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니언] Tuning
가질 수 없던 것들이 있다.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박탈당한 것들. 따뜻한 잠자리며 배고프지 않을 수 있는 생활, 가벼운 감기에 며칠을 앓으며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
사회를 거대한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비유한다면, 헤니언 하워드는 마법이란 특이점으로 겨우 공연장 안에 들어온 경우였다. 그마저도 관객석 끄트머리. 누군가는 관객석 중에서도 제일 앞에 앉아있고, 어떤 누군가는 이전의 헤니언처럼 아예 공연장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그런 와중, 보란 듯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있다.
열한 살, 고작 1학년에 불과한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헤니언은 직감할 수 있었다. 눈앞의 동급생, 아이린 클레이튼이라면 필시 무대 위로 오르리라고. 당장은 미숙하여 티가 나지 않을 뿐이지, 언젠가는 분명….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 했건만. 헤니언은 자신감으로 빛나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무대 끄트머리에라도 서게 된 자신의 미래를 감히, 꿈꾼다. 치켜들자 마주하는 눈빛. 피할 수가 없어 순응하듯, 입꼬리를 끌어당길 수밖에.
"그건…. 부럽네."
툭 터져나온 진심은 숨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그가 가질 수 없던 것들이 아이린의 눈빛이며 몸짓 모든 것에 붙어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헤니언은 다시 고찰해야 했다.
너는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들을 손쉽게 가졌을까. 웃음소리, 이어 뻗어진 손이 머리를 내리누르듯 쓰다듬는다. 작은 온기. 섬세한 애정이 서린 손. 아이린 클레이튼은 과연 이 동작을 경험을 통해 깨우쳤을까, 자신처럼 책을 펼쳐 배웠을까.
아니, 더는 고찰하지 않겠다. 자기연민의 연장선이 될 상념이야 끊어내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 다만 확실한 건,
"그러니까 너도 뭐든 할 수 있어."
이 온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 근원이 어디이든 간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상대에게 맞추는 것은 습관이니, 목소리를 놓칠 일은 없었다. 그는 십 년, 혹은 백오십 년 뒤를 기약하는 언어에의 허점을 짚을 성정이 아니었다. 떨어지는 온기. 물러서자 한눈에 담기는 당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얌전히 다물려 있던 입술이 열리는 것도 그즈음이었다. 나는,
"…깨지는 정도가 어느 선인지 모르니까."
여지껏 무대는 꿈꿔본 적이 없으니까. 잔잔한 웃음.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헤니언 하워드의 친구인 네가,"
훗날 지휘자로 성장할 네가,
"곁에서 잘 지켜봐 줄래?"
그럼에도 감히 무대를 동경하는 자신을.
…….
흘러내린 안경을 다시금 고쳐 쓴 헤니언이 평소처럼 웃었다.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상대에게 맞추는 것은 습관이니, 중얼거림을 놓칠 일도 없었다. 치켜든 새끼손가락을 아이린에게 건넸다.
"7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하더라."
동경은 죄가 아니라 믿고 싶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