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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ORPG 플레이 로그

[체르밀로] 마녀의 고해 플레이 로그

by 여우비야 2020. 6. 5.


멜로타:
rolling (3d6)*5
(
(
5
+
6
+
4
)
)*5
=
75
마녀의 고해
w. 숑곰
20200603
KPC 라미아, PC 멜로타
전 이 세상의 마지막을 당신과 맞이하고 싶었어요.
1. 도입
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당신은 이 성당의 수녀와 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수녀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 우연찮게 그를 도와주게 되었었나요.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던 첫인상과는 달리, 수녀와 당신은 꽤 친해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타인에게 쉬이 알리지 않던 이름을 알려줬을 정도로 말이에요.
수녀 또한, 당신에게 숨겨왔던 이름을 알려줬을 정도로 말이에요.
... 그러나 수녀는 근래, 당신과 만남이 아주 드물어졌습니다.
역병이 떠도는 마을에서 유일한 교회의, 유일한 수녀이니 바쁜 것은 이해하지만. ...
당신은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수녀를 만나기 위해 교회로 발걸음하는 중입니다.
시야에 닿는 족족의 세계는 오늘도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이 허물어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기 위해서, 혹은 수녀, 밀로바를 만나기 위해서.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라미아입니다.
수녀복을 입고 있는 라미아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그의 눈이 살짝 떠지더니, 마른 입술이 열립니다.
라미아:... ... 기도를 하러 오셨나요?
멜로타:아뇨,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당신을 찾아 성당에 자주 드나들곤 했으나 신을 부르는 취미는 없었다. 눈을 한 번 굴렸다가, 짧게 끊어 말했다.)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기에.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지 제법 되었잖아요.
바쁘다는 말은 사실이었죠.
당장 라미아의 눈밑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사람마냥 퀭했던 것을요.
라미아:... (길지 않은 침묵을 가졌다.) ... 역병이 겉잡아지지 않고 있어요. 사람들은 끝없이 죽어나가고, 아이는 부모를 잃고 부모는 아이를 잃고 형제가 자매를 잃고, 자매는 또 형제를 잃고. ... (어쩌면 넋두리를 하듯 멍하니 중얼거린 라미아는 느리게 기도를 하던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에게로 느린 발걸음을 옮긴다.) 체르바. ... 당신은 여전히, 무사하시죠?
심리학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애석하게도, 온통 소란한 가운데 저는 무사하네요. (여상하게 말하며 가까워지는 당신을 보았다. 눈꺼풀이 느리게 덮였다.)
심리학
기준치:40/20/8
굴림:86
판정결과:실패
글쎄요, 라미아는 그저 무척 피곤해보일 따름이었습니다.
졸음과 피로가 두 눈에 가득합니다.
지능 판정.
멜로타: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82
판정결과:실패
휴게실에서 차라도 좀 타주는 게 나을까요?
저러다 서서 잠들게 생겼습니다.
라미아:... ... 무사하니 다행이에요. (다만 그런 말만을 했다.)
멜로타:네에, 다행한 일이죠. ... ... 많이, (잠시 말을 끊고 고개를 기울였다.) ... 피곤해 보이세요. 여간 바쁜 게 아니었던 모양인데요. (권유의 형태를 다듬는다.) 휴게실에서 저와 차 한 잔 하실 생각 없나요? 그럴 틈조차 없이 다망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라미아:... 마을에 저밖에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기댈 곳이. 이 반쯤 허물어진 성당도 그들에게 기댈 거리가 되기야 하겠다만. (뒷말을 삼킨다. 그래봤자 당장 눈 앞의 생자를 붙들기 마련이 아니겠습니까. 스테인드 글라스 너머를 향했던 시선이 다시금 당신에게 돌아왔다.) ... 좋아요. 저를. ... 보시러, (한순간 목소리가 떨렸나. 목덜미를 매만지며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 기껏 찾아오셨는데. 이 정도도 못할까요.
그리고 덧붙이기를.
라미아:... 체르바.
멜로타:사람들을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라서, 더 입이 쓰네요. (유감이 역력한 얼굴. 떨리는 목소리에는 약간의 걱정을 내비쳤으나 이내 갈무리한다.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피곤하신 모양이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내어 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휴게실로 모실게요, 밀로바. (옆으로 비켜 서며 길을 가리켰다. 피로를 더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옅은 웃음이 깃든 말을 건넨다.)
라미아:(아주, 아주 옅은 웃음을 그려내고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함께 휴게실로 향합니다.
2. 성당
휴게실
휴게실 안쪽에는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었습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55
판정결과:보통 성공
멜로타의 눈에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이 보입니다.
종이를 줍기 위해선 은밀행동 판정이 필요합니다.
멜로타:(아무 생각 없이 주워봅니다.)
은밀행동
기준치:50/25/10
굴림:77
판정결과:실패
라미아:... ... 체르바,
뒤에서 수척하게 당신을 따라오던 라미아는 당신이 줍는 종이를 보더니,
평소보다 다급한 손길로 그를 빼앗아버립니다.
스스로도 놀란 눈.
얼마 지나지 않아 표정은 원래의 분위기를 되찾습니다.
멜로타:밀로바? (얼떨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라미아:... ... 죄송해요, 쓰레기가. ... 있는 줄 몰라서. (애써 태연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으나 시선은 묘하게 떨리다, 당신의 눈을 피하고 만다.)
... ... 차를 타주신다고 했죠. 같이 차를 타요. (화제를 돌렸다.)
멜로타:먼저 본 사람이 치우면 되는 것을, 그렇게까지 놀라실 필요 있나요. (놀란 기색을 지우며 웃으려다,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고개를 기울였다. 오늘의 당신이 아주 조금... 낯설다는 생각이 든다.)
... ... 네에. 자스민 괜찮으세요? (이것조차 피곤한 탓일까. 피로 회복에 좋은 차들을 머릿속에 나열하다 물었다. 익숙하게 다기를 찾고 찻잎들을 고른다.)
라미아:... 당신은 참 신기해요. 그런 꽃들 하나하나, 풀들 하나하나. ... 이름과 용도를 다 기억하고, 한다는 것이. ... ... (몇 차례 눈을 깜빡였던가. 나른하게 중얼이는 말에는 순수한 호의가 담겨있었을 테다. 당신이 차를 우려내는 것을 바라만 보며 천천히 입술을 다물 따름이었다.)
멜로타:좋아하니까요. 재밌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을 흘리며 웃었다.) 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들을 좀 더 세세하게 기억하곤 하잖아요. 대단한 것도 아닌걸요.
(평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의 형태로 우리 사이에 자리한다. 물을 데우고, 찻잔을 데우고... 따뜻해진 잔에 적당히 알맞게 우려진 차가 새로 채워지는 동안은 침묵했다. 마침내 미소 어린 얼굴로 당신의 앞에 잔을 놓아주며 말하기를,) 저는 오히려 당신이 하는 일을 신기하게 여기니까요. 신께 봉사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저한테 수녀가 되라면 아마 밤중에 도망칠 거야. (농담 한 마디를 섞으며 이제야 걱정 한자락을 비친다.) ... 힘들지 않아요?
라미아:좋아해서, 재밌으시다고. ... (알 수 없는 시선이 힘없이 당신의 등 뒤를 따랐을지 모르겠다. 라미아는 단지, 그냥. ... 아, 머리가 다시금 아파왔다.) ... (평화가 우리 사이에 자리했음에도 말이다.)
(제 앞에 놓여진 잔을 바라본 라미아는 힘없이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켜 바르게 앉는다. 따뜻하게 달아오른 차의 겉면을 손가락으로 느리게 쓸어보다가, 당신의 말을 묵묵히 들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다.) ... 당신이 수녀라니. ... 그러게요, 당신의 성격 상, 그렇게 잘 어울리는 위치는 아니겠죠. (또, 다른 이유로도 말이다. 라미아는 느리게 웃었으나 그것은 묘하게 자조를 닮았고 허탈함을 섞어낸다. 달그락,거리며 차를 내려놓는다.) ... 제가 마땅히 해내야 할 일이니까요. (천천히 눈을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한순간이나마 지었던 웃음이 모두 사라진 채다.) ... 요즘 책은, 또 안 빌리시려나봐요. 책 읽는 것도 꽤 좋아하셨잖아요. 성당의 서재는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요. (찻잔으로 시선을 내리며 또 한 번 화제를 돌린다.)
멜로타:(등을 돌린 채였으니 당신의 시선이 따라붙는 것을 알 리가 없다. 멜로타는 그저, 이 대수롭지 않은 시간이 좋았다.)
당신이 보기에도 그렇죠? ...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받아들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임을 알아요. (적어도 나는 그러했으므로.) 늘 고생이 많네요, 밀로바. (맞은편에 앉아서 찻잔을 들었다. 한 모금을 머금고 향을 즐기던 시선을 올린다. 오늘따라 당신이 참... 이상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그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것 또한 없었던 까닭에 느긋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렇잖아도 온 김에 한 번 들렀다 갈 생각이에요. 저번에 빌렸던 책이 썩 흥미로워서요. 비슷한 쪽으로 한 번 훑어보려고... 새로 들어온 것이 좀 있을까요? (바뀌는 화제에 순순히 따랐다.)
라미아:(그래, 오랜만에 만난 당신의 밀로바는 참 이상했다. 무척이나 피곤했기 때문일까, 평소라면 시시덕거리며 맞장구를 치거나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와 의사가 충분한 답을 하고도 남았겠으나, 라미아는 오늘따라 참 말수가 적기도 했다.)
... 새로운 책이 좀 있을 거예요. 약초와 관련된 책도 있는 걸로 기억을 하는데. ... (라미아는 들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반쯤 비워진, 동시에 반절이나 남은 찻물. 그를 바라보던 라미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았다.) 죄송하지만 체르바, 제가 오늘. ...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 있는 상태를 아닌 것 같아서요. 먼저 자리를 떠도 될까요?
멜로타:(반쯤 줄어든 찻물을 보았다. 처음 마신 한 모금을 제하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찻잔과 대비되었다. 성당 내에 무슨 일이 있나. 머릿속으로 당신을 가늠하며 물으려다 그만둔다. 이 이상은 지나친 참견이 되리라.)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쪽 위주로 살펴보면 되겠어요. (미소는 여전했다.) 네, 물론이죠. 제가 피로를 더해드린 게 아닌가 걱정이네요. 부디 편히 쉬셨으면... 해요. (염려가 짙어졌으나, 구태여 붙잡지 않는다. 말한 대로 당신이 쉬기를 바랄 뿐이었으니 차라리 반갑게 당신을 배웅했다.)
라미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상한 인삿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휴게실을 벗어납니다.
이윽고 당신은 홀로 휴게실에 남게 되고. ...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찻잔의 속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던가요.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바로 성당의 서재로 향해봐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멜로타:(찻잔을 정리하고 서재로 향합니다.)
서재
찾아간 서재 안은 꽤 허전했습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라미아가 말한 책을 찾아보기 위해서 책장을 눈으로 살펴보면,
멜로타는 곧 몇 가지 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자료 조사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자료조사
기준치:80/40/16
굴림:85
판정결과:실패
딱히 눈여겨볼만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어쨌거나 멜로타는 라미아가 말한 책들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행운 판정.
멜로타:
행운
기준치:75/37/15
굴림:92
판정결과:실패
강행 가능
멜로타:
행운
기준치:75/37/15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멜로타가 약초와 관련된 책을 빼내던 중,
책 틈 사이에서 한 종이가 떨어져나옵니다.
살펴볼까요?
멜로타:(아무 생각 없이 주워서 살펴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녀를 찾아라! 마녀를 잡아라! 마녀가 모든 것을 주도하였노라. 신의 사자는 가짜다!]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이건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멜로타:(눈살을 찌푸리고 원래 있던 곳에 꽂아 넣는다.)
원래 있던 곳에 종이를 돌려놓습니다.
그렇게 멜로타가 책을 껴안고 돌아가려던 찰나,
멜로타는 탁자에 놓인 한. ... 편지의 일부를 발견합니다.
살펴볼까요?
멜로타:(편지는... 펼쳐져 있나?)
어쩔 수 없이! 내용이 보이고 말도록, 펼쳐져 있네요.
멜로타:(아, 이런! 어쩔 수 없이! 지나가다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살짝 읽고 맙니다.)
이런!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지나가다 언뜻 보게 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라미아. 나일세. 몇 달동안 자네에게 소식이 없어 편지를 보내네. ]
[ 일은 되어가고 있는 겐가? 소문은 들었네만 왜 빨리 끝을 내지 않는 거지? ]
[ 이해할 수 없군. 아무리 연을 맺어버렸다곤 해도 이건 우리의 ...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의 ... 는 ]
그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멜로타:아, (남의 편지를 읽고 있었던 탓에 흠칫 놀랐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행운 판정.
멜로타:
행운
기준치:75/37/15
굴림:87
판정결과:실패
...
숨거나, 그냥 이 자리에 가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올 사람은 라미아 말곤 없지. ... 않잖아요?
멜로타:(고민할 틈도 없이 얼결에 숨어버린다. 아, 이런 걸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는 건가보다... 짧은 감상이 스쳤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저 멀리서 들리는 것은 분명 라미아의 목소리일진대,
누군가의 음성이 섞여 들려옵니다.
"일의 진척이 너무 느리다. 언제까지 질질 끌 생각인 것이냐?"
"...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방해물이 무엇인데?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알아서 잘 하겠다 말씀 드렸습니다. ... 시간을 주세요."
늙은 남자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선명한 라미아의 목소리.
이윽고 서재 안으로 들어섭니다.
라미아:... 제가 한 모든 게 적혀 있습니다. 상황을 확인해보세요.
탁자 위에 있던 공책을 집어들었던가요.
늙은 남성에게 그것을 전달하고는,
곧장 서재를 떠납니다.
SANC 1/1D2
멜로타:
SAN Roll
기준치:55/27/11
굴림:56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
2
이성치 2 감소.
... 마을로 돌아가나요, 멜로타.
멜로타:... ... ... (피곤해보이던 낯과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진척이 느리다던 일 때문인가? 곰곰 생각하다가 자리를 떴다. 마을로 돌아갑니다.)
마을로 돌아갑니다.
3. 마을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멜로타:(굳이 아는 사람도 없는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 마을 회관으로 향합니다.)
마을 회관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멜로타:(논의 중인 어른들에게 다가간다. 대화에 끼지 않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무어라 말하는지를 듣습니다.)
당신은 이내 이곳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주정합니다.
생각이 비죽 들었던가요.
'어디로?'
다른 곳으로 가봤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어느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라는 게 있다는군요."
" 그 저주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뜨린 거야.”
... 악마.
지능 판정.
멜로타: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68
판정결과:실패
검은 수녀복의 끝자락만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갑니다.
이상하게 막연한 불안감이, 당신을 사로잡습니다.
더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들에게 가보거나, 그도 아니면 돌아갈 수 있습니다.
멜로타:(생각이 많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은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로 가봅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가만히 다가온 멜로타에게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의 옷자락을 잡아옵니다.
아이: 언니.
어른들이 그러는데요, 우리, 곧 다 죽는대요.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멜로타:(잠시 내려보다가 무릎을 굽혀 앉았다. 눈높이를 맞추고 옷자락을 쥔 손을 보았다. 아이들 듣는 데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조용히 눈을 끔뻑이다가 손을 잡아준다.) ... ... ... 아니야, 괜찮을 거야. 어른들이... 걱정이 너무 많아서 그래.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주변에서 떠들기 시작합니다.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엄마 아빠가 말한대로 우리를 구해 달라고 기도하러 갔어요.”
"수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계속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그러나 당신이 손을 잡아준 그 한 아이만큼은 말 없이 당신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순수하고, 또 그만큼 깊이를 알 수 없는.
이윽고 묻습니다.
아이: 우리 안 죽을 수 있어요?
언니도 안 죽어요?
멜로타:응. ... ... ... 울지 않고, 어른들 말 잘 듣고, ... 그러면 괜찮을 거야.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 ... 괜찮을 거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다만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었다.)
아이: ... ...
말간 눈망울로 당신을 올려다본 아이는 조용히 당신의 손을 놓습니다.
언제 당신에게 말을 걸었냐는 듯, 아이들은 저마다 다시 어울려 놀기 시작합니다.
이상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어쩐지, 어른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완전히 섞여들어갈 수 없는,
은근한 배척감.
이질감,
혹은 소외감.
멜로타는 이윽고 마을 회관을 나옵니다.
마을 회관을 걸어나오는 길,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대뜸 핏발선 눈을 들며 일어나더니, 외칩니다.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멜로타,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나요?
멜로타:(무시하고 가던 길을 마저 걷습니다.)
등 뒤로 마을 사람들이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와 함께 미친 남성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그만 좀 하세요! 아이들이 보고 있잖아요, 장정이 나타나 날뛰는 사내를 진정시키려 하는 소리.
멜로타, 듣기 판정.
멜로타: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98
판정결과:실패
너무나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거의 바람 소리에 파묻힙니다.
"저주를 ──려면 ─── 죽여야만 ──── !"
아, 이상한 일이네요.
저 음성에 왜 자꾸,
왜,
자꾸,
라미아가 생각나는 걸까요?
오늘따라 그의 모습이 이상해보였기 때문일까요.
대체 왜. ... 이러는 것일지.
머리가 아파오는 것도 같았습니다.
... ...
멜로타, 병원이나 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멜로타:(잠깐 사이에 쌓인 피로가 짙다. 병원이 있는 방향을 일별하고는 집으로 향합니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쩐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 가까이까지 발걸음을 옮기면,
집 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던가요.
라미아입니다.
아까 헤어지고 바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 분명 피곤하다며 멜로타를 돌려보냈던 것은 라미아였으니까요.
라미아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라미아:... ... 체르바,
멜로타:... 밀로바?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어쩐 일이에요?
라미아:... ... 새로운 책을, 건네주러 왔어요.
그러나 멜로타에게는 저 말이 핑계처럼 들렸을 따름입니다.
서재에 다녀온 멜로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져온 책 말고는, 딱히 새롭게 들어온 책이 없었던 것을요.
멜로타:(읽을 책이라면 서재에서 이미 가져왔는걸요. 제 품에 있는 책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읽을 책이라면 서재에서 이미 가져왔는걸요. 입안에 맴도는 말을 꾹 눌러 삼킨다. 제 품에 있는 책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 반가운, 이야기네요. 오신 김에 잠시 들렀다 가시겠어요? (고개로 집을 가리킨다.)
라미아:(집요한 시선이 당신의 얼굴을 탐했다. 일전에 당신의 시선을 묘하게 피했던 오전과는 달랐다.) ... 집에 들릴 시간까진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체르바. ...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묘하게 각오한 기색, 혹은, 자꾸만 한숨을 삼키며 표정을 가다듬으려는 얼굴로.) ... (그러나 라미아는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당신의 시선을 묘하게 피했던 오전과 비슷하도록.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 체르바, 아시다시피 수녀는, 사람들의 고해를 들어줘요. 그러니 저의 고해를 들을 것은 신밖에 없겠지 않을까요.
(그렇게 라미아는 느릿하게 당신을 바라보았다. 황폐하고, 또 피폐한 감정이 깃든 보랏빛. 문득 라미아가 물었다.) 체르바, (그가 품에 안은 책을 더 힘주어 안는다. 표정은 여태껏 무덤덤했다.) 만약 당신은, 당신의 친구라 생각한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면. ...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멜로타:고해하고 싶은 일이, 있는 모양이죠. ... 저는 신이 아니니 당신의 고해를 들을 날은 영영 오지 않겠어요. (온통 영문 모를 소리가 아닌가. 그러나 당신의 체르바는 새겨 들었다. 밀로바, 밀로바. 당신 지금 내게 뭔가를 감추고 있어요, 그렇죠.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 말해봐요. ... 이번 역시 입밖으론 내지 못할 말들. 답답해지는 가슴께를 책으로 누르며 고개를 바로했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깊게 들여다 보면서,) 그렇지만 사람이 속에 든 말을 어떻게 혼자만 안고 살아가겠어요. 암만 수녀님이래도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친구에게 고민 상담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덩달아 짙어진 눈으로 당신을 보았다. 삭막해 보이는 보라색 적실 방법을 갈구하면서. 그러던 중에 들리는 물음이란 생각만 해도 참으로,) ... ... 슬프겠죠. 배신 당한 기분이 들기도 할 테고... (참담한 류의 것이라. 눈매가 미미하게 가늘어진다. 문득 서재에서의 대화가 생각났다. 마녀니 저주니 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들도 떠오른다. 아, 신이시여. 나로 하여금 친구를 의심토록 하지 마세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 이상의 감상을 바로 답해드리기는 힘들 것 같아요. 묻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라미아:그래요. 제가 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나의 고해를 바칠 날은, 영영 오지 않겠지요. (라미아는 참으로 담담하게도 당신의 말을 수긍했다. 마치 당신이 그런 답을 할 줄 알았던 사람처럼, 혹은 그런 답을 바라기라도 한 사람처럼. 집요한 시선을 보냈을 적에 제 눈빛보다도 더 저를 깊게 파고든 당신의 눈빛, 그 초록빛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잠은 진즉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 라미아가 당신의 말에 답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에서였다. 당신에게 말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아니, 이것을 누구에게라도 말하는 것이 가능할 리가. 나는 이미 한낱 인간인 주제에 감당하기 벅찬 진실을 깨달아버렸으므로.)
(그리고 눈꺼풀을 들어올려야 했던 것이다. 숨을 내쉬면 다시 숨을 들이쉬어야 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면 언젠간 다시 주저앉을 때가 오듯이, 턱없이 자연스러운 일련의 행위처럼 당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던 것이다.) ... 그래요, 슬프겠죠. (라미아는 메말라 쩍쩍 갈라진 땅마냥 모래 먼지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목에 힘이 들어갔다. 주먹을 꽉 쥐었던 것도 같았다. 하나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최초로, 싸늘함이 깃든다. 당신의 의심에 불을 지피듯, 당신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게끔.) 묻는 이유를 말씀드릴 순 없어요. 다만, 하나 더 질문을 하고 싶어요.
... 체르바, 나를. ... 나와, (숨이 턱, 막히는 착각.) ... ... 친구가 되어서. ... 좋았나요?
멜로타:아쉬운, 일이네요. (말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알린 셈이다. 어쩐지 씁쓸해지는 입안으로 혀를 굴렸다.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느린 속도였다. 처음 말을 배운 아이처럼 단어를 헤아린다. 허락되지 않은 고해. 자세한 것은 조금도 모르는 채, 그저 존재만 눈치챈 근심을 파헤치려 더듬는 시선. 이내 눈을 감았다. 밤이 오면 숲 또한 어둠에 잠겨드는 법이라, 예고 없이 맞닥뜨린 번민이 눈꺼풀에 무게를 더했다.)
(하나 언제까지고 눈을 닫은 채로 둘 수 없는 일. 귓가로 와닿는 목소리에 빛을 좇았다가 숨을 멈춰버리고 만다. 내게는 내내 안온했던 보랏빛에 냉기가 어린 것을 보았던 탓이다.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거예요?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묻고 싶었으나, 목구멍이 턱 막혀와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열렸던 입이 그대로 다시 닫혔다. 시선이 떨린다.)
... ...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무슨 까닭으로 하는 질문인지. 앞서 내게 물은 것과 묶어서 생각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으므로. 밀로바. 상냥한 나의 수녀님. 나를 죽이고자 하나요? 그래서 묻는 거예요?) 당신과, ... 친구가 되어서. 좋았어요. 좋아요. ... 앞으로도 좋을 거예요. (한 마디가 따라붙는다.) 밀로바. 같은 질문을 당신에게 한다면, 이번에도 답할 수 없다 말할 텐가요?
라미아:(그러니 결코 내게는 냉기 어리지 않았던 봄같은 초록빛. 아마 우리 둘 중 하나는, 다시 맞닥뜨리지 못하게 될.)
(당신이 침묵을 지킨 만큼이나 라미아도 침묵에 잠긴다. 그래요, 체르바. 상냥한 나의 친구. 당신이 그런 답을 하지 않길 바랐어요. 그러나 당신이 그 답을 할 줄 알았어요. 예고 없이 마주한 재앙은 그토록 모든 것을 순식간에 범람한다지. 라미아가 길게 감았다 뜬 눈을 들어 당신을 본다.) ... 예, 체르바. (그러나 예정된 모든 무너짐은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이번에도 답할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헤어질 때가 온 것이겠죠.(수녀가 고개를 들어 어두컴컴해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곧이어 무너지게 될 우리의 세계, 그러나 우리가 기어코 건드리지 않는다 한들 예정된 재앙을 맞닥뜨리게 될 세상. 라미아가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을 지나쳐 걸어간다.) ... ... 안녕히 계세요. (공기 중에 흩어지는 숨만큼이나 부질 없을 말을 내뱉고.)
멜로타:... 그것 또한, 아쉽기 이를 데 없는 일이네요. (멜로타든 체르바든 평범히 살아온 평범한 인간이라, 과거를 후회하고 현실을 고민하며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살아간다. 하여 닥쳐올 재앙 또한 짐작지 못한 채 당장을 기뻐하고, 슬퍼하고... 또한 서운해하고. 달갑지 않은 국면을 그저 마주하여 태연을 가장한 목소리를 쥐어짜며.)
조심히 돌아가세요. (사위에 짙게 깔린 어둠을 일별하고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하니 평소와 다름없길 바랄 따름이었다.) 조만간 다시 찾아갈게요. 그땐 서로 편한 마음으로 차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살아갑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내일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 가운데서 하염없이, 한 사람의 뒷모습을 좇게 되었던가요.
어두운 밤하늘 아래 라미아는 어둠 속에 녹아듭니다.
멜로타는 짙게 깔린 그 어둠조차 무시하고자 하였으나,
라미아의 신형은 이윽고 사라집니다.
4. 집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여도 금방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라미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누군가 외쳤던 음성이 들려옵니다.
마녀, 저주, 살해.
그리고 라미아의 수상쩍은 행동들까지도.
사내가 소리쳤던 말이 떠올랐던가요.
저주를 ─려면,
죽여야만,
... 추측하기론 저주를 끝내려면 그 저주의 근원 따위를 죽여야 한다는 소리일까요.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라미아가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까요, 그가 마녀일까요.
라미아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저주의 근원일까요.
그렇다면 자신은, 그를 마녀라 이야기해야하나?
나아가 죽여야하나?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 잠이 몰려옵니다.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라미아를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라미아가 있습니다.
피폐한 얼굴의 라미아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바깥에서 누군가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그러나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멜로타:(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방안에 가득한 연기, 열기. 급한대로 팔을 들어 소매로 코와 입가를 가린 채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으로 나서봅니다.)
바깥으로 나서려 문고리를 잡아보면,
아!
문틈 아래로 넘실대는 붉은 빛과 더불어 매캐한 연기에,
무엇보다 뜨거움이.
도무지 방 바깥으로 나설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창 바깥으로 뛰어내릴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기어코 방을 뛰쳐나가고 말았으나, 역시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습니다.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 그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멜로타:(크게 기침하며 흐린 눈을 떴다.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래요,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을 구해준 사람은, 당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은 밀로바 였으니까요.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라미아:...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느리게 당신의 몸 상태를 살폈으나, ...)
멜로타:밀로, 바... (밀로바. 정신없는 와중에 이름을 불렀다. 이름만을 불렀다. 표정을 살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상함도 느끼지 못한 채.)
라미아:... 몸은 괜찮아요? (재가 둥둥 떠다니는 공기 만큼이나 텁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당신의 어깨를 조심히 그러잡았던 손을 떼어냈다. 그대로, 쓰러져있는 당신을 두고 몸을 일으킨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옆얼굴을 밝혔다.) 체르바, 지금. ... 어떤 심정이신가요?
멜로타:(기운 없는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대로 정신을 놓고 싶었으나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앉은 채로 앞에 선 당신을 올려다 보면 그 얼굴은... 그저 붉었다.) 심정, 이요... (불타는 집을 본다. 모든 것을 살라먹으며 몸집을 키우는 불을 본다. 어둠이 내린 지 오래였으나 온통 밝은 사위를 훑었다.) ... 무슨 답을 원해요?
라미아:당신이. ... ... (그래, 어둠이 내린 지 오래였으나 온통 밝은 사위였다. 라미아의 보랏빛 눈은 불꽃에 물들어 은은하게 붉음을 비쳤고, 라미아는 아주 천천히 그 눈을 감고 떴다.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바라보려 한다. 불꽃에 가려져 곧잘 보이지 않는 별들, 그 중을 헤아리려다가. ... 별빛보단 체념을 읽고 만다. 그러니, 그리하여. 고개를 수그린다. 열기에 붉게 달아올라 팽팽해진 피부를 당기듯 주먹을 쥐었다 피고, 또 일렬한 숨을 뱉고.)
(뒤돌았다. 그대로 불빛에서 벗어나고자, 어둠 틈으로 발을 내딛었다.)
라미아가 무어라 중얼거립니다.
듣기 판정.
멜로타:(눈을 찌푸리며 귀를 기울였다.)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불, 내가 질렀어요."
관찰 판정.
멜로타:밀로바. ...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아요?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대답도 듣지 않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당신은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가 서 있던 발치에, 그의 말마따나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었음을요.
... ... 불은 지른 자가 라미아라는 이성적인 사고를 도출합니다.
SANC 1/1D2
멜로타:... ... ....
SAN Roll
기준치:53/26/10
굴림:6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스스로가 그리 말했는데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일지,
이성치 감소 없음.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저 자는 악마야.
라미아는 악마야.
밀로바가 악마야!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 같아서?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점점 이성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목숨을 위협당했다는 사실이 정신을 흐트러 놓습니다.
무슨 정신인지도 모르도록,
칼을 챙긴 당신은 불타버린, 혹은 불타는 중인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냉기 어린 한숨 소리.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녀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라미아입니다.
뭘 하려는 셈일까요.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이었던가요.
왜 당신이어야 했을까.
닳고 닳고 닳고 또 닳은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을 조르는 손길.
숨이 사라집니다.
고통,스럽습니다.
근력 판정으로 이 고통을, 혹은 죽음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멜로타:(늘 상냥했던 손길이 내게 두려움을 안겼다. 이럴 수는 없다. 이대로 영문도 모르고 죽을 수는 없다고. 어떻게 당신이 내게 이래요. 이러려고 내게 배신 당했을 경우를 물었나요. ... 와중에 당신이 나를 죽이려는 이유, 그것만은 짐작되었던가. 당신이 악마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더더욱 눈 감을 수 없으니, 밀로바.)
... - , ... 큭, 커흑...! (믿고 싶지 않다. 나의 사고를 그쪽으로 굳혀버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틀어막힌 숨구멍으로 나오느니 고통스런 신음뿐이었고. 눈가로 생리적인 눈물 맺히는 것이 느껴지니 아직 우리 사이에 빛이 있던 때에 답했던 것처럼 화가 난다고. 슬프고 서럽다고. 그렇게 답하여 소리치기 위해 목을 조르는 손을 강하게 틀어쥔다.)
근력
기준치:75/37/15
굴림:40
판정결과:보통 성공
목을 조르는 손을 강하게 틀어쥡니다.
억센 힘으로 그를, 떨쳐냅니다.
그제서야 숨이 트입니다.
죽음이 한 발자국 물러나고,
이내 당신에게 잡힌 손을 빼내려는 듯 힘이 느껴졌습니다.
근력 판정.
멜로타:
근력
기준치:75/37/15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 손을 계속 붙들고 있거나, 혹은 떨쳐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급하게 숨을 들이쉰 탓에 기침이 터져나왔다.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그러는 중에도 놓칠세라,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힘을 줘 당신을 붙들었다.)
붙잡습니다.
이 악마를.
라미아:...
당신을 살해하려 든,
당신의 밀로바를.
멜로타:... ... 밀로바. (젖은 눈을 들어 어둠 속에서 당신을 찾았다. 고통에 의한 것이었으나 기묘하게 슬픔에 젖은 듯 보이는 얼굴이었다. 일그러진 표정. 떨리는 시선. 아, 밀로바. 밀로바...) 나를, 죽이려 드는 이유가 뭐예요. (제발 홀로 짐작하여 당신을 의심케 하지 말고 네 입으로 말해 줘요.)
라미아:(아주 짙은 어둠이 우리 사이에 있었다. 세상에 드리우는 멸망 만큼이나 명확하고 피할 수 없는 부류의 것이었을 테다. 그러하니 당신과 저의 연이랄 것도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또한 덧없는 것이었을지. 라미아는 그것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야 말았다. 속삭임이 내려앉는다.)
... ... ─ 어찌, 신의 사자가.
신이 아닌 인간에게 고해를 하겠습니까.
거세게 손이 떨쳐집니다.
막아낼 틈도 없이 인기척이 사라지고야 맙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고통은, 죽음의 향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당신, 이제 어떻게 하나요.
멜로타:(이대로 다시 잠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이 졸리던 감각이 선명했다. 그 무엇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밀로바가 원망스러웠다. 공포가 여즉 짙게 남아 나를 잠식했던가. 아니면 마냥 즐거웠던 시간들이 사무쳤던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끅끅거리며 울음을 쏟아냈다. 한참이나, 한참 동안이나... 멜로타는 울음을 쏟아냈다.)
...
... ...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던가. 낡은 창으로 새벽 어스름 밝아오고, 붉게 짓무른 눈과 쉬어터진 목이 현실을 깨우니 언제까지고 울고만 있을 수 없음을 알았다. 함께 차를 마시던 시간이 먼 과거의 일처럼 아득하여 입술을 강하게 씹는다. 없는 힘을 쥐어짜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보자. 실낱같은 희망을 쥐고서, 밀로바. 나의, ... 나의 친구.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을 더 묻기 위하여.)
(성당으로 향합니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걸음으로.)
5. 고해소
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당신은 이 성당의 수녀와 꽤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수녀가 처음 마을에 왔을 때 우연찮게 그를 도와주게 되었었나요.
어쩐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던 첫인상과는 달리, 수녀와 당신은 꽤 친해지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요. 당신이 타인에게 쉬이 알리지 않던 이름을 알려줬을 정도로 말이에요.
수녀 또한, 당신에게 숨겨왔던 이름을 알려줬을 정도로 말이에요.
... 그러나 수녀는,
당신을,
살해하려 들었습니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라미아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라미아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멜로타, 라미아에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실 건가요?
멜로타:(느린 걸음을 옮기는 내내,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을 다듬었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것. 밀로바, 당신이 마녀인가요? ... 악마인가요?)
고해소가 코 앞입니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것은 라미아가 진정 마녀인지, 악마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능 판정.
멜로타:
지능
기준치:60/30/12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저주를 없애기 위해선.
그 원인을 죽이라고 했잖아요.
당신은 문득 고해라는 단어를 생각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아,
라미아를 죽일 거라는 고해?
라미아가 스스로 그래요, 제가 마녀예요.
혹은 제가 악마예요.
말하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죽여야지 않겠습니까.
멸망하는 세계가 있습니다.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았던 아이가 있습니다.
우리 죄다 죽어요?
순진하기 짝이 없던 그 물음을 떠올려봅시다.
어쩐지 내뱉고 싶어집니다.
제 품에 칼이 있다고 선언하고 싶어집니다.
그런 광기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그저, 라미아를 친구로 남기고 싶을 뿐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아직 밀로바라는 이름을 불러도 되는지 확답을 받고자 했을 뿐이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광기가.
당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합니다.
...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고해창 너머로 라미아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라미아: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내뱉어보지 않을래요.
당신이 마녀인가요? ... 악마인가요? 따위가 아니라,
난 오늘 당신을 죽일 겁니다.
라고,
뱉어보세요.
어서요.
멜로타:고해가 아니라...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쓰린 목, 꺼끌한 입안. 쉬어버린 목소리를 내었다.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끈질긴데, ...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멋대로 짐작하고 의심하는 건 성격에 맞질 않아서요. 지금까지 내가 묻는 것에 단 하나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으셨잖아요. ... 밀로바. (당신, 아직까지는 내게 밀로바였다. 바람 빠지듯 씁쓸한 웃음이 말에 섞여든다.)
이제 와서는 별로... 답해줄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지만요. (자조 또한 얽혔던가.)
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대단한 건 아니고... 마녀와 역병에 관한 이야긴데요. 마녀를 찾아 죽여야 사방으로 번져가는 역병을 잡을 수 있다고...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왔다.) 그리고 그 마녀가, 이 마을에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정말 터무니없죠. ...
... ... (당신이 있을 벽에 머리를 기댔다. 짙은 슬픔 한 자락이 피어나고,) 수녀님. 라미아. 밀로바. ... 밀로바. 내가 했던 말 기억해요? (설움에 잠겨들며 지난날을 되짚기를,) 당신, 수녀라 인간인 내게는 고해할 수 없다 말했을 때요. 내가... 고해를 들어주지는 못해도, 친구로서 고민 상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었는데요.
(죽음이 코앞에서 어른거릴 때의 두려움이 떠올라 말을 멈췄다. 숨을 고르며 벽을 짚는다. 그 너머에서 들을 당신을 그려본다.) ... ... ... 나를, 죽이려 한 이유가... 뭐예요?
라미아:(고해창 너머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라미아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혹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당신이 알 수 있는 방도란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숨소리마저 적막이 뒤섞여, 어쩌면 고해성사를 하러 왔냐는 물음이 환청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게 만들었을지 몰랐다. 너머에서, 라미아는 다만 생각했다. 그래. 당신이구나. 기어이 당신이 나를 찾아왔구나. 기어코 나를 밀로바라고 부르는구나. 자조 얽힌 목소리를 들었다, 씁쓸함이 뒤섞인 웃음 소리를 찾아내었다. 라미아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입술을 연다.)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체르바. (놀랍게도.)
제가 마녀예요. 제가 악마와 계약한 마녀입니다. 그리하여 세계에는 멸망이 드리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마녀를 찾아 죽여야, 사방으로 번져가는 역병을 잡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라미아는 당신을 체르바라 일컬었으나, 말투는 라미아라는 수녀의 것으로 묘한 딱딱함을 가지고 뒤섞인다.) 당신을 죽이려 했던 것은 이 뿐인 이유예요. (체르바, 체르바. ... 그것 아시나요.) 여전히 당신을 멜로타라 부르지 않는 것이 이 뿐인 이유입니다. (저는 한때 글을 썼어요.) 멸망에 집어삼켜지기 전에, 친구인 당신을. ... ...
(그러니 당신이 상상할 법한 희곡 위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것은 어찌 그리도 쉬운 일입니까. 당신의 집에 불을 붙였던 것마냥.)
... ...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고자 하였습니다.
어떤가요.
이제 마음이 바로 설 수 있었을까요?
그를 죽여야만 한다고요.
멜로타:(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뜰 수 없었다. 귓가로 와 박히는 말들이 나로 하여금 주먹 쥐게 하고, 얼굴이 일그러지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참담하고 불길한 모양으로 뛰는 심장을 내리누르는 것 뿐이라. 밀로바. 내가 당신을 여전히, 밀로바라 불러도 되겠나요. 스스로를 마녀라 지칭하는 당신을 여전히 친구로 여긴다면 그것은 신께서 보시기에 죄악이 될까요. 말없이 묻거들랑 신은 늘 그러했듯이 침묵을 지켰다.)
... 당신이 진정 마녀인가요. 이렇게 쉽게 긍정해 주는 이유가 뭐예요? 이럴 거라면, 여태 피해온 이유는 뭔가요. 멸망에 삼켜지기 전에 죽음을 내림으로 나를 구원코자 했다면 끝끝내 실행치 않고 그만둔 이유는요? (그토록 원하던 답을 들었으나 부정의 근거를 찾기 바빴다. 손에 쥔 관계를 놓기가 너무, 싫어서.)
(마녀임에 긍정하지 말아요. 나는 부정을 듣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도 눈을 가릴 수는 있지 않겠어요? 그러면 하늘이 아무리 넓은들 내 눈은 그 광활함을 담을 수 없지 않겠나요. 당신이 아니라 말하면, 나는 그렇구나, 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일 텐데. 마녀니 악마니 하는 이야기들이 헛된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그가 바로 내 옆에 있더라도 당신이 아니라 하시었으니 그렇구나, 하고 수긍할 텐데.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하여 당신이 나를 알게 되었으니, 아니라고 한 마디만 하면 품의 칼이 향해야 할 곳일랑 하나 모르는 사람처럼, 온 세상에 역병이 도는 이유를 짐짓 궁금히 여길 것 또한 알잖아요.)
나를 여전히... 친구로 여겨요? (아, 그래요. 당신이 내 상상에 기름 부어 불을 지핀다면 그를 끄기 위해 분주한 나도 있을 수 있는 거예요. 다만 번지는 불을 모두 잡기에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 따름이라. 밤이 다 가고 날이 밝도록 토했던 눈물이 닫힌 눈꺼풀을 비집고 나온다. 얼굴이 지겹게 젖어들었다.)
(안다면 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나는 당신을 귀히 여기는만큼 세상을 사랑하였으므로.)
라미아:마녀라 한들 직접적인 살생은 처음이었으니까요. 마녀로 살아오기 전, 인간이었던 나의 생애가 있었습니다. 체르바, 하물며 당신을 구원코자 했던 죽음이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이것은 살해로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라미아는 부디, 당신이 자신의 행위를 그 죄악으로만 규정하길 바랐다.) 체르바, 당신이 나를. ... 나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던 나를 먼저 찾아와 차를 끓여준, 또 의심을 없애고자 재차 나를 찾아와 이 모든 언쟁을 벌이는 당신의 상냥함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은, 이 많은 것 뿐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을 테지만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어도 눈을 가릴 수는 있다. 그러나 하늘이 손바닥보다도 넓다는 사실은 가릴 수 없었지. 아이러니하게도 당신과 내가 있는 이 고해소가, 성당이 신의 공간이라 규정되었으니. 달리 말하면 당신이 눈을 가린다 한들, '신'이랄 것이 아실텐데. 당신의 상상에 불을 지피는 내가 있다면 끄기 위해 분주한 당신이 있지만 불을 번지게 만드는 신이랄 것이 존재하였는데.) 도망치지 마세요, 체르바. 외면하지 마세요. 진실을 손바닥으로 가려 보이지 않는 척 하지 마세요. 그럼에도 진실은 이곳에 존재합니다.
이곳은 신이 규명한 신의 성소, 모든 죄악을 털어놓는 고해소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꺼내야 할 말을 전혀 꺼내고 있지 않으니. ... ... 고해를 들어주지는 못해도, 친구로서 고민 상담 정도는 해줄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죠. (이제 보세요, 체르바. 내가 어디까지 당신을 위해 잔혹해질 수 있는지, 당신을 구원하려 들 수 있는지, 당신을 죽이고자 발악할 수 있는지!) 당신의 모든 고민과 번뇌와 망설임을 압니다. 비록 내가 마녀라고 한들, 우리가 지낸 시간이 없던 것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러니 이제 그만 할까요. 나, 수녀 라미아는. ... 감히 신 앞에서, 그리고 당신. 멜로타 카프릴리스의 앞에서 고해합니다.
"나는,"
"오늘,"
라미아:─ 당신을 죽일 거예요.
그러니 이만 나가 계세요. 준비를 해야 하니.
아무런 온기 없는 목소리가 뚝뚝 떨어집니다.
멜로타:(머리가 차게 식었다. 관계를 유지하려 발버둥 치는 나를 당신은 겁이 많다는 말로 일축한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밀로바. 라미아. ... 수녀님. 적어도 당신께 듣고 싶지는 않았답니다. 애써 붙들고 있는 관계의 저울에서, 내 반대편에 자리하고 계신 당신께만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어요. 나로 하여금 부단하게 노력하게 만드는 당신이니까요.)
... 내게 진실을 보라 말씀하시니, 따라야지요. 어찌 거역하겠어요. (젖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나. 그 눈에 무엇이 비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멀쩡한 두 눈을 지녔으면서도 사방이 일렁여 제대로 보이는 것 하나 없으니 이를 어쩌나. 두어 번 깜빡이는 것으로 몇 방울을 떨궈내고 고개를 들었다.)
(고해합니다. 진실에서 눈 돌리려 하였으니 벌받아 마땅함을 압니다. 이에 속죄하겠나니, 신이시여. 원하시는 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내리시는 시련이 제게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보신다면 저를 바른길로 이끄시고, 유일했던 저의 친구를 이끄시어 악에서 구하소서...)
라미아.
... 사랑했던, 나의 친구.
기다리고 있을게요.
멜로타:(이내 고해실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고해실을 완전히 떠나가기 직전.
듣기 판정.
멜로타:
듣기
기준치:80/40/16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 이내 고해실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6. 예배당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라미아를 기다릴 장소입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멜로타: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일전에, 서재에서 보았던 것일까요.
라미아의 것이겠지요.
읽어보실텐가요?
멜로타:(날 죽이러 오겠다는데 이제 와 보고 말고 할 것이 있나 싶다. 함께 보낸 시간들, 수녀님께서는 내내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었나. 언제쯤 죽여드릴지 고민했던 흔적을 적어두셨을지도 모르지. 다소 비뚤어진 생각을 하다가 한숨으로 그만둔다.)
(제대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라미아를 기다렸다. 신을 찾는 곳에서 취할 행동은 아니었으나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 있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이제 명확합니다.
모든 것이 끔찍하리만큼 선명합니다.
라미아는 마녀입니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악마입니다.
제대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감고 라미아를 한참 기다리다보면,
또 어느새 눈을 뜨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라미아가 있었습니다.
관찰 판정.
멜로타:
관찰력
기준치:75/37/15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습니다. 당연하게도요.
어떤가요?
당신의 가장 절친했던 자가 죽음으로써 구원해주겠다 하는 말을 들은 기분은.
어떤가요?
밀로바, 아니 라미아가, 세상을 멸망으로 치닫게 하는 마녀란 사실을 깨달은 기분은.
어떤가요?
여지껏 외면해오던 진실에 숨통이 틀어막히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밀로바가 아니게 된 당신의 라미아는 닳고 닳은 얼굴로 웃습니다.
재차 고해합니다.
라미아:... 사랑하는, 나의 친구.
나는 오늘 당신을 죽일 거예요.
당신에게 걸어옵니다.
멜로타:수녀님. (옅게 웃었다. 지독하게 슬픈 웃음이었다. 제단 위에 놓인 일기장을 들어 당신의 앞으로 던진다.) 당신이 마녀라면서요. 나를 사랑하여 구원코자 한다면 당신께서 죽어주심이 마땅하지 않나요.
라미아:세상은 멸망할 텝니다. 멜로타, 그러나. ... (그러나 라미아의 얼굴에 이윽고 스치는 것은 깊은, 또 깊은 안도의 웃음이었을 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우리 사이에. 대화랄 것이 필요하겠습니까. (끌어올렸던 입꼬리를 천천히 내렸다. 당신에게 한 걸음, 두 걸음 다가가던 걸음이 어느덧 속도 붙기 시작하더니.) 우린 너무나 먼 길을 와버리고 말았을 테지요. (칼을 휘두른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멜로타, 민첩 판정.
멜로타:
민첩
기준치:40/20/8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라미아가 휘두른 칼을 피해냅니다.
머리카락 끝이 예리한 검날에 잘려나갑니다.
근력 혹은 민첩 판정으로 반격할 수 있습니다.
멜로타:(이를 악물었다. 지금껏 생각해온 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당신이 스스로를 악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감은 눈을 뜨라 말했기 때문이다. 하여 그를 믿고 비탄에 빠진 세상을 어떻게든 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몸을 굴려 칼을 피했다. 잘린 머리칼에 시선 줄 틈도 없이 긴 다리 크게 그려 당신의 발을 걸었다.)
민첩
기준치:40/20/8
굴림:1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라미아, 민첩 판정.
라미아:
민첩
기준치:45/22/9
굴림:30
판정결과:보통 성공
라미아가 재빨리 뒤로 물러납니다.
라미아:(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나는 얼굴에는 어느덧 웃음기라곤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친구도 무엇도 아니었다. 다만 서로를 죽이고자 하는 자들만 존재할 뿐이었다.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던가, 아, 신이시여! 이 고난은 저에게 너무나 감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외롭고, 또 쓸쓸하고, 마지막으로 제 두 다리를 몇 차례로 악착같이 무너드리고자 하는 시련입니다. ... ...)
(눈을 질끈 감았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라미아는 일어났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당신을 죽여야만 저도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 있을 테다.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당신이 자신만을 원망하고 죽을 수 있다면, ... !)
(손을 뻗어 당신의 옷깃을 붙잡고자 하였다. 그대로, 찔러넣을 수 있도록.)
민첩
기준치:45/22/9
굴림:49
판정결과:실패
라미아의 손은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었습니다.
멜로타, 근력 혹은 민첩 판정으로 라미아를 제압하는 것, 혹은 죽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멜로타:(다시금 흐르려는 눈물을 입 안을 씹어 참아냈다. 비릿한 맛이 혀를 적신다. 빌어먹을, 이래서 싫었다. 친구고 나발이고 얼굴 보면 인사만 하는 정도의 친분 이상의 것을 쌓기 싫었다. 관계를 만들기 싫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조차 비감을 견디지 못해 눈물 쥐어짤 나를 아니까! 그토록 정에 약한 나를 알았던 탓에...)
(붙잡으려는 손을 피해내고 복부를 걷어찼다. 칼을 쥔 손목을 내리쳐 떨어뜨리도록 시도한다.)
민첩
기준치:40/20/8
굴림:59
판정결과:실패
복부를 걷어찼으나 칼을 떨어뜨리게 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라미아:... ... ! (이를 악물어내며 고통을 참았다. 숨이 막혔다.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주춤거렸으던가. 벅찬 숨과 함께 말이 흘러나온다.) ... 멜로타,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그렇지만, 다시 당신에게 달려들어 칼을 찌르려 했던 것이다. 목덜미를 향해.) 당신이 죽는다면, 나도, 죽을게요. 약속해요.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지껄이며.)
민첩
기준치:45/22/9
굴림:35
판정결과:보통 성공
멜로타, 민첩 판정으로 회피가 가능합니다.
멜로타: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취미가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크게 물러난다.)
민첩
기준치:40/20/8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손쉽게 피해냅니다.
멜로타, 근력 혹은 민첩 판정으로 라미아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멜로타:눈을 뜨라면서요. 스스로를 악이라 말하며 내게 당신을 적대하라 말하셨잖아요. (그저 곱다 여겼던 보랏빛을 보았다. 멱살을 잡다간 칼에 베일듯해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손길이 거칠었다.)
근력
기준치:75/37/15
굴림:1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라미아, 민첩 판정.
라미아:
민첩
기준치:45/22/9
굴림:84
판정결과:실패
멜로타의 거친 손길이 라미아의 머리채를 휘어잡고야 말았습니다.
라미아:윽, ... ! (그저 입술을 짓씹고 머리채를 쥐어잡은 당신의 손목에 칼을 찔러넣으려 했다.)
민첩
기준치:45/22/9
굴림:51
판정결과:실패
그러나 라미아는 그만, 칼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챙그랑!
예리한 칼날이 오색 빛에 반사되어 바닥을 나뒹굽니다.
라미아:(거친 숨을 삼켜냈다. 입술은 터져 피가 흘렀다. 머리채가 쥐어잡힌 그 채로, 기묘하게도 라미아는 힘이 빠진 사람마냥 당신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 멜로타, ... ...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라미아가 당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 알 수 없었을 테다.)
멜로타:(숨을 몰아쉬며 떨어진 칼을 발로 밟았다. 호흡에서 피의 맛이 났다. 이 이상으로 반격하려는 기미가 없자 살짝 진정한다. 시선을 내려 당신을 보았다.) 무슨, 부탁이 하고 싶으신가요.
라미아:... ... 내가 죽,거든. ... ... 나의 모든 물건을 태워주겠노라고. 그리 부탁드려도 될까요. ... ... (라미아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마냥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언제 당신을 그렇게 죽이려 들었냐는 듯, 그렇게도 겸허한 태도였다.)
멜로타:... ... 기꺼이요. (간신히 한 마디를 했다. 머리칼 대신 당신의 팔을 잡고, 발밑의 칼을 주워 손에 쥐며 묻기를,) 달리 남길 말은 없으신가요?
라미아:(라미아는 기나긴 시간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한쪽 눈꼬리 끝에 자그마한 물방울이 맺히고, 볼을 타고 툭 흐르더니. 피투성이 입술이 열려 자그맣게 떨리는 음성을 뱉어버리는 것이었다.) ... ... 당,신을. (어쩌면 가장 진실되었을 삶의 고백, 고해.) ... 만나지 말았다면,
좋았을텐데. ... ...
...
... ... 그러나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입술을 다물었다.)
멜로타:... 하, 하하... ... (나오느니 실소였다. 울컥하여 말을 잇는다.) ... 그거 아쉽네요. 나는 당신을 만나서 좋았거든요, 수녀님. (방금까지 날 죽이려던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내게는 너무나 아플 따름이라. 죽임으로 구원하겠다던 이유가 진정 친구라 여겼던 탓이라는 이야기보다 당장의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디, 라미아. 지옥에서 만나요. (덧붙이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용서를 하거나 마는 것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나는 당신을 미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체하면 당신을 놓아주고 말까 봐, 그러면 당신은 또 날 죽이려 들까 봐. 망설임을 억지로 누르며 손을 들었다. 칼이 심장의 위치를 가늠하듯 가슴팍 위를 그리고, 늑골 사이로 비스듬히, 단번에 찔러 넣는다.)
라미아:악, ... ... ! (그렇게 허물어진다. 그렇게, 당신의 라미아가 두 무릎을 꿇는다. 당신을 죽음으로 구원시키겠다던 신의 사자가 무너지고 만다. ...)
(폐부에서 울컥 피가 터져나오면 라미아의 식도를 타고도 피가 흘러나왔다. 터진 입술 위로 새 피가 덮인다. 차디찬 바닥에 쓰러져 숨을 고르고 있자면, 아스라이 가물해지는 시야에 당신의 얼굴이 담긴다. 덜덜 떨리는 손을 저도 모르게 뻗었을지 모르겠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간절하게, 또 애타게 손을 뻗는다. 쥐고자 한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라미아는 현실에 존재하였고, 스스로 어둠 속에 파고들고자 하였기 때문에 구원은 없었다. 아, 죽음이 곁으로 기어와 사지를 붙들었다. 천천히 참식해간다. 춥다. 춥고, 춥다. 당신에게 뻗은 손은 힘없이 바닥을 기었다. 눈물이 흘렀다. 피가 흘렀나? 코 끝은 이미 지독하리만치 비린 혈향에 기능을 상실했다. 알 수가 없었다. 라미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있는 힘을 쥐어짜내, 숨을 삼키고 헐떡임을 제일 억눌러 음성을 뱉기를.) 메, 멜 -, 로, 타, ... ... (각오했던 일임에도 서러움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나의 유언을 기억해줘요. 내 일기장은 제발 읽지도 말고 태워주세요. 당신을 만나서 좋았어요. 당신과 친구가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그러지 말걸. 부디 그러지 말걸 그랬는데. ...) 지, 옥은, ... ... (당신을 죽이지 못한 나의 나약함을 원망하세요. 그러니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저 혼자, (결국,)
갈게요. ...
(당신을 죽이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하고 마는, 이 약해빠진 나를 평생토록 증오하세요. ...)
라미아의 숨이 바스라집니다.
오로지, 이곳의 생자는 당신 하나 뿐이 되었습니다.
시선이 죽음에 삼켜진 라미아를 한 번, 칼을 한 번,
이윽고 당신이 던져버렸던 일기장으로 향했나요.
당신의 자유입니다.
이제 무얼 하든.
당신을 막을 사람은 하나 없으니까요.
멜로타:(허물어지는 몸을 붙들었다. 흰 피부에 유독 도드라지는 선혈을 보면서도 기어이 눈물을 참아냈다. 그 몸을 끌어안은 채 함께 무너져서는, 흰 셔츠가 당신의 피로 붉게 물들어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당신이 입었기에 좋았던 수녀복에 고개를 파묻고 울듯이 침묵한다.)
(뻗어지는 손을 보고 간절히 잡았다. 이럴 거면, 왜... 이렇게 될 거라면 영영 감추고 웃어주지 그랬어요. 처음 사귄 친구를 이런 식으로 잃고 싶지 않았단 말이에요. 입을 열면 눈물이 날까 약한 소리는 모두 혀끝에 묶어두고 호흡을 고른다. 지난밤에 그랬듯 숨이 막혀왔다. 감정을 참아내려니 끅끅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질 않겠나. 당신에게 기억될 내 모습은 참 꼴불견이겠다.)
(아! 신이시여, 부디 제게 이러지 마세요. 저는 나약한 자라 이런 시련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지켜보셨다면 모르실 리 없을 터. 제가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까. 당신의 어린 양을 굽어살피사, 제발 이겨낼 힘을 주시옵고... ... ... 제기랄, 신 따위 알 게 뭐야! 나를 힘들게 하는 신은 없느니만 못하나니, 신이 아니라 빌어처먹을 악마라 불림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면서.)
... 혼자는, 외롭잖아요. 손에 피가 묻었으니 내가 향할 곳 역시 지옥이에요. (붉고 비린 형태의 생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마 재촉하지도, 잡아 늦추지도 못한 채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마지막으로 불린 이름은 체르바가 아닌 멜로타였다. 크게 비참하여 입술을 재차 짓씹고 있자면 이윽고, 숨이 멎었나... 미동조차 없어지고 점점 식어가는 몸을 미련 가득한 손길로 붙들기를 한참, 차디찬 바닥에 조심스레 눕혀주고도 한참.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성당을 휘 둘러보았다.)
(인기척이라곤 없는 서늘한 곳. 아무리 간절하게 부른들 대답 없는 신.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나는 달리 알 수 없다. 그러던 눈에 직접 라미아의 앞으로 던져 보였던 일기장이 들어오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무겁게 움직여 다가갔다. 주워 들어 펼쳐본다.)
일기장은 라미아가 이 마을에 처음 온 날부터의 기록이 적혀 있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xx. xx.
마녀를 죽이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글쎄,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 의식 따위는 없다.
그러나 생의 목표랄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기분이다.
xx. xx.
길을 잃었던 것을, 한 여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멜로타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꽤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숲의 향기가 났다.
xx. xx.
마녀는 어디 있는 것이지?
찾아내는 데 진전이 없었다.
xx. xx.
빨리 마녀를 찾아 죽여야 하는데, 다른 짓이나 하고 있다니.
그러나 그의 이름을 듣고야 말았으니.
나 또한 나의 이름을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체르바. 체르바. ... 울림이 좋다고 생각했다.
xx. xx.
'마녀'란 무엇인가?
저주를 대대로 받은 집안은 그 저주를 받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 마을을 궤멸시킬 수가 있다.
마녀는 스스로가 마녀인지 눈치채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녀가,
하필 체르바라고 한다.
xx. xx.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빌어먹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xx. xx.
나는 이 세상을 정녕 구해야만 하나?
처음 사귄 친구를 죽여야 한다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제발, 시끄러워.
조용히 해.
제발.
xx. xx.
아, 신이시여.
나는 믿지도 않는 신을 찾았다.
xx. xx.
세상은 멸망한다.
어차피 체르바는 죽을 것이다, 그러하니.
xx. xx.
그렇지만 전 그를 죽일 수 없어요!
xx. xx.
도무지 그럴 수 없겠다고요.
xx. xx.
신부님의 일갈을 들었다.
너에게 대의를 쫓는 마음이 없음을 안다고.
그러하나, 어차피 앞에는 죽음 뿐이 놓여져 있다고.
너의 생각보다는 스스로의 존재로 비롯된 멸망을 볼, 체르바의 생각을 해보라고.
xx. xx.
방해물이 뭐냐 물으셨습니까.
그건 내 흔들림입니다.
xx. xx.
당신을 죽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당신을 구원해줄게요.
내가 당신을 죽여줄게요.
xx. xx.
당신은 너무나도 상냥해서, 나보다는 죽어가는 이들에게 시선이 많이 가니까.
멸망에 저항하고자 할 테니까.
그래, 이 모든 게 나의 억측임을 알았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죽이겠다.
돌아갈 길은 없다.
... SANC 1D2/1D4+1
멜로타:
SAN Roll
기준치:52/26/10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rolling 1d2
(
2
)
=
2
이성치 2 감소.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였어.
멜로타, 바로 당신이 악마였습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죽음으로 구원할,
당신의 수녀는.
...
이미 죽음의 아가리에 삼켜져버렸으니.
어떻게 할까요.
멜로타:아
아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머리가 멍했다. 모르는 새에 손이 떨리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잘못 읽었나.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일기장을 읽다가, 읽어내리다가... 어느 순간 멈추고 손을 떨궜다. 무엇도 실감이 나지 않으니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는지도 몰랐다. 시선이 어느 한곳에 박혀있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헤맨다. 투박한 돌로 만들어진 벽, 가지런히 놓인 의자들. 자애로운 얼굴로 두 손 모아 눈 감은 성모의 석상. 떠오른 해의 빛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 그 아래의 당신. 그리고 나.)
... ... 아, (아. 아... 그래. 당신은 마녀가 아니었다. 마녀는 나였다. 스스로가 마녀인 줄도 몰랐던, 멍청하기 짝이 없는... 건조한 눈이 당신을 향해 굴렀다. 발치에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이 낯설었다.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면 지겹도록 비린 향이 나고, 질척하게 얼굴을 적시느니 빗물도 아니요, 눈물도 아닌 당신의 피. 서서히 다리를 굽혔나. 차디찬 바닥에 양 무릎이 닿고... 시시각각으로 식어가는 몸 위로 엎드리니 생의 흔적일랑 느껴지질 않았다. 한참 전에 멎은 심장이 다시 뛰는 일은 없었다.)
... 이래서. ... 이래서! 이래서... 내가 마녀라서...? (그토록 부르짖었던 신이 내게 답하지 않은 이유란 그것이었나. 내가 당신의 자식이 아니어서. 당신께서 돌보고 이끌어야 할 어린 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단지 그런 까닭으로... 신음이 흘렀다. 다 쉬어터진 목을 긁으며 짐승과도 같은 소리가 새었다.)
(심장이 조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몰랐다. 아, 아닌가. 할퀴는 듯 느껴졌다. 아니... 이것을 무어라 표해야 하나. 나는 알 수 없다. 그저 고통스러웠다. 당신에겐 죄가 없었다! 죽어야 할 사람은 나였으며 당신은 그런 죄인의 손에 죄 없이 죽어갔다... 내게 정들어 차마 죽이질 못한 채 미루고, 미루다가 죽어졌다. 이 크나큰 죄악을 내가 어찌해야 하나...)
멜로타:(그제서야 감긴 눈꺼풀을 비집고 눈물이 새어 나왔다. 간밤에 내내 흘려냈으니 더 나올 것도 없으리라 여겼으나 기어이 또 흐르고 만다. 억지로 참아냈던 것이 한 번 터지니 해일처럼 몰려왔다. 끅끅거리는 울음이 숨 쉴 틈도 없이 쏟아지고, 나는 스스로의 죄에 잠식되어 더는 곧게 서질 못하게 되어. 라미아, 라미아. 밀로바. 나의 친구... 사랑하는 나의 친구. 이제 정말 당신을 친구라 부를 낯도 없게 되었어요. 난 이제 어쩌면 좋아요? 나는 어쩌면 좋아요... ...)
(어째서 거짓말을 했는지, 왜 내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는지. 원망 닮은 생각을 하다가 그만둔다. 고민할 것도 없이 확연하게 알았던 탓이다. 상냥한 당신은 내가 이 모든 것을 알았을 때에 괴로워할 것을 걱정했겠다. 차라리 악을 자처하여 내가 모른 채 죽을 수 있도록 배려했을 터. 그를 어그러뜨린 것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을 행하리라 맘먹은 나였겠지. 울음이 끊이질 않았다.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린들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는 맑아지질 않았으니 그것이 바로 내가 만들어낸 죄의 형태. 짊어질 업보.)
─, ... ... ....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지 모르겠다. 이대로 그저 울며 숨을 쉬고, 삶을 이어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 한시라도 빨리 내가 죽어져야 하지 않겠나. 온 세상에 퍼지는 역병을 잡고 당신에게 속죄할 단 하나의 길. 무언가에 홀린 듯, 미쳐버린 사람처럼 맹목적이게 만드는 사고의 획일화.)
(비척거리며 엎드린 상체를 일으켰다. 정신이 혼미했다. 눈앞이 선명히 보이질 않고 몸을 잘 가누기가 힘들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은 몸으로 조금의 휴식도 취하지 않은 채 많은 눈물을 쏟아낸 탓이리라. 하나 이제 문제 될 것 없었다. 남은 숨일랑 모두 토해내고 삶을 마칠 몸은 무언가를 취하느니 오롯이 낭비였으므로. 다만 그전에 할 일이 있었으니,)
(느린 걸음을 옮겨 성당의 창고를 찾았다. 겨울을 대비하여 기름 먹인 천과 나무 따위를 쌓아두었더랬지. 한 아름 가득 질질 끌어가며 밀로바가 있는 예배당으로 향한다. 여기저기 되는대로 늘어두고 성냥을 찾아 들었다. 밀로바, 나의 친구, 나의 수녀님. 제게 당신의 모든 것을 태워달라 부탁하셨지요. 기꺼이 그리할게요. 그에 당신과 제 장례를 겸하도록 해요. 마녀에게 어울리는 마지막이 아닌가요. 나와 함께하는 것이 못내 싫겠지마는 참아주세요. 당신에게서 정을 배워 혼자는 외로이 느끼는 사람이 되었답니다.)
(치익, 탁! 한 번에 켜진 불을 잠시 보고 무심히 던지면, 기름 밴 천들이 금세 타올랐다. 불은 천에서 천으로, 천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붙으며 점점 몸집을 키우고... 가만, 가만 바라보던 멜로타는 어쩌면 광기에 찬 듯도 보이는 웃음을 크게 터뜨린다. 여즉 라미아에게 흉하게 자리하고 있던 칼을 뽑아낸다. 직접 박아 넣어 단 하나뿐인 친구의 생을 앗았던 칼로, 이번에는 제 가슴을 겨눈다.)
멜로타:우리를 글로 쓰거든 참 재밌겠어요. 누구든 이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주었으면 좋겠는데... (눈 감은 밀로바를 쓸쓸하게 보았던가.) 죄 없는 당신은 천국으로 가셨겠으니 다시 만날 수 없겠네요. ... 그곳에서 평안하길 바라, 밀로바. (팔에 힘을 줘 제 몸을 찔렀다. 밀로바에게 그랬듯, 늑골 사이로 비스듬히, 단번에 심장을 꿰뚫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고통이 밀어닥친다. 숨을 들이쉬면 그럼에도 살고자 뛰는 심장이 날선 칼에 반복해서 베여가고, 괴로움에 덜덜 떨리는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처박히며... 고개를 들고 시선을 가누어 마지막으로 눈에 담느니 밀로바, 당신.)
(뉜 옆얼굴로 찬 바닥, 축축한 눈물, 핏물이 느껴졌다. 감각은 점차 사라진다. 연기가 예배당 안을 가득 메우며 공기 대신 폐부에 들어찼으나 기침할 여력도 없었다. 밀로바, 밀로바... 밀로바. 그저 이름만을 되뇌던 의식이 흐려지다 시야가 점멸한다.)
(당신 말이 맞았어요. 우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첫 만남에 당신을 돕지 말걸 그랬나. 그 후로 교류하지 말걸 그랬나. 무엇이든 후회며 미련으로 남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제 와 무얼 어쩌겠어요. 미안해요. 감히 선을 행하고자 내게 온 당신을 의심한 것.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당신께 맞선 것. 그리하여 앞으로 살아갈 날 많은 당신의 삶에 마침표를 강제하여 종장으로 만들어버린 것. 만약 천국도, 지옥도 없이 우리에게 다음 생이랄 것이 있다면 그때는 만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번 생에 다 갚지 못한 죄, 그때에 이어서 갚아갈 테니 당신은 그저 행복하도록 해요.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겠네요.)
누구도 서로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막을 수 없었기에 라미아가 눈을 감았고,
당신 스스로도 당신을 막을 수 없었기에 눈을 감게 됩니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황홀한 빛이 쓰러진 당신 곁을 비추는 것이 보입니다.
아, 마치 성모가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 안아든 채 기도하는 것만 같습니다.
피에타,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은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것은 칼, 제단, 시체가 된 구원자, 그리고 마녀.
불길이 당신과 라미아의 곁을 불사릅니다.
답은 하나 뿐이었지요.
마녀인 당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하나 뿐이었지요.
제단 앞에 있는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죠.
쉬운 이야기였습니다.
하나의 존재가 사라짐으로 세상이 구원받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것이 그나마 라미아에게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그러니 이 독잔을 들어 마셨습니다.
목구멍이 타더라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라미아의 곁을 지키는, 스테인드 글라스로부터 퍼지는 오색의 찬란한 빛은 당신의 종말을 기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마저도 불길에 닳아 없어져가고,
죽음이,
당신을 삼킵니다.
이로써 세계여,
영원히 안전하시라.
멀리서 합창하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착각이 일어납니다.
도저히 그럴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성호경.
십자를 긋고, 가만히 속삭이는 문장과 문장.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나는 되었으니,
라미아를,
부디,
부디,
...
END 1.5
라미아 로스트, 멜로타 로스트.
세상은 구원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