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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ORPG 플레이 로그

[요우유키] 여름의 노래 플레이 로그

by 여우비야 2021. 5. 23.

 
여름의 노래
 
KPC 하츠메 유키노, PC 하야시다 요우
 
w. 지로
 
20210522
 
…….
 
살랑 살랑, 따스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쓰다듬습니다.
 
유키노는 양 손으로 요우의 허리를 붙잡고 입으로는 조금 녹은 아이스크림을 뭅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청량한 하늘과 반팔 교복을 입어도 춥지 않은 기온이 뚜렷한 여름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자전거가 부드럽게 페달을 움직이며 나아갑니다. 바퀴가 천천히 돌아갑니다.
 
당신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앞을 바라보느라 눈에 들어오지 않아 표정을 알 수 없는 유키노가 말합니다.
 
하츠메 유키노:요우 군,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하자!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였죠? 어렴풋이 떠오른 의문이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유키노와 함께 가는 곳이라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을테니까요.
 
그저 즐기도록 합시다.
 
비가 내리면 모든 게 무산이 될테니까요.
 
1. 여름의 아침
 
하츠메 유키노:(장난스럽게 허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얼굴을 살피고는 싶었지만, 그러기엔 자전거를 타고 있었으니까.)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입에 물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손으로 붙잡았다.)
 
하야시다 요우:(허리춤을 붙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 듯 셔츠가 당겨지는 감각에 저도 모르게 신경을 뒤로 집중하고) 딱히... (이렇게 페달을 밟고 있으니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난 것도 같다. 네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스크림 떨어트리지 마세요.
 
하츠메 유키노:합. (마지막 말에 들으라는 듯 소리를 내며 아이스크립을 한 입 베어물었다. 특유의 나긋한 키득거림이 자그맣게 새어나왔다. 머잖아 아이스크림을 우물거리는 채로, 웅얼거림이 흘러나온다.) 내년이 되면 요우 군도 3학년이 되겠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이다.)
 
하야시다 요우:그러네요. (간결히 대답하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3학년. 그래, 이것이 너와 함께 보내는 십대의 마지막 여름이다. 한 뼘 모자란 탓에 내년 여름이 달갑지 않았다.) 선배는 졸업하면 어디로 간댔죠? ...
 
하츠메 유키노:(당신은 그렇게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유키노는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말을 붙이곤 했다.) 도쿄로 갈 수는 있지만, 사실, 도시는 조금 무섭달까. (어느덧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가고 있었다.) 가까운 곳으로 갈 지도 모르겠어. …요우 군은, 아직 진학을 결정하기엔 멀었지? (목소리 하나하나에 웃음이 가득했다.)
 
유키노는 고개를 높게 들어봅니다.
 
새파란 하늘로 찬란한 빛이 부수어져 내렸습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셔 절로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하자고 했었죠.
 
비는 언제 오는 걸까요?
 
쉼없이 앞으로 향하던 중,
 
덜컹.
 
돌부리에 걸린건지 자전거가 한 번 기우뚱 거립니다.
 
유키노는 본능적으로 요우의 허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습니다.
 
하야시다 요우:괜찮아요? (놀라 뒤를 돌아보며 속도를 늦췄다.) 미안. 돌 같은게 있었나 봐. 못 봤어요.
 
하츠메 유키노:(눈이 동그랗게 떠진 상태였다. 끌어안은 팔에 아주 천천히 힘이 풀렸다.) 나, 긴장해서 바로 힘을 못 풀겠어. (꿈뻑.) …아팠어? 미안해. (자연스럽게 사과가 흘러나온다.)
 
하야시다 요우:그냥... 꽉 잡고 있으세요. 떨어져도 저 책임 못 지니까. (네가 힘을 푸는 것이 퍽 아쉬웠다. 더위 탓인지 목덜이부터 귀까지 홧홧한 열기가 올랐다.)
 
하츠메 유키노:(천천히 고개를 기울이자, 의도치 않은 웃음이 튀어나왔다. 분명 달아오른 귓가나 목덜미를 본 것이 아니었을 텐데도.) 꽉? …이렇게? (곧 힘이 들어가는 팔, 등과 맞붙는 볼. 유키노는 그 순간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여름 햇빛은 따가웠지만, 선선한 바람이 우리를 스쳤다.)
 
하야시다 요우:... (맞닿은 등으로 울리는 네 웃음소리가 마음 언저리를 간지럽혔다. 꽉 잡힌 허리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애써 호흡을 가다듬는다. 혹시라도 심장 소리가 들리면 어쩌지. 전부 들켜벼리면... 정면으로 마주치는 바람에 열기를 식히려 노력한다.)
 
하츠메 유키노:그러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건데. (그리고 언제나 유키노는 당신의 마음을 모를 것이었다. 귓가에는 심장소리보다 첫째로 바람 소리가 먼저였고, 그 다음으로는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사방을 메우고 있었으니까. 어느새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손 안에서 돌리며, 유키노가 자그맣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은은하게 풍기는 짠내음이 코 끝을 스쳤습니다.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콧노래 소리와 함께, 당신은 얼굴을 식히면서도 시선을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새 옆으로 바다가 깔렸습니다.
 
느리게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난간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광경이 펼쳐집니다.
 
요우,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하야시다 요우: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3359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2: 보통 성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풍경이지만, 어째서일까요?
 
묘하게 바다가 이질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리도 생동감이 강한 풍경인데 왜일까요.
 
자세히 보니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종종 튀어오를법한 은빛의 물고기도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지라 해도 과연이 아닐터인데 무슨 일인지 의아합니다.
 
당신이 의문을 가지든 말든, 유키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다시 말을 붙여옵니다.
 
하츠메 유키노:…바다에 가지 않을래?
 
그런 제안을 건네네요.
 
하야시다 요우:바다요? ...이렇게 더운데? (네 말에 잠시 가졌던 의아함이 가셨다. 툭 던진 말 뒤에는 고분고분한 심성이 숨어 있었다. 그러지 뭐. 천천히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네가 내리길 기다린다.)
 
하츠메 유키노:(자전거가 멈춰지고, 얍, 소리내며 자전거에서 뛰어 내린 유키노는 그제서야 웃으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한 손은 바람에 헝크러진 머리를 쓸고 있었다.) 있지, 생각해보면… 요우 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들어주는 거. 알아? (그리고 어떤 말이 떨어질지 몰라 먼저 걸음을 옮겼다. 여름이니까, 더우니까. 손을 잡으면 싫어하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하야시다 요우:(대충 자전거를 지탱하고서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는 네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 ... ... 뭐가요. (결국 들어준다는 말에 멋쩍은 기분이 되어 괜히 시선을 바다로 두고서 딴청을 부린다.) 같이 가자고요. 길 잃어버리면 어떡하려고? (시야가 탁 트인 바닷가에서 길을 잃을 리가 없었지만 그것은 으레 하던 잔소리일 뿐이다.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하츠메 유키노:(뒤따라오는 당신을 흘끔 돌아보면, 아. 웃음이 터졌다. 퉁명스러운 말 안으로 숨어있는 다정을 알았다. 당신이 다가오기까지 발 코를 땅에 툭툭 두드리며 기다리고만 있다가, 가까워진 얼굴에 땀이 맺혀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자 눈꼬리를 휘었다. 손을 잡으면 싫어하겠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바로 직전이었는데, 유키노는 능청스럽게 당신의 팔에 팔짱을 끼며 걸음을 옮겼다. 원체 신체 접촉이 잦은 사람이기야 했다. 그러니까 이런 행동에도 별 의미가 담겨있진 않았을 테지만….) …어라? 앞에 흔들다리가 있어. (눈을 깜빡이곤 당신을 돌아본다.) 요우 군, 흔들다리 무서워하진 않지?
 
하야시다 요우:(움찔, 다가온 팔짱을 당혹스런 눈길로 한번 훑었다. 뿌리치지는 않았지만 힘을 줄 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나무인 듯 행동할 뿐이다. 네게는 어릴 때의 연장선같은 행위에 불과하겠지만 저는 상황이 달랐다. 제게만 느껴지는 감정의 무게에 속으로 낮게 신음한다.) 안 무서워요. 앤가 뭐. 건너게요? (흔들다리 건너편을 바라본다.) 어디까지 가려고...
 
하츠메 유키노:건너서, 조금만 걷자. 바닷가를 쭈욱 따라서…. (팔짱끼지 않은 손에서 펼쳐진 검지 손가락 하나가 저 끝의 백사장부터 저 끝의 백사장을 훑었다. 장난스러움이 다분했다.) 내가 졸업하게 되면…. (그리고 그런 단어가 나왔다. 졸업. 어쩌면 이별.) 앞으로는 자주 이곳에 못 오겠지? 수험생이 되어 요우 군도 바빠질 테니까 말야. (햇살에 일렁이는 사위, 바로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렬했던 빛. 그 아래 유키노는 어떤 얼굴을 짓고 있었지?)
 
하야시다 요우:마음대로 하세요. (순순히 네 검지 끝이 가르켰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마냥 천진난만한 너를 감당하기에 너무 눈부신 계절이다. 졸업이라는 단어에 네게 똑바로 시선을 돌린다.) ... 뭘 해외로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휴일마다 올 거 아닌가? (안 볼 사람처럼, 못 볼 사람처럼 말하는 네가 퍽 서운했다.) 수험생이라고 해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건 귀찮아. (부러 아이처럼 투정섞인 어투로 대답한다.)
 
하츠메 유키노:(역시. 결국엔 다 들어주고 만다니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아침이었다. 흔들다리로 걸음을 내딛었다.) 당연히 휴일 때마다 오지. 옛날처럼 요우 군의 공부도 도와줄 수 있고, 어쩌면 숙제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그때가 되면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놓을 거니까, 용돈도 줄 수 있겠지. 또……. (그런 당신의 서운함을 눈치채지 못했는데도, 유키노는 무심코 당신을 달래주듯 조잘조잘 말을 이어나갔다. 투정 섞인 말에는 슬쩍 당신을 돌아보는 시선이 있었다. 음, 눈을 굴리며 고개를 들어보면 여과없이 내리쬐는 햇빛이, 고개를 숙이면 짙은 우리의 그림자가 흔들다리에 찍혀 보였다.) 그래도… 요우 군이 내가 진학할 대학교로 오면 좋을 텐데 말야.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처럼. 역시 어려울려나?
 
큰 바람이 한차례 불었습니다.
 
짠내음이 다시금 몰려오고, 파도소리가 부쩍 가까워집니다.
 
바다와 모래사장이 보입니다.
 
시야에 모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바다에는 규칙적으로 낮은 높이의 파도가 쳤습니다.
 
물은 수면이 훤히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주 맑고 깨끗합니다.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깊게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만... 잠깐 발을 담그고 여름을 만끽하는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야시다 요우:선배랑 같은 대학이라니, 거기가 무슨 동네 공원인가... 가볍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어깨를 으쓱하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급기야 용돈을 주겠다 말하는 너를 보며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다. 네가 돈을 건네는 상상을 하면 끔찍했다. 벌써부터 제 미성숙함을 적시당하는 수치심이 일었다. 더 말하지 않았으나 자존심이 상했다.) 제가 선배 옆에 붙어있으면 평생 남자친구 안 생길 거예요. 알고 하는 소리죠?
 
하츠메 유키노:…내가 휴일마다 도와주러 온대도? (머리를 쓸어넘기는 당신을 보았다가, 찌푸려지는 얼굴이 눈에 들어왓다. 뭐지? 말 실수라도 했나? 하지만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짓기 이전에 이어지는 말이 있었으므로.) …남자친구? (고개를 기울였다. 운동화 아래로 사박사박 하얀 모래가 부서져갔다.) 그러게. 대학교에 가 보면 한 번 쯤은 생겨봐도 좋을 것 같은데. (누군가의 속내일랑 하나 모르고 여름 햇살 머금은 웃음이 살금 피었다. 지금까지는 학업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라곤 쳐도. …그때 유키노가 당신의 팔짱을 풀어 몸을 굽혔다. 운동화를 벗고, 또 양말을 벗고. 맨발로 백사장을 짓이기며 당신을 장난스럽게 바라보더니, 발 끝부터 파도에 이는 포말을 밟았다. 곧 몰려오는 파도에 적셔진다. 저항할 새 없이.) 그치만, 남자애들도 말야, 요우 군. 여자친구에 대한 로망이랄 게 있잖아? 내게 남자친구가 안 생긴다는 건, 동시에 요우 군에게도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단 건데…. 괜찮아?
 
하야시다 요우:(말릴 틈도 없이 네가 파도 속으로 걸어들어가자 저도 다급히 물가로 걸음을 옮겼다.) 유리조각 조심해요. (그렇게 습관적인 걱정을 내뱉다가도 한 번 쯤은 사귀어봐도 좋을것 같다며 제 속을 긁는 무신경함에 한숨을 쉬었다.) ... ... (잠시 네가 남자와 걷는 풍경을 상상한다. 제가 모르는 거리에서, 모르는 얼굴의 누군가와, 모르는 얼굴로 웃는 너를. 있는 힘껏 질투를 누르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이렇게 춤추듯 일렁이는 네 그림자마저 애틋한데도.) 로망 없어요. 전. 그냥 하는 소리 아니에요.
 
하츠메 유키노:그런 거 없어, 걱정하지마. (하며 당신을 돌아보아도, 아직 신발을 신고 있는 당신의 손을 생각 없이 파도로 끌어당기지는 않았다. 파도가 그리는 경계선이 사이로 생겨났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눈치채지 못했는지. 어쨌거나 파도는 계속해서 일고 있었고 바람이 불었고, 햇빛도 내리쬐었다. 유키노는 잠시 뒷짐을 지며 웃었다.) 보통 남자애들은 안 그렇던데. ……그럼 말야. (아까 흥얼거렸던 콧노래만큼이나 가벼운 음성.) '사랑받는' 건 어떻게 생각해? 조금 뜬금없는 얘기일진 모르겠는데…. 총리보다도 더 높은, 어떤 사람이. 요우 군이 너무너무 좋은 나머지 요우 군을 저 멀리 데려가고 싶단 거야. 그 사람은 돈도 많고, 힘도 강해. 이루지 못할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래. 확실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 다만 장난기 감도는 유키노의 눈은 그럼에도, 당신을 올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야시다 요우:모르는 일이죠. (너와 같은 파도에 들어가지 않은 채로 그저 주변을 맴돌았다. 보이지 않는 선이 있는 것 같아. 절대 넘을 수 없는... 너와의 관계처럼. 뒷짐을 지는 네 뒤로 부서지는 파도가, 모래사장이 눈부시다. 오늘만 몇 번을 눈부시다 여기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 오늘 뿐만이 아니라... 비단 모든 순간이 그러했다. 까무룩 모르고 있겠지만.) ... ... 사랑받는...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가도) 선배가 말하는 그런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저는 정중히 사양하고 싶은데. (한 번 어깨를 으쓱인다.) 돈이 많고 힘이 세다고 멋대로 데려가는 게 사랑일리가 없잖아요. 그런 건 집착이지. ... ...
 
하츠메 유키노:(차가운 파도가 발목을 휘감는 가운데서,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유키노는 언뜻 햇빛을 등지고 있었다. 그림자가 지는 와중에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눈을 길게 감았다 뜨며 바닷물에서부터 빠져나와, 그가 모래사장으로 걸어왔다. 당신의 앞으로.) 그럼, 요우 군은 그런 집착이 싫단 말이지? (언제부턴가 유키노는 당신을 내려다보기보단 올려다보게 되었다. 파도소리가 밀려올 때를 틈타 그가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작년의 일, 기억나? 타케다 군이 나한테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막 끌고 가려고 했을 때… 요우 군이 도와줬었잖아. (그런 일이 있었던가? 목소리는 한치 흔들림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하야시다 요우:... (아. 저가 허구로 만든 경계를 담백하게 넘어오는 네 행동에 사뭇 놀라 주춤, 걸음을 멈췄다. 가까이 선 너는 어느새 저보다 작고 가벼워져 있었다. 목 근처나, 소매 아래의 팔이나 무릎 같은 곳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괜히 얼굴을 한번 위로 쓸어올리고) 누가 좋아해요. 집착을. ... (뒤이어 네 입에서 나온 낯익은 이름에 인상을 팍 구긴다. 기분을 따라 목소리도 낮게 깔렸다.) 그 자식, 아무리 생각해도 패버렸어야 했어.
 
하츠메 유키노:(살금 웃더니, 무릎을 굽혀 손에 들고있던 신발을 모래 위로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밀려오는 파도에 손을 살짝 담갔을까, 물기를 털더니 당신의 손을 잡아왔다. 어떤 거리낌도 없이.) 그래서 말야, (기분 풀라는 듯 유키노의 엄지손가락이 당신의 손등을 밀듯, 힘주어 문질렀다.) 그래서 나도 요우 군을 도와주고 싶었어. (지금의 당신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말. 눈이 마주치면 유키노는 가뿐히 어깨를 으쓱거리며 손을 놓았다. 내려놓았던 신발을 들고, 바다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만 돌아가자!
 
하야시다 요우:(오늘따라 아리송한 말을 하는 네 말을 그저 바람처럼 흘려보낸다. 손등을 문지르는 손길에 움찔 손가락을 구부려 주먹을 쥐었다.) ... (그새 물에 젖어 차가운 네 손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빈 공간만 남았다.) ... ... (순순히 따라 걸으며 역시 세 대 정도는 때렸어도 합법이지 않을까? 멍청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햇볕에 적당히 달궈저 뜨끈한 모래 사장은, 흔한 유리조각이나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아 맨발로 다녀도 안전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유키노가 지금도 맨발로 걸어나갈 수 있었겠죠.
 
요우, 행운 판정입니다.
 
하야시다 요우:
기준치: 50/25/10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모래 사이로 특이한 모양의 조개 껍데기와 함께… 종이가 담긴 유리병을 발견합니다.
 
유리병 안에는 어떤 종이가 담겨있군요.
 
요우, 그를 살펴보나요?
 
하야시다 요우:...? (주워서 열어보았다.)
 
종이를 펼쳐보면 안에는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여름이 왔는데… 바닷가를 같이 걸을 사람이 없으니까 심심해.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하야시다 요우: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이 글을 쓴 사람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필체였는걸요.
 
그러니까, 이건… 저 앞을 걸어가는 유키노가 쓴 글입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 써서, 유리병에 담아서… 이 모래사장에 유리병을 놓았단 말입니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쨌든 유키노는 잠시 바닷가의 벤치에 앉아 젖은 발을 털며 요우를 올려다봅니다.
 
절로 피어나는 웃음은 언제나의, 그것입니다.
 
하츠메 유키노:배는 안 고파?
 
하야시다 요우:응. (복잡한 기분으로 가만히 서서 네가 하는 양을 바라본다.) 이거 쓴 거 선배 맞아요? (딱히 숨길 생각은 없다. 네게 보이도록 종이를 펼쳐들고) 누구한테 쓴 글이에요?
 
하츠메 유키노: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발을 신던 행동 그대로 몸이 멈추더니, 당신이 보여준 종이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의아함과 당혹으로 물들었다.) …뭐지? 내 글씨랑 똑같다. (벌려지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그러니까, 종이를 쓴 기억은 없다는 말인데.)
 
하야시다 요우:(어리둥절한 네 반응에 정말 모르나? 덩달아 묘한 얼굴을 한다. 아님 말고요. 대충 접어 주머니에 넣고) 비슷하게 쓰는 사람이 있나보죠 뭐. ...
 
하츠메 유키노:바닷가에서 주웠어? (언제 그런 걸… 중얼대며 마저 신발을 신더니, 자리에서 폴짝 일어났다. 적당히 그에 관한 주제는 흘려넘긴다.) 글쎄. 내 글씨체랑 진짜 똑같던데…. (걸어가려다, 이번에는 당신의 팔에 팔짱을 끼는 게 아니라 직접 손을 붙잡고 몸을 돌렸다. 역시나, 의도한 행동은 아니겠지만서도.)
 
하야시다 요우:아까요. ... ...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누가 보면 오해 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에 힘을 주어 훨씬 작은 네 손을 다 감싸듯 포개었다. 희미하게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것도 같다.)
 
하츠메 유키노:왜, 어차피 여자친구를 사귄다던가, 하는 로망은 없다며. (희미한 미소를 알아차리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래. 언제나처럼….) 그러고보면 요우 군은 너무 착한 것 같아. 다른 애들을 보면,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면서… 손을 빼고 싶어하는 애들도 많거든.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야시다 요우:난 없어도 선배는 있다면서요? 남자친구 사귀고 싶은 생각. (괜히 샐죽한 얼굴을 하고서 이죽거렸다.) ... 아무나 막 손 잡고 그래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에 갑자기 들뜬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래, 아무나 잡고 다닌단 말이지...)
 
하츠메 유키노:에이, 그것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지. (눈을 굴렸다.) 음… 아는 사람들이면? (당신이 마음에 들어했을 답변은 아니었을 테다.)
 
하야시다 요우:그러지 마세요. (딱 잘라 말하고는 시선을 먼 곳으로 둔다. 알고는 있었지만... 쓰리다. 슬쩍 잡은 손을 풀었다.) 백번 양보해서 저는 그렇다고 해도... 타케다같은 일이 또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자각은 있어요? (뒤틀린 심성이 고개를 치켜들어 짐짓 탓하는 말투가 튀어나왔다. 정말 네 탓이라 여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속이 상해서.)
 
하츠메 유키노:(손이 풀렸다. 반 박자 뒤늦게 그것을 눈치챈 유키노가 살짝 걸음을 멈추었다. 머잖아 걸어가는 당신을 쫓으려 저도 뒤따라갔지만.) 그렇지만… 타케다 군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는걸. 미나미나 마치코같은 애들을 말하던 거야! (청량한 바람을 휘감고, 한순간 구름을 비집고 나와 번뜩이던 일광. 유키노가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의 손을 다시금 붙잡아왔다.) 요우 군 같이 상냥하고, 다정하고 멋진. 아는 사람들에게만 그러는걸. (당신이 속상해하는 건 하나 모르면서, 그럼에도 유키노는 멀어지려는 당신을 항상 붙잡아왔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건 들어줄 생각도 않고, 그러면서도 자꾸 당신에게 포기하지 말라 종용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야시다 요우:안 친한데도 그랬단 말이지... 진짜 한 대 때릴 거야. (중얼거리다가도 네가 다시 잡아오는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저 걸어왔을 때처럼 가만히 둘 뿐.) ... ... 그렇게 좋은 놈 아니에요. 저. (높이 사 주는 거야 고맙지만요. 무심하게 대꾸해버리곤 흘긋 눈치를 봤다. 넌 왜 이런 밉상을 계속 상대하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제가 네 다정한 심성을 이용하는 중이었다. 먼저 뿌리쳤으면서 붙잡아 달라는 듯 손 닿는 거리를 맴도는, 약아빠진 일을 계속 이어가는 제가.)
 
하츠메 유키노:그러지 마. 네가 다치면 어떡해. (파도소리처럼 몰려오다 빠지는 목소리는, 자국이 남기 마련이었다.) …요우 군이 어디가 좋은 사람이 아닌데?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은걸. (그저 웃을 따름이다.)
 
어느덧 바닷가를 빠져나와 둘은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나아갑니다.
 
어디로 가느냐고요? 글쎄요….
 
목적지를 물어도, 유키노는 뭉뚱그려 대답하거나 웃을 뿐입니다.
 
아침보다 강렬해진 햇빛이 둘을 괴롭혔지만, 싫단 감정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 햇볕이 정답게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2. 여름의 점심
 
어느덧 둘은 [상점] 앞에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규모가 상당히 커 보이는데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점입니다.
 
신장 개업이라도 한건지 입구 앞에 화분이 여러 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화분을 보면 화려한 꽃인 건 분명하지만 전부 모르는, 본 적 없는 종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처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상점 입구에 표지판에 하나 걸려 있습니다.
 
커다란 글씨를 읽어보면 무엇이든 판매합니다! 원하는 것을 찾으세요! 라고 적혀 있습니다.
 
위에는 아담한 테루테루보즈 인형 여러 개와 딸랑이는 종도 걸려 있네요.
 
테루테루보즈와 종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흔들립니다.
 
하츠메 유키노:(어느덧 자전거에서 내린 채 눈을 꿈뻑이다가. 당신을 돌아보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히 그리더니… 먼저 안으로 쇽 들어갔다!)
 
하야시다 요우:아? (당황해서 자전거채로 살짝 휘청이더니 곧 바로 세워두고 다급하게 너를 따라 들어간다.) 같이 가자고요!
 
안으로 향하면 무엇이든 판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가지 물건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음식부터 일반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친숙한 물건들, 생전 처음보는 희귀한 물건까지...
 
데스크에는 종업원이 없고 물건들에겐 가격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물건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유키노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하츠메 유키노:…이거. 다 공짜는 아닐텐데 말야.
 
하야시다 요우:그러게요. 왜 아무도 없죠? ...
 
하츠메 유키노:배는 정말 안 고파?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중.)
 
하야시다 요우:.... (빤히 바라보다가) 고픈 것도 같고.
(대충 입구에 있는 물건들 만지작)
 
하츠메 유키노:(그러면 당신을 돌아보더니, 또 히 하고 웃었다. 당신의 손을 붙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
 
하야시다 요우:당기지 말고요... (순순히 안으로 터덜터덜 끌려들어간다.)
 
그러고보면 아침부터 쭉 달려왔었죠. 허기가 질 만도 합니다.
 
당신의 투덜거림은 들은 척도 안하고, 유키노는 식품 코너로 가 가판대를 살펴봅니다.
 
갈증을 해소시킬만한 시원한 음료와 아이스크림부터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도 많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지? 유키노와 함께 먹을만한 음식들을 고르고 있자니, 문득 옆에 놓인 책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야시다 요우:...?
 
요우, 책장을 살펴보나요?
 
하야시다 요우:(이게 뭐야. 슬쩍 책상을 살펴본다.)
 
열심히 음식을 살펴보는 유키노를 바라보다, 슬쩍 책장을 바라보면… 당신은 <여름의 노래>라는 제목의 서적 한 권을 발견합니다.
 
그를 펼쳐보나요?
 
하야시다 요우:(집어들고 파라락 펼쳐봄)
 
책에 적힌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름의 노래>
 
빛나는 햇볕 아래에서 손을 잡아
 
세계의 뿌리, 바다 위를 걸으며
 
작은 새가 우는 숲의 길을 건너
 
______을 노래하네
 
______을 노래하네
 
안녕, 여름과 작별을 고하고
 
안녕, 안녕
 
*
 
책이 훼손된건지 일부 문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빈 가사는… 알아서 대입해보라는 걸까요?
 
하야시다 요우:(시집이라고 여기며 가볍게 공갈하품을 한다.) ...
 
그때, 아니!
 
어느 순간부터 유키노가 같이 책을 보고 있었던 거죠?
 
하츠메 유키노:(꿈뻑.) 이거… 노래 가사집이야?
 
하야시다 요우:?!(움찔하며 다가온 너를 보고) ...어? 네. ...어....그런가봐요.
 
하츠메 유키노:신기하다. (하며, 자연스럽게 책을 챙겼다.)
 
하야시다 요우:(아니 살 거냐고? 잠자코 두었다.)
 
하츠메 유키노:(YES. 책을 품에 안고 챙겨놓은 음식을 향해 몸을 돌렸다가, 당신을 바라본다.) 전자렌지에 뎁혀먹자. 돈은 두고 왔어.
 
하야시다 요우:(이래도 되는 걸까? 잠자코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많이 먹게요? (저도 돈을 지불한다. 양심적이다...)
 
하츠메 유키노:……. (슬쩍 음식을 몇 개 빼냈다.)
(어쨌거나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한다!) 졸리지는 않고?
 
하야시다 요우:엄마예요? (괜찮다는 의미로 손사래를 쳤다.) 선배는요?
 
하츠메 유키노:아이, …졸리다 하면 이거 먹고, 무릎베개 해줄려고 했는데. (농담 같았지만.) 난 괜찮은데… 요우 군은 계속, 자전거 태워줬잖아. 이 더운 날에.
 
하야시다 요우:(뭐! 무릎베개! 팟,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보다가 정신 차리라는 듯 제 뺨을 툭툭 친다. ...농담이겠지.)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요. (다가가 너를 대신해 데워진 음식을 차근차근 꺼내어 건넸다.)
 
하츠메 유키노:아이, 아프게 왜 때리고 그래. (뺨을 치는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다가, 꺼내지는 음식을 바라보았다.) 바깥에 테이블 있던 거 봤어. 가서 먹자. (건네진 음식을 가지고 총총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하야시다 요우:(그거야 네가 자꾸 어지럽게 하니까. ...복잡한 심정으로 따라 나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이러고 있으니 데이트 같다. 멍하니 생각하며 음식 포장을 뜯고) ...
 
하츠메 유키노:(바로 포장을 까서 핫바를 입에 얌 물었다. 배고팠던 걸까?) 나도 키가 크거나 힘이 셌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내가 자전거를 타서 요우 군을 태워주고, 그럴 수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 (우물우물.)
 
하야시다 요우:흘리지 말고 드세요. (참 나. 커다란 너를 상상하다 저도 모르게 소리내어 풋 웃는다.) 지금이 좋은데요...
아니. 이상한 의미가 아니고. 지금 그대로가 제일 낫다고요. (다급하게 정정한다.)
 
하츠메 유키노: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먹는 데 신중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다급하게 덧붙여지는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뭐가 이상한 의민데? (같은 소리나 하면서.) …나도 지금의 요우 군이 좋아. (…또, 이런 소리나 하면서 느른하게 눈을 내려깔며 웃었다.) 그래도, 어른이 된 모습도 빨리 보고싶은걸.
 
하야시다 요우:(살려 줘. 조금 울적한 기분으로 저도 음식을 입에 밀어넣었다. 곤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좋아한다는 말을 이렇게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상대인 이상, 줄곧 이런 기분이 될 터였다.) ... ... 먼저 가서 일 년만 기다려요. 그럼 되잖아.
 
하츠메 유키노:(끌어올려진 입꼬리가 잠시 떨렸는데, 글쎄. 착각이었나? 어느새 두 개 째의 핫바 포장을 뜯고 있었다.) 교복을 벗고, 멋들어진 사복을 차려 입은 요우 군의 모습을 보고싶어. (담담히 흘러나오는 바람이랄 것은, 글쎄.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왜 그런 모습을 보고싶다 이야기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손쉽게 들 정도로 별 것 아닌 말. 차라리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하기가 더 쉬웠을….)
 
하야시다 요우:(그건 왜요? 결국 묻지 못했다. 네 그 발언 뒤에 담긴 진심은 어린 아이의 성장을 끝까지 함께하고싶은 마음일까?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별 수 없이 남은 음식까지 꾸역꾸역 다 밀어넣은 뒤) 성인식 때 와요.
 
하츠메 유키노:(그런 당신의 앞으로 포장을 뜯은 음료수를 하나 밀어주었다.) 가지고 싶은 거, 있어?
 
하야시다 요우:가지고 싶은 거요...? (잠자코 음료를 열어 목을 축였다.) 음...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저는 물욕이 없는 편이었으니.) 뭐든 좋아요.
(아니. 상관 없어요. 하고 마지막 말을 고집스럽게 고쳤다.)
 
하츠메 유키노:(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어렵다. 먹을 건 금방 사라지고, 그렇다고 물건을 주면 괜히 방 한 켠을 차지하게 될까봐 무섭고…….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당신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보면 요우 군은 가끔, 너무 어른스럽달까. …어리광 피우는 모습도 한 번 쯤은 보고싶은데. (턱을 괴었다. 부담스러운 시선이 당신에게 쏟아진다.)
 
하야시다 요우:(푸학.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물을 잘못 삼키곤 연신 기침을 해 댔다.) ... (곧 잠잠해지자 두어 번 목을 가다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 선배 뿐이거든요... (있는 힘껏 어른이 되려 했으니까. 유치한 면모를 보이는 날에는 너와 더 벌어지는 격차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졌다.)
 
하츠메 유키노:어머. (급하게 테이블에 놓여져있던 티슈 케이스에서 휴지를 뽑아 당신에게 건네주었다.) 왜, 그치만, 어릴 때부터 요우 군은 투정같은 것도 잘 안 부리고… 했으니까. (빈 포장지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야시다 요우:(익숙하게 티슈를 받아들고 입가를 정돈한다.) ... .... (하. 쪽팔려. 두어번 뒷목을 만지작거리다 따라 주변을 정리했다.)
투정 부려도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하츠메 유키노:…내가 있는 힘껏 위로해줄 순 있는데! (그러다 혼자 무언가를 깨달은듯 아, 소리를 내고는.) 하긴… 있으나 마나한 거긴 하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슬슬 일어날까?
 
하야시다 요우:(있으나 마나라니... 반박하면 들킬 것 같아 몸을 사렸다.) 그래요. ... ... (어리광을 부리는 일보다 남자로 보이는 일이 중요하다. 그렇게 타이르면서.)
 
그렇게 테이블을 말끔히 정리하고, 우리는 다시 자전거를 탑니다!
 
유키노는 자신이 자전거를 태워줄까? 하고 물어보았지만, 어떻게 거기에 승낙을 할 수 있겠나요.
 
페달을 밟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나아갑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멀리서 새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3. 여름의 저녁
 
상당한 외진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옵니다.
 
유키노는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가 뜹니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노을이 지는 걸까요.
 
여름의 해는 유독 느리게 저물었죠.
 
밤이 되기 전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하츠메 유키노:…곧 숲이 나오겠다. (뒤에서 당신을 끌어안는 폼이 여간 자연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야시다 요우:(처음과 같이 바짝 긴장한 채 페달을 밟았다. 그러고보면 아까 읽었던 책에 쓰인 가사가 꼭 이랬던가.) ... ... 어두워지기 전에 통과해야 할 것 같은데. 좀 빠르게 밟을게요.
 
하츠메 유키노:왜, 힘들잖아. …자전거를 타고 숲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길목에선 걸어가야 할 것 같은데. (손가락이 꼼지락거렸다.)
 
하야시다 요우:저 힘 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타고 들어갈 생각은 아니었다.) ... ...
 
하츠메 유키노:……. (하지만 이쪽은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래, 워낙 눈치가 없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살짝, 당신의 허리를 꼬집었다. 정말 살짝.)
 
하야시다 요우:(움찔, 반대방향으로 허리를 빼며) 아, 알았어요, 간지러. (자전거가 휘청하는 것을 막으려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하츠메 유키노:(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 되려 사과를 건네야 할 상황이었는데…. 웃음이 터져나왔다. 당신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미안해. 그렇지만, 더 이상은 고생 안 했으면 하니까…. 아, 저기. 서서히 입구가 보인다.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은 길이 난 숲의 입구. 어디로 가야할지, 알고있는 게 틀림 없는 모습이었는데, 왜 자꾸 말을 흐렸을까?)
 
하야시다 요우:... 저기? (잠자코 네가 말하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웠다. ... 여기? 진짜? 뭐 하러? 여러 의문이 밀려들었지만... 두고 보면 알 터였다.) 저기 들어가면 뭐가 있어요? 어딘데요?
 
하츠메 유키노:(자전거에서 내려 반대로 접힌 치맛자락을 살살 털었다.) 으응? (물음에는 바로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지만, 답변은….) 글쎄? (또. 어느새 당신의 손을 붙잡고 살랑대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당신에게 그 무엇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가 당신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만큼은… 굳건했을 것이다.)
 
숲의 길로 들어가면, 분명 '숲'이지만 나무는 별로 없고 수풀만 빽빽했습니다.
 
하지만 숲 안쪽에선 무언가가 지나다니기라도 하는건지 간간이 스슥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땅바닥을 질질 끄는 소리입니다.
 
숲에서 지내는 동물인걸까요?
 
뱀처럼 위험한 동물이면 큰일일텐데 말입니다.
 
하야시다 요우:.... (여기 좀 이상한데... )
 
유키노에겐 그런 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하츠메 유키노:…여기, 되게 어둡다. 그치.
 
하야시다 요우:그러니까... 왜 온 거예요... (네 조금 앞을 방어하듯 걷는다. 곰이라도 나오면 어쩌지... .... ....)
 
하츠메 유키노:돌부리에 안 걸리게 조심해야겠다! …휴대폰 라이트라도 비출까? (멋쩍게 웃으며 당신의 뒤를 따라 걸었다.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하야시다 요우:(붙잡으라며 제 팔을 내밀고 가만히 기다렸다.) ... ... (정말 어디 가는 거지? 이 길이 맞나... ) 조심해요. 앞에 나무 뿌리.
 
하츠메 유키노:(양 손으로 당신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앗. 걸릴 뻔 했다. (당신이 말하자마자 몸을 휘청거렸다. 걸릴 '뻔' 한 게 아니라, 반쯤 걸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는데….)
 
요우, 정신력 판정입니다.
 
하야시다 요우: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방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암흑 뿐이지만, 그렇게 두려운 기분이 들진 않았습니다.
 
당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온기 때문이었을까요?
 
두렵기보단,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떄문이었을까요?
 
유키노는 곧 휴대폰을 꺼내들어 빛을 비추지만, 이 넓은 숙 속에서 작은 불빛으로 앞을 헤쳐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대로 길을 잃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하던 중,
 
유키노와 요우는 멀리서 보이는 희미한 빛을 발견합니다.
 
따스한 색으로 물들어있는 빛.
 
하츠메 유키노:(눈을 깜빡이다, 손등으로 눈을 살짝 부비다가.) … 빛이 보인다. 그치.
 
하야시다 요우:...? (저도 빛이 보이는 방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혹시 저기가 목적지인가요?
 
하츠메 유키노:아마도 그런 것 같아. (단숨에 표정이 밝아졌다.) 가보자! (내뱉는 음성에, 웃음소리가 섞여들어간다.)
 
둘은 빛을 쫓아 걸어갑니다.
 
4. 여름의 밤
 
빛을 따라가자 보이는 건 장작 위로 타오르는 조그마한 불꽃입니다.
 
한 가운데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그 주변을 동그랗게 앉아 있는 작은 새들은 캠프 파이어를 연상케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푸른 빛에서 주홍 빛, 그리고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던 하늘이 완전히 캄캄해집니다.
 
수없이 많은 별이 유키노와 요우의 머리 위로 떠오르고, 빛나는 유성이 떨어집니다.
 
소원을 하나 빌어도 괜찮을 법한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비현실적인 상황임에는 틀림 없었습니다.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옵니다.
 
"노래하세요. 비가 오기 전에."
 
"노래하세요. 해가 떠나기 전에."
 
예? '지저귐'이요?
 
하츠메 유키노:(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야시다 요우:저 지금 꿈 꾸나요? (비현실적인 상황에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하츠메 유키노:(눈 부비적.) 그럼, 나도 같이 꾸고 있나봐. (그럼에도 나긋한 목소리.)
 
하야시다 요우:(그럼 좋겠다. ... ... 별 수 없이 그렇게 바란다.)
 
새들은 다시 부리를 벌리며 지저귑니다.
 
"노래하세요. 꺼지지 않을 생명을."
 
"노래하세요. 깨져야 할 꿈을."
 
그리 말하며 자신들이 앉아 있던 곳에서 물러납니다.
 
그렇게, 당신과 유키노가 앉을만한 자리가 생겼습니다.
 
유키노는 눈을 굴리다, 먼저 자리에 앉네요.
 
빈 자리를 바라보다, 당신을 올려다보며 웃더니 빈 자리를 툭툭 두드립니다.
 
하야시다 요우:(분위기상 앉아야 할 것 같다. ... ... 아직 정돈되지 않은 머릿속으로 네 곁에 앉았다.) 여기... 좀 이상해요.
 
자리에 앉으면 새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조용해집니다.
 
타닥 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만 이따금 귀를 때릴 뿐입니다.
 
자리에 앉은 뒤, 유키노가 입술을 벌리는데.
 
하츠메 유키노:……드디어 도착했네. (주변을 둘러보는 표정이 풀어져있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계속 이 곳에 도착해야 할 것 같았어.
 
하야시다 요우:여길요? ...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너를 물끄러미 본다.) 오늘 좀 이상해요. (원래도 너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이제 우린 뭘 해야 하죠?
 
하츠메 유키노:응, 여기를…….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며, 유키노의 운동화 코가 바닥을 긁듯 움직였다. 그러다 발 뒷꿈치가 톡톡 땅을 두드렸고,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평소와 같은 웃음이 그려진다. 그래, 언제나의 유키노가,) 봐. (속닥였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웃었다.) 요우 군은, 결국엔 내가 하자는대로 다 해주잖아.
…우리. 이젠 노래를 불러야 해. 가사, 기억해?
 
하야시다 요우:(이 웃는 얼굴을 거부할 수 있는 날은 없었다. 너를 포함해 남을 휘두르기만 했었다면 조금은 편했을까.)... ... (이번엔 노래를 부르자고... 개연성 없는 일들에 비식비식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가사는 기억하지만... ) 좀 부끄러운데요...
 
하츠메 유키노:(무릎에 팔꿈치를 대고, 손 위에는 뺨을 기댔다. 밤이 찾아들었음에도 짓는 웃음은 낮을 닮았다.) 내가 크게 부를게. 속닥이면서 부르기만 해도 좋아. …음악 수행평가는 어떻게 했어? (가볍게 덧붙인 농담도 함께.)
 
하야시다 요우:(안 하고 영점 맞았는데. ... 별 생각을 다 하고서 너를 따라 마지못해 한다는 듯 입을 벌렸다.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아무렴 어떤가 네가 지금 제 곁에 앉아있는데. 꿈이면 어떻고 현실이면 또 어떻고...)
 
여름을 노래합니다.
 
낮에 보았던 그, 여름의 노래를 부릅니다.
 
유키노와 요우는 함께 입술을 열고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빛나는 햇볕 아래에서 손을 잡아.
 
세계의 뿌리, 바다 위를 걸으며.
 
작은 새가 우는 숲의 길을 건너.
 
꺼지지 않을 생명을 노래하네.
 
깨져야 할 꿈을 노래하네.
 
안녕, 여름과 작별을 고하고...
 
두 사람의 노래에 맞추어 새들도 함께 지저귑니다.
 
안녕, 안녕.......
 
이 작별 인사는 누구에게 향하는 것일까요.
 
이 노래는 누구에게 바치는 것일까요.
 
이 여름의 끝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무엇 하나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래합니다.
 
안녕, 안녕......
 
노래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쯤 요우는 급격히 눈이 감기는 걸 느낍니다.
 
그건 유키노도 마찬가지였는지, 고개가 서서히 내려갑니다.
 
잠들어도 괜찮은 걸까요?
 
불안할만도 한데, 마음은 이상하게 편안합니다.
 
정신이 멀어져가는 와중에도 유키노가 요우의 손을 붙잡습니다.
 
당신은 그 위로 자신의 손을 겹칩니다.
 
안도감을 느끼며 요우는 시야가 어두워지는 걸 깨닫습니다.
 
…….
 
반짝.
 
다시 눈을 뜹니다.
 
우리는 분명 숲에 있지 않았나요?
 
꺼져가는 여름을 보고, 노래를 하고 있었는데.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병실입니다.
 
환자가 누울법한 침대에 요우는 몸을 기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얼굴을 확인하면, ……유키노입니다.
 
잠에서 막 깨어난 유키노가 눈을 몇 번 깜빡거리더니 요우를 봅니다.
 
하야시다 요우:....?
 
여태껏 보았던 어느 때보다도 환한 얼굴로 유키노가 입술을 엽니다.
 
하츠메 유키노:……요우 군, 깨어났구나!
 
하야시다 요우:선배... 왜... 여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눈 꿈뻑)
 
하츠메 유키노:(쥔 손에 꽉 힘을 주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톡, 건드리듯 쓸었다.) 이야기하자면 긴데. 그 전에,
(눈을 길게 감았다 떴다.)
안녕, 요우.
 
열린 창 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은, 안녕이라고요.
 
END A. 안녕, 여름과 작별을 고하고.
 
유키노 생환, 요우 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