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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AR&MARPASHI/ORPG 플레이 로그

[아이피어] 여름의 노래 플레이 로그

by 여우비야 2020. 10. 29.


이스피어 틸다:
rolling 3d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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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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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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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테스트
 
테스트합니다
 
출발할까요?
 
이스피어 틸다:(아이스크림 포장을 뜯었다.)
 
여름의 노래
 
20201026
 
... ... ...
 
살랑, 살랑
 
따스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쓰다듬습니다.
 
양 손으로 아이작의 허리를 붙잡고 입으로는 조금 녹은 아이스크림을 뭅니다.
 
눈이 부실정도로 청량한 하늘.
 
발팔 교복을 입어도 춥지 않은 기온.
 
그러니, 지금이 여름이라는 건 너무나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입니다.
 
탁,
 
아이작이 페달 위에 발을 올리면,
 
체인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바퀴가 돌아갑니다.
 
그리고 당신은 뒤에 앉아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죠.
 
그것들을 눈에 담고 있다보면,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표정을 알 수 없는 아이작이 돌연 말합니다.
 
" 이스피어. "
 
" 비가 내리기 전에 도착하자. "
 
도착?
 
우리의 목적지가 어디였죠?
 
어렴풋이 떠오른 의문이 금방 사라집니다.
 
그야, 아이작과 함께 가는 곳이라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지금은 그저 즐겨봐요.
 
비가 내리면 모든 게 무산이 될테니까요.
 
이스피어 틸다:(한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고쳐 물며 웅얼거렸다.) 오늘 비 온댔어?
 
아이작 딜라이트:... 오늘이 지나면 내릴 거야. 일기예보에서 그렇게 말했거든. (페달을 밟으며 답했다.)
 
이스피어 틸다:그랬나? 기억이 안나. (당신의 허리를 조금 더 껴안았다.) 근데. 나 안 무겁지?
 
아이작 딜라이트:(앞쪽에서 옅은 웃음소리같은 게 들린것도 같다.) 왜. 걱정돼?
 
이스피어 틸다:... 난 아픈 거 싫어한단 말야. 네가 아픈 것도 싫어. (손목을 타고 흐를 정도로 녹은 아이스크림 밑을 황급히 베어물며 말하니, 썩 진정성 있게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조금 남은 아이스크림을 한 입에 다 베어물었다.) 안 넘어질거지?
 
아이작 딜라이트:나 못 믿어? (괜히 말을 하길 또. 그러다 무슨 변덕이 난 건지, ...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비틀거렸다. 그러니까 이건 분명. ... 장난치는 것에 가까웠다.)
 
이스피어 틸다:알지? 나 무릎 까진 거에도 눈물 글썽이는, ... 어어!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가 황급히 당신의 허리를 껴안느라 바닥에 탁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질끈 감고 등에 고개를 파묻는다. ... 그러나 이 이상의 휘청거림은 없어서.) ... ... 아이. (고개를 들고 부루퉁한 음성을 내뱉을 뿐이다.)
 
아이작 딜라이트:(제 허리를 바짝 끌어안더니,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에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다.) 많이 놀랐어? (허리를 안은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가, 다시 핸들을 두 손으로 붙잡는다.) 그보다, 이스피어. 옆에 좀 봐봐. 바다야. (살짝 턱짓을 했다.)
 
이스피어 틸다:하지마, 위험하잖아. (꽉 껴안은 손을 두드리는 손길에 흠칫 놀라 바로 타박하는 소리를 내었다. 답답할 정도로 껴안지는 않았지만, 그것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다. 애써 힘을 풀어내며 뚱하게 당신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이스피어는 잠시 등에 콩 이마를 박아보았다가.) ... ... 와, (이마를 기댄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려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눈이 크게 뜨였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목소리로 내뱉는 말이,) ... ... 해변가에 들러보면 안돼?
 
짠내음이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종종 튀어오를법한 은빛의 물고기도 보이지 않네요.
 
다만, 아이작은 한참이나 있다가 답합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그럴까? (답이 꽤 느렸다. 그의 몸에 어쩐지 힘이 들어간 것도 같았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흔들다리 건너야하는데 괜찮겠어?
 
이스피어 틸다:(대답이 느리네. 별 것 아닌 질문이었는데, 왜일까. 바다에서 시선을 거두고 눈썹을 까딱이다가.) 흔들다리 건너는 게 왜?
 
아이작 딜라이트:무서울까봐. 무릎 까지는 건 싫고, 흔들다리는 괜찮아? (페달소리가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았다.) ... 손을 잡아주긴 할 거지만. (큼. 작게 헛기침따윌 했다.)
 
이스피어 틸다:그거랑 그거랑 같진 않지. (헛기침을 하는 당신은 지금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까. 당신의 얼굴을 살피는 것은 이제 습관처럼 박혀서,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 손 잡아줄거야? 다정하게? (그래도 티내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는다.)
 
아이작 딜라이트:... ... 뭐야. 싫어? (그 뒤에 따라오는 목소리는 어쩐지. ... 좀 불만스럽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살피면. ... 귀끝은 살짝 붉은데, 표정 자체는 좀 불만스러워하는 것 같은 낯이었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겠지만.)
 
이스피어 틸다:아니. 그게 아니라. ... 손 말고 팔짱 껴주면 안돼? (아. 귀 붉어졌다. 푸스스 웃곤 당신의 어깨 근처에 입술을 꾹 눌렀다.)
 
아이작 딜라이트:... ... (삐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다가, ...) ... 그, ... 게 더 좋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입술을 누른 어꺠가 약간 긴장하듯 경직한것 같았다.)
 
이스피어 틸다:(자전거에서 내리면 조금 더 달래줘야겠다. 개미만한 목소리를 용케도 듣고,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너는 뭐가 좋은데?
 
그런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새 자전거는 흔들다리 앞에 섭니다.
 
자전거를 세우며, 자전거에서 내린 아이작은 우물쭈물하다 자신이 못다한 대답을 잇습니다.
 
아이작 딜라이트:(살며시 당신의 손을 잡았다. 정확히는, 손끝을.) ... ... 뭐라도 상관없어. (마치,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수줍은 얼굴을 하고있는 꼴이 꽤 웃기기도 했다.)
 
이스피어 틸다:(겨우 손끝을 잡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렸더라. 다정히 웃으며 이스피어는 당신의 손을 느릿하게 마주 엮어 잡았다. 단단하게, 풀리지 않도록.) 둘 다 '좋다'는 거지?
 
아이작 딜라이트:... ... ... (그는 어째선지, 당신이 단단히 풀리지 않도록 붙잡은 손을 더욱 꽉 맞잡더니, ... 곧 살짝 잡힌 손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얼굴이 조금, 가까이 닿았다.) 위로. (분명, 그는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스피어 틸다:... ... (그리고 이런 당신의 행동은, 조금 예외였던 것이. ... 더위라도 먹었나? 그런 우스운 생각이 바로 들어버렸던 것이다. 입술을 우물거리며 당신이 쌩뚱맞게 내뱉은 단어를 읖조려본다.) 위로?
(하지만 의아함을 품고서도 다른 한 손은 착실하게 당신의 뒷목을 끌어안았다. 천천히 눈을 감고 평소보다 마른 듯한 당신의 입술 위로 소리도 나지 않게 입술을 꾹 맞붙이면.)
있지, (살짝 고개를 떨어뜨리며 눈을 떴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이작 딜라이트:(뒷목을 끌어안았을 때,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처음 입맞춤을 나누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긴장해서. 살짝 고개가 떨어졌을 때, 그는 당신보다 더 늦게 눈을 떴던가. 또 입술을 맞댈 듯 고개가 기울어졌다가도. 이마를 맞붙이며 툭. 소리나 내는 것이다.) ... 아니. 없어.
그냥 오늘은. ... 많이 위로받고 싶어서.
 
이스피어 틸다:(그런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마가 툭 맞닿으면, 몇 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살짝 떼었다가 쪽.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기는 것이었다. 마주 잡은 손을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어리광이 늘었네. (손을 붙잡아 올려 당신 손등에 제 입술을 내리눌렀다.) 귀여워.
 
아이작 딜라이트:... ... 애취급하지마. (그 점이 불만스러운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지만, 고분고분하게 당신을 따라 걸었다. 걸음을 딛을 때마다 다리가 흔들리지만, 그리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다만 당신의 팔을 좀더 당겨 잡았다.) 안 무서워?
 
이스피어 틸다:... 예뻐해주는 거 싫어? (잠시 손을 들어 당신의 턱을 긁는 시늉을 했을까. 눈이 마주치면 살살 웃음지을 따름이었다. 팔을 당겨 잡는 것에 순순히 따라주었고.) 왜. 떨어질 것도 아닌데. ... 음. 물론, 떨어지게 되면 무섭겠지? (하지만 겁나지 않는다는 말은 진짜였다. 걸음에 맞춰 붙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신빙성이 더해졌고 말이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있었다. 당신의 경험에 따른다면, 그래. 이건, 분명한 '좋다'는 의미였다. 아이작은 다른 건 몰라도 싫은 것 만큼은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 한 손은 당신의 손, 다른 한 손은 자전거 핸들을 붙잡은 채 걷던 그는 태연하기만 한 당신을 보며 옅은 웃음따위를 흘렸다.) 괜한 걱정을 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진 않았다. 되려 단단히 붙잡으며 제 엄지로 당신의 손을 한 번 가볍게 쓰다듬듯 쓸어주었다.)
 
이스피어 틸다:(거 봐. 제대로 대답 안 할 거면서. 자꾸 이렇게. ... 귀엽게. 손을 쓸어주는 것에 간지럽단 양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는, 무서워하는 게 있어? 저번에 아이들이랑 이야기했었는데, 우주가 무섭다고 한 애들도 있더라. (아마도 공포증에 관한 이야기 같다. 저 또한 무심코 엄지 손가락으로 당신의 손바닥을 간지럽히듯 쓸었다.)
 
아이작 딜라이트:무서운 거? ... (당신의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야. 그는 ... 원래가 자기자신에 대해선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멍한 시선이 뒤따르는 곳은 의외로, 당신이었다.) 네가, ... ... 없어지면. ... 무섭긴 할 것 같아. (시선이 당신을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었다. 붙잡은 손아귀가, 단단하기만 하다.)
 
이스피어 틸다:그래, 무서운 거. ... (그렇게, 시선이 마주친다.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잔잔하고 담담한 미소가 절로 떠올랐을까.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이곤 조금 더 당신의 팔을 껴안듯 몸을 붙였다.) 나중에.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또 달라질걸.
 
아이작 딜라이트:(자신의 팔을 껴안듯 몸을 붙이는 당신을 내려다보던 그는 곧 시선을 돌리며 괜히 보폭을 한 번 크게 해 걸었다. 자연스럽게 당신의 팔을 떨어트리기라도 하듯.) 그거야 두고봐야지. (이런 의미심장한 말 따위는 또 왜 하는 건지. 하지만 그는 매번 그렇듯, 답을 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난. 그래도 나름 일편단심인 사람이거든. (은근한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진 아무도 모를테다.)
 
이스피어 틸다:(그리고 어느덧 걸음은
일편단심? 농담도. (무척이나 재밌는 농담을 들었단 것처럼 짤막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느덧 걸음은 흔들리던 다리를 넘어 새하얀 백사장을 디뎠다. 사박, 사박. 부서지는 모래알들이 운동화 아래에 밟히면, 이스피어는 잠시 당신의 손을 놓고 몸을 숙여 하얀 운동화와 하얀 양말을 벗어들었다. 바다에 놀러온 적 있었나? 중얼거리며 당신의 신발을 눈짓했다.) 맨발로 걷자. 그럼 기분이 무척 좋아지거든.
 
아이작 딜라이트:... 이러다 수영이라도 하자고 할 기세네. (순식간에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버리는 당신을 보며 꽤 난처한 얼굴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고분고분한 사내였다. 지금와서 이런 얼굴을 내보이는 게 신기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는 신발을 벗고, 마찬가지로 양말을 벗으며 바지를 살짝 걷어 말아올렸다. 그러고나면 또. 습관처럼 당신의 손을 잡는 것이다.) 바다 좋아해?
 
이스피어 틸다:바다는 얕으니까 수영 못하지 않아? (난처함이 엿보이던 얼굴에 마냥 해맑게 웃었다. 그렇게 해도, 결국 당신이 이 광경을 좋아하게 될 것을 알았다. 지금도, 결국 자신에게 손을 뻗어오지 않는가. 그 손을 마주 잡고 하얀 포말이 이는 물가로 사박사박 걸어갔다.) 사실, 물에 젖는 건 싫어해. 찝찝하잖아. (
(고개를 내려 당신과 제 맨발을 흘끔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친다.) 너는? 좋아해?
 
아이작 딜라이트:(물에 젖는 건 싫다면서. 그것과는 별개로 물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조금의 의아함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파도가 자꾸만 당신의 발끝에 닿으려는 게 신경쓰여 한참이나 당신의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당신의 물음이 제게 닿으면. ... ...) 아마도. (또.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답하는 것이다.) 좋아, ... 하는 것 같아. (시선을 옆으로 흘리듯 돌렸다.)
 
이스피어 틸다:(그리고 맨발은 백사장에 이는 포말을 짓이기듯 축축하게 젖은 땅을 짓밟는 것을 시작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속절없이 젖어들어갔다. 차가워! 속닥이며 손을 더 꾹 잡았을까. 당신이 저를 바라보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 이스피어의 시선은 수평선 언저리를 향해있었던 것 같았다. 스쳐지나가듯 말했다.) 나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박찰박 물 소리가 났다.) 가 좋냐고 물어본 적 없는데.
 
아이작 딜라이트:(그 말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들렸을까. ... 적어도, 어떠한. ... 경고처럼 들리기에는 충분했다. 당신을 따르는 물소리 섞인 발걸음만이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쏴아아, .... ... . 파도소리에 귀가 울렸다.) ... 나도. (뒤늦게 따라붙은 그의 언어는 조금, 다급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이스피어 틸다:(천천히 물가에서 나와 걸으면 물에 젖은 발바닥 아래로 모래가 부슬부슬 붙어버려서,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 다시 바다로 발을 담글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 진짜? (다만 그 순간을 제외하고서의 이스피어는 무척이나 태연해서. 당신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 말한 것 같지는 않은 기분을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겠다. 순간 바람이 크게 불었다.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것에 표정을 찌푸리고 머리를 한데 모아 붙잡았다. 헝크러진 머리에 한숨을 쉬며 땋아 리본으로 묶었던 머리를 풀어내렸다. 동시에 말했다.) 그럼. 날 좋아하진 않고?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이 머리카락을 묵었던 리본을 풀어버리자, 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더니 곧 당신이 쥐고있는 리본을 다시 제 손으로 가져오고, 당신의 뒤가 아닌 앞에서 머리카락을 매만져주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렸고, 얼굴은 가까웠으며, 당신의 머리카락을 두 손에 쥔채 머리를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 당장이라도 입을 맞추며 좋아한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무슨 말이 듣고싶은 거야? (귓가에는 파도소리가 가득했지만, 그보다 가까운 그의 목소리가 먼저였다. 그래. 그런 아득한 자연조차 우리 둘을 갈라둘수 없다는 것처럼.)
 
이스피어 틸다:(자연스럽게 리본을 가져가는 손 끝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제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당신이 보였다. 큼지막한 손가락이나 손바닥부터 손목 안쪽까지, 휘어지는 부분이 볼 근처를 쓸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스피어는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심장은 평안한 박동만을 흘렸다. 다만, 맞닿는 살갗에서 느껴지는 온도는 내리쬐는 여름날 햇빛보다도 뜨거워서. 벅차도록 그 온기가 따라붙어서.) 무슨 말이라니. (아득하니 파도소리가 멀어져갔다. ... 이스피어는 제 머리를 감싼 당신의 양 손을 붙잡아 살짝 끌어당겨, 그 손바닥이 제 귀를 덮도록 했다.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볼을 간지럽혔다. 파도소리가 더욱 먹먹하게 흐려졌다. 평온한 심장 박동 소리만이 몸을 울렸다.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네가,) ... 날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말?
 
아이작 딜라이트:(마냥 평온해보이는 그 얼굴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확실한 건, 적어도 당신처럼 평온해보이진 않았다. 무언가에. ... 화가 나기라도 한 것처럼, 이제는 당신의 양 귀를 덮은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당신은 이해못할 입맞춤. 파도소리처럼 느리고 느긋하되, 바다바람처럼 짜다못해 썼다. 단순히 입술을 맞붙이는 것이 아닌 좀 더 깊은 입맞춤이었다. 서툴지만 살짝 혀가 엮이기도 했다. 도망치듯 빠져나온 건 그였지만.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꽤. ... 애틋했다. 정말로. 그럼에도 어딘가 불쾌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건 의문스러울 일이긴 했다.) ... 악취미야 그거. (마치 상처라도 받은 사람의 얼굴을 하며, 손이 떨어져나갔다.)
 
이스피어 틸다:(평상시, 그래. 위로를 해줄 때면 얼마든지 눈을 감는 이스피어였다만. 이번의 것은 그렇게나 예측할 수 없던, 당황스러운 류의 위로에 속했기 때문이었을까. 어딘가 찝찝한 바람이 불었다. 시원하면서도 소금기 섞인 공기는 살에 눌러붙어 내리쬐는 햇빛을 더욱 피하게 만들었다. 당신은 태양을 등지고 서 있었다. 제게 따라붙는 것은 그러니, 햇볕보다는 그림자다. 서늘하면서도 기분 좋은. ... 쿵. 쿵. 심장이 울렸다. 차단된 소음들. 몸을 휘감아 도는 소리는 온통 심장 소리와, 어설프게 입을 맞추는 그, 질척이는 소리들 뿐. 그러니 잔잔한 호수에 파문이 일듯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마는 것은, 그림자가 졋음에도 체온이 들끓는 듯한 기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입술이 떨어지면 무심코 혀를 내어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동그랗게 뜨인 눈이 감길 생각을 하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 끝으로 더듬으며 내뱉는 음성은 똑같이 얼떨떨하니 더듬거렸다. 평상시와 다르던 두근거림을 미처 잡아낼 새 없이,) 뭐가? (떨어져나가는 손을 붙잡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다급하게. 그리곤 묻는 질문이란.) ... ... 내가 널 아프게 했어?
 
아이작 딜라이트:... ... 그게 궁금해? (궁금하긴했어? 다급하게 자신을 붙잡는 당신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에는 숨기지 못할 죄악과 같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당신이 절대로 받아선 안 될, 미묘한 분노가 있었다. 질책하는 듯한 목소리는 아마 당신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 ... . 무언가에 뒤섞여 있었겠지.) ... ...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던 것 같다. 아니면 단지, 착각일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분명 그 뒤에 따라오는 그의 언어에는. ...) ... 위로해줘, 이스피어. (어리광. 그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미묘한. ... 애정과도 비슷한 무언가. 그리고, 지독한 통증따위가 있었다.)
 
이스피어 틸다:(그러니 그것은. 다시 말해 정답이었다. 내가, 널, 아프게 했다는 물음에 관한. 백사장에 부딪힌 파도가 하얀 거품을 셀 수 없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스피어의 마음 속에서도 셀 수 없는 물음이 둥실 떠올랐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알려주면 안돼? 하지만, 말도 안돼. 내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잖아. 나는. 너의 일에 있어서 언제나 철저해. 완벽해. 알잖아, 아이. 내가 얼마나 네게 헌신적인지.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그 말을, 얼마나 잘 이루어가고 있었는지. 하지만 그 모든 물음은 당신의 울 것 같은 얼굴 앞에서 사그라진다. 하얀 거품이 터지고 모래 사이로 스며들어 형체를 잃듯. 그렇게.) ... ... (당신을 껴안았다. 등에 손을 두르고 힘을 주었다. 몇 번은 토닥이다가, 몇 번은 쓸어내리다가. 당신의 입술 근처로 몇 번이고 짧은 입맞춤을 남겼다. 아마 당신을 올려다보는 제 눈에는 초조 따위가 뒤섞여있었을지 몰랐다. 가슴이, 욱씬거렸다.) ... ... 그만 나갈까? 잠깐 어디라도 가서 쉴래? (이런 말밖에는 꺼낼 수 없었다.)
 
아이작 딜라이트:(자신을 안아주는 손길에 무너지듯 당신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몸을 기댄다. 손에 쥐고있던 양말이나 신발같은 건 이미 모래사장 위를 구르고 있었다. 솨아. 또 다시 파도소리만 우리의 귓가를 덮쳤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당신이 그를 토닥이고, 쓸어내리고, 끝내 입술 근처에 짧은 입맞춤을 흩뿌려도. 그의 얼굴은 쉬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위로가 필요한 사람처럼. 당신을 끌어안았다가, 이마를 맞대어 부볐다가. 볼을 맞붙이고. 어깨에 얼굴을 묻고.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아이작. 너야말로, 뭘 하고싶은건데? 이렇게 묻더라도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을 게 뻔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니. 됐어.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그에게서 웅얼대는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잠깐만. ... ... . (그리고, 취하듯 말했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당신을 안은 팔에는 힘이 들어가기만 했다.)
 
이스피어 틸다:(그런 당신의 모습에 한 차례 불안과 초조가 흘러갔다면, 이제 흘러내리는 감정은 아마 분노를 닮았던 것 같다. 몇 번을 곱씹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거지? 자전거를 탈 때 대답이 느렸던 것과 연관이 있는걸까? 속이 타들어갔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당신의 그, 상처 따위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당신의 상태를 눈치챌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무엇도 말해주지 않을 당신에 대한. 그런 것들. 웅얼대는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던 머리는 겨우 잠깐만, 이러고 있겠다는 목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신에게 보이지 않을 테니 한껏 표정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답답할 정도로 저를 둘러 안은 것에는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슬픔에 빠진 누군가를 위로해주듯, 담백하고 다정한 손길만이 당신의 등을 덮어 흘러내렸다. ...)
(그렇게, 한참을 있었던 것 같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지? 이스피어는 처절하게 온기에 매달리는 당신에게 조심스럽게만 말을 꺼냈다.) ... 이 '잠깐'이 흐르면, 정말 괜찮아지는 게 맞아? (내가 너를 상처입혔다면, 너를 상처입힌 사람에게 기대선 안되는 거잖아. 그 말은 일단 삼켜본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을 끌어안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같았다. 강하게 붙잡았다가, 천천히 놓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는 품안을 더욱 파고들며 물음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 특별한 대답을 하진 않았다. 답답하기 짝이없는 놈. 그는 실로 그랬다. 파도소리를 배경음삼아 한참이나 색색대는 소리를 내며 당신의 품에 기대고 있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선 다시 평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묘하게 무신경하고, 세상살이에 동덜어진듯한 그런 얼굴.) ... ... 가자. 바다는 다 봤어? (그래. 꼭 이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 굴었다. 늘.)
 
이스피어 틸다:(그런 것에 나는 과연. 안심해야했나. 당신은 이전과 다를 것 없이 돌아왔는데 이스피어의 마음에서 싹틔워진 것은 몸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원인을 깨닫기 전에는 결코. 이 거슬림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품에 맞닿았던 온기가 기어이 떨어져나가면 몸의 일부분이 잘린듯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이스피어는 가슴께 위로 가만 손을 올리다가. 이내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졌던 신발을 챙겨들었다.) 으응. ... (어느덧 두 발은 마른 상태였다.)
 
당신이 아이작을 따라 바닷가를 나가려던 순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모래사장에 파묻혀 있는 저건. ...
 
유리병인 것 같습니다.
 
살펴볼까요?
 
이스피어 틸다:... (아이작을 흘끔거리다 도도도 걸어가 유리병을 주웠다. 모래를 탈탈 털어 아이작에게 보여준다.) 이것 봐.
 
아이작 딜라이트:... ... (뒤따라오던 당신의 목소리가 조금 멀리서 들려오자, 뒤돌아보고선 천천히 따라서 걸어온다.) 뭔데?
 
이스피어 틸다:모르겠어. ... (눈을 깜빡이다 안에 든 것을 탁탁 꺼내본다. 뭐지?)
 
안에든 건, 쪽지인 것 같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SOS 구조 요청 신호라도 적혀있는 건 아니야? (눈을 가늘게 뜨고 쪽지를 펼쳐보았다.)
 
*핸드아웃 확인
 
아무래도 노래가사인 것 같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 봐봐. (아이작에게 보여준다.) 시인가? (노래가사다.)
 
아이작 딜라이트:... 노래인 것 같은데. 내용이 좀 비어있긴 하지만. (비어있는 곳을 손으로 짚어주며 말했다.) 채워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스피어 틸다:... 국어 문제 푸는 것 같아서 싫어. (당신의 마음도 모르고, 종이를 다시 접어 유리병 안에 넣었다. 원래 있던 곳에 놓으려다가. ...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눈을 굴리며 유리병을 챙기며 걸어갔다.) 공부하는 건 학교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이지.
 
투덜거리는 당신의 앞에서 아이작이 살며시 웃으며 먼저 걸어나갑니다.
 
그 때, 유리병 안쪽에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어라. 뒷페이지가 있었던가요?
 
이스피어, 확인해보는 건 어때요?
 
이스피어 틸다:(그런 당신을 뒤따라가려다가. ...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게 하네, 정말.)
(뒷페이지를 확인하며 아이작의 뒤를 따랐다.)
 
안에 적혀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랫동안 생각해봤는데
 
역시 나는 너를
 
... ... ...
 
이런. 뒷문장은 물에 번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그런데 어쩐지 필체가 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
 
이스피어 틸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맞아요.
 
이 글씨체는 분명 아이작의 글씨입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하지만, 좀 이상하네요.
 
그렇다면 이 유리병은 아이작이 놔뒀다는 걸까요?
 
대체 언제요? ... 왜?
 
의문점만 남습니다.
 
이스피어 틸다:(설마. 아이작이겠어? ... 그러니 이스피어는 이제 아이작의 뒤를 마저 따라가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맞잡으며, 있지. 아이. 너랑 똑같이 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나봐. 모음을 쓰는 방식이 완전 너라니깐? 그렇게. 태연하게 말을 붙이면 됐는데.) ... ... (이스피어는 당신을 따라잡아 손을 단단히 엮어 잡고서도 그 물음을 내뱉지 못했다. 입에 풀이라도 바른 것처럼 입술이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당신을 흘끔거리다가, 난처하게 시선을 돌렸다.)
 
아이작 딜라이트:(그런 당신의 상태를 알고는 있는지, 혹은 모른척 하는건지. 그는 당신에게로 딱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맞잡아오는 손을 단단히 엮었다. 저 벌리 바닷가 끄트머리에 보이는 벤치에, 아. 소리를 내며 살며시 당신에게 손짓했다.) 조금 쉬었다가 가자. 저기. 잠깐 앉아있고싶어.
 
이스피어 틸다:... 어, 응?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 무심코 들려온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이야기하는 곳을 찾기까지 잠시 시선이 방황했을까. 벤치?) ... ... 자전거 태워주느라 힘들었지.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눈을 도륵 굴리고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내 정신도!) 다음엔 내가 태워줄까? 물론, 지금은 말고. 보호장비랑 다 차고 난 다음에. ...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을 알았는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푸슬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아이작 딜라이트:... 네가? (무시하는 건 아니었지만. ... 꼴을 생각하면 웃기기야 했다. 과장을 좀 보태서, 자신이 당신의 거의 두 배는 되지 않나. 덩치 따위 말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다리힘이 웬만큼 강하지 않는 이상은.) 언제는 무릎 까지기만해도 큰일난다며? (아까 전 당신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짚어주며, 벤치에 다다르자마자 털썩 주저앉는다. 당신에게 빨리 앉으라는 듯 제 옆자리를 두어번 툭, 툭. 쳤다.) 그리고. 네가 날 태웠다간 이렇게 그냥 쉬는 걸론 안 끝날 걸. (좀 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스피어 틸다:... ... (말을 들으며 잠시 화난 눈썹을 그렸을까. 당신 옆자리에 앉으려는 듯 시늉하다가. ... 당신 무릎 위에 타고 오르는 양. 당신의 위를 마주 걸터 앉아 양 뺨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미운 입. (그러면서도 볼을 잡아당기는 손에 힘이 막 들어가진 않았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행동에 버벅거리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잠시, 곧 익숙하게 당신의 등 뒤를 손으로 받쳐주며 반항없이 손길을 받아들였다.) ... 압퍼. (우물거리는 입매가 제대로 된 단어를 뱉어내지 못했다.)
 
이스피어 틸다:예쁜 말만 하겠다고 하면. (무언가 가늠하듯 눈을 가늘게 떴을까. 고개를 기울였던 것도 같다.) 떼줄게.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은 연기인 것이 티가 났을 테다. 그 기저에 깔린 것은, 그럼에도 여름날 태양만큼 선연한 애정이었을 것이니.)
 
아이작 딜라이트:... ... ... . (고개를 기울이며 제게로 가까이 붙은 당신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봤을까. 어쩐지. ... 첫 의도와는 다른 분위기가 잠깐 흐른 것도 같았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입술 위에 잠깐, 닿았기 때문일까? 원래 아이작이 이런 사람이었던가? 이렇게나. .. '이런 행위' 따위를 요구하고. 요구하더라도 이렇게 자주 ... ? 그런 의문이 들 즘, 그가 느지막하게 답을 내렸다.) ... 나쁜, ... 말. 한 적 없어. (변명하듯 말하는 그의 말소리가 느렸다.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 위한 것일테다. 어쩐지. ... 얼굴이 좀 더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다.)
 
이스피어 틸다:... ... (이런 당신에게, 자신은 어떻게 반응해야 했을까. 이런 비유를 당신에게 들먹이는 것 자체로 죄책감이 물씬 흘렀지만, 그럼에도 비유해보자면. ... 당신이 꼭. 자신을. ... ... 아니, 역시 못 하겠다. 상상 자체만으로도 너무 미안해서. 한숨을 흘리며 툭, 당신의 이마에 제 이마를 기댔다. 지척에서 푸른 하늘 아래, 날카로운 은안을 묘하게 불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고만 있다가.)
(쪽.)
(... 쪽, 쪽. 차례대로 콧잔등, 볼, 그리고 입술. 깃털이 내려앉듯 무게 없는 입맞춤이 내렸다. 왜? 당신이 그리 묻는다면 그렇게 대답하겠지. 네가 위로를 바라는 표정을 했어. 이 때가 되어서야 꼬집었던 볼을 풀어주었고, 살살 쓸어준다. 다시 이마를 맞대곤.) 나 놀렸잖아. (심통난 표정을 지었다.)
 
아이작 딜라이트:(이상하게도, 당신은 한숨을 뱉었다. 뭐지? 의문점이 가시기도 전에 맞붙은 것은 서로의 입술이라, 뭐라 물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콧잔등, 볼, 입술까지. 가벼운 입맞춤이 이어졌다. 달래주는 것 같기도 했고, ... ... 다정한 애정표현 같기도 한. 하지만 절대 그럴리는 없는.) 사실이잖아. (심통난 표정에 불을 붙이기라도 하듯 대꾸한다. 마냥 순종적인건 아니라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몸짓 자체는 당신에게 순종적이라. 어느새 두 팔이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고, 이마를 맞대고 자신의 볼을 감싼 손에 가만히 제 고개를 기댄다.) 너도 웃었으면서. (끝까지 고집스럽게 대꾸하며 또 다시, 입술 위로 시선이 흘끔거리는게. ... 더 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가까이 붙은 얼굴 탓에, 이마 뿐만이 아니라 코끝이 살짝. 닿았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눈을 향해 살금 들어올려졌다. 그렇게 서로의 눈빛이 닿으면, 그의 눈가가 살짝 굽이치듯 휘어지더니 허리를 좀 더 당겨안는 것이다.) 그래서, ... 화났어?
 
이스피어 틸다:... 나 나올래. (눈썹이 더 팍, 소리를 내며 찌푸려졌던 것도 같았으나. 저를 놓아줄 것 같지 않은 이 팔이나, 제 손에 기대오는 뺨이나. 무엇 하나 저를 묶어두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당신의 말처럼 입꼬리를 끌어당기고야 마는 것이다. 시선이 자꾸만 제 입술로 와닿는 것을 살피며 코끝이 살짝, 닿으면 순간 어깨를 움칠 떨었다.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당신이 웃는다. 이스피어는. ...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을 별달리 목격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자신은,) ... ... 아니. (불이 옮겨붙듯 행복이랄 감정이 파고들어 눈매를 휘게끔 했다. 기분이 좋다. 좋다. 행복하다. 즐겁다. 편안하다. ... 허리를 당겨 안는 것에 애교라도 피우듯 당신의 목을 꼭 껴안고, 볼을 맞대어 부볐다.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주체할 수 없이 새어나왔다. 한참이나 당신의 볼, 목덜미, 혹은 어깨 부근으로 고개를 부볐던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고개를 퍼뜩 들고는.) 기분 좋아. 그러니까, 있지. (짓궂게 웃으며 고개를 기울이는 것이다.) 키스해줄래?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아이작 딜라이트:(나와? 어딜 나와. 당신의 말에 대한 대꾸라면, 그정도일 것이다. 일부러 입으로 꺼내지 않는 것은 당신 또한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곧 자신을 따라 살며시 휘어지는 눈매 때문일까. 당신이 자신을 향해 웃을 때면, 그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귀끝이 좀. 빨개진 것 같기도 했다. 자신에게 하염없이 이리저리 몸을 부비적거리는 당신은 마치, 영역표시를 하는 동물같아보이기도 했겠다.) 기분 좋아? (당신의 말을 따라하듯 덧붙였다가, 짓궂은 웃음과 함께 요구하는 것들에는. ... ... . 당신이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뭘까? 자신을 놀리려는 농담인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일수도. 하지만 그런 가정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당신의 의도가 어떠했던간에. 아이작은. 당신에게 입을 맞출테니까.) ...
(쪽.)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가벼운 입맞춤. 하지만 분명 한 번으로 끝나진 않았다. 뒤이어 쪽,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맞붙인다. 당신이 그에게 해줬던 것처럼.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 무게없는 당신의 입맞춤과 달리 그의 입맞춤은 당신의 볼이 그의 입술과 함께 짓눌릴만큼, 단단한 무게감이 느껴질만큼. 강하고 분명했다는 것일까. 볼에 몇 번, 입술 위에 한 번. 그리고 잠깐 망설인 뒤로는. ... 살며시 입술을 벌리며 맞붙었다. 서투른 정도는 아까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훨씬 느리고 ... 애틋했다. 파도소리는 너무나도 멀었고, 서로가 숨을 삼키며 탐하는 소리만이 우리 둘에 가득했다. 서로의 이빨이 부딪히고, 옅은 숨을 뱉는 소리가 강했다. 혀로 입천장을 두드려주고, 혀밑을 눌러주던 그는 곧 살살 입술만 빨아댔다. 혀를 섞는 키스 자체가 아직까지는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도, 어째선지. 절대 있을리 없을 애정따위가 느껴지는 몸짓이었다.)
 
이스피어 틸다:(기분 좋아? 입술을 꾹 다물며 웃었다. 재차 볼을 맞대어 부비는 모습은, 고양잇과의 짐승이 으레 애교 부리듯한 모습이었다. 이스피어가 정말 짐승이었다면 골골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우스운 상상도 해보았을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당신이 제게 해주는 키스를, 아니, 위로라고 표현해야 했을까. 위로를 받을 준비를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 아마 맞붙고 있는 것이 입술이 아니었다면 이스피어는 의아스럽게 당신을 불렀을 테다. 아이? 하고. 그야 당신이 제게 해주는 위로는 이전과는 다르게 무게가 짙었으며, 입술이 붙었다 떨어진 자리에 뚝뚝 고이다 못해 흐르는 것은 착각할 수 없는. 애정이었기 때문에. 감았던 눈을 뜨며 이스피어는 당신이 망설이는 틈을 타 입술을 벌렸다. 당신을 불렀다.) ─아이, (아이작. 하지만 그 이름을 다 내뱉기 전에 다시 벌린 입술이 맞붙기를, 숨이 섞이기를. 그토록 느리게 혀가 섞이며, 파도소리가 점차 멀어져가며. 눈이 마주쳤나? 잘 모르겠다. 이스피어는 또다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첫째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것을 깨닫지 못한 것에서 오던 초조나 불안 따위였으며, 둘째는. ... ... 몸을 울리도록 뛰는 심장 소리 때문이었다. 잠시 벌어지는 틈 따위에서 새어나오는 숨이 평소의 이스피어답지 않게 거칠었던 것을 당신도 느꼈을까. 둘러 안은 손 끝이 당황으로 굽어지는 것이 느껴졌을까. 마주 앉은 자세에서 닿은 허벅지나, 가슴 윗부분이나, 그런 부분들이 움찔거리는 것을 알아차렸을까? 그러니까. 아이작. 이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면.)
(내가 너에게 순간이나마 설레고 만 것을, 네가 알아차렸겠냐는 소리다.)
(사고가 거기까지 치달은 순간이었다. 이스피어가 참을 수 없어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낸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달뜬 호흡을 뱉으며 형용할 수 없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던 이스피어의 얼굴은 분명 달아올라 있었겠다.) ... ... 갑, 갑자기, 뭐야. 그러니까.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시선을 피했다. 우물쭈물 거리다 당신의 위에서 내려와 벤치 위로 옆을 바라본 채 걸터앉고는.) ... 당황했잖아. (애써 표정을 가다듬기에 바빴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그 묘한 반응을 그가 과연 눈치 챘을까? 확실한 건 당신이 당황하며 그의 어깨를 밀어냈을 때, 순간이지만 그의 몸이 처음으로 반항하듯 따라붙었단 것이었다. 그러다가 말긴 했지만. ... 이것 또한 당신에게 있어 굉장히 낯선 일일테다. 달아오른 당신의 얼굴을 보는 그의 표정 위에는 의아함이나, 당황따위가 섞여 있었지만 그건 분명,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당황이 아니었다. 자신을 밀어낸 당신의 행동에 놀란 것에 가까웠겠지.) ... ...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시선을 피하고, 제 위에서 내려와 이내 벤치에 앉는 당신을 향해 시선이 움직였다. 그는 한참이나 표정을 가다듬는 당신을 바라보다 곧. 앞으로 넘어오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어깨 뒤로 넘겨주며 몸을 가까이 했다.) ... 별로였어? (다정한 물음이었다. 지독하게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을, 그런 온도.)
 
이스피어 틸다:(예외적으로 당신의 몸이 제게 따라붙었던 것을, 이스피어가 차마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당신에게 다행인 일이었을까? 하지만 알아챘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별 것 없었을 것이다. 이스피어는 당신이 사랑을 혐오하는 것을 보고, 보고, 또 보아왔으니까.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손길에 어깨를 티나지 않게 떨었을까. 이스피어. 괜찮아. 태연하게 아이작의 눈을 마주치고, 태연하게, 평소처럼. ...) 아니, 그, 그냥, (평소처럼. ... 눈을 질끈 감았다. 안 되잖아.) ... 너. 원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다정한 물음에 얼굴이 다시 새빨개진다. 결국 견딜 수 없어 힘겹게 마주했던 시선을 다시 돌리고 마는 것이었다. ...)
 
아이작 딜라이트:(새빨개지는 얼굴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바라보다가, 말을 마구 더듬고, 곧 고개를 돌리기까지 하는 당신을 보면서. ... 어쩌면 선명하고, 모른척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모를 감정이 당신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그가 과연 알았을까?) ... ... . (아이작은 다만, 그런 당신을 바라보다가,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아니야. (속삭이듯이 말했다.) 나, ... 좋아해. 이런거. (홀린듯이, 혹은 홀리듯이. 중얼거리며 이번엔 당신의 뒷머리쪽에 손을 비집고 넣었다. 당신이 애써 돌린 고개가 무색하도록 그쪽으로 허리를 숙여 기어이는 입술을 맞붙였다. 쪽. 원망스럽고, 간지럽고, 무겁고도 가벼운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도. 아주, 느리게.) 그러니까. ... 한 번 더. ... 하면 안 돼? (당신의 귓볼을 살짝 쓸어주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목소리가 달디 달다.)
 
이스피어 틸다:(가느다랗게 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떨리는 호흡을 진정하려 했다. 진정해. 이스피어. 아이작을 만난 이후로 남자를 사귄 적이 없어서,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이런 비유를 붙이고 싶진 않지만. ... 한동안 외로웠던 것일지도 모르니까. 소낙비처럼 지나가는 현상일 테니까. 조금만 진정하면, 다시 평소처럼. 원래대로,) ... ... 뭐? (중얼거림에 어쩌면 황망한, 멍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제 뒷머리를 감싸는 손을 눈치채지도 못하고, 당신이 한 말을 해석하는 것에 사고 회로가 온통 정지한 이스피어는 무력하게 다가오는. 입술을 미처 막아낼 수 없어서. 간질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오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던 표정이 불 붙은 양 삽시간에 붉어지고 말았다. 주춤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밀듯 물러나려 했으나, 그마저도 귓볼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온통 간질거림이 돋아 불가했다. 입술을 떡 벌리고 당신을 바라보는 제 표정은, 아마 당신이 처음 목격하는 것이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굳어버린 이스피어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내 쥐어짜듯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안돼. ... ... (손을 들어 방어하듯, 입술을 가리며 참았던 숨을 급하게 터트렸다.) 그. (그런데 이 뒤로 대체 무슨 말을 붙이지? 내가 감히, 너에게 설레고 말았다고? 그러니까 너에게 상처가 될 행동은 이제 그만 하자고? 대체 뭐라고 말했어야. ...) 바,깥이고. 다른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니까. 우리, 교복도 입었고. 혹시라도 선생님한테 말이 들어가면,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의 손을 붙잡고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아. 이만하면 많이 쉬었다. 그치? 이, 이만 가자. 바다 구경을 너무 오래 했네. ... 아. 신발 신어야겠다. (능청스러움을 가장해 화제를 돌리려는 것이 보였을까. 지금으로선 이것이 이스피어의 최선이었다. 정말, 나름대로의 최선.)
 
아이작 딜라이트:(순식간에 붉어지는 얼굴. 당황이 역력하게 묻어나오는 얼굴은 분명 당신의 것이 아니었다. 당신에게 예측하고 계산하기란 숨쉬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그 계획에 놀아나며 당황하는 것은 그였지 당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이런 당신을 마주하게 된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게. ... ... . 좀. 많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뭐. 그 뒤에 자신을 방어하듯 거부하는 당신의 태도와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 하려는 당신의 태도는 그리 유쾌한 쪽이 속하진 않았지만.) ... ... .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썼다고. 대꾸하고싶은 마음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자신도 발을 털어내고 양말과 신발을 신었다.) ... 상점에 가볼래? (지나가듯 가볍게 묻는다.)
 
이스피어 틸다:... ... (묵묵히 발에서 모래를 털어내고 양말과 신발을 신는, 고개를 푹 숙인 이스피어의 귀 끝이 확연한 붉음을 품고 있었다. 웅얼거리듯 답했다.) 무슨 상점.
 
아이작 딜라이트:이 근처에 있는 상점. (어느새 신발을 다 신은 채 당신의 옆에 서서 말했다. 커다란 그늘이 세워진다.) 계단만 올라가면 바로야. 가볼래?
 
이스피어 틸다:... ...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코를 모래 위로 탁탁 두드렸다. 숙인 고개를 한참 들지 않고 있다가, 그림자가 지면. ... 당신의 팔을 껴안으며 옆에 가서 선다.) 가볼래. (뚱한 음성.)
 
아이작 딜라이트:... ...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화난 것 같은데 ... .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제 팔을 안은 당신이 눈에 띄었다. 아닌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만다. 살짝 팔을 비틀어서 손을 잡으려 했을까.) 가자.
 
이스피어 틸다:... (손을 잡으려 하는 것에 더욱 단단히 팔을 끌어안을 뿐이다. 손을 잡을 수 없도록.)
 
당신의 행동에 아이작은 손을 잡진 못했습니다.
 
팔짱을 끼긴 했지만요.
 
상점가는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아마, 그 어떤 물건이라도 팔 것 같습니다.
 
그런데. ... 왜 사람이 한 명도 안 보일까요?
 
이스피어 틸다:... 아무도 없어. (중얼거렸다.)
 
시끄럽게 소리지르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열심히 장을 보는 사람들도, 가게 주인들도. 전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이라면. ... 옆에 있는 아이작 뿐이겠네요.
 
아이작 딜라이트:... ... 들어갈래?
 
이스피어 틸다:... 주인이 없으니까 뭘, 사지는 못하겠네. (끄덕이며 먼저 발을 옮겼다.)
 
상점 입구에는 표지판이 걸려있습니다.
 
무엇이든 판매합니다! 원하는 것을 찾으세요!
 
안에 들어서면 여름을 잊게 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이스피어 틸다:(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럼 뭐해. 주인이 없는데. (그치. 속닥였다.)
 
전시된 물건이 많네요! ... 가격이 적혀있진 않지만요.
 
설마 이 물건들이 전부 공짜인 걸까요?
 
아이작 딜라이트:... (상점을 둘러보다가 당신을 흘끗 내려다본다.) 갖고싶은 거 있어?
 
이스피어 틸다:이런 곳에서 뭘 가져. ...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구경만 하는 거지. 아니, (그러다 당신을 확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팔짱을 풀고 손을 단단히 엮어 잡았다.) 너는?
네가 가지고 싶은 건 있어?
 
아이작 딜라이트:... (이제야 제 손을 잡아주는 건가 싶어 안심하듯 옅은 웃음을 슬쩍 흘렸는지도 모르겠다.) 배는 좀 고파.
 
이스피어 틸다:(눈을 부릅뜨고 가게 안을 살폈다. 음식! 음식이 있나?)
 
식품 코너로 가면 갈증을 해소시킬만한 시원함 음료, 아이스크림, 전자렌지에 돌려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들이 많습니다.
 
먹을만한 음식들을 골라볼까요?
 
이스피어 틸다:(아이작을 당장 끌고왔다.) 근데. 이거 도둑질 아니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몸은 착실히 이온음료와 전자레인지용 냉동식품을 고르고 있다.)
 
아이작 딜라이트:걱정 돼? (당신을 바라보며 당신이 고른 음식들을 두 손에 들고 있다.) 음. ... 뭐라도 낼까?
 
이스피어 틸다:돈 있어? (전자레인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이작 딜라이트:... 이건 있는데.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 몇 개를 보여준다.)
 
이스피어 틸다:... ... 나 웃으라고 농담 치는 거야? (엉덩이를 툭툭 두들겼다. 음식을 빼앗아 들고 전자레인지 안에 넣고. ... 아무튼 여차저차 조리한다.))
 
아이작 딜라이트:(엉덩이를 툭툭 두들기는 손길에 몸을 움찔 떨었다. 뭔가. ... 하고싶은 말이 많은 것 같지만. 굳이 말하진 않았다. 끙. 소리만 잠깐 흘린다.) ... ...
 
여차저차 음식이 조리됩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해졌네요.
 
아이작 딜라이트:(한쪽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제 옆자리 의자를 빼준다.)
 
이스피어 틸다:주인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핫바의 포장을 뜯으며 아... 핫바먹고싶다 아무튼 당신에게 한 입 베어물라는 듯 음식을 입가에 가져다준다.)
(옆자리 의자에 쇽 앉으면서)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이 건네주는 핫바를 살짝 베어문다. 맛있다.) ... 글쎄. 어디로 갔을 것 같아? (의미불명한 이야길 늘어놓는다.)
 
이스피어 틸다:여기 사장님이랑 아는 사이야? (그러면 다시 핫바를 가져와 자신도 한 입 베어물었다. 우물우물. 맛있다.)
 
아이작 딜라이트:우리 동네라면 그럴수도 있겠지. (또. 영문모를 소리. 하지만. 그래. 여기는 우리동네가 아니었다. ... 그럼 여기가 어딜까?)
 
이스피어 틸다:... ... 여기가 어디지? 그러고보면. ... ? (고개를 갸웃거리며 음료캔을 따려다가. ... 당신에게 내밀었다. 이것 좀 까줘.)
 
아이작 딜라이트:... ... (태연하게 캔을 받아 땄다. 칙. 하는 소리가 잠깐 흘렀을까.) 이스피어. (그리고는 대뜸 당신을 불렀다.) 넌. ... 사랑받는 게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
 
이스피어 틸다:(물어본 것에 답은 안 해주고. 저를 부르는 당신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 사랑해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두루뭉실한 답을 꺼내놓았다.)
 
아이작 딜라이트:... (따준 캔을 살며시 건네주며 이어 물었다.) 예를들면?
 
이스피어 틸다:... 스토커한테 사랑 받는 거랑, 내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사랑 받는 거랑. 다르지 않겠어? (캔을 받았지만 당장 마시지는 않았다. 손가락 끝이 캔의 입구 근처를 둥그렇게 맴돌았다.)
 
아이작 딜라이트:그럼 넌. ... (잠시 숨을 삼켰다.) 널 너무 사랑하는 누군가가 널 가지고 싶어한다고 할 때. 내가 나랑 같이 가자고 하면. ... 갈 거야? (이 물음은 그러니까. 널 사랑한다고 하는 이보다 자신이 더 소중하냐는. 대략 그런 물음에 가까웠다.)
 
이스피어 틸다:... (말주변 없긴. 손을 뻗어 당신의 입술을 의미 없이 쓸어본다. 입술 가운데부터 가로, 지나쳐 볼과 턱 언저리까지. ...) 그 '누군가'가 누군데? 말만 들으면. ... (입술을 삐죽였다.) 그냥. 소름끼쳐. 자기가 뭔데 날 가지고 말고야. (말투나 표정이나, 정말 말 그대로 소름끼쳐한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모습이긴 했다. 한숨을 쉬며 이온음료를 몇 모금 마시다가. 당신의 손을 잡고 끌어당겨 손바닥에 제 볼을 파묻었다.) 갑자기 이런 질문은 왜 해?
 
아이작 딜라이트:(제 손바닥에 볼을 파묻으며 애정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당신을 보며 그의 시선이 멍하게 떨어지다, 곧 살며시 손가락을 접어 볼을 쓸어주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 내가 널 데리고 갈 명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이스피어 틸다:난. (그런 당신을 눈치채지 못하고 당신의 손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 위 손바닥으로 이마를 콩 박았다. 볼을 쓸어주는 손을 가만 붙잡아, 그것도 제 뺨에 대었다.) 상상만으로도 싫어. 말이 내가 좋아서 가지고 싶다 하는거지. ... 그냥, 납치 아니야? 무슨 험한 일을 당할 줄 알고. ... 이런 얘기 하지 마. 좀 무서워. (웅얼웅얼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 구하러 와 줄거야?
 
아이작 딜라이트:(양 손이 당신에게 붙들려 있음에도 그의 얼굴엔 아주 작은 불만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당신의 태도를 반기는 얼굴에 가까워보였다. 그의 허리가 굽어지면, 자신 또한 제 팔에 기대 누우며 좀 더 얼굴이 가까이 붙었다.) ... 당연하지. (볼을 쓸어주던 손을 좀 더 깊게 넣어, 아까처럼 살짝 뒷목에 걸쳐 손을 두었다.) 내 전부를 걸더라도 꼭 데리러 갈게. (그리고 나면. ... 또. 또다. 또 그 눈빛을 하고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 원하고, 바라고, 또. 마치. ... 당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듯한 맹목적인 시선.)
 
이스피어 틸다:(눈을 감고 어둠 언저리를 바라보던 시선이, 인기척에 고개와 함께 들려 돌아갔다. 뒷목으로 와닿는 손길이 살짝. 아니. 많이 간지러웠다.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눈을 마주했다. 무언가의 감정이, 선연하게 옮겨붙는 기분이 들었다. 웃어야 했는데. 평소였다면 웃었을 텐데. 기껍게, 행복하게 웃었을 텐데. 왜. ... 그렇게 할 수 없었을까. 그저 당신의 그 눈빛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결국 엎드렸던 몸을 살짝 들어 위에서 아래로. 당신의 뺨에 내리누르듯 키스하는 이유가 대체.) ... 그런데, 아이작. (... 무엇이었을까. ... ... 살살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을 쓰다듬는 양.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부서질라 꺠질라 조심에 조심을 기울여 매만지는 양. 이스피어가 나지막히 속닥이기를,) 그렇다 해도 네 전부를 걸지는 마. 난 내가 아픈 것도 싫은데. (결국 웃음지으며 고백하기를.) ... 네가 아픈 것도 싫어.
 
아이작 딜라이트:(그의 무게는 전과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전? 전이면 언제를 말하는 걸까? 이스피어. 기억 나? 아마 당신은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겠지. 다만 그는 당신의 입맞춤과 속삭임에 뒤섞인 미묘한 애정에 답하듯, 고개를 살며시 들어 이번엔 스스로 당신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가볍게 맞붙였다. 떨어지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아주 조심스러운 입맞춤.) 노력은 해 볼게. (이건 또 무슨 의미였을까? 다만 확실한 건, ... 아이작은 필요이상의 것을 바칠 수 있게 되었단 것이다. 그래. 당신을 위해서라면.) 그래도 네가 먼저가 될 거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얼굴, 그가 꽤 가까운 지척에서 마찬가지로 속삭이며 말했다. 금방이라도 다시 입술을 맞붙일듯한 거리였다.)
 
이스피어 틸다:(입술이 닿을 적엔. 살며시 눈을 감았다. ...)
... ... 노력? (피식 웃음을 흘리고선 당신의 코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까.)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내가 만약. 음. 진짜진짜, 너무너무 싫은데. ... 어느 우락부락한, 돼지같은 아저씨한테 납치된다고 해도. (스스로 비유하면서도 무척이나 싫은 표정이었다.) 그 아저씨가 막, 뒷세계의 거물이거나 하면. ... 너는. 그냥. 나를. (순간, 속삭이는 당신의 입술에 시선이 빼앗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계속 이야기해야 했을텐데, 아까 그런 일이 있던 이후로 홀려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 가슴 안쪽에서 뭔가가 쿵. 하고. 무겁게 떨어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 태연하게 숙였던 몸을 제대로 일으켰다. 당신의 그런 것을 못 본 것처럼 다만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주었다.) ... 아무튼 말야. 그런 일이 닥치면. 그냥. 날. ... (입술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떼었다.) ... ... 날, ... (그러나 이상한 일이지, 아이작. 날 잊으라는 말이, 날 포기하라는 말이. 왜 이런 말보다 울음이 먼저 새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것일까. 대체, 왜.)
 
아이작 딜라이트:... (차마 말을 잇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던 그는, 어째선지 살풋 웃음짓고 있었다. 그 얼굴에 당신이 화가 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올리고, 당신의 두 뺨위에 제 손을 얹으며 얼굴을 가까이 했다.) 널 납치한 게 이라고 해도 데리러 갈게. (그렇게 말하며 길고, 길게. 입술을 맞붙이는 것이다. 그래. 당신이 언제나 그에게 하던 위로처럼. 여러차례 입술 주위에 입술을 맞붙였다. 낯간지러운 소리가 우리 사이로 마구 터져나왔다.) 너도 그런 사람보단 내가 더 좋을걸. (어울리지 않은 농담 뒤엔. 곧 아까와 같은 입맞춤이 이어지는 것이다. 꽃잎 위에 입술을 대듯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입술을 핥아주거나, 빨아주면서 달래고 느릿느릿하게 안쪽으로 혀를 비집고 넣어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스피어 틸다:(이상하게 숨이 벅차올랐다. 아이작, 나는. 네가 날 구하러 오지 않길 바라. 무슨 위험이 있을 줄 알고 그렇게 무모하게 굴어? 행복해져야지. 나의 부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알려준대로 살아가야지. 평소처럼 웃음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아이작. 난. 나는, ... 겹쳐지는 입술과 함께 입술을 핥아오는 감각. 떨리는 호흡을 삼키며 애써 눈꺼풀을 감으면 외면하지 말라는 것처럼 속눈썹이 자그맣게 떨렸다. 저도 모르게 꾹 입술을 물었을까. 하나 알싸한 통증이 아랫입술에 퍼지기도 전에 어느새 사이로 뜨거운 살덩이가 비집고 들어오면, 살짝 눈을 뜨며 흔들리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던 것 같았다. 타액이 뒤섞이며 질척이는 소리가 드문드문 떨어졌다. 이상하게, 뜨거웠다. 햇빛이 그렇게 덥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더위라도 먹은 걸까? 그 문장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순간 어깨가 움찔거렸다. 야릇한 감각이 허리를 타고 하나 둘, 올라오는 감각은 그렇게나 낯선 것이라, 불쾌하고, 또, 있어선 안될 것이었으니까.) ... ... 그, 그만! (화들짝 놀란 이스피어는 일견 겁에 질린 눈빛을 띄고 당신의 어깨를 붙잡아 밀쳐내었다.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꾹 누르다가, 고개를 돌리며 표정을 가다듬었다.) ... ... 오늘따라 이상해. 너. (그렇게 내뱉을 수 있었던 말이란, 겨우 이 뿐이었다.)
 
아이작 딜라이트:(숨결을 나누는 것에 집중하기를 또 몇 번,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분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입술을 여러차례 나눠 삼킨다. 볼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이 뒷머릴 향해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 머리를 감싸쥐며 하얀 목덜미를 덮을 즘이었나. 자신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내는 손길에 그의 몸이 밀리지 않는듯 싶다가, 곧 반박자 뒤에 자신의 의지로 떨어져나갔다. 두 손을 거두며 입술을 손등으로 누르고 있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가, 느릿하게 말을 덧붙였다.) ... ... 이런건, 싫어? (한쪽 손을 뻗어 당신의 턱에 흘러내린 타액을 살짝 엄지로 닦는다.) 싫다고 말하면 이제 안 할게. (정말 그럴까? 하지만 그는 꺼낸 말은 지키는 사람이었다. 아마 당신이 정말로 '싫다'고 말하면 그는 그 말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 그의 태도가 미묘했다. 마치. ... 무언가를 떠보듯 한 태도. ...)
 
이스피어 틸다:('밀리지 않는 것'. 이번의 이스피어는, 그것을 눈치챈 듯 했다.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예측할 수 없는, 그 불확실함이란 이스피어가 드물게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 밀리지 않던 그 감각은 손가락 끝에 남아 저를 괴롭혔다. 혼란스럽다. 뭐지? 뭐야? 아이작. 너, 뭐야? 입술을 달싹거렸다. 턱가를 스치는 엄지 손가락에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을까. 난감함을 안은 눈빛은 테이블 위를 그저 굴렀다. 어쩌면 공기를 초조하게 만들 정도로, 침묵이 기이하게 길어졌을까.) ... 입만 맞추고 싶어, 이런 건, (여름 날이라지만 고목 나무 그늘 아래에 몸을 숨기면, 스치는 바람에 한순간 서늘함을 느낄 수는 있었기 때문에. '싫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았는데도, 당신에게 그 서늘함이 찾아갔더래도 이상하진 않은 일이었다.) ... ... 연인 같잖아.
 
아이작 딜라이트:(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 제대로 봤을까? 햇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수도, 당신이 부러 보지 않으려고 한 걸수도 있겠다. 지금의 그 얼굴은. ... 확실히 두려워할만한 것일테니. 당신에겐 특히나.) 그런가? (하지만 그에게 나오는 대답은 아마 마찬가지로, 당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이상한 것일테다. 그도 그럴게.) ... 안 될 거 있나? (중얼거리는 음성이 분명히 말했다. 다만 그 즉시, 다시 고개를 돌리며 태연하게 당신에게 이온음료를 건네 물을 타이밍을 넘겨버린 게 흠이었다.) 마실래?
 
이스피어 틸다:너, (제 뺨은 아직도 열기로 알싸하니 욱신거리고 있었는데 당신은 마치, 자신을 배려하지 않듯 행동했다. 왜 이래? 내가 네게 잘못한 게 있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말로 해주면 안돼? 머리가 복잡해지다 못해 아파올 지경이었다. 입술을 다물고 하얀 테이블 위로 머리를 박았다. 마실래? 태연할 뿐인 음성이 들려오면, 그대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갑자기, 피곤했다. 한 것도 없는데.) ... ... 졸리다. (배가 좀 차서 그런가? 중얼거리며 이마를 들어 팔에 턱을 괴면 아마 테이블에 기댄 그대로, 이마에 빨간 원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아이작 딜라이트:... ... 자면 안 돼, 이스피어. (손을 뻗어 장난치듯 이마에 거려진 빨간 원을 한 번 쓸었다. 나긋한 웃음이 입술 위에 그려졌던가.) 아직 갈 곳이 남아있어. (어디로? 행선지를 묻는다면 ... 글쎄. 과연 대답을 해줄까?) 일어나. (다만 당장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이스피어 틸다:... ... 웃지마. (정드니까,라는 뒷말이 붙어오는 것은 어떤 무게도 없음을 알았겠지. 나긋하게 지어오는 웃음에 심장이 무겁게 뛰었다. 울상이 지어지려는 걸 참으려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마를 쓰는 손을 붙잡아 내렸지만, 또 그 잡은 손을 놓지는 않았다.) ...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바다 말고. (당신이 쓸어주었던 이마를 가만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술은 여즉 댓발 튀어나온 상태다.)
 
아이작 딜라이트:(자리에서 일어나는 당신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다가 곧 자신도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충, 남은 한 손으로 먹은 것들을 정리해두곤 평소같은 얼굴을 했다.) 숲으로 가볼래? (원래의 그라면 절대로 정하지 않을 행선지였다.) ... 여름은 너무 길잖아, 이스피어.
 
이스피어 틸다:... (그 말에 이스피어는 엉뚱하게 제 맨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벌레 물리는 건 싫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미간을 살짝 좁히다가, 표정을 풀며 당신을 바라본다.) 혹시나 물어보는 건데, 등산. ... 얘기하는 건 아니지?
 
아이작 딜라이트:... (당신을 본 채 몇 번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다가 답잖은 농담을 던지길.) 왜, 업어줄까? (하지만 이마저도 흘러가듯한 언어라, 얼마 안 돼 바로 다음 말을 붙인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힘들진 않을거야. 산이 아니라 숲으로 가는 거거든. 반대쪽에 있는. ... ... 기억 나?
 
숲?
 
그런 것이 있었던가요?
 
아이작의 말에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봅니다.
 
이스피어, 지능 판정.
 
이스피어 틸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네요.
 
이상합니다. 분명 당신은 여기서 오랫동안 살아왔는걸요.
 
그러니까, 장차. ...
 
어라?
 
이 곳이 당신의 동네가 맞나요?
 
당신이 사는 곳 주변에 바다가 있긴 했던가요?
 
이스피어 틸다:... 그럼. 당연히 기억나지. (허리에 손을 짚고 일단 이야기해보기는 하지만. ...)
... ... (시선이 더 흐려졌다. 손을 내렸다. 자신 없이 말했다.) 근데 여기, 어디지. ... ?
 
여긴 어디죠?
 
이스피어,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아이작 딜라이트:... ... (아무 말 없이 당신의 손을 붙잡아 살며시 당겼다.) 가자. 비가 오겠어. (아까부터 계속. 이 얘기 뿐이다.)
 
이스피어 틸다:... ... (멍하게 이끌려갔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만 맑고, 또 맑을 뿐인 하늘. 유유자적하니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에 새겨진 바다.) 아직 하늘은 맑은걸. ...
 
하지만 당신의 말에도 아이작은 이렇다할 답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뭘 피해 도망가고 있나요?
 
애초에 이 곳은 어디죠?
 
오늘 하루는 뭘 하고 보냈는지, 누굴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어째서인지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당신이 순간 눈을 깜빡.
 
아이작 딜라이트:하면,
 
하면,
 
...
 
아이작 딜라이트:이스피어. (당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스피어 틸다:... ... 응? (눈을 마주쳤다.)
 
...
 
어라?
 
언제 해가 졌나요?
 
주변이 노을빛으로 붉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스피어 틸다:.... ...
 
이상해요. 분명. ... 우리는 방금 전까지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금이 몇 시죠?
 
아니, 아까는 몇 시였던 거예요?
 
혼란스러움에 입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울창한 숲의 입구가 놓여 있고, 그것을 등진 아이작이 있습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어지러워? (묘하게 불안해보이는 시선으로 당신을 살폈다.)
 
이스피어 틸다:... 이거, 꿈이야?
 
아이작 딜라이트:(대답하지 않았다.) ... 왜?
 
이스피어 틸다:그야, 하늘이,
... ...
그리고, 꿈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시선이 조금, 아득해졌을까.) ... 이해가는 것도, 있으니까.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말을 침착하게 속으로 되짚던 그가 당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덧붙인다.) 내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정답일수도, 아닐수도 있겠다.)
 
이스피어 틸다:... ...
응. (딱히 감출 이유는 없었으니까.)
 
아이작 딜라이트:... ... (그의 행동은 '꿈'이기 때문일까? 당신의 꿈이라면. ... 당신의 의지가 깃든 것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무의식이 만들어낸 의미없는 허상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해명도 않고선 당신의 손을 살며시 끌어 숲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스피어. 넌, 여름이 좋아?
 
이스피어 틸다:... ... 좋아해. (신발 아래로 풀잎들이 바스라졌다. 그것보다는 조금 큰 목소리로 속닥였다.) 너를 처음 만난 계절이잖아.
 
아이작 딜라이트:(그의 옆으로 파란 풀들이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발걸음 끝에 들려야 할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나, 벌레나 작은 들짐승의 소리조차 없었다. 그래. 이 공간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그래? (느리게 답한 그의 어조는 지나치게 일관전이라 당신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스피어. 나는. ... 가을의 너도, 겨울의 너도 보고싶어. ... 너와 함께할 두번째 여름을 포기하고싶지 않아.
그러니까. ... ... 가자. (어디로?)
 
이스피어 틸다:... 그러니까, (목이 턱 막혔다.) 대체 어디로?
 
우리는 하염없이 숲 안쪽으로 향합니다.
 
이러다가 길이라도 잃는게 아닐까 싶어 점점 겁이 몰려옵니다.
 
커다란 나무들이 만드는 거대한 그늘 아래 점점 붉은 노을빛이 가시기 시작하면. ...
 
이스피어, 관찰 판정
 
이스피어 틸다: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입니다.
 
아이작은 저 곳으로 향하는 걸까요?
 
이스피어, 아이작을 따라 빛으로 향하나요?
 
이스피어 틸다:(아이작이 간다면. ... 두려움 없이 발을 내딛었다.)
 
... ...
 
빛을 따라가자 보이는 건 장작 위로 타오르는 조그마한 불꽃입니다.
 
한 가운데 타오르는 불꽃과 그 주변에 동그랗게 앉아 있는 작은 새들이 보입니다.
 
이 숲에 뭔가 있긴 했던 모양이죠?
 
모여앉은 모습이 마치 작은 캠프파이어를 연상시키고
 
동시에 이런 숲에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양 준비되어있는 공간에 이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늘은 어느새 캄캄해져있습니다.
 
숲을 헤매던 그 잠깐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나기라도 했단 것처럼 별이 총총 박혀있습니다.
 
계속 보다보면,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이작 딜라이트:이스피어.
 
그 때, 아이작이 말합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나랑 같이 가자.
같이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고,
세상이 하얗게 번질만큼 하얀 눈을 함께 맞고,
진 잎이 새로 나는 그 순간을 함께하자.
나는 봄의 너도, 가을의 너도, 겨울의 너도 보고싶어.
너와 두 번째 여름을 맞고싶어.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을 마주본 채 손을 내밀었다.)
 
이스피어 틸다:(내밀어진 손을 한참 바라보다가, 또, 고개를 들어 당신을 한참. 바라보다가, ... ...)
있지,
... ... 아이, 아이작.
나랑 있어서 행복했어?
내가 없이는, 나랑 있던 순간만큼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았어?
그래서. ... 날 데리러 왔어?
 
아이작 딜라이트:ㅡ 응. (이번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이스피어. 너는 내가 행복해질거라고 말했지. 내게 약속했지.
네가 맞았어. ... 난 네 덕분에 행복했어.
하지만 네가 틀렸어.
난 네가 없을 때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몰라.
네가 없는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어.
 
아이작 딜라이트:전에 네가 없던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나지 않아.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야. ...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도 너 뿐이야.
그러니까, 가자.
네가 나랑 있어서 행복했다면.
이번엔 내가 널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할게.
 
이스피어 틸다:... ... 제일 처음, 거절했던 게 너였던 건 생각 안 나지?
(길게 눈을 감았다. 숨을 내쉬고, 눈꺼풀을 다시 떠올리며 숨을 들이켰다. 파도가 밀려오다 떠나가는 모래사장의 반짝임이, 자글자글하게 이스피어의 눈 안쪽을 메우고 있었을까. 살풋 웃는다. 다정하게, 그토록 환하게만.)
미안해. 이전보다 널 불행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다시 말할게,
(손을 붙잡았다. 이스피어의 눈 안쪽으로, 파도가, 밀려왔다. ...)
나를 납치한 게 이라고 해도, 또 구하러 와줘.
 
이스피어 틸다:다시 숨쉬러 가자.
다시 행복해지러 가자. ...
(맞잡은 손을 끌어, 손등 위로 제 입술을 꾹 눌렀다. 그 위에서 장난스럽게 웃음지었을까.)
바다 밑은 답답했지?
 
아이작이 웃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웃습니다.
 
마치, 극이 끝난 뒤의 두 주연처럼요.
 
그림같은 풍경. 새들이 우리를 향해 지저귑니다.
 
" 노래하세요. 비가 오기 전에. "
 
" 노래하세요. 해가 더나기 전에. "
 
" 꺼지지 않을 생명을. "
 
" 깨져야 할 꿈을. "
 
그리고, 마치 시를 읊듯 아이작이 운을 띄웁니다.
 
아이작 딜라이트:빛나는 햇볕아래에서 손을 잡아.
 
이스피어 틸다:... 세계의 뿌리, 바다 위를 걸으며.
 
" 작은 새가 우는 숲의 길을 건너. "
 
꺼지지 않을 생명을 노래하네.
 
깨져야 할 꿈을 노래하네.
 
... ...
 
안녕.
 
여름과 작별을 고하고. ...
 
안녕,
 
안녕,
 
...
 
안녕.
 
새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아주 오래간 잠에 빠질듯한 졸음이 몰려옵니다.
 
아주 긴 꿈에서 깰 듯한 감각이 당신의 머리를 깨웁니다.
 
선명한 감각이라곤 오직,
 
맞잡은 아이작의 손 뿐.
 
그렇게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 ... ...
 
...
 
이스피어,
 
누군가 당신을 부릅니다.
 
이스피어.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집니다.
 
이스피어.
 
눈을 뜰까요?
 
이스피어 틸다:... ... ─. (눈을 떴다.)
 
아. 바람이 시원합니다.
 
여름의 공기와는 사뭇 다른. ...
 
그 때, 누군가 당신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습니다.
 
아이작 딜라이트:... ... 안녕, 이스피어. (울듯이 웃었다.)
 
아. 이제야 알 수 있습니다.
 
길고 긴 여름이 끝났습니다.
 
그러니 인사해요.
 
안녕, 여름.
 
안녕, 아이작.
 
안녕, 이스피어.
 
END. 여름의 노래
 
... ...
 
볼이 차갑습니다.
 
숨을 뱉을 때마다 하얀 연기가 흩어지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몸이 벌벌 떨리네요.
 
이제는 지독한 겨울입니다.
 
간밤에는 세상을 도화지로 만들듯 새하얀 눈이 많이도 내렸습니다.
 
지나온 자리를 바라보면, 당신의 발자국이 찍혀있습니다.
 
아이작 딜라이트:ㅡ 이스피어,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아이작입니다.
 
1년하고도 반 전에, 당신을 영원할 것 같던 잠에서 깨워주었던 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의 꿈에서지만요.
 
분명 꿈에서는 그가 당신을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구니. 조금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잘 일어났으니까 된 걸까요?
 
오늘은 점심을 먹기 전, 곧장 집으로 가는 날입니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죠.
 
이스피어 틸다:추워. ... (냉큼 당신의 품에 안겨들었다. 그러다 뭔가 부족한듯, 묘한 표정을 짓다가 품에서 떨어져나온다. 당신의 돕바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자신의 돕바 지퍼까지 풀어내고, 그 안쪽을 비집고 들어가듯 폭싹 껴안기는 것이었다. 고개를 들어 당신과 눈을 마주쳤다.) 추워. ... ...
 
아이작 딜라이트:(제 돕바의 지퍼까지 내리며 품을 파고드는 것을 거부감도 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일상적인 일이라는 양, 제 돕바의 양쪽 끝을 잡아 당신을 꼭 감싸 단단히 안는다.) 많이 추워? (살며시 고개를 내려 온기를 나눠주기라도 하듯 한쪽 볼을 맞대며 문대다가 살며시 얼굴을 뗀다. 얼굴이 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디 들어갔다 갈래?
 
이스피어 틸다:추워어. (볼을 맞대어 부빗거리는 것에 살살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굴이 떨어져도 온기는 남아있다. 그대로 발꿈치를 들어 가볍게 볼에 쪽, 키스를 남겼고.) 네 집 가면 안돼? 우리 집보다 가깝잖아. 가서 저번에 다 못 본 영화, 마저 보자. 응?
 
아이작 딜라이트:우리 집? (눈을 몇 번 꿈뻑거리며 있다가, 당신의 상태를 보곤 그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먹고싶은 건 있어? 가기 전에 사들고 가자.
 
이스피어 틸다:야호! (단숨에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당신의 손을 붙잡고, 교정 바깥으로 걸음을 바쁘게 옮긴다.) 떡꼬치 하나 사서 가자. 너는? 먹고싶은 거 있어?
 
아이작 딜라이트:떡꼬치? ... 그걸로 배가 차겠어? 아직 점심도 안 먹었잖아. (잔소리하듯 덧붙이는 꼴이 조금 웃겼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앞서나가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 우두커니 서있더니, 다시 당신을 잡아당겨 멈추곤 다시 당신의 돕바 지퍼를 손수 당겨 올려주었다. 완전히 올려주기 전, 제 몫의 목도리를 풀어 당신의 목에 둘러주고 나서야 지퍼를 전부 올려주고 다시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 ... 글쎄.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이스피어 틸다:... 집 가면 볶음밥 해먹자. 저번에 재료 있는 거 다 봤어. (저를 멈추고, 당신이 손수 둘러준 목도리를 코 위로 살짝 끌어올려 보았을까. 킁킁 향기를 맡아보았다. 섬유유연제 향이 좋다. 자신도 당신의 돕바 지퍼를 다시 올려주고선,) 떡꼬치는 에피타이저야. ... 안 돼? (눈치를 살피며 손을 살짝 흔들듯 걸었다.)
 
아이작 딜라이트:... ... ... 알았어. (이번에도 그는 큰 거부를 보이지 못했다. 어쩐지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늘, ... ... 자고 갈 거야?
 
이스피어 틸다:(나지막히 웃음을 터트렸다. 키스해주고 싶지만, 굳이 당신의 몸을 돌려세워서 해주기는 좀, 그렇지?) 글쎄? 저녁 즈음에 다시 생각해볼까. ... 그건 왜?
 
아이작 딜라이트:네가 자주 입던 옷 빨았거든. ... 아마 아직 안 말랐을거야. (당신의 손을 제 주머니에 넣으며 살짝 다잡았다.) 그래도 괜찮나 싶어서. 내 옷 빌려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불편할 거 아냐.
 
이스피어 틸다:(뭔가, 찔린 표정을 했다. 당연하게 네 옷을 빌려입을 생각이었거든. 주머니 속에 들어간 손을 꼼지락거렸다.) 나 괜찮아! 나, 큰 옷 입는 거 좋아해. 음. ... 허리가 헐렁거리면 불편하겠지만. (눈을 굴렸다.) 바지도 빨았어?
 
아이작 딜라이트:... ... (대답이 없는 걸로 봐선 맞는 것 같았다.) 내가 옛날에 입던 제일 작은 바지도 너한테는 클 것 같은데. ... (곰곰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가 돌연 앞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당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 ...) ... 지금 키스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이런 걸 물었다.)
 
이스피어 틸다:... 속옷만 입고 다닐 수도 없잖아. (흠. 심각하게 미간을 좁히는 것 치곤, 말이 좀. ... 좀. 그렇지 않았나? 그러다 시선이 맞는다. 난데없는 말에,) ... 응.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당신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겼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당신의 손을 마주 잡았고.)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닐 거 아냐.
 
아이작 딜라이트:... (그의 시선에 약간의 불만이 서렸다. 왜 이런 얼굴을 하지? 정당성 없는 스킨쉽에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일텐데.) ... 너도 내 엉덩이 자꾸 만지잖아. (이런 유치한 말이나 하는 게 고작이었다. 속좁긴!)
 
이스피어 틸다:... (화난 눈썹이 한 번 까딱거렸다.) 왜 이래? 내가 막. 지하철에서 추행하는 사람처럼, 조물거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당신의 손을 힘 주어 한 번 주물거렸다. 이스피어의 친구가 이런 행동을 당했다면 당장 기겁해서 말했을 것이다. 이스피어, 여긴 공공장소야!)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의 행동에 놀라 어깨를 펄쩍 덜었다. 여전히 흘겨보듯 당신을 바라보았지만. ...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나? 하긴. 이렇게 날씨가 추우면 그럴수도 있긴 하겠지만. 손을 뻗어 당신의 손을 저지한다.) 이스피어. (하지만 경고조 섞인 목소리는 헷갈릴 수 있는 건 아니지.) ... ... 그럼 이건. 쌤쌤인거다. (아이작은 하수는 아니었다. 마냥 당황하는 게 하수라면, 그는 당황을 기회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여차하면 '추행하는 사람처럼 만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며? 그럼 그렇게 만졌으니까 이것도 상관없네.'라는 황당한 발언이나 해댈것이다. 그는 저지한 손을 그대로 제 쪽으로 끌어당겼고, 서로의 얼어붙은 입술을 맞붙였다. 얼은 몸이 녹을 만큼이나, 더운숨을 나누며 한입 한입, 당신을 차례차례 삼켰다. 혀를 섞기 직전인듯한 분위기에 얼굴을 떼어냈다.) 맞지? (쪽, 쪽. 남은 한 손으로 당신의 볼을 한 손에 붙잡으며 두어번 입술위에 가벼운 키스를 붙인다. 그제야 다시금 나른한 웃음을 얼굴 위에 그릴 수 있었다.)
 
이스피어 틸다:(당신이 아마 그대로 행위를 잇지 않았다면, 제 이름을 부르기만 했다면 이스피어는 심통난 목소리로 대답했을 테다. 그래, 나도 내 이름이 이스피어인 거 알아, 같은. ... 하지만 당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며 저를 끌어당기니. 언제 이런 걸 배웠담.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당황 어린 얼굴 위로 당신의 입술이 붙었던 것이다. 온기가 퍼졌다. 더운 숨이 찬 피부를 녹였고, 어쩌면 심통난 제 마음까지도. ... 아니.) ... 뭐가 맞아? (오히려 더 뿔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바깥에선 이러지 말자고 했지. 애들이 자꾸 너랑 사귀는 거 아니냐고 물어본단 말야, 귀찮게. (투덜거리며 볼을 감싸오는 손바닥에 얼굴을 부볐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당신의 그 물음이 아니었다면, 가벼운 키스가 아니었더라면. 속절 없이 또 설레버릴 뻔 했지 뭐야.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기 전에 키스가 그쳐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나른한 웃음을 그리는, 그래. '행복해보이는' 당신의 얼굴에 마무리짓듯 쪽, 키스를 남겨주었다.) 맨날 소개팅 거절하는 것도 힘들어. 이젠 수능도 끝나서, 시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목이 없단 말이야. (어느덧 거의 집 앞이었다. 떡꼬치는 이미 머릿 속에서 잊어버린 듯 했다.)
 
아이작 딜라이트:... ... (제 손바닥 위에 얼굴을 부비대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고 있다가, 당신의 마무리같은 입맞춤에도 고개를 도로 돌리지 않고 되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붙여왔다.) 그럼. ... 그렇다고 해. (말도 안 되는 발언으로 당신을 자극한다.) 너도 귀찮다며. 거절해야 하면. ... ...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되잖아. (볼을 살며시 쓸어주며 다정스러운 제안을 건네는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달콤하게 느껴질법한 것이었다. 유혹하듯, 마치 뱀과 같은 어조를 하고 있었으니까.) ... 너랑 있는 시간 뺏기는 거 싫어. (다시 한 번 입을 맞출 듯 서로의 콧대를 살짝 문대듯이 부빈다.)
 
이스피어 틸다:(고개가 더 붙어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네 집인데.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아니. 사실 네가. ... 이렇게 된 지는 좀 됐지. 눈썹을 까딱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래. 내가. 음. 아무튼, (콧대를 부비는 것에 고개를 기울여 볼에 쪽, 입 맞춰주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멈추어선 당신을 이끌어 당신의 집 현관문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나도 너랑 있는 시간 뺏기는 거 싫어. 어떻게든 둘러대서 계속 거절해볼게. 기분 풀어, 응? (슬쩍 당신을 뒤돌아보다가, 자연스럽게 키패드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아이작 딜라이트:(왜 이렇게 애처럼 굴까? 토라지고, 샘내고, 질투하고. 처음에 만났을 땐 어른스러운 편이라는 생각이 드는 태도였는디도 말이다. 키패드를 누르고 있는 당신에게 너무 네 집처럼 구는 거 아냐? 라는 핀잔도 없이 당신의 허리를 등에서 끌어안으며 얌전히 기다리고 서 있었다. 뒤이어 당신을 따라 졸졸 따라 들어오면, 쿵. 하고. 뒤로 문이 닫혔다. 당신의 옷을 익숙하게 벗겨 옷걸이에 걸어주곤. 자신이 해야할 일이 뒤늦게 생각난듯 잠깐 떨어져나와 물었다.) 지금 미리 옷 줄까? (자고간다고 확답을 받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말한다.) 치마입고 있으면 불편할텐데.
 
이스피어 틸다:움. (옷걸이에 걸린 외투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내며 눈을 굴렸다.) ... 치마는 안 불편한데, 스타킹이 불편해. 사실, 아까 봤는데 올이 나가있더라고. 안쪽에. ... ... (살짝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스타킹을 살펴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 그럼 당장 갈아입고 싶어. 네 방 가면 있어?
 
아이작 딜라이트:허리줄 있는 트레이닝 복을 줄게. 바지는 접어입으면 되니까. ... 위에는 ... (먼저 방에 들어가서 옷을 이것저것 고르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갈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이것저것 고르는지. 결국 큰 품의 긴팔 면티를 함께 넘겨주었다.) 그럼 갈아입고 나와. 나는 화장실에서 갈아입을게.
 
이스피어 틸다:알겠어. (당신의 옷을 받아들며 볼에 쪽 키스해줬다.)
(하지만 당신이 옷을 갈아입으러 방을 나가면. ... ...) 흠. (당신이 주었던 트레이닝 복을 넣어두고, 굳이굳이 서랍장 어디선가 트레이닝 반바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면 이스피어는 겨울철에 집을 따뜻하게 해놓고, 정작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길 좋아했다. 이상한 취미랄까, 습관이랄까. 어쨌거나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이작 딜라이트:(밖으로 나온 당신의 차림이 제가 건네준 것과는 다르다는 걸 눈치챈 건지 갈아입은 교복 옷가지를 손에 든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을 보았다. ... ...) 안 커? (괜히 당신의 옷 새무새를 가다듬어주며 소매를 조심조심 접어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당신이 방에 들어가기 전 했던 입맞춤에 답이라도 하듯 볼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다.) 내 옷인데 너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스피어 틸다:(소매를 접어주는 손길이 참, 당신이 생긴 것관 다르게 섬세했달까, 무척 조심스러웠달까. 남들이 보면 놀라겠지. 자신으로선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지만. 친구들이 말하는 얘길 들어보면 당신은 꽤 무서운 인상에 속한 것 같았으니까. 키가 커서 그런걸까? 가벼운 키스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큰걸 어떻게 입고 다녀. 아. 편한 옷 입으니까 좀 살 것 같아. 교복은 너무 불편해. (그대로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너무 두껍게 입어서, 껴안는 맛이 없단 말이야. (조금 더 맨살에 닿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작 딜라이트:너랑 내 키 차이를 생각해야지. (핀잔같은 소리를 하지만, 당신이 제 허리를 끌어안는 동작에 마찬가지로 팔을 둘러 등을 안았다.) 껴안는 맛은 또 뭐야? (괜히 한소리를 한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그럼 앞으로 더 자주 와. 껴안는 맛 좋게 맨날 이러고 있게. (당신의 어깨를 좀더 당겨 끌어안았다. 고개를 숙여 당신의 머리에 고개를 기대곤, 귓가 즘에서 얼굴을 부비대곤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이 시즌이 끝나면 또 바빠진댔어. (안정감을 느꼈는지, 목소리가 늘어진다.)
 
이스피어 틸다:... 나한테 키 조금만 나눠주면 안돼? 내가 잘 할게. (무얼? 이라고 묻는다면 특별히 답할 말은 없다. 음. 예쁘게 굴어줄게? 애교 피워줄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당신을 보며 저도 따라 푸스스 웃듯 했다. 목덜미나 귓가에 와닿는 숨결이 간지러운듯 살짝 당신을 밀쳐내는 시늉을 했을까.) 소파로 가자. 뒹굴거리다가 밥 먹자. (허리를 안았던 손을 들어 목을 끌어안는다.) 음. ... 당연히, 대학교 입학하면 바빠지겠지? 자취방이랑은 또 언제 구한담. ...
 
아이작 딜라이트:(소파로 가자면서, 목을 끌어안는 건 뭐람. 하지만 아이작은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돌연 허리를 숙이더니, ...) 읏차. (당신을 번쩍 안아든다. 얼굴을 태연했고, 동작은 자연스럽다. 당신의 원망이 떨어지기라도 할까 곧장 발을 옮기지만. 소파에 앉자 제 옆이 아닌 제 무릎 위에 앉히곤 허리를 끌어안아 기댄다.) 새로 방 구하게? ... ... 자주 못 보는 건 싫은데. ...
 
이스피어 틸다:(하지만 당신의 생각과 달리, 이스피어는 어쩌면 이런 행동을 바랐던 것 같았다. 살살 웃으면서 저를 안아든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살짝씩 드러나는 앞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렇다고 통학할 순 없잖아. 엄마 아빠는 너무 말이 많아. 저번에도, 여기에서 잤던 걸 들켜서 한 바탕 잔소리 들었단 말이지. (당신의 무릎 위에 앉아 살짝 당신을 내려다보았을까. 그러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곤 함께 몸을 옆으로 기울여 털썩, 소파에 옆으로 눕듯 쓰러졌다. 당신의 목덜미를 쓰다듬듯 간질거렸다.) 너도 자취할 거 아니야?
 
아이작 딜라이트:어? (한 바탕 잔소리를 들었단 말에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당신의 손길에 몸이 풀썩 옆으로 넘어갔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을 뻗어 정리해주며 얼굴이 보이게 했다.) ... 하겠지, 아마? 그래도 지금처럼은 자주 못 볼 거 아냐. 학과도 다르고. ... 너희 부모님도, 나 ... 싫어하시는 거 아냐? 그 때 많이 혼났어?
 
이스피어 틸다:(머리카락을 넘겨주는 손길이 따뜻했다. 미소가 한 차례 짙어졌을까.) 우리 부모님 너 안 싫어해. 근데, 웃겨. 너같은 애 아니면 나같은 말괄량이를 누가 데려가겠냬. 널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빙그레 웃던 이스피어는 읏차, 금방 당신이 내었던 소리를 흉내내듯 하며 소파 위에 누운 당신 위로 올라 눕는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한 데 모아서, 음. 일단 잡고 있자. 네가 간지러울 테니까.) 그래도 어떻게 해. 너랑 내가 같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쪽, 쪽.)
 
아이작 딜라이트:그래? (기분이 좋아보였다. 왜? 당신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당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좋아해서? 아니면. ...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으로 인해서라던가. 여러차례 잔키스를 퍼부우며 건네는 말에 그가 침묵하다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 ... 그럼. 같이 살까? 난 좋은데. ... 넌 어때? 싫어? (당신이 말할 답이 두렵기라도 한듯 한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카락이 모인 쪽이 아닌 반대쪽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이스피어 틸다:응?
... ... ... 룸메 하자고? (정확히 따지자면, 당신이 말한 것은 완전히 '그런'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 ... 그치만. (당신이 귓볼을 만지작거리는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당신의 가슴 위로 볼을 붙여, 더 몸을 기대는 것이었다. 두근, 두근. 누구의 것일지 모를 심장 소리가 들렸다.) 대학교가 얼마나 소문에 민감한 곳인데. 너, 그랬다간 아예 소개팅 제의고 뭐고, ... 처음부터 하나도 안 들어올걸?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지 않아? 대학교 로망, 그런 게 있잖아. (히 웃는다.)
 
아이작 딜라이트:... 상관없는데, 나는. (당신이 제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 있으니, 그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흐트리고, 쓸어내리며 허공을 보고 있었다.) 별로 그런 로망같은 것도 없고. (오히려 따분하게 생각하는 쪽이었다.) ... ... 그게 네 로망이야, 그럼? (턱. 하고. 아. 머리카락이 엉켰다.)
 
이스피어 틸다:... 사실, 있을 거라고 진짜 생각하진 않았어, 그래도, 음. (발 끝으로 당신의 다리를 간지럽혔다.) 난 네가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경험했으면 좋겠, 아야, (머리카락이 당기는 것에 엄살 피우며 눈을 꽉 감았다. 엉켰던 부분에 손을 집어넣어 살살 머리카락을 풀어주고서는.) 나? 난. ... 있는 편이지. 난 모두가 하지 말라는 CC도 해보고 싶, ... ... 아. (멍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맞다. 이거. 당신 앞에선 말 할 게 아니었는데.)
 
아이작 딜라이트:... ... ... (당신이 아차. 하는 그 순간에 맞게 아이작의 얼굴이 묘하게 싸해졌던가.) CC? (나지막하게 묻는 목소리가 싸늘하기만 하다. 곧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당신의 위를 점하더니 다소 강압적인 투로 질문을 퍼부어댄다.) 누구. 같은 과? 다른 과? 봐둔 놈이라도 있어? 언제는 그런 거 귀찮다며.
 
이스피어 틸다:... ... (망했네. 입꼬리를 끌어올렸을까. 분명 누군가 지금 상황을 보았다면 아이작, 걔. 너한테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야? 남자친구라도 그렇게 안해. 그런 말을 해주었겠지만, 이스피어는 당신의 이런 반응에 익숙해진 지 하도 오래 되어서 말이다.) 안 정했어. 과도 몰라. 봐둔 사람 없어. 귀찮은데, 귀찮은데. ... ... (눈을 굴렸다. 당신의 목덜미 근처, 옷깃을 붙잡고 제게 당겼다. 당신의 무게에 짓눌릴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역꾸역 뒷목을 끌어안는 것은 분명, ... 화 풀라는 뜻인걸까?) 버킷리스트란 말야. ... 한 3일 먹고 버릴 뿐인, 그런 '용도'인데. (애타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이 뒷목을 끌어안으며 달래주려고 양껏 노력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되려 찌푸려지고 있음에 가까웠다. 당신의 옆에 놓인 쿠션을 세게 쥐었다가 풀며, 좀 더 얼굴을 가까이 했다.) 정말 '용도'야? (그래. 이런 걸 묻는 친구가 어딨담. 제 친구가 누굴 사귀는 걸 끔찍이 싫어하고, 관리하고. 그러면서 자기는 그 친구와 물고빨며 애정행각을 하는 게 어떻게 친구로 보일 수 있을까.) ... 난 네가 괜한 놈하고 엮이는 거 싫어, 이스피어. 너도 귀찮잖아. 그놈은 널 억압하려 들거고, 네 일에 사사건건 참견할거고, 나랑 같이 있지 말라고 할 걸. 고작 그 3일동안. (그의 팔이 당신의 몸을 옭아맨다. 볼, 눈가, 턱끝, 목덜미에까지도 살짝 입술을 맞붙였다. 쪽. 쪽. 쪽. 그런 소리들이 계속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그래. 당연하지. 고작 3일이라도 '이런'친구가 제 애인 옆에 있는 걸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그 놈이 널 망칠 게 분명하잖아. (아직 형체도 없는 누군가를 향해 분명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그가 꽤 간절하게 말했다.) ... ... 그래도 넌 상관없어?
 
이스피어 틸다:(어떻게 하면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당신의 간절한 부탁에도, 이스피어는 이 계획을 무를 생각은 하지도 않고 이 계획을 발설하고 만 것을 어떻게 무마시킬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가까이서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하기가, 그토록 난감한 주제에.) ... 괜찮은 애로 골라잡을게. 날 억압하려 들지 않고, 내 일에 안 참견하고, 널 싫어하지도 않는 애로. 응? (그런 사람은, 역시 존재하지 않겠지. 뱀처럼 저를 옭아매는 팔에 끙, 신음을 흘렸다. 제 얼굴을 지나쳐 목덜미까지 내리는 키스는 어떻게 보면 영역표시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소유욕이나 질투는 익숙했다만, 역시 이건 제 잘못이겠지. 적대감이 이는 얼굴, 간절한 어투. 이스피어는 가만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다리를 들어 당신의 허리를 꾹 껴안았다. 꽤나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 아이작, (쪽, 쪽. 제게로 더욱 끌어당긴 얼굴에 평소와는 다른, 꽤나 무게 있는 입맞춤을 남긴다. 볼에, 콧잔등에, 그리고 입술에.) ... 계속 그렇게 화낼 거예요? 계속 피어 위에 있을 거야? ... ... 나 불편한데. (처연하게 눈을 내리떴다.) 대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게. 그만 질투해요. 화 풀어, 응?
 
아이작 딜라이트:(계획을 무를 생각은 않고 그저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지에 대해 고뇌하는 당신을 보며 아이작은 초조한 빛을 그대로 드러냈다. 입술을 물었다가, 미간을 찌푸렸다가. 당신의 애교가 잔뜩 섞인 말투에도 쉽게 기분을 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 불편한데. 그 말에 그가 비키지 않을리가 없는데. 이상하리만치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나 질투심이 끓어넘쳤나...? 싶은 생각이 들 즘. 그가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툭 뱉었다.) 어차피 그냥 '해보고싶기만 한 거'면. ... ... ... (잠깐, 도 침묵.) 그냥 나랑 하면 안 돼?
 
이스피어 틸다:(... 안 통하네. 입술을 삐죽였다. 이게 그럴 정도의 일인가? 오늘따라 조금은 과하다,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 ...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잖아. 너랑 그런 걸 어떻게 해. 아이작, 나는.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양 뺨을 부여잡고 눈을 마주쳤다.) 네가 소중해. 아무리 연인 '놀음'이라고 해도, 그것에는 책임이 따라. 그것 자체만으로 너무 위태롭단 말이야. 왜냐하면, 사랑은 유한하기 때문이야. (뺨을 조물조물 거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 과연 설득력이 있었을까 싶다.) 난 고작 그런 거에 너를 도구처럼 쓰고 싶지 않아. 넌 내게 있는 사람 중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아이작 딜라이트:못할 게 뭐야. (하지만 그의 동작에는 망설임도, 주저도 없었다. 그저 눈 앞의 당신에게 끝없이 집중하고 있을 뿐.) ... 나한테도 네가 소중해. 하지만 네가 도구로 여길 놈 이상의 존재가 나라면, 그 밑에 있는 걸 못할 건 뭐야, 이스피어. 네가 원하는 그 목표 중에서 나는 절대로 이뤄주지 못할 게 있어? (꽤 자신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것 중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할 건 없다고. 당신이 원하는 것 중 그가 채워주지 못할 건 없다고. 너무도 쉽게 단언했고, 확신했다.) 있다면 말해봐. ... 나는 안 되고. 네가 한다는 '연인 놀음'에는 할 수 있는 게 뭔데? (고개를 더욱 맞붙인다.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듯한, 숨결이 부딪히는 바로 앞이었다.)
 
이스피어 틸다:너,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가 이렇게 말을 잘 하래. ... ... 앓는 소리를 흘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먼저 눈을 맞춰온 것은 이스피어였는데도, 너무도 쉽게 단언하고, 확신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전처럼 그럴 수가 없었다. 슬그머니 조물거렸던 뺨을 내렸다.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로 다가온 얼굴에, 무심코 몸을 뒤로 물렸을까. 머뭇거림이 입술에 달라붙는다. 난감함 또한.) ... ... 그러니까, 그게.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게. ... ... 눈이 이곳 저곳 굴러가는 소리가 바빴다. 주먹을 꽉 쥐었을까. 생각해보니 정말, 못할 게 없잖아!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그랬다. 빠져나올 틈이 없었다. 답답한 숨을 토해내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뱅뱅 꼬았다. 시선을 가만 피하면, 순식간에 새빨개진 얼굴이 당신에게 보였을 것이다. ... 갑자기? 왜? 라고 묻는다면, 그야, 아이작.) ... .. 마, 말 못해. (너랑 연인 놀음을 하면, 네가 자꾸 의식될 거 아니야. 이런 말을 어떻게 당당하게 뱉어낼 수 있겠냐고. 고개를 살짝 돌려 얼굴을 피했다.)
 
아이작 딜라이트:이스피어. (말 못해. 그 소리에 혼이라도 내듯 또 당신의 이름을 호명했다.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아이작. 이스피어는 네 소유가 아닌데. 이런식으로 구는 걸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해놓고서. 네가 이러는 거, 모순이야. 너 정말 이중적이다. 머릿속에서 출력되듯한 말소리에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말 못해? 왜? 그렇게 심한 거야? 그게 뭔데? (날이 선 목소리로 당신에게 따지듯 굴었다. 이런 건 원래 그의 몫이 아닌데. 치가 떨리게 끔찍한 목소리를 하고있다는 걸 스스로 알긴 하는걸까? 하지만 지금의 그는 마치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내달리고 있었다. 당신을 향해? 아니면, 절벽이나 낭떠러지로? 고개를 피하자 옆에 놓은 제 손으로 다시 당신의 고개를 앞으로 받쳐 고쳐주었다.) 나는 너랑 하는 거면 뭐든 좋아. ... 연인놀음이든, 친구든, 더 심한 거든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 ... 근데, 넌. ... 아니야? 나 외로 다른 것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해? (왜? 넌 왜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니지? 왜 나랑 달라? 수십번이나 질문받았던 것을 이제는 그가 당신에게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건 어쩌면 지독한 업보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당신을 만나기 전의 그가 놈팽이였던 건 맞으니까. 차마 뒷말은 잇지 못한 채 그는 입을 다물었다. 곧 몸을 일으켜세운다.) ... ... ... 네 마음대로 해. (얼굴을 보지 않고서 웅얼거리듯 말했다.)
 
이스피어 틸다:(그리고 그런 당신의 반응은. ... 난감을 뛰어넘는다. 어쩌면, 오버렙되는 광경이 있었다. 비현실적이던 그 여름의 광경, 위로가 필요하다면서 제게 안겼던 당신. 악취미라던, 상처 받은 표정을 하던 당신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때 했던 물음을 다시 꺼내들어도 괜찮을까, 아이작.) 내가 널 상처입게 했어?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물음이 뒤따랐다. 돌렸던 고개를 앞으로 고쳐주는 손길에 느릿하게 입술을 벌렸다. 머리를 꼬던 손길이 뚝 멈춘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아이작, 너, 설마,
... ... 날 사랑해?*
(금기시 되었던 단어, 그것. 사랑. 그것을 내뱉은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저를 보지 않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아이. 날 봐. (당신의 뺨을 감싸 제게로 향하게 힘을 주었다. 당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표정은, 어떘을까. 다만 화나지도, 무언가 당황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 잔잔한 표정이었을까. 언젠가의 당신이, 열받아 했던 것 같은. 그런 표정 말이다.) 내가 아니고선 행복해질 수 없다고 했지. 이것 때문에야? 그렇다면 아이작, 너는 내가. 다른 사람을 사귀게 된다면. ... 그것 때문에 '널 떠날지도 모르니까' 두려워 하는 거야?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왜 그렇게 화난 건지 모르겠어.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서야 말이다. 입술을 꾹 다물었다. 당신의 답을 기다렸다.)
 
아이작 딜라이트:(아이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우리 사이의 금기어를 꺼내도 미동조차 않았다. 놀라는 기색조차 없는 것 같았다. 마치. ... 자신에게는 이미 훨씬 전부터 익숙한 일이어서 당신이 그 단어를 뱉어내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당신의 말대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한다면. ... ... . 아주 오래전부터. ... ... .) ... ... . (당신이 뺨을 직접 감싸 돌리자, 그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허공을 향해 눈을 흘기는 폼이 퍽 웃기기까지 했다. 애써 참아내려 꽉 다문 입술과 주먹을 쥔 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 ... 네가 다른 사람이랑 있는 게 싫어. 그게 남자면 더 싫어. 너와 있을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도 싫고. 그 사람이 너랑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상상을 할 때마다 손이 떨려서 미칠거같아. 넌 날 떠나지 않겠지. 그래. 잘 알아. 넌 약속이라면 꼭 지키니까. 뱉은 말은 죽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 ... 하지만 넌 다른 곳으로 갈 거잖아. 결국 내게 돌아오더라도 떠나게 되는 거잖아. 그게 싫으면 안 돼? 나는 네게 있어 돌아올 곳이 아니라 계속 지낼 곳이 되면 안 되는거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게 끔찍해? (끔찍하냐고? 당신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걸 묻는 건. 그가 스스로를 끔찍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테다. 그렇게나 이런 것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해놓고. 그래서 당신의 도움을 받아놓고. 당신에게 받은 구원을 빌미로 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 게. ... ... 볼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 하나를 급하게 손등으로 닦아내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죄인처럼.)
... ... 너를 사랑해, 이스피어.
그러니까. ... ... 그러니까.
... ... 미안해.
 
이스피어 틸다:(그런 널 앞에 두고 내가 무얼 할 수 있었겠어. 나를 만나기 전처럼, 지금 당장, 네가 할 줄 아는 게 자신을 물어뜯는 것밖에 없는 것처럼 굴고 있잖아. 그것은, 아이작. 그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임에 그지 없었다. 그래, 진작 알아차렸다면 너는 지금 자학하고 있지 않겠지. 손톱자국으로 너덜너덜한 팔을 흘끔 내려다보면, ... 이를 갈았다. 고개를 숙이는 당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입술을 잘근 깨물었을까. 분명 화나보이는, 그런 표정일까.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을 테다.) 네가 날 사랑하는 게 야? 누가 그래? 네가, 너에게 붙었던 사람들에게 그걸 죄라고 이야기해서? 네 스스로 그걸 판단한 거야? (속이 들끓었다. 가슴 안쪽으로부터 성난 화마가, 뻗어져 제 손 끝까지를 불태워서. 당신의 어깨를 붙잡은 손길이 잘게 떨리는 것을 당신 또한 알아차렸을 것이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 봐. 날 봐, 아이작 딜라이트. 네가 끔찍해?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난, 나는, ... 하, (그러다 불현듯 힘을 쭉 빠지는 것이다. 한숨을 죽 흘리면서 당신의 어깨를 놓고, 마른 세수를 하고. ... 휘청이다가 소파에 모로 털썩, 누워버리는 것이었다. 손으로 덮은 얼굴 안쪽으로부터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떻게 들어보면, 투정부리는 소리와도 비슷한. ...)
... ... (몸을 다시 벌떡 일으켰다. 성난 표정으로 당신을 노려보았을까, 머잖아 당신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탔다.) 너. 고등학교 3학년 초에, 내가 사귀었던 남자. 어떻게 생겼었는지 말해봐.
 
아이작 딜라이트:(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당신의 원망어린 목소리에도, 당신이 그를 두둔해주는 듯한 말에도. 그저 묵묵하게 입을 꾹 다물며 허공을 쏘아보고 있기만 했다. 그는 자신의 말에 어떤 반박도 허용하지 않을 셈이었다.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당신의 말이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긴 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당신이 포기하듯 옆으로 내려가자 그제야 눈물 두어방울이 또 볼을 타고 내렸다. 아. 끝이구나! 당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아이작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자리를 비켜주잔 생각에 잠깐 자세를 고쳐잡으며 일어나려했나. 돌연 몸을 벌떡 일으키며 다시 제 뭂 위로 기어 올라타는 당신의 동작에 눈을 크게 뜬 채 꿈뻑댔다.) ... ... 그. ...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스피어 틸다:집중해. (미간을 찌푸렸다.) ... 3학년 초에 사귀었던 남자랑, 여름 방학때 내가 너 몰래 사귀었던 남자. 그리고, 여름방학 끝날 때 즈음에 또 한 명. ... 만났었다가 너 달래주느라 모의고사 망치기까지 했었지?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해? 잘 생각해봐. 아무리 네가 내가 아닌 사람들한텐 관심이 없었어도, 잘 떠올려보면 뭐라도 기억해낼 수 있었겠지! (뺨을 막 잡아당겨댔다.)
 
아이작 딜라이트:... (그의 눈에서 뚝뚝 눈물이 흐르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는 마치, ... 당신이 괴롭혀서 우는 것처럼 보였겠다. 정확히는 고인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거였지만.) ... 몰라. 모른다고. 생각하기 싫어. 그 놈들 죄다 짜증나. ... ... .
 
이스피어 틸다:다 널 닮았잖아! 자, 봐봐. (친절하게 당신의 눈 앞으로 손바닥을 펼쳐 보여주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키는 180 이상. 짙은 눈썹에, 날카로운 인상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어가면 갈 수록, 이스피어의 표정도 점차 찌푸려졌다. 아니, 붉어졌나?)
... 이것도 정말, 모르겠어?
 
아이작 딜라이트:(자신의 눈 앞에 직접 손바닥을 펼쳐보이며 하는 말에 잠시 고장이라도 난듯 당신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나. 생각을 이어나가듯 멍한 시선이 따랐던 게 몇 분. 곧 당신의 손에서 시선이 떨어져나가며 다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멍한 시선 위로 마지막으로 남은 눈물이 툭 떨어졌다.) ... ... 너. ... ... ... ... 나 좋아해? (참으로 멍청한 질문이었다.)
 
이스피어 틸다:(제 허리에 손을 올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렸을까.) 뭐. 따지자면 그런 거지. (따지자면 당신과 같은 마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감정이란, 가만 두면 순식간에 불어나서, 저를 집어삼키기에 충분한 것이니까. 그래서 사랑이란 건 참 '두려운' 거야, 아이작. 알아? 손을 뻗어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럼, 이제 내가 끔찍해? 너를 좋아했으면서도 이 남자 저 남자 골라 사귀었던 내가? (짜증 어린 표정을 순간 지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네가 끔찍해?
내가 좋아하는 네가?
 
아이작 딜라이트:... ... ... (당신의 확답에 그의 멍한 얼굴에 환한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 같더니. ... ... 곧 울음을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얼굴이 보기좋게 붉어지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죽기 직전의 인간이 살아돌아오는 것을 보듯. 당신의 말에는 얌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네가 끔찍할리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네게 감히 그런 말을 붙일 수 있을리가.) 아니. ... (얌전하게도 답했다. 이럴 땐 참 말도 잘 듣지. 다만, ... ... 그의 순하디 순한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 근데 왜 정작 나랑은 안 사귀었어? (그게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이스피어 틸다:아이작 딜라이트. 그럴 거면 네가 진작 나한테 고백했어야지. (하지만 그런 당신과 반대로, 이스피어의 짜증 어린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되려. ... 당신에게 씅을 내기까지 했다.) 사람도, 사랑도 혐오하는 애한테 내가 뭐라 그래. 넌 나한테 소중해. 그것에는 굳이 사랑이 끼어들지 않아도 충분하단 말이야. (그런데 너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지. 왜 진작 이걸 눈치채지 못했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자존심에 아주 미세한 스크래치가 났을 뿐.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갈거야.
 
아이작 딜라이트:(그런가? 그래야 했던건가? 아이작의 머릿속에선 '좋아한다-고백한다-사귄다'의 과정이 워낙 정상적이지 않았던 탓에 그에 대한 출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도 그 탓이겠지. 몇 번이고 당신에게 자신이 소중하단 소릴 듣고 나서야 조금 눈을 반짝였나. 다만 그와는 달리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당신을 보며 그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잠깐, (하며 급하게 당신의 손목을 확 붙잡았다가. 뒤늦게 제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쭈뼛쭈뼛 당신의 옷 소매를, 그러다가 슬금슬금 당신의 새끼손가락 끝을 붙잡았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 ... 어, 어디가? ... 잘못했어, 이스피어. ... (아이작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고,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과 뿐이었다.) 가지마. ... ... . 응?
 
이스피어 틸다:... ... (눈썹을 까딱이며 손목을, 옷 소매를, 마지막으로 새끼 손가락을 잡기까지의, 그 큼지막한 손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심통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이내 당신의 눈을 마주친다.) 너 잘못한 거 없어. 아니? 물론 아예 없다곤 못 하겠는데. ... 근데. 이건 너 때문에 화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사과하지마. (한숨을 푹 내쉬고 나면, 원래대로의 표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당신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어떻게 화가 안 풀리고 배기겠나. 미치겠다, 정말. 재차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목을 끌어안으며, 무릎 위에 마주 앉는다. 당신의 어깨에 가만 고개를 파묻었다. 웅얼거렸다.) ... ... 침대로 갈래. 옮겨줘.
 
아이작 딜라이트:(당신을 사랑한다며 징징 짠 게 방금이면서, 당신이 이렇게 애정을 주면 금방 다시 되살아났다. 결국 한숨을 쉬며 제 무릎에 마주앉자, 망설임없이 엉덩일 받쳐들곤 침실 쪽으로 향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정작 고백을 하긴 했는데 그의 태도가 더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겠다. 당신을 들어올릴 때도, 침대로 가서 내려놓을 때도. 쉴새없이 입술이 닳을까 싶게 달라붙었던 건 언제고, 이제와선 내외라도 하듯 당신을 침대에 눕혀주며 이불까지 덮어준다.) 졸려? ... (참 답답하다.)
 
이스피어 틸다:(당신이 저를 받치고 일어나면 목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당신이 갑갑할 정도로 힘을 줬는데도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눈치채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스피어는, 그래. 당신에 관한 것이라면 지나칠 정도로 눈치가 빨랐으니까. 침대에 저를 눕혀주고 이불까지 덮어주면. 또, '졸려'?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내뱉으면 그 의심은 확신이 된다.) ... (하여 이스피어는 망설이지 않고 당신의 손을 붙잡아 끌어서, 침대 위로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그 위를 타고 오른다.) 원래는 그냥 뒹굴거리면서 쉬려고 했는데. 네 모습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어, 아이작.
왜이리 내 눈치를 봐?
 
아이작 딜라이트:(문을 닫고 나가줘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물리려던 그 순간, 순식간에 몸이 뒤로 끌리며 침대 위로 나동그라졌고, 그 위를 당신이 점했다. 너무나도 갑자기 벌어진 일인지라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말문이 막혔던가. 곧 뒤늦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내가, ... 그랬나? (모른척하긴. 그는 거짓말에는 참 재능이 없었다. 특히나 이런 류의 거짓말에는. 하지만 곧 자신도 그런 스스로를 눈치채고 말았는지, 당신의 손목 즘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연다.) ... ... 그럼, ... ... (조금 망설이더니.) ... 키스, 해도 돼?
 
이스피어 틸다:... ... 그게 끝이야? (망설임 끝에 겨우 나온 당신의 바람을 참, 어쩌면 매정하게 평가한다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말에 드러난 실망을 애써 감추려 든 이스피어는 눈을 굴렸다. 어쩌면 초조한 것 같기도 했고, 아무튼 확실했던 건. 당신처럼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였단 점이다.) 네, 네가 물어봤잖아. ... '연인 놀음'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뭐가. ... 있냐고. (눈을 질끈 감았다.) ... 정작 연인이 되니까, 그런 거엔. ... 관심이 없어?
 
아이작 딜라이트:(정작 연인이 되니까, 그런 거엔 관심이 없어? 당신의 말을 얼마나 속으로 되짚고, 되새기고, 읊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잖아. 이렇게 말을 간지럽게 하는 법이 어디있담. 그래. 우린 진짜 연인이 됐구나. 그냥 하는 놀이가 아니라. 어떤 대용이나 일회용이 아니라.) 그런 거. ... 면 어떤거? (마음 한쪽이 간지럽다. 깃털이라도 날아다니듯 숨을 쉴 때마다 간지러웠다. 실망이 드러난 얼굴을 보다가, 손목 언저리를 매만지던 손을 살짝 소매 안으로 넣어 팔꿈치 언저리를 쓸었다.) ... ... 이런 거? (조심스럽게 묻는 폼이 나이 답게, 어리숙했다.)
 
이스피어 틸다:(손가락이 스치는 살결이 간지러웠다. 몸을 움찔 떨었지만 표정을 가다듬었다.) ... ... 날 오랫동안 짝사랑한 거 아니야? 그런데, 그러니까, (입술을 삐죽였다.) ... 이곳 저곳 만지고 싶다던가, 날 엎어뜨려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던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 없어? (묘하게 불만 어린 표정이었다. 계속,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 자존심 상해.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을까. 당신 옆으로 내려와 눕는다. 허리를 둘러 안듯 하며 눈을 감았다. 무언가, 내려놓은 모습이었다.) 됐어. 그냥. ... 같이 자자.
 
아이작 딜라이트:(결국 무언가를 포기하듯 풀썩 제 옆에 내려와 눕는 모습을 보며, 옅은 웃음따위를 흘렸던가.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살 손으로 긁듯이 쓸며 달래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 너랑 같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 급급했으니까. 누가 사귀냐고 물어봐도 부정하지 않고, 나는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너한테 키스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네게 있어서 내가 최우선이 되는 걸 원했어. (이건 당신이 원한 답일까? 많은 답중엔 하나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답은 아니겠다. 그는 잠시 침묵하며, 자신의 허리를 둘러안은 당신의 허리를 끌어안아 위로 쑥 올려주었다. 당신이 미묘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구도에서, 옆으로 몸을 돌리며 당신의 몸 반쯤에 제 몸을 걸쳤던가.) 하지만 내가 단순히 그런 것만 원했으면 널 사랑한다고 하진 않았겠지. ... 그치만 이스피어, 우린 아직 학생이잖아. (당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알고있다는 의미였다. 그래. 그는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당신의 볼을 살살 쓸어주며 그는 묘하게 들뜬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 따지고 보면 성인이긴 하지만, 아직 준비된 것도 없고. ... ... . 당장 해보고 싶은 거야?
 
이스피어 틸다:(입술을 앙다물고 묵묵히 당신을 바라보는 표정은, 충분히 들떠보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얼굴이었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볼이나, 미미하게 떨리는 눈빛이나. 그래, 이스피어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던 것이었다. 제 볼을 쓸어주는 손을 붙잡아 그 안쪽에 입술을 꾹 눌렀다. 그대로 입술은 차근차근 내려가 손목 안쪽까지 감각을 남겼을까. 눈이 마주치면, 살며시 웃음지었다.) 응. 그러니까, 어서. ... 너의 주체성을 내게 보여봐. (손을 뻗었다. 당신을 양껏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