재. 마지막까지도 보란 듯이 나의 짐작을 어그러뜨린! … 그러나 멜로타는 이내 가슴 한켠이 차게 식는 것을 느낀다.)
(반사적으로 웃으려던 입꼬리가 움찔거리다 다시금 굳어졌다. 멸망한 세계에서 마녀가 되어버리면, 너는 누가 구원해주나?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닿은 생각. 파삭, 깨어지던 소울젬의 소리와 파편. 예상은 하지만 듣지 못한 답변.) 마땅히 이 몸의 주인으로 있어야 할 라미아의 의식을 누르고 내가 대신 깨어나는 게 가능해? (짧게 생각을 정리하다 물음 하나를 덧붙인다.) '마지막이 확인되지 않은' 내가 라미아 레크탈리아의 세계 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인가?
인큐베이터:라미아 레크탈리아가 불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이지. 그녀는 지금 마녀와 마법소녀의 경계에 있으니까. 또, 지구를 떠나 우리들의 공간인, 이 결계 안에 존재하니까. 그래서 말인데…… 그녀의 형태는 참으로 신기하지! 라미아 레크탈리아같은 마녀는 처음 봐. 아니지, 그들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제는 ∴∃∫∂<∀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 아무튼. 그녀가 완전히 마녀로 개화하게 된다면 참 큰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마녀라니… 너는 그런 종류의 마녀를 본 적이 있니? 비유하자면,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소설가와 같아. 본인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거든.
그런 의미에서… 너는 라미아 레크탈리아가 써내린 이야기, 즉 세계에서의 등장인물과 같은 존재야. 사실, 원래는 허상이었던 존재지.
하지만 현재 라미아 레크탈리아의 소울 젬 색깔이 변한 것을 보아서는……. (고개가 반대편으로 기울어졌다.) 어떤 경위인지 모르겠어. 아마도, 라미아 레크탈리아가 잡아먹은 너의 영혼이, 그 허상이었던 존재에 스며들게 된 것 같아. 그렇게 너는 원래 멜로타 카프릴리스였던 자아를 가지게 된 거고.
그러니 축하해! 그야말로 다시 살아난 격 아니겠어? 네가 완전히 잃어버렸던 삶을 짧게나마 되찾은 기분은 어때?
그것보다, 궁금한 점이 있는데…….
인큐베이터의 말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인큐베이터:혹시, 그 세계에서의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본인이 마녀인 걸 알고 있었니?
멜로타 카프릴리스:(라미아의 얼굴을 한 멜로타가 아주 희미하게, 아지랑이인 양, 혹은 신기루처럼- 괴로운 표정을 했다가 이내 감정을 죽였다. 혀끝으로 짤막한 대꾸가 만들어진다.) 아니. 모르고 있었어. 나와 마녀를 잡다가 죽어버렸는걸. 본인이 그 세계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럴 리 없지.
인큐베이터:그래? 이외로도 궁금한 점은 한가득이야. 가령 세계의 불안정한 면은 없는지, 그 안에서 실제로 살아 숨 쉬는 것 같던 개체-그러니까, 등장인물은 있었는지. 너희들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었는지, 등의.
우리는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없으니까 말야. 대답해줄 수 있겠니?
멜로타 카프릴리스:의심 없이 마녀의 힘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이 불안정에 의거한 일그러짐이었겠군. 글 사이에 들어가는 삽화나 고장난 장난감처럼 때때로 움직임이 멎어버리는 인물들이 있기는 했으나, …나와 라미아를 제외하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체는 없는 듯이 보였어. (다들 아지랑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하나인 듯 굴었으니까.)
질문은 끝났나? 이 몸을 언제까지 이따위로 묶어둘 셈이야?
인큐베이터:더 질문할 건 남아있지만… 곧 네 의식이 꺼져버릴 듯 한데? (시선이 소울 젬으로 향해 있었다.) 이 몸은 계속해서 묶어둬야겠지. …그게 베스트란 소리야. 왜냐하면 라미아 레크탈리아의, ∴∃∫∂<∀의 힘이 너무나 강대하거든……. 결계가 자꾸만 흔들려서 곧 깨지게 생겼어. 그래서 우리는,
그 전에 부화하지 않은 ∴∃∫∂<∀ 째로 소멸시킬 계획이야.
더 궁금한 점이 있니?
있다 해도, 여기까지일 것 같네.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즐거운 우연이었어!"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시야가 다시 새까맣게 물들었습니다.
무어라 항변할 새도 없이, 손을 뻗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떠오르는 의식, 부유감, 이질감.
그리고 과거의 당신이 가졌던 기억이 다시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두 번 다시 여름을 맞지 못할 것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을 기억해냈나요?
적나라하게 담긴 끔찍한 멸망은 오로지 하나의 결말만을, 결과를 가르켰습니다.
멸망의 빛깔에 물든 건물들은 죄다 무너져있고, 땅은 형체를 잃고…… 분명 평화로운 일상을 누렸을 사람들은 공포와 절망을 얼굴에 새긴 채 폐허에 짓눌리고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제대로 형상조차 갖추지 못한 붉은 살덩이가 본래 무엇이었는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만큼이나 명확했죠.
당신은 이제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마녀로 변해가는 기분을 느끼며, 아마 그때 이미 마법소녀로서의, 반은 인간으로서의 멜로타 카프릴리스가 죽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본 라미아 레크탈리아는 당신이 예상치 못하게 순리를 뒤엎은 절망을 표했으며, 그 또한 마녀로 변했죠.
이미 세상은 발푸르기스의 밤에 찾아온 마녀로 인해 멸망했으니, 곧 마녀로 변하기 직전의 라미아는 인큐베이터들에 의해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의 소울 젬이 부서지던 때의 장면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했으나, 아. 그래요.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보랏빛의 소울 젬은 이미 타락해 그리프 시드가 되었으니까요. 그것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하나의 장치임에 불과했으니까요.
눈을 뜹니다.
문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문을 열었습니다.
문틈 사이로 파르스름한 불빛이 이따금 지직거리며 불규칙하게 깜빡이고,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냉기가 새어 나옵니다.
싸늘한 공기가 고여 있는 안쪽은 꼭 냉동고 안 같아요.
순식간에 계절을 뛰어넘은 것처럼 내쉰 숨이 새하얗게 얼어붙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에는 설명이 쓰인 플레이트가 붙어 있는 유리관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은……
……꽁꽁 얼어붙어있는 멜로타,
당신의 그리프 시드입니다.
SANC 1/5
멜로타 카프릴리스:
SAN Roll
기준치:
62/31/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치 1 감소.
요 며칠간 꾸준히 머릿속을 맴돌던, 말로 설명할 수 없어 그저 물음표로만 대체되던 기묘한 감각이 드디어 눈을 뜹니다.
기억과 시야가 끊임없이 어긋나는 감각.
이 세계는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님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뚜렷한 위화감.
??? 기능의 본래 명칭이 밝혀집니다.
멜로타, 위화감 판정.
멜로타 카프릴리스:
위화감 Roll
기준치:
99/49/19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이 세상의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시야는 뒤바뀝니다.
3-3. 옥상
우리의 여름입니다.
하얀 바닥 위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입니다.
귓가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있는데도, 옷자락은 조금도 젖어들지 않습니다.
난간 너머로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눈동자에 물이 배일 듯한 한결같은 푸른빛입니다.
햇빛이 빗방울에 산란되어 푸른 캔버스 위로 작은 무지개를 그려냅니다.
흙 하나 없었을 옥상 위에 해바라기와 수국과 동백이 한데 섞여 흐드러지도록 피어 있습니다.
정말로 황홀한 꿈 속 풍경 같은 옥상의 한가운데에,
라미아가 홀로 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참 멋진 모습이라고 이야기할 수라도 있었을 텐데요.
그가 서서히 당신을 뒤돌아보았습니다.
…꿈이 끝나면 꿈속의 등장인물은 비 온 뒤의 무지개처럼 헛되이 사라질 뿐이죠.
누군가는 어차피 멸망한 세계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꿈에 빠져 있는 게 더 행복할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럼에도 진실이 갖는 가치를 주장할 겁니다.
확실한 것은, 입을 여는 순간 돌이킬 수 없어질 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당신.
멜로타 카프릴리스.
어떤 결말을 원하나요?
멜로타 카프릴리스:라미아 레크탈리아.
라미아 레크탈리아:(눈을 깜빡였다.) ……이상한 일이지. (무엇이?)
멜로타 카프릴리스:(대뜸 이름부터 부르고 봤다. 얼마간 떨어진 곳에 멈춰선 채로 바라만 보다가.) 무엇이 이상한데.
라미아 레크탈리아:(한 손이 다른 손의 손등을 매만졌다. 시선이 그리고 붙박혀 있다가, 곧 당신을 향했다.) 부숴졌었는데 말야.
멜로타 카프릴리스:기억은 하는구나.
라미아 레크탈리아:…….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그러니 꿈은 아니었겠어. (글쎄. 모든 걸 깨달은 당신에게 있어선… 어떻게 들릴 말이었는지.)
멜로타 카프릴리스:(덤덤한 시선이 아래로 깔렸다. 제 손목에 매인 팔찌, 딱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 짙어진 녹색 보석. 소울젬을 꺼내든 멜로타가, 전날의 저가 그랬듯 조심성 없는 손길로 던지고, 받기를 반복하다가. 툭, 바닥으로 떨군다. 그리고…)
(콰직! 느릿하게 들린 발이 어찌할 새도 없이 제 영혼을 짓밟았나. 시약을 떨어뜨리고 경과를 지켜보는 연구원처럼, 가만히, 미동조차 없는 자세로 깨진 보석의 조각을 응시하던 고개가 옆으로 기운다.) 네가 아니었다면 내 평생에 이렇게 놀랄 일이 자주 생기지 않았을 텐데.
너, 이 세계가 마음에 들어?
라미아 레크탈리아:(콰직! 부정할 수 없는 소리와, 부정할 수 없는 영혼의 잔해조각들이 눈 안에 들어왔다. 둥그렇게 떠지는 눈은 확실히, 그의 얼굴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표정은 아니었으리라. 묘하게 숙여진 고개, 그리고 그대로 들리는 눈.) 세계? ……그것에 대해서 논하기보다는, 네가 진짜인지 일렁임인지부터 판별해야할 것 같은데.
(잇새 사이로 뱉어지는 사나운 소리. 그가 당신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이마가 곧 맞닿을 정도로까지 얼굴이 가까워졌나. 일렁이는 눈이 여과없이 보였을 테다.) 뭐 하는 건데. 그리고, (……멱살을 놓았다. 물러나지는 않았다.) 너. 왜 멀쩡한건데.
멜로타 카프릴리스:일렁임이 맞기도, 아니기도 해. ('진짜'가 섞이긴 했다지만, 네가 만들어낸 존재잖아. 이곳에 펼쳐진 모든 것처럼. 문장을 혀 밑으로 눌러 감춘다. 가까워진 눈을 흔들림 없이 마주하고 툭, 이마를 맞댔나. 피식거리는 웃음이 짧게 새었다 흩어진다. 실험 좀 했기로서니 흥분은. 보랏빛 소울젬이 자리할 손등을 잡아채며 대꾸하자면,) 너도 멀쩡하잖아. 왜, 내가 가짜 같아?
(그러다가는 표정을 지워낸 듯 메마른 낯을 하고 한 걸음 떨어졌다. 발밑으로 잔해가 밟혀 부스러진다.) 싸움이 끝나고 대화 좀 하자고 했던 거 기억해? 지금 좀 하자. (말하며 당신을 지나쳐 옥상 끝으로 향했다. 만들어진 학교, 운동장. 세계를 다시 눈에 담는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언제나 그랬다. 전투를 할 때에도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앞세우면 당신이 찬물을 끼얹듯 한 마디씩 말을 툭툭 던져주곤 했지. 그런 모습을 보니… 그래. 멜로타 카프릴리스다. 하여 라미아는 제 뒤로 걸어나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지만, 느리게나마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당신의 뒤를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철조망 너머를 따라 바라본다.) ……무슨 대화를.
멜로타 카프릴리스:대답부터 해 봐. 이 세계가 마음에 드는지. (모든 것을 뒤로하고 몸을 돌려, 당신을 마주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나오는 답은,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언제나 같지. (이전처럼.)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럼 다른 질문을 해볼까. 너는 너를 얼마나 아껴? 어느 날 갑자기 소멸되어버린다면, 그리고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잠자코 받아들일래?
라미아 레크탈리아:(침묵했다. 꽤 긴 시간을.)
…………아니.
난 못 받아들여.
(그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멜로타 카프릴리스:네 절망감의 중심에 들어있던 건 무엇이었을까…… (마법 소녀의 마녀화? 만약 그렇다면 그야말로 의외라고 할 수 있겠다. 속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셈해보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예정된 죽음을 넘어 부여받은 생명, 달리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궁금하지 않은가. 네가 나를 집어삼켜 다시 숨 쉬게 함으로써 우리는 일그러진 일상이나마 살아가게 되었는데. 그게 이르게 피어난 마녀로서의 본능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의식의 영향이 있었을지.) 기억해 봐. 라미아 레크탈리아. (허전한 손목을 만지작거린다.) 나를 왜 만들었어?
네가 사냥하던 존재가 되는 게 싫었니?
그래서 일상을 붙들고 싶어지기라도 했어? 아니면……
내가 네게 조금은 소중해져서 그랬을까?
라미아 레크탈리아:(눈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당신은 만들어진 여름을 감상하고 있었으며, 그런 당신의 뒤를 라미아가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한차례 우리를 쓸고 지나갔던가. 라미아는 그 가운데서 불현듯, 문득, 돌연, ……죽은 것들의 향을 맡았다. 나를 왜 만들었어? 그 뒤로도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기보단 느릿하게나마 숨을 들이쉬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나. 매미 울음소리 어설프게 섞여드는 정적은 길었다. 과거를 되감는 시간 만큼이나, 되짚는 절망의 크기만큼이나.)
(숨을 내뱉는 소리가 났다.)
……그게 궁금하나?
(음성은 단조로웠으나 한참 낮은 음계를 짚고 있었다. 드물게 라미아는 미간 사이를 좁힌 채 ……고 있었다.) ……넌 단지 그게 궁금한가? 난. (드물게, 불길로 가득한 음성을 속에서부터 끄집어 내뱉고 있었다.) ……네가 먼저 포기한 이유가 그렇게나 궁금했는데. (그리고 이것은 당신에게 또다른 답이 되었으리라.)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럼, 궁금하지. (멜로타는 너무나도 쉽게 긍정했다. 어딘가 초연한 얼굴을 하고서.) 내가 목표하던 것이었는걸. 네 삶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 말이야. (타인의 의사 따위 알 바가 아닌, 본인만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바람이 머물지 않고 흐른다. 개중에 한자락을 잡아채 폐부 가득히 채웠다. 인공적인 여름이 손상된 영혼을 대신하여 나를 구성한다. 가슴께에 손을 올려 박동하는 심장을 느끼고 있자면 어쩐지 우스운 기분이 들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 달라지나. 이미 패색은 짙었고, 너는 인간에게 기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나는 그 이상 버틸 재간도 이유도 없었어. 희망이 없는걸. (그러나 말하는 바를 보라. 애초에 기대하지 않은 쪽은 누구였나. 매사에 어려울 것 없는 듯이 굴지만 너무 큰 벽을 보면 전의를 상실해버리고 마는 족속. 오래 버티나 싶었지.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이 없었다면 멜로타는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은 그저 가정에 불과했다. 결말은 이 모양이다.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일렁이는 아지랑이처럼 온통 어그러진 모양새.)
(한없이 깊고 짙던 절망을 기억한다. 본능적으로 느낀 패배감과, 포기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배반하며 고개를 드는 무력감. 더 나은 오더를 내리지 못한 데에서 오던 죄책. 스스로를 향한 실망. 끝내 이손으로 바꾼 것 하나 없음에 대한 비관. 그 모든 감정에 함몰되어 곧 선고될 죽음을 기다리던 시간. 지금에 이르러서도 달라질 것 없다 여긴다. 늘 그랬듯 제멋대로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무슨 말을 더 하겠어. ('대화'하지 않는 버릇은 다시 살아나서도 여전했으므로.) 잠자코 소멸당하기 싫다고 했나. 그럼 일어나, 라미아 레크탈리아. 마녀로서 눈을 뜨고 세상을 써내리도록 해. 이젠 그게 네 일이잖아. 이런 곳에서, 나와 말이나 섞을 게 아니라.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러므로 우리는 둘이었다. 얼마나 거리가 가까워지든지 간에 완연한 남남으로서 존재하는 까닭은, 비단 여름날 눅눅한 공기가 타인의 살결과 맞닿았을 때 불쾌감을 일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혼 없는 당신이 숨을 들이마셨을 때 영혼 없는 마녀는 과연 무엇으로 빈 속을 한시적으로나마 채웠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어지는 말에 와닿는 실망, 분노, 혹은 배신감이었으리라.)
(아무리 지나간 과거를 곱씹듯 이곳의 여름을 즐기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것을, 알았으나. 라미아의 영혼은 고작 반짝이는 보석에 담겨 그마저도 부서져 변질된 알이 되어버렸으나. 그럼에도 라미아는 스스로가 사람이라고 믿었다. 마법소녀이면서도 사람이고자 했다. 비록 그가 처음 마법소녀가 되고자 했을 때 빌었던 소원은 저들이 나를 감히 무시할 수 없는 막대한 힘을 달라던 것이었으나, 어차피 그것들은 막돼먹은 짐승새끼들이지 않았나. 라미아가 본질적으로 원하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사람을 죽일 힘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라미아는 살고 싶었다. 그는, 이제는 마법소녀조차 아니게 된 마녀는……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바랄 수조차 없게 되었지만.)
(라미아는 손을 뻗었다. 그래, 그의 부서진 마음을 가득 채운 새로운 무언가가 따라 움직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대로 라미아는 당신의 목을 졸랐다. 말간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하나 둘 내리기 시작하는 것은 빗방울 뿐만이 아니었다. 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은 그의 진심, 외로움, 그리고 당신을 향했던 신뢰. 믿음. …그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져 추락했다. 한 데 모여 땅 아래로 자취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니까, 마법소녀는 본디 희망에서 태어나 절망으로 추락하는 존재라…….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라미아는 더이상 짙은 배신감을 숨길 수 없었다.) 절망에서 태어난 나는 이보다 더한 절망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 (절망의 한계치를 뛰어넘어 나는 마녀로 거듭났는데, 왜 나에겐 이보다 더한 절망이 찾아오나. 시련을 넘지 못해 쓰러졌으니 그만 안식이 내게도 찾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왜 쓰러진 나의 위를 새로운 무게는 짓누르나. 왜 나는 다시 사람에게 배신당했나. 왜 나는 다시는 사람을 믿지 않겠다 말해놓고서,)
(왜 너를 믿게 되었나. 손을 휘둘러 당신을 땅에 내쳤다. 어느새 세찬 비가 내려 온 몸을 가득 적시는데, 여전히 텅 빈 마음은 실망과 분노, 배신감으로도 부족해 공허한가. 목을 마르게 만드나. 왜 나는 아직도 살아있나.) 포기한 게 아니라 나를 배신한 것이지. 나를 속였어! 네가 날 어떻게 바라보든 취급하든 난 모른 척 넘어가려 했어. 처음에는 상관 없었으니까. 나중 가서는 그걸 인지하는 순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 (비가 내렸다.) 내가 너무 비참해지고 마니까…….
……그러니 너는 변명하려 들지 말아야 해. 너는. ……나에게 사과해야 해. 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해. 나를 배신한 것을 인정해야 해. (불길이 날뛰었다. 손마디 하나하나가 불타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멜로타 카프릴리스:(거짓된 생명도 생명이고, 육체도 육체라고. 목이 졸리니 숨이 막혀왔다. 손을 쳐내어 반항하지 않는 것은 당신의 눈에서 드물도록, …… 정말이지 드물도록 감정이 읽혔기 때문이었나. 스며드는 괴로움을 내색조차 않고서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실망과 배신감, 절망을 낱낱이 읽어내던 멜로타는 참으로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같잖은 초월자처럼 관망하는 태도를 지니고도 그는 결국 인간이었으므로.)
(그리고 이내 내쳐진 멜로타는, 순간 트인 호흡보다도 빗물의 형태로 무너져내리는 감정이 더욱 고통스러움을 느꼈다. 이를 악물었다. 턱이 아리도록. 시간이 지나도 진정될 기미 보이지 않고 얕은 헐떡임이 이어진다. 서서히 깨닫자면 감정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토록 외면하고자 했던 것을 끝내 마주하여, 나는 저렇듯 아프고 싶지 않아 먼저 손을 놓았다. 누구보다도 예민한 지성이 일찌감치 알아채고 경고함에 따라 비겁하게 발을 빼버린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요구하는 사과는 정당할진대, 입술은 섣불리 문장을 엮어내질 못하고 달싹거리기만 했다. 사과조차 기만이 되지 않을지, 그 좋은 머리로도 쉬이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무례했고 마법 소녀 대 마법 소녀로서도 지각없던 멜로타는 마녀로 전락한 후에야 겨우 인간다운 염치를 느끼며, 마찬가지로 당신에게서도 인간다운 감정을 헤아리게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차라리 영영 떨어져 존재했다면 나았을 것을, 서리서리 얽혀 일그러진 꼬락서니가 볼만했다.)
(바닥 짚은 손가락이 거친 표면을 긁음에 따라, 고이고 흐르며 각자의 길을 향하는 빗물 사이로 붉은 피가 섞여든다. 울컥 솟아오르는 감각을 정의 내릴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당신을 상대로 호소할 수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끝내 작은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 내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나 있나. (이 지경이 되어서도 메마른 음성이 지독했다. 현실에서처럼 절망으로 내달려 도망칠 수 없었기에, 목소리는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내리는 비에 젖지도 않고 퍼석거리는 소리를 내며 점차 더 말라갔다.) 너에 대한 배신을 인정해. (실패와 외면이 두려웠다. 절망만큼이나 희망이 두려웠다.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볕이란 쓸쓸한 법이라, 온 힘을 다해 내달려 도망쳤다. 눈에 보이는 사실이 명백하여 입 밖으로는 무어라 변명할 말도 없었다.) 비열하고 비겁하게 도피했어. 네게 가볍게 손을 내밀고, 놀리듯 거둬들여 기만했지. 그러니 네 분노는 마땅히 날 향함이 옳아.
(모든 인정 끝에도 사과의 말은 섣불리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영원 같은 순간의 정적 속에 내리는 비가 끊임없이 멜로타를 질책했고, 멜로타는 숨죽이며 부서진 신뢰의 파편에 난자당하기를 감수했다. 차츰 식어가는 몸을 느끼며 당신을 올려다보는 동안 그 눈동자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이란 말뿐인 사과를 불가하게 만들었으므로, 마침내 입술이 열릴 적에 그 짤막한 한마디에 담긴 것은 무거운 진심이라.) 미안해. (네가 나로 인해 느꼈을 모멸과 참담함에 대해. 그러나 당신에게 그 진심 받아줄 의무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시 입을 다물고 낯설고도 절박하게 숨을 쉬었다.)
라미아 레크탈리아:(사람이 되고 싶어 소원을 빌었더니, 종래에 본인은 살인자요 이지 잃는 마녀라. 어느덧 등 뒤로 두터운 것이 직직 끌리는 소리가 났다. 검고 하얀 파도를 휘감은 것은 그야말로 뱀의 꼬리, 인간을 벗어났다는 증표, 밑바닥의 상징. 희망에서 비롯되어 절망으로 추락하는 우리는, 절망에서 비롯되어 더한 절망으로 추락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세찬 비를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던가. 웃음 소리가 쉭쉭 샜다. 숨길 수 없었다. 숨기지 않았다.)
(그러므로 당신, 분명히 그 날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나니. 그 날의 배신을 기억하고 있나니. 그 날의 도피를 기억함이 분명하나니. 그런 당신에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나는 당신을 집어삼키며 당신에게 진실을 듣고 싶었다. 그 급박한 절명의 순간 이름도 이성도 힘도 지혜도 본능도 죄다 잃어버리며, 마지막 남은 영혼의 조각이 이르더라. 단지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어. 나는 이미 부서진 내 영혼을 불태우는 이 감정의 원인을 명확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싶었어. 나는 머리가 잘리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네 이름과 자신의 이음새를 규명하고 싶었어. 나는 이런 상황이 되어서까지 당신을 죽이지 못하는 결실한 분노의 행적을 쫓고 싶었어. 나는 너를, 차라리 내 손으로 직접, 부숴뜨리고 싶었어. 밭은 숨이 터졌다. 눈꺼풀을 아프게 두드리는 빗방울 앞에서 라미아는 눈을 뜨며 당신에게로 걸어갔다. 꼬리를 질질 끄는 모양새가 걷기보단 차라리 기어가는 것으로 표현해야 함이 옳았다. 언젠가 떴던 무지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당연하게도.)
(무너진 당신 앞으로 라미아가 섰다. 당신의 메마른 목소리도, 땅 기어가는 제 처지도, 멈추지 않는 비도, 보이지 않는 햇볕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현재도, 모든 것이 지독했다. 라미아는 당신이 도망친 이유가 궁금해 당신을 죄 집어삼켰으나 벌린 입에서 추궁의 언어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뱀 소리만 떨어져 땅 아래 스며들었다. 항상 사람들 대하는 부분에 있어선 날 선 칼만 가슴에 박혀들어왔기 때문에, 라미아는 그러기 전 먼저 상대의 목에 독니를 박아넣는 것을 선호했다.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툭 끊어지는 숨, 관계, 실. 그러나 당최 언제부터 당신과의 싫은 이렇게 등나무 가지처럼 얽히고설켰나. 잘라내려 해도 내 몸까지 크게 잘라내야 할 텐데, 잘라내기도 전에 이렇게나 고통이 일면 나는 어쩌나. 이전에 이미 죽어버렸어야지. 그러게. 그가 쓰러진 당신 앞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쳐온다. 그 눈, 어땠는가. 감히 새겨볼 수 있었나.)
처음부터? …그때부터 정말, 하나도 네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나. (그러니 아직까지도 나를 동정하거나 나를 통해 희열을 느끼고 있느냐고.)
멜로타 카프릴리스:(타인을 본인으로 물들이려거든 자신을 오롯이 내어줄 각오를 해야 하며, 그 빈자리를 타인으로 채울 각오 또한 해야 함이라. 그러지 못한 멜로타는 한낱 겁쟁이에 불과하여 지금에 이르러선 무감, 무심, 무료하던 눈동자 깊은 곳에 가리어 있던 떨림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나로 단단히 엮이고 싶었으나 동시에 겁이 났다. 어설픈 교류에 우리는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애매한 매듭이 되었다. 차라리 나를 부수라 이르고 싶어라. 산산이 부수어 온당하게 응징하라고. 영혼을 잃고 본질이 바뀌도록 인간의 형태를 고집하던 것. 이제는 진창에 처박힌 삿된 것. 이리저리 찢어발길 적이면 잔해 속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섬뜩하게 파고들어 멜로타로 하여금 지레 놀라 물러서게 했던 것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성서에 기록된 악惡처럼 가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공허를 품고 마주한다. 더럽혀진 제 영혼처럼 한없이 탁한 빛으로. 가깝게 다가선 당신 올려보려 고개가 한껏 꺾이고, 서느런 빗방울이 눈가로, 이마로, 턱 끝으로 흘러 눈물인 양 흐르매, 그 자세 낮아져 코앞에 자리하면 앞서 그랬듯 피할 생각도 않고 시선 받아낼 뿐이었다. 고장난 신호등처럼 꺼멓게 죽은 눈으로.)
(그러다 숨을 내쉴 때면 그 소리 한탄과도 같았다. 송두리째 위태롭던 시간, 멀고 먼 거리. 경시에서부터 시작하여 당신을 단순한 흥밋거리 삼았으나, 보라. 하잘것없는 삶이나마 두 다리 힘주어 버티도록 상대를 목표요, 이유이며 근원으로 삼은 자는 결국 누구였는지. 당신을 제 옆에 묶어두겠다 건방진 마음먹었던 것이 무색하도록 추회追悔하는 내가 있다.) 네 눈에 내가 여전하다면 유감이야. (멜로타는 한 줄의 문장만을 내어두고 그 이상 자신을 변호하려 들지 않았다. 세상 모든 진리를 읽는 자. 멀고 먼 곳에서도 늘 뼈저리게 사무치며 후회로 점철된 삶만을 살아내었으매, 이 생이라고 다를 바 없음을 해득한다. 한 명의 인간을 관통하는 문장이란 이토록 꿋꿋함을 배웠으므로 나는 이 생과 겹쳐진 모든 우주에서 깊은 참담함을 반복하리라는 사실 또한 깨친다. 이 영원 속에 네게 상처 주지 않는 방법이 존재하긴 할는지.)
(너는 끝내 내게 깊은 의미 되었으므로 나는 묻지 못한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네게 소중하고 싶었노라는 말로 너를 난자할 수도 없다. 하여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인간의 모습이 깨어짐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실감하니, 구원받을 수 없을지언정 애당초 없던 존재처럼 지워지지는 말라고. 망가진 세상 속에 망가진 존재로나마 살아달라고. 그것이 종장에 이르러서까지 이기적인 나의 바람이라고.)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리고 그런 당신을 내려다보던 눈 위를 타고 흘러 속눈썹에 맺혀 뚝 떨어지는 것은 다만 빗방울 뿐이 아니었으리라. 뱀의 뒷다리로 단단히 지탱한 채 몸을 일으켰다. 빛이 등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득히 멀게, ……나는 끝까지 배신당하는구나. 내뱉었다.) 널 망가뜨리고 싶어.
멜로타 카프릴리스:그렇게 해. 네가 아니면 누가 날 망가뜨리겠어. (입가로 설핏 웃음 비슷한 것이 맺혔다 사그라들었다. 미련처럼 팔을 뻗어 다시는 날 위하지 않을 손끝을 건드린다. 흉하게 깨진 손톱에 배어나온 붉음이 옮아가는 것을 보고는 금방 거뒀으나 단지 그것으로 만족한다.)
라미아 레크탈리아:(그러므로 전염되듯 붉은 것이 손끝에 스며들매, 세 다리로 단단히 선 그는 눈높이 어긋나는 당신의 목을 콱, 조르기 시작했다. 짧은 머리카락이 우수수 쏟아져내렸다. 담긴 눈에는 단 한 치의 미련이나 동정, 안타까움마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당신과 제 사이에 남은 것은 인연조차 아니고 옮겨묻은 핏덩이 뿐이라고 외치는 양,) 이제 나는…… 마녀로 다시 태어나겠지……. 어떻게 생각하나.
멜로타 카프릴리스:네 마지막엔 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함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혈관이 차단되자 희게 질려있던 얼굴은 이내 붉어져갔다. 가느다란 목을 온전히 내어주고, 이번에는 죄여드는 손 풀어질 일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역시 저항은 없었다. 그러다 기도가 막혀 말할 수 없게 되기 전에, 문득 생각난 듯이, 처음으로 의사를 묻는다. 나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는.) 인간으로 죽고 싶어?
라미아 레크탈리아:(침묵이 길었다. 당신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그랬다. 그러다 종래에 내뱉는 말이란.) 항상 그랬지. (그 안에 담긴 끝없는 절망이란.) 근데.
……적어도 그건 네게 맡길 일이 아니야.
더이상은.
차라리 허상에 머물러 있었다면 우리, 이토록 비참해질 일은 없었을까요.
한 번 깨달아버린 진실은 돌이킬 수 없이 세상을 바꾸는 법입니다.
우리의 여름은 이곳에서, 아니. 이미 종막을 맞이했습니다.
여름방학은 영영 오지 않겠네요.
라미아와 이야기했던 방학 때 할 일도, 바다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이미 진실을 알아버렸고, 그것을 라미아에게 이야기해 서로의 끝까지 내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