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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커뮤니티

[아이샤] 신성(1)

by 여우비야 2021. 7. 9.

 

 

1학년 [회복] 포지션 / '사람들이 보는 나' / 공백 포함 4066자


신성(1)

NOVA


 

 

 그러니까, 아이샤 디케 레브가 또래 남자아이에게 밀쳐져 엉덩방아를 찧은 것은 그가 일곱 살 때 벌어진 일이었다. 우연찮게 근처를 지나가던 셋째 오빠가 넘어진 아이샤를 일으켜 세우고, 아이샤를 밀친 남자아이를 나무라고, 아이샤를 안아 집까지 돌아오기까지 아이샤는 울지 않았다. 넘어지면서 까진 상처를 치료받고 방 안에 들어온 순간. 그때에서야 어린 아이샤는 와앙 울음을 터트릴 수 있었다.

 저를 밀치며 이야기하던 내용을 잊을 수 없었다.

 

 "넌 말도 맨날 더듬고, 어디 아픈 애 같아!"

 

 또래 아이가 몇 없는 마을에서 그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전까지 집 안을 고집하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말더듬이, 정박아, 바보, 놀리기 좋은 애. 아무래도 어릴 수록 남을 상처 주는 일에 민감해지기 어려운 법이었다. 또래의 존재가 가장 중요할 시기이기도 하니, 목소리 큰 아이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기란 또 얼마나 쉬운가. 아이샤는 그때 놀림의 대상이 된 적 있었으니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른들의 개입으로 아이샤는 자신을 밀친 아이에게 사과받았고, 그 뒤로 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으나 그런 기억이 자리 잡은 아이샤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막내였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미안한 딸이고, 투정 한 번 안 부리는, 화 한 번 안내는 동생이었다. 가족들 전체가 모이는 시간은 드물었지만 그때마다 아이샤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 다리를 살랑살랑 앞뒤고 흔들곤 했다. 평소 잠들 시간을 넘어서까지 졸지 않으려 견디다 까무룩 누군가의 품에서 잠들어버리곤 했다.

 때문에, 언제든 타인의 순수한 악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둘째 오빠의 품에 안긴 채 수마에 이끌리며, 아이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샤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사실, 타인에게 미움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아이샤는 그 사랑받고자 하는 '동기'랄 것이 뭇사람들과는 작은 차이를 보였다.

 아이샤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말도 잘 더듬지 않아야 하고, 당차야 했고, 용기도 있어야 했으며 누군가를 쉽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아이샤가 사랑하는 오빠들처럼, 아이샤가 누구에게든지 쉽게 호감을 사내고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아 질 수 있을 테니까.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그는 가족들을 미워한 적이 있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애칭을 불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몸을 꽉 껴안아주어도 아이샤는 어떤 갈급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아니. 느낀 적이 아주 많았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오빠들은 서로 친구같이 자라며 동네를 휩쓸었다 말하던 부모님의 표정은 꽤 고단해 보였지만, 즐거워 보였다. 자신은 오빠들에 비하면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라며 쓰다듬어주던 손길 아래 온도를 기억했다. 아이샤는 하고픈 말이 많았지만 그 손길을 더 느끼고 싶어 눈을 감고 입술을 다물었다. 얌전히 부모님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나 숱한 아침과 점심과 저녁은 아이샤만의 세상이었다. 온기는 아직도 머리 언저리에 둥실둥실 남아 떠다니는데 조금씩, 조금씩 그것은 옅어져만 갔다. 추위가 찾아든다.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덮어써도 창 밖으로 손짓하는 그림자 괴물이며, 침대 밑의 어둠이며…….

 부모님과 오빠들은 날 사랑하지만, 아마도 그 사랑은 다른 가족들보다는 조금 덜한 크기를 가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가족들을 완전한 거짓말쟁이로 만들긴 싫었다. 아이샤가 느끼기에도 가족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만날 때마다 저를 쓰다듬어주며 안아주고, 애칭을 불러주고… 그런 사랑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니, 차라리 스스로가 이기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게 나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수한 밤들을 이겨낼 수 없었다. 오빠들이 돌아오는 방학 때까지의 시간을 견딜 수 없었다.

 깜깜한 방 안, 침대에 누운 아이샤는 눈을 감은 채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사랑받는 아이가 되려면, 일단 말을 더듬지 않아야 해. 하지만 혼자 연습하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텐데. …되도록이면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해. 또, 곁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걸리적거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

 

 아, 그 애요? 저희도 친해지고 싶은데… 항상 집에만 틀어박혀 있고, 바깥에 나와서 놀지도 않고 그 집 마당 그네나 타고 책이나 읽고 하니까… 다가가기가 좀 그래요.

 레브? 아. 그 막내? 예전에 그 집안 둘째를 따라 집에 놀러 갔을 때 잠깐 본 적은 있는데. 좀 안 됐지. 원래 여자애들은 하루 스물네 시간 내내 또래 여자애들이랑 놀기 마련인데, 여기 마을이 좀… 그렇잖아? 예전에 그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버려서…… 쯧.

 그 말썽쟁이들의 막냇동생 말이지. 오빠들이랑은 다르게 참~ 얌전해. 애도 착하고. 근데 밖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던데? 어디 지병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그래도 오빠들보단 부모 속은 한참 덜 썩이겠지.

 

 

*

 

 

 그리고 그는 그를 둘러싸던 말더듬이, 정박아, 바보, 뭐 기타 등등…의 호칭을 벗어나, 별의 아이가 되어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되었다.

 저택에 도착한 순간부터 아이샤는 그 무게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마법사이기 이전에 그들 중 몇몇은 이미 별의 아이였다. 애초에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도시에 위치한 여학원에 입학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순간부터, 또 아이샤가 오게 된 환경이 마법 사회라는 점에서부터 그의 (소위) 친구 만들기 대작전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말 더듬지 않기,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사람 되기. 전자는 마법 사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아이샤가 극도로 긴장해버린 까닭에, 후자는 아이샤의 어리숙할 수밖에 없는 행동들에 좌절되었다. 아이샤는 이미 작전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들어봐, '마법' 세계야. '마법' 학교래.'마법'을 가르치고 '마법'을 배운대.

 그러나.

 

 ……이런저런 아이들에게 끌려다니며, 챙김 받으며, 룸메이트도 생기고 선물도 주고받고 쿠키도 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샤는 친구들이 잔뜩-이라고 믿고 싶었다.-생겨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샤는 별의 아이니 뭐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무려 친구로 삼아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곱씹으며 기뻐하고만 있었다. 여전히 말도 잘 더듬고, 아이들에게 챙김도 많이 받았는데 친구가 됐어. …친구가. 아이샤는 책상 위를 소중히 장식한 토끼 모양의 나무 조각상을, 체크무늬 천으로 만들어진 곰인형을, 또 제 옆 침대에 잠든 룸메이트의 곱실거리는 붉은 머리카락을 바라볼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꼈다.

 외롭지, 않았다!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된 지 며칠도 채 흐르지 않아서 말이다. 쥐를 잡는다거나, 화관을 꾸민다거나, 저녁마다 주식…의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친구들을 바라볼 때마다 이는 소란이 곁에 맴돌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방 떨어져 천천히 식어가던 온기가 아니라. 저를 꼭 안아주고 떨어졌던 품에서의 압박감이 아니라. 친구들의 목소리가.

 

 “나는 머글 출신이어서 잘 모르겠어. 그 예언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열광해?”

 

 아이샤는 여전히 사랑해주고 싶어지는 아이가 되고 싶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엄마랑 아빠는 난리더라. 특별한 힘이 있나?”

 “눈에서 빔을 쏜다거나, 입에서 불을 뿜을 수 있나 봐.”

 

 외롭지 않은 것으로 가득 찬 마음이 계속되었으면 바랐다.

 

 “이 바보들아. 그게 아니라 태초의 별 조각으로 만든 지팡이가 얘넬 선택했대. 제일 특별하고 확실한 증거지!”

 

 그러니 아이샤는 지금으로도 충분했다. 아직 말도 못 섞어본 아이들이 많았고, 자신에게 짓궂게 대하거나 썩 좋진 못한 말을 하는 아이들이 있더래도, 아이샤는 자신이 별의 아이라는 자각을 여전히 할 수 없었고, 그 무게를 이해하지 못했으나… 천문학 교실 안에서 그가 모자를 눌러쓴 까닭은 분명 존재했기에.

 

 “야, 그거보다는 역시 성흔이지.” 

 “있지, 성흔 좀 보여줄래?”

 

 아이샤는 아직, 사람들에게 별의 아이로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을 느끼며 아이샤는 길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럼에도 자신을 진짜 친구라고 불러주고, 믿어주는 아이들이 있다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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