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장내. 한숨이나 푹 내쉬며 소란을 해치며 눈동자를 굴렸다. 절규하거나 헛구역질 하고, 참담해하고, 침통해하고, 아니면 복수를 다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얘길 꺼내면 진짜 죽기 전까지 얻어맞겠지.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새신랑과 새신부 둘 다, 어떻게 한 번에 이렇게 됐냐." 같은 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성 바닥난 사람처럼 생각하는 건 그가 천성부터 잘못된 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죽은 베아트리체의 시신은 제법 마피아 생활을 해온 그에게도 확실히, 충격적이었다. 보스로 인정하고 따른 세월이 그래도 10년은 채웠나? 그런데, 당연하지.
가로우는 이딴 바닥에서 사랑이니 애정이니 하는 감정을 믿지 않았다. 욕망과 충동, 이기심이 혼재한 뭇 감정들은 있을지라도. 하여 휴전 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다짜고짜 베아트리체에게 "보스, 진짜 그 놈 사랑해?" 라는 물음을 건넸을 때에도 내심 그런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그 놈 안 사랑하지? 뭐, 모럴 컴퍼니까지 확 먹어버리려고, 그런 야심찬 목적을 따로 가진 거지?
그래도 충성을 약속한 대상이었다. 그는 나쁜 놈이었고, 상종 못할 놈에 허구한 날 사고나 치는 망나니 자식이었지만. 위계를 기억하고 지킬 머리는 있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겠지.
아무리 좋게 '마피아'를 포장하려 해도 결국은 사람이나 죽이고 다니는 직업이니까, 가로우는 언젠가 자신이 죽인 자들처럼 자신이 죽임당할 미래를 쉽게 예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쓰레기같이 인생 낭비하고 있는 자신에게나 해당되는 거고. 가까이서 본 보이드의 보스, 베아트리체는 자신보다 배는 나은 인간이라 이런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바라는 것조차 금지된 삶은 아니잖아. 물어뜯긴 자국이 선명하다. 아니, 지금은 누가 천으로 덮어주기라도 했나? 하여간.
괜히 입 안만 텁텁한 기분에 입맛만 다셨다. 벽에 몸을 기대고 섰다. 술 금지령은 또 왜 내린 거야, 제길, 쓰고 비린 맛만 나잖아. 별 것 아닌 불평들은 크기를 조금씩 키워나가, 기어이 그 끝을 죽은 베아트리체로 겨눴다.
한숨이 흐른다.
그러게 왜 죽어버린 거야, 보스. 아니, 죽을 거면 차라리 하루 전에 죽던가. 가장 깨끗하게 차려입고 가장 아름다운 곳에 와서 왜 이렇게 죽어. 웨딩 드레스는 피로 절었고 깨끗하던 살결은 너덜너덜하기만 하다.
사랑이나 애정이랄 거, 여전히 믿지도 못하겠고 믿을 생각도 없지만. 역시 이런 꼴을 보니까 할 만 하단 생각은 못 하겠네. 벽에 몸을 기대고 선 채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래도 내가 한 가지는 약속해주지. 쓰레기이고 망나니인 그에게도 베아트리체는 이따금 공평한 손길을 내밀어주었으니, 인간 말종 개자식까진 아슬아슬하게 되지 않은 그로서는 은恩을 갚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아니 뭐, 딱히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당신 그렇게 죽인 녀석들은 내가 똑같은 모습으로 죽여주겠다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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