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EAR&MARPASHI/썰&연성

[아이피어] HAPPY B-DAY, ISSAC

여우비야 2021. 4. 1. 01:54

* 4월 1일은 man우절이 아니라 아무튼 우리 아이작 생일임

 

 

 "내 사랑,"

 

 …아이작은 몸을 뒤척였다. 좀 더 자고 싶어. 신음 소리를 흘리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살짝 저었을까. 다시금 목소리가 그를 재촉했다.

 

 "아이, 일어나 봐."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맨 등부터 어깨,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왔다. 풀썩 침대에 앉기라도 한 것인지 침대 매트가 자그맣게 요동쳤다. 일어나 봐, 줄 게 있어. 자기야. 응? 웃음소리와 함께 이스피어가 아이작의 목을 간지럽혔다. 아이작의 뒤척임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언제나 여자를 이긴 적이 없었다. 결국 몸을 일으키고 말았다. 몸을 덮었던 이불이 흘러내리면 이스피어가 웃으며 이불을 그의 허리춤에 단단히 둘러주었다.

 반쯤 그를 껴안아주듯 한 모습에 아이작의 멍한 시선이 이스피어의 머리카락에 머물러 있었다. 훅 끼쳐오는 레몬 향. 바디워시를 바꿨나? 더 맡고 싶다. 팔을 끌어 이스피어를 더욱 끌어안으려던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이스피어가 몸을 떨어뜨렸다. 아이작의 손은 허공에서 주먹만 쥘 뿐이었다.

 눈이 마주쳤을 때 이스피어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접혀간 것을 보면, 역시 알고 몸을 떨어뜨린 게 맞았지.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작이 졸음기를 완전히 떨쳐 보내려는 듯 마른세수를 한 번 했다.

 

 "근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글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스피어는 언제나 쉽게 아이작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다. 아이작이 서서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나 싶었는데,

 

 "얍."

 

…아이작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씌워졌다. 아이작이 눈을 껌뻑였다. 동시에 이스피어도 머리에 무언가를 썼는데, 아이작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슬부슬한 털이 달린 뾰족한 고깔모자. 마치 생일파티에서 쓸 법한 모양이었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작은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제 머리에 씌워진 것을 더듬거리며 만져보았다. 똑같은 것이다. 바보야, 속닥임과 함께 아이작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이 스쳤다.

 

 "네 생일이잖아."

 "…오늘이?"

 "그래! 4월 1일,"

 

 설마 하니 오늘 날짜도 잊어버릴 만큼 바보가 된 거야? 키득거림과 함께 이스피어가 준비한 케이크를 아이작에게 건네주었다. ISSAC DELIGHT, 그의 이름과 함께 이스피어의 다른 다정한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칙, 성냥에 붙은 불이 초 위로 옮겨붙으면 재차, 애정이 듬뿍 담긴 입맞춤. 이번에도 뺨이다.

 아이작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나, …바보 아니야."

 "바보 맞아."

 

 이스피어가 능청스럽게 반박하며 아이작의 볼을 쭉 잡아 늘렸다. 붙잡혀 늘어지는 입술. 아이작은 발음이 새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며 더듬더듬 말했다.

 

 "바보…, 된 적, …없어."

 "진짜?"

 "응,"

 

 꼬집었던 볼을 놓아주며 그 위 살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이 있었다. 일렁이는 초를 한 번, 기분 좋게 접힌 눈매를 한 번 바라보던 아이작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기까지 했다. 그에 이스피어는 아이작의 발언을 수용하는 것처럼 곰곰이 고민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흠. 이걸 믿어줘, 말아줘? 그런 생각이 얼굴에 적힌 사람처럼 도르륵 눈을 굴렸다.

 

 "그럼,"

 "그럼?"

 

 이스피어가 환하게 웃으며 케이크를 가리켰다.

 

 "촛불 끄는 방법을 기억하는 걸 몸소 증명해주면."

 "…알려주면?"

 "바보라고 안 놀릴게."

 "……그것뿐이야?"

 "또 바라는 게 있어?"

 

 아이작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키스."

 "그것뿐이야?"

 

 이스피어의 빤한 시선이 아이작의 얼굴로 꽂혀들어갔다. 속절없이, 아이작의 얼굴이 다소 달아올랐다. 뱀이 속닥이듯 이스피어의 입술 사이로 짓궂고, 가느다랗고, 보드랗고 연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 사랑,"

 "그래, 피어."

 "생일 축하해."

 "응."

 "케이크는 나중에 먹고, 다른 선물부터 받을래?"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